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태산 깃대봉 정상 주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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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십년 하로같이 모다들 고대턴 것
눈앞에 어른거리면서도 종내 나사서지 않아
동무와 안타까운 소식 이야기하며 밤을 새우며
목이 말라 가슴이 타 냉수를 켜며
이달도 손때 밴 자전을 팔아 즐거이 살아가리
--- 김기림, 「오늘도 고향은」중에서
▶ 산행일시 : 2011년 1월 1일(토), 눈, 오후 늦게 햇볕 듬
▶ 산행인원 : 8명(영희언니, 버들, 드류, 대간거사, 캐이, 사계, 해마, 가은)
▶ 산행시간 : 9시간 53분(휴식과 점심시간 포함)
▶ 산행거리 : 도상 11.7㎞
▶ 교 통 편 : 두메 님 25승 버스 대절
▶ 시간별 구간
06 : 27 - 동서울종합터미널 출발
08 : 33 - 인제군 상남면 미산리(美山里), 미산약수교, 산행시작
09 : 26 - 지능선 합류
10 : 14 - △886.7m봉
11 : 42 - 918.4m봉
11 : 52 ~ 12 : 30 - 점심식사
13 : 24 - 암봉
13 : 54 - 방태산 깃대봉(△1,435.6m)
14 : 31 - 1,251m봉
15 : 25 - 1,192m봉
16 : 49 - 수리봉(△945.0m)
17 : 15 - 일몰
17 : 50 - 헤드램프 점등
18 : 12 - 왕성동 아래 도로
18 : 26 - 인제군 상남면 미산리(美山里), 왕성동교, 산행종료
22 : 34 - 동서울 강변역 도착
1. 들머리, 미산약수교 건너 왼쪽 산으로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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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태산 깃대봉(△1,435.6m)
일기예보에 오늘 오후 여섯 시께 내린다는 눈이 미리 오전 여섯 시부터 내린다. 이른 아침 어둠
속 춘천고속도로를 달려 동홍천IC를 빠져나올 때쯤 날이 밝아 차창 밖 흩날리는 눈발이 보인
다. 화양강휴게소에 들리고 이왕 기침한 터, 스패츠 찍찍이 뜯어 붙이며 산행복장 추스르기 시
작한다. 상남에서 31번 국도 벗어나 미산계곡 길로 들자 도로는 새하얀 눈길이다. 함박눈까지
내린다. 백설의 군무(群舞). 새해 원단(元旦) 서설(瑞雪)이다.
내린천 미산계곡 주변에는 경승이 많은 모양이다. 동(洞)은 경승의 다른 이름일 것. 이 근처만
해도 식전동 구미동 송계동 속사동 빈지동 왕성동 고목동 남전동 한니동 계수동 칠전동 대개인
동. 그러나 지금은 모두 눈 속 동면중이다.
미산약수교 앞에 차를 세우고 다리 건너 한니동(寒泥洞) 쪽으로 들어간다. 산굽이 도는 도로 옆
에 산삼금표(山蔘禁標) 안내판이 있다. 암벽에 각자하였다는 ‘산삼가현산 서표(産蔘加峴山 西
標)’. ‘이 산의 고개 부근에 산삼이 많이 생산되는 지역의 서쪽 경계표시 임을 나타내고 있다.’고
한다. 캐이 님의 서슴지 않는 선등으로 왼쪽 날등에 붙는다.
설사면. 미끄럽고 가파르다. 눈 소복이 쌓인 돌부리와 나뭇가지 움켜쥐자니 털장갑은 금방 젖
는다. 암만 재어보아도 직등하기 어려운 암릉에 맞닥뜨려 오른쪽 사면으로 엉금엉금 트래버스
한다. 발아래 내려다보면 손 시릴 틈 없이 사지가 짜릿하다. 햇볕이 나면 함박눈이라도 가뭇없
을 것인데 좀체 볕이 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능선 합류하여 등로는 더욱 튼튼하다. 뒤돌아보면 곳곳이 세한도 풍경이고 좌우사면은 눈꽃
우거진 화려한 설국이다. 암릉이 또 나온다. 왼쪽 비스듬히 눈 덮인 인적이 보이지만 대간거사
님은 새해 첫날이니 직등하자고 가은 님 선등 채근한다. 가운데로 돌파한다. 손맛 보는 잔재미
가 줄어들 것 같아 슬링을 꺼내지 않는다. 땀난다.
△886.7m봉 정상은 잡목 울창하다. 눈 쓸어 판독한 삼각점은 현리 439, 1985 복구. 고도 높임에
따라 적설이 점점 깊어진다. 능선 마루금 약간 비켜 모노레일이 간다. 설치한 지 얼마 되지 않았
다. 어디까지 갈까. 봉봉을 함께 넘는다. 그 용도가 궁금하다. 918.4m봉 넘고 Electronic Fence
전기울타리가 합세한다. 산림청에서 임산물을 심었다고 한다.
평평한 능선에서 거목의 신갈나무 기대 점심자리 편다. 산상설원의 파티적 오찬이다. 버너 3개
불 피워 청국장, 칼국수, 라면 끓인다. 여느 때는 되게 시끄럽던 대간거사 님의 버너소리가 오늘
은 설한(雪寒) 쫓는 경쾌한 옥음으로 들린다. 캐이 님이 잘 익은 더덕주를 내신다. 한잔 가득 따
라 돌아가면서 분음한다. 이런 때 식후 따뜻한 커피 맛은 겨울 산에 오는 이유를 들먹이기에 충
분하다. 눈은 더 내려도 좋다.
아직 깃대봉 정상은 멀었다. 옆 능선에 견준 공제선은 눈보라로 가렸다. 한니동에서 시작한다
는 등로는 도통 보이지 않는다. 협곡으로도 간다. 자주 나뭇가지 잘못 건들려 쏟아지는 눈보라
를 옴팡 뒤집어쓴다. 그때마다 눈사람이 된다. 억센 잡목 헤치고 다리 쥐나게 기어오른 암봉. 앞
은 바닥이 보이지 않는 절벽이다. 한편 설국의 옹성(甕城)이기도 하다. 저절로 벌어진 입 쉽사리
다물지 못할 깃대봉 자락의 가경이 대폭 병풍으로 펼쳐 보인다.
올라온 슬랩 내려 오른쪽 사면으로 돈다. 허리 굽혀 석문 지나 나니아의 설국에 입국한다. 사방
팔방이 기화이초 눈꽃으로 환하다. 어쩌다 건들리면 우수수 흩날리는 눈보라. 설편 편편이 반
짝이는 꽃 비늘이다. 드디어 키 작은 나무숲 사이로 머리 내민다. 깃대봉 정상이다. 삼각점은 1
등 삼각점. 현리 11, 1989 복구. 정상 오른 의식으로 배낭 벗어놓고 잠시 머문다.
2. 능선 오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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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산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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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잔 봉우리 넘고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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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사계 님과 가은 님(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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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깃대봉 정상은 안개에 가려 보이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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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암봉 사이 설경은 절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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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이 암봉을 잘못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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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깃대봉 정상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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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깃대봉 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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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깃대봉 자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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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리봉(△945.0m)
이정표에 ‘한니동 6㎞ 2시간, 주억봉 3.5㎞ 2시간 30분’이라고 한다. 하산 시간이 빠듯하겠지만
우리는 수리봉으로 간다. 깃대봉 정상에서 바로 서진했으면 좋았을 것을 길 헷갈려 북진하였다
가 잡목 우거진 생사면 휘젓고 어렵사리 길 찾는다. 본격적인 내림 길. 깃대봉 오를 때와 다르게
눈이 무릎까지 차게 깊다. 긴 슬로프 쓱쓱 지쳐 내린다.
열주의 신갈나무 숲을 지나고 Y자 분기봉인 1,251m봉. 왼쪽으로 꺾는다. 다시 눈이 내리기 시
작한다. 관계하랴 좌우로 교악설산 기웃거리며 미끄러져 내린다. 지도에는 안부가 ├자 갈림길
인데 아무런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일로직등. 거친 숨 몰아쉬며 1,192m봉 오르고 그 고도 한참
유지한다.
계절을 달리하면 확실히 다른 산이다. 이번이 초행길이 아니건만 등로가 갑자기 사나워진다.
바윗길이 연속해서 나타난다. 좌우사면으로 길게 돌다가 게을러 직등할 때는 오금 저리며 후회
한다. 내 모처럼 앞장서서 러셀을 자청하였으나 에휴 50여 미터를 버티지 못하고 물러난다.
Y자 분기봉. 수리봉이 보인다. 부드러운 능선 길이 이어진다. 볕이 난다. 주위가 환해진다. 덩달
아 발걸음이 느긋해져 아까 가만 두고 온 더덕이 아깝게 생각난다. 줄기가 칡덩굴만큼 굵었다.
수리봉 전위봉을 슬로프 둔덕으로 대깍 넘어버리고 안부. 직등은 암릉이라 오른쪽 사면으로 내
렸다가 너덜 비켜 오른다.
수리봉(水李峰). 사방 나무숲으로 조망 가렸다. 삼각점은 얼음이 덮여있어 판독불능. 일행 모두
허기졌다. 비상식 꺼내 요기한다. 비로소 눈 초점이 제대로 잡힌다. 수리봉 내리는 길은 선래동
송계동 빈지동 왕성동 어디나 심하게 가파르다. 가장 가까운 길인 왕성동 아래쪽을 목표로 한
다. 막판 스퍼트 낸다.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가 시작되는 것이다.
해마 님이 선두.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럽게 내린다. 절벽에 막혀 가파른 사면을 트래버스 할
때는 양손 양발로 이중 삼중으로 안전 확보하고 발걸음 내딛는다. 17시 15분. 해는 사정없이 진
다. 눈빛(雪光)도 곧 사위리라. 흐트러진 간벌한 나뭇가지가 이때는 설릉 내리는 제동장치여서
더없이 고맙다.
17시 50분경. 헤드램프 켠다. 가파른 산세는 계속된다. 왕성동 가로등 불빛과 개 짖는 소리가
반갑다. 이윽고 빈 밭으로 내리고 도로. 평지낙상을 염려하여 길섶으로 간다. 내린천을 왕성동
교로 건너고 하이파이브 한다.
13. 깃대봉 자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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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깃대봉 가는 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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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깃대봉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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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깃대봉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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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깃대봉 정상 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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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수리봉 가는 길
![](https://t1.daumcdn.net/cfile/cafe/191AFE584D21AED515)
19. 수리봉 가는 길
![](https://t1.daumcdn.net/cfile/cafe/12114E594D21AEE826)
첫댓글 雪國이네요. 산은 역시 겨울산입니다. 날 풀리면 대물 더덕 캐러 다시 가셔야겠습니다. ^^
설국 보기 좋네요..새해 첫날부터 내린 눈속을 오르내렸으니 좋았겠습니다...금년 겨울에는 모처럼 많은 눈을 밟겠네요![^-^](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3.gi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