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진한 연진아, 이선호선배의 칭찬은 너만큼 순진하지 않다는 거 아니?
그 선하고 진지한 눈빛의 칭찬 뒤에는 교묘하고 음흉한 계획이 숨어있다는 거 아냐구?
달콤한 칭찬의 구렁텅이에 한번 빠지면 이순신장군도 거북선 때려치고 은벽길 선등에 나섰을 게다. 그랬다면 우리나라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장군님, 왜군이 부산진 앞바다에 새까맣게 밀려오고 있습니다, 지금 톱로핑하고 있을떄가 아닙니다 장군?"
"아 씨바넘아 시끄러 가만있어봐, 이선호선배가 요거 은벽길 완등하고 다운까지 하랬다 말야"
끔찍하지?
유혹은 이렇게 시작한다
'은벽길에서 가볍게 슬랩연습이나 할까'
미끌어지고 뒤집어져도; 체중을 잘 실었단다, 깨끗하게 추락했단다
두레박에 실려 완등이라도 해보라 너는 졸지에 등반천재가 된다
발을 믿고 과감하게 내딛었단다, 과감하지! 아무데나 딛으면 팽팽하게 끌려올라가는데..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
"나, 확보 안떙겼어, 최대한 느슨하게 봤어 정말이야"
자 그럼 위에 이선배가 쓴 걸 하나하나 보자
"진이가 ‘은벽길’ 온사이트 100% 성공"
이 100%성공의 100%안에는 100%안에 들어가야 할 모든 요소는 제외시키고 난 후의 100% 라는 거 알쥐?
"개념도도 못 보았고"
등반당일 개념도 프린트하여 눈앞에 들이밀어 주지못 했다는 야그
"전엔 한번도 가본 적이 없었음"
자신이 안 본거는 안 간거다. 선배님, 은벽길을 연진이가 지난 3년간 갔는지 안 갔는지 낮이고 밤이고 비가오나 눈이오나 은벽길 밑에서 텐트치고 지켜봤습니까?
"나도 가본지 오래되어 제대로 코치를 못해 주었으나, 본인이 알아서 해결"
하다하다 안되면 본인을 망가뜨려서라도 칭찬! 아 칭찬의 끄트머리는 어딘가?
"보는 사람도 긴장감을 느꼈으나, 연진이 스스로 침착하고 용기 있게 해결."
연진이 너가 어리버리 발을 헛디뎌 꼴 사납게 추락을 했어도
'연진이 스스로 침착하고 용기있게 추락하였다' 고 말씀하셨을 것임에 틀림없다
"백 선배 말로는 누구보다도 그 크럭스와 다른 부분을 훨씬 더 잘 올라갔다고 감탄했음"
혹시 자신이 못 보았다고 칭찬을 피할 수는 없다. 반드시 목격자를 찾아내어 칭찬을 하고야 만다. 아무도 못봤다구? 수유리 사거리에 이런 현수막 걸린다.
"2005. 8. 15 오후 2시경 파란색 하네스 흰색 헬맷의 연진이 은벽길 첫피치 온싸이트 등반하는거 목격하신 분 011-XXX-XXXX로 연락바람, 후사하겠음!"
"슬랩 등반의 진수를 보여주었음"
정말 칭찬의 진수를 보여주었음
"신들린 듯 쌈빡하게 올라가는 모습에 모두 너무 놀랐고..."
신들린 듯 쌈빡하게 칭찬하는 모습에 모두 너무 놀랐고...
"홍태씨도 은벽 길을 즐기며 올라왔음"
이것도 저것도 안되면 즐기며 올라온거다. 바위를 즐긴거다. 잘 못하면 어떤가? 즐겼는데^^
"신발이 너무 큰 데도 무릎 쭉쭉 펴며 체중을 잘 실었음."
아무도 누구도 잘못한 거는 없다. 신발이 컸을뿐이고, 신발이 작았을 뿐이고, 신발 색깔이 야했을 뿐이고, 신발재질이 화강암에 안 맞았을 뿐이고, 신발끈을 너무 길게 맸을 뿐이고, 신발 바닥이 너무 두꺼워서 감각이 전달되지 않았을 뿐이고, 둘쨰 발가락이 긴 발모양과 맞지않는 신발을 신었을 뿐이고, 엄지발가락에 힘이 생기기전에 엄지발가락에 힘을 필요로하는 루트에 그에 걸맞는 신발을 신지 않았을 뿐 인거다,
네 이 신발놈! (또는 네 이 신발년!) 네 죄를 네가 알렸다! 아, 불쌍한 신발년놈들!!
정말 이래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자신도 칭찬하기에 머쓱하면 어찌하는가? 드디어 칭찬 포기하는가? 아니다, 절대 아니다, 비장의 카드가 있다. 그게 뭐냐? 그것은 If~~ that 절로 이끌어지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한 가정, 이른바 '만약에 ~라면' 용법이다. '만약에 라면' 요거이 신라면보다 더 맛있다. 그럼 증거화면을 보자!
"앞으로 지그재그 식으로 좌우로 홀드 찾으며 체중 이동만 하면, 슬랩 실력이 크게 좋아질 듯. "
내 2001년 2기 동기중에 양현봉이라고 있다. 남의 이빨로 먹고 사시는 분인데, 나는 이분을 존경한다. 이분이 유일하게 이선호선배의 끈질긴 칭찬과 유혹을 뿌리치고 개미귀신의 덧에서 벗어나 꿋꿋이 자신의 길을 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내가 아는 그 누구도 해내지 못한 - 이선호선배의 칭찬을 개 무시한 - 일을 해 냈고 앞으로도 그러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 분은 일찌기 간현 깍쟁이를 체험하신 후, 깍쟁이 삼분의 일, 위에서가 아니고 밑에서 삼분의 일까지, 딱 거기까지가 인간의 한계라고 겸허하게 인정하신 분이다. 그 한계를 넘어서는 놈은 인간으로 안 본다.
이분이 한때 정신이 혼미하여 삶의 의욕을 잃고 실성하여 차라리 세상을 하직하는 마음으로 은벽길 첫핏치 선등을 나가신 적이 있다, 두번째 볼트걸고 이삼메터 더 전진했다, 발끝으로 아슬아슬... 손끝으로 손톱홀드에 의지하여 바들바들... 이제 '지그재그식으로 좌우로 홀드찾으며 체중 이동만 하면' 되는데... 세번째 볼트가 바로 저 위에 있는데... 그게 안되는 모양이다, 더 이상 갈데도 없고 잡을데도 없고 오토바이를 타는것도 일이분이지 기진맥진 어찌할 도리가 없다, 떨어지는 일만 남았다. 이때 그 분이 외치신 외마디 말씀; "텐션!!!!"
이 일을 내가 어떻게 아냐고? 내가 그때 확보 봤걸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