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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도 반한 남해 섬고사리 ‘고사리바비큐’에 도전!
명절음식에 빠질 수 없는 나물. 그중에서도 귀한 대접을 받는 것이 있다. 바로 고사리다. 흔한 듯하지만 명절 대목에 몸값이 한껏 오르는 농산물 중 하나다. 우리나라 고사리 최대 생산지는 남해군. ‘섬가득’이란 브랜드를 달고 판매된다. 품질도 품질이거니와 사철 변함없는 가격이 매력이다. 이 ‘섬가득’ 고사리가 지난 추석에 화제가 됐다. 유명 농수특산물 5종 세트로 구성된 청와대발 선물에 포함되면서 고사리계 명품임을 입증한 것이다. 이참에 ‘저열량 무기질 폭탄’인 고사리로 밥상 한 번 차려보자.
창선·삼천포대교를 건너 남해에 들어서면 해안을 끼고 고사리밭 둔덕이 이어진다. 독특한 풍치가 관광상품이 될 정도로 규모가 크다. 남해 바래길 7코스로 선정된 동대만휴게소~적량해비치마을 고사리밭길 구간만 해도 14km에 이를 정도이다. 남해군에서 나는 고사리는 연간 200t. 전국 생산량의 40%를 차지한다. 재배면적 500ha에 1400세대가 작목반이다. 자연발생적으로 고사리가 나고는 있었지만 작목으로 본격 재배를 시작한 것은 2000년부터다. 남해군 고사리 재배지의 90%는 창선면이다. 식포, 언포, 가인, 장포 등이 주재배지이다. 그런데 섬 풍경을 바꿔놓은 거대한 고사리밭은 예전에는 감나무밭이었다고 한다. 안옥희 남해군 문화관광해설사는 “바람이 많이 부는 바닷가에서 감나무 간수하기가 쉽지 않았다. 익기도 전에 떨어져버리니 수확량도 적을 수밖에 없었다. 그 애물단지 감나무 밑에 고사리가 자랐다”며 “남해 기후조건에 잘 맞는 고사리로 더 많은 수익을 내게 됐다”고 남해 고사리 작목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런 배경 때문인지, 바다를 내려다보는 고사리밭둑에 몇 그루 감나무가 남아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안 해설사는 “다른 지역 고사리보다 남해 고사리가 더 맛있다. 해풍을 맞고 자라는 데다 따뜻한 해양성 기후 덕에 천연 미네랄이 풍부하다. 영양뿐만 아니라 향이 진하고 식감이 부드럽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남해 고사리를 소개했다. 고사리 채취 시기는 3월 말부터 5월까지 봄철 두 달 반 정도. 잎이 펴지지 않은 꼬불꼬불한 꽃모양의 어린순을 꺾어 수확한다. 15cm 정도의 짧고 통통한 어린순을 골라 꺾는다. 잎이 펴지거나 키가 좀 자란 잎줄기는 질겨져서 상품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봄철에 꺾어 말린 고사리는 사철 내내 두고 먹을 수 있는 국민 식재료가 된다.
고사리의 단점은 식탁에 오르기까지 손이 많이 간다는 것이다. 채취한 후 적어도 두 번은 삶아야 한다. 말리기 전에 한 번 삶고, 조리하기 전에 또 삶는다. 익히지 않은 고사리에는 독성이 있어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삶은 고사리는 100g당 19㎉의 저열량 식품이면서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비타민 B₁, B₂, C와 미네랄이 다량 함유돼 있는 영양식품이 된다. 단순히 삶았다고 바로 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특유의 쓴맛과 떫은맛을 어느 정도 빼야 먹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가정에서는 말린 고사리를 구입해 쓰므로, 생고사리 삶는 수고는 더는 셈이다. 1시간 정도 물에 불려서 부드러워질 때까지 삶은 후 2~3시간 물에 담가뒀다가 여러 번 헹군 후에야 비로소 조리해 먹을 수 있다. 농약 재배한 값싼 중국산이 많으므로 국산 고사리를 고르는 법도 필수다. 좋은 국산 고사리는 줄기가 짧고 연한 갈색이 나면서 잎이 많이 붙어 있다. 물론 냄새를 맡을 수 있다면 향이 진한 것을 골라야 한다. 중국산은 줄기가 길고 잎이 적으면서 진한 갈색을 띤다. 이것도 저것도 다 귀찮다면 바로 조리할 수 있도록 삶아놓은 것을 구입해 쓸 수도 있다. 만져보면 부드러운 정도로도 가려낼 수 있다.
육개장, 생선조림에 빠지지 않는 ‘감초’ 고사리 대표음식은 뭐니 뭐니 해도 육개장이다. 쇠고기와 함께 숙주, 시래기, 토란대 등 채소를 넣고 푹 끓인 육개장은 우리 밥상의 대표 국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속에 고사리는 빠질 수 없는 부재료. 고사리의 쌉싸름한 맛이 육개장에 깊은 맛을 더한다. 찜 형태의 음식에도 고사리는 빠지지 않는다. 사찰음식 중 하나인 고사리들깨찜은 콩나물, 미나리 등 갖은 야채와 함께 고사리를 듬뿍 넣어 끓이면서 쌀가루, 들깨가루로 걸쭉한 식감을 더한 영양식이다. 또 진한 양념으로 토속적인 맛을 내는 생선조림과 찌개에도 고사리는 많이 쓰인다. 고등어나 조기, 또는 민물고기 밑에 깔고 은근하게 오래 조려 맛을 내는데 시래기와 함께 단골 부재료로 쓰인다. 생선의 비린 맛을 감칠맛 나게 하는 비법재료인 셈이다.
깊고 진한 맛을 내는 음식 외에도 가볍게 즐기는 고사리 음식도 있다. 가장 흔한 조리법이 볶음나물이다. 국간장과 다진 마늘을 넣고 참기름이나 들기름으로 볶아내는 고사리나물볶음은 기본 중의 기본. 나물이 물린다면 밀가루나 녹두가루를 섞어 고사리전으로 부쳐 먹거나, 당면과 함께 고사리잡채로 즐길 수도 있다. 한 가지 더 소개하자면 창선면의 고사리 재배농가에서 개발한 ‘고사리삼합’이 있다. 전라도의 홍어삼합을 응용해 이름을 붙인 고사리삼합은 간단하지만 그럴듯한 메뉴다. 삼겹살과 바지락, 새조개, 홍합 등 해산물 그리고 남해산 고사리를 불판 위에 놓고 함께 구워먹는 것이다. 이때 고사리는 살짝 소금 간을 해서 굽는다. 마늘과 마늘종, 대파 등 야채를 함께 구워 풍미를 더할 수도 있다. 해산물 없이 고사리와 삼겹살만으로도 밥을 부르는 새로운 바비큐 조합이 완성된다. 남해 ‘섬가득’ 건고사리는 100g에 7000원, 1kg은 6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구입문의 창선농협 ☎ 055)867-7701
글 황숙경 기자 사진 이윤상 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