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2025년도 중앙대 수시 특기자 전형 최초합격을 하게 된 한상원입니다. 고도는 2022년 11월에 들어와서 2024년 10월까지 다녔으니, 약 2년간 다녔습니다. 고도 다니면서 불안하거나 힘이 들 때마다 항상 들춰보던 게 이 합격 후기 게시판이었습니다. '이 게시판에 글을 쓸 수 있을까?' 라는 상상만 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이 글을 적고 있어 느낌이 이상합니다. 부족하고 모자란 점 투성이였으나 조금이나마 후배들께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글을 남깁니다.
저는 고도를 다니기 전에 그저 시를 조금 좋아하는 마음에, 가벼운 마음으로 문창과를 알아보고 '한 번 그냥 다녀보자'라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박준이나 이문재 시인처럼 서정적인 시에 익숙해져 있어서, 선생님이 나눠주시는 합격작이나 다른 시인들의 시가 조금은 이질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처음 다니기 시작했던 2022년 11월, 이서하 선생님이 한 달 정도 맡아주시고 원장님께서 시반을 담당하셨었을 때 엄청 혼란스러웠습니다. 원장님께서 엄청 살갑게 아이들을 맞아주시는 편도 아니시고, 고도를 처음 가면 약 3시간 정도 계속 앉아 있어야 한다는 점이 조금 어렵게도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계속 '그냥 이왕 시작한 거 버텨보자'라는 마음으로 저를 다잡았던 것 같습니다.
솔직하게 처음에는 고도에서 쓰라고 하는 시들이 지루하고 재미없었습니다. 장면 묘사 위주로 해도 선생님께서 세모나 화살표도 안 주시는 날들이 허다했고, 수상작들 보면 100편 정도에서 동그라미를 받은 선배님들도 많으신데, 200편가량 쓰며 동그라미 하나 없는 제가 위축될 때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계속, 꾸준히, 원장님께서 말씀하시는, 처음에는 무조건 양이 질을 규정한다는 말 하나만을 믿고 계속 썼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정도 기본기(?)가 잡힌 느낌이었습니다. 막 상상하려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상상할 수 있게 된 것 같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고도 수상작들과는 조금 다르게, 좀 더 자유롭게 써도 이미지가 자연스러워졌고 제가 쓰고 싶은 글을 쓰는 동시에 선생님께 동그라미를 받은 적도 있었습니다. 처음 문창과 입시를 할 때는 '내가 쓰고 싶었던 게 이런 게 아닌데'하며 우울했는데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고도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을 거치면 쓰고 싶은 글도 조금 더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원장님께서 해주시는 말씀이 저에게 도움이 많이 되었는데, 물은 100도를 넘어서야만 끓기 때문에, 너희들이 50도일지 99도 일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 열심히 하라는 말씀이 지금도 기억에 남습니다. 한창 열심히 할 때는 수업 시작 30분 전에 가서 필사 노트에 합격작들을 필사하였습니다. 조금 다른, 특이한 시들을 써보고 싶을 때는 김희준 시인이나 여세실 시인의 시집을 펴 필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매일 매일, 강박처럼 시를 썼습니다. 하루 안 쓰면 다음 날 두 편을 쓰거나 하는 식으로요. 그러다 보니 지금은 400편 정도 시를 썼던 것 같습니다.
2년 동안 고도에 다니면서 들어왔다 나가는 친구들도 많이 보았고, 계속 남는 친구들도 보았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입시에는 큰 재능이나 실력이 아니라 꾸준함, 오래 버티는 힘이 제일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더 잘 쓴다고 생각이 드는 친구보다 과제를 빨리 낸다거나, 그 친구가 낸 과제보다 더 많은 양의 과제를 하는 것도 좋은 것 같습니다. 기형도 시인의 <질투는 나의 힘> 이라는 시의 제목을 빌려, 입시를 하는 동안 질투는, 질투만이 저의 힘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도 2년 동안 눈에 띄는 수상 경력 하나 없다가, 고3 5월 달에 중앙대 1등상 하나로 대학을 갑니다. 이런 저도... 대학을 갑니다... 여러분도 계속 꾸준히 하신다면 할 수 있겠다고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몇 가지 팁을 드리자면
선생님께서 주시는 수업 자료들은 인덱스 파일 같은 곳에 하나하나 보관하시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수상작 하나, 합격작 하나가 여러분의 수상작, 합격작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볼펜만을 쓰라고 하는 백일장, 실기장이 있어 지워지는 볼펜을 하나쯤 구비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학원에 와서는 휴대폰보다 시집이라도 꺼내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원장님이랑 영은쌤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원장님 비록 2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문학뿐만 아니라 삶의 자세를 가르쳐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원장님은 제가 처음으로 직접 본 문학을 하시는 어른이고 그 어른이 원장님이셔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전히 냉소적인 부분도 있으시지만, 그 안은 너무 따뜻하신 분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영은쌤, 영은쌤 덕분에 저의 시 세계가 더 넓어졌고, 조금 더 자유롭게 언어를 구사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항상 시를 들고 오셔서 읽어주시는데 낭독도 너무너무 듣기 좋아서 매일 매일 영은쌤 수업을 듣는 시간이 기대되었습니다. 영은쌤 시를 하나 같이 모두 너무 좋아하는데, 첫시집도 너무너무 기대됩니다. 좋은 시를 쓰고, 또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끝으로 후배님들의 남은 봄들을 응원하겠습니다. 끝까지, 끝까지, 변두리에 있더라도, 중심을 꿈꾸시길 바랍니다.
첫댓글 지금까지 고생 많았어요! 상원이가 수업을 기다려 준 만큼 저도 상원이의 과제를 읽는 시간이 기대되고 즐거웠어요 앞으로도 시에 대한 애정 잃지 않고 쭉 써 봤으면 해요 합격 다시 한 번 너무 축하해요!
상원아 축하해!!! 학원 생활하면서 넌 정말 잘될 거란 확신이 든 순간이 많았는데 역시 너 정말 멋있다. 앞으로 더 커질 너의 모든 세계를 진심으로 응원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