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글쓰기를 많이 접해보지 않은 청소년의 경우 글을 쓰는 행위 자체에 어려움을 느낀다. 또 어떤 것을 써야할지 생각하는 것부터 막막해 시작조차 못하는 경우도 많다. 또한 지역사회 안에서 책방과 서점에서 문화생활을 향유하는 시간도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2022년 책방전세 활동설문 결과에서도 ‘우리 지역에 이런 공간이 있는지 몰랐다.’, ‘서점에 처음 와본다.’는 청소년들의 소감을 들을 수 있었다. 이러한 맥락으로 ‘책방전세’는 청소년들이 편한 마음으로 책방에 드나들고, 글을 통해 삶을 나눌 수 있도록 하는 활동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본 것은 청소년들의 순수한 즐거움이었다. 평소 가보지 못한 새로운 분위기의 공간, 문제집이나 서적을 구매하는 목적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책방분위기를 즐기는 것에 가장 좋은 반응을 보여주었다. 다들 도착한 후 혹은 쉬는 시간에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소품, 책 등을 구경했다. 릴레이글쓰기와 ‘성공경험 리스트 적기’를 통해서 ‘글쓰기’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시간을 잰다던지, 주제를 구체화한다던지 여러 가지 룰을 적용한 글쓰기는 제한사항이 된다기보다 놀이처럼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제공해주었다. 실제로 서로의 글을 공유하는 시간이 가장 편안하게 웃고 떠드는 시간이 되었고, 마지막 끝날 때쯤엔 ‘참여자들끼리 많이 친해진 것 같다.’는 이야기도 나눌 수 있었다.
이번 책방전세를 통해 생긴 변화는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눈맞춤작가단을 제외한 외부 청소년들이 글쓰기에 대해 흥미를 느꼈다는 것이다. 책과 글쓰기에 관심은 있었지만 막상 도전하기에 어려웠던 부분을 뚫고 시작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활동 마무리 시간에 글쓰기챌린지를 제안하자, 모두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함께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힐 만큼 분위기가 좋았다. 눈맞춤작가단 내부에서도 주체적으로 활동을 논의하고 계획 및 준비하는 과정을 통해 ‘이 활동은 우리의 활동’이라는 책임감을 확실하게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담당 실무자가 다른 행사참여로 당일 준비모임에 빠진 상황에서도 자치기구와 자원활동가가 스스로 큐시트와 체크리스트를 체크하는 등 준비 뿐 만 아니라 진행에서도 역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책방전세를 통해 깨달은 것은 ‘청소년 활동의 주인은 청소년’이라는 것이다. 처음엔 실무자가 어느정도 계획안을 잡은 후에 들어가기 때문에 청소년의 주체성을 살리고 어떠한 방식으로 참여하게 해야 하는지 갈피를 못 잡는 부분이 있었다. 책임과 역할에 대해서 확실하게 인지하고 분위기를 만드는 사전작업이 부족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이번에는 활동초기 때부터 활동목표를 함께 설정하고, TF팀을 구성하여 행사의 디테일한 부분까지 청소년이 주도하여 맞춰가는 작업이 있었기에 의미가 있었다. 청소년들이 만들고 직접 진행했기에 딜레이와 오프닝 생략 등 여러 변수가 있었던 상황에서도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 책방전세는 ‘행사’라기 보다는 함께 책방 안에서 이야기 나누고 서로에게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청소년자치연구소 정이한 청소년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