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의 빵(장일범, 발렌티노, 음악 평론가)
가톨릭평화방송(CPBC) 라디오에서 작년 8월 17일에 마이크를 잡고 아침 10시 첫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프로그램명은 ‘장일범의 유쾌한 클래식’. 저는 물론이고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 팬데믹으로 집 밖에도 잘 나가지 못하며 힘든 시간을 보낸지 6개월이 되어가던 때였습니다. 이런 시기에 정말 ‘유쾌한’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저는 ‘아파도 웃는다’는 말처럼 유쾌함을 잃고 싶지 않았고, 클래식 음악을 공연장에서 편안하게 들을 수 없는 시기지만 아름다운 클래식 음악으로 많은 분에게 위로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원래 팟캐스트로 먼저 시작했던 방송 이름이었는데 가톨릭평화방송에서도 좋아해 주셔서 놀랍게도 ‘장일범의 유쾌한 클래식’은 공중파 라디오 프로그램의 이름으로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KBS 클래식FM에서 장일범의 ‘음악풍경’, ‘생생클래식’, ‘가정음악’을 13년간 맡아 진행하면서 많은 음악가와 새로운 음반, 공연을 만나며 음악의 아름다움에 푹 빠져 지낼 수 있었습니다. 이후 1년에 못 미치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국악방송에서 아침 방송인 ‘창호에 드린 햇살’을 진행하면서 한국 국악계와 국악을 알차게 공부할 수 있었고요. ‘가정음악’을 진행할 즈음 가정을 이룬 아내와 저는 10년간 진행했던 ‘가정음악’을 그만두면서 두 가지 소원을 마음에 품었고, 그 소원들은 저희 부부의 기도 제목이 되었습니다. 첫 번째는 걸어서 미사에 참여할 수 있는 성당 옆으로 이사 가기, 두 번째는 가톨릭평화방송에서 행복하게 클래식 프로그램을 진행했으면 좋겠다는 소원이었습니다. 결국 차를 타고 다니기는 하지만 마음만 먹고 좀 일찍 나오면 성당에 걸어갈 수도 있는 거리로 이사를 했고, 작년에는 드디어 꿈에 그리던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의 클래식 방송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아내와 저는 바라던 대로 가톨릭평화방송에서 클래식 방송을 할 수 있게 된 것이 너무나 기뻐서 감사 기도를 올렸고, 해이해지지도, 교만해지지도 않고, 정말 열심히, 즐겁게 방송을 하리라 다짐했습니다. 그래서 ‘장일범의 유쾌한 클래식’을 시작할 때 가톨릭평화방송의 진행자라는 이 놀랍고도 영광스러운 자리에 앉혀주신 주님께 감사드리면서 첫 곡은 방송을 맡는 저의 사명감과 자세를 고백하는 곡으로 선곡했습니다. 그 곡은 바로 세자르 프랑크의 미사곡 중 성 토마스 아퀴나스가 라틴어로 가사를 쓴 ‘천사의 빵(Panis angelicus)’이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장일범의 유쾌한 클래식’ 1주년 기념 앨범 발매 콘서트에서, 부족한 솜씨지만 저도 이 곡을 CPBC 소년소녀합창단과 함께 부르면서 최후의 만찬에서 그리스도께서 나눠주신 성체성사의 ‘주님의 몸’을 생각하며 다시 한 번 다짐했습니다. 앞으로도 주님의 종으로 ‘장일범의 유쾌한 클래식’을 통해 코로나로 지쳐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과 유튜브를 통해 늘어나고 있는 외국 청취자들에게 최선을 다해, 영국의 BBC3 보다 더 좋은 클래식 방송, 지혜와 환희가 함께하는 방송을 매일, 성실하게 진행하겠다고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