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영하에 가까워졌다. 바람이 나무들을 이리저리 밀친다. 갑자기 내려간 기온에 내 몸이 움츠러든다. 머리는 어깨 사이에 파고들고 등골이 으스스하다. 좋은 명상의 재료가 생겼다.
일단 바람에 제일 무방비로 맞닿은 얼굴 피부가 당겨지는 느낌이 든다. 아마도 체온을 보존하느라 모공을 조이는 피부의 반응일 것이다. 뒷목과 머리도 찬 기운을 느껴 부르르 떤다. 아마도 교감신경이 혈관을 수축시켜 혈압을 올렸을 것이고 이때 근육들이 같이 긴장해서 수축성 반응을 보이는 것일 게다.
추워 죽겠다라는 마음의 소리가 들렸다. 숙고해보면 나는 곧 사무실에 들어갈 것이고 옷은 조금 얇을지라도 저체온증에 정신을 잃고 쓰러질만큼 극악한 추위가 아니다. 그런데 내 마음은 이런 작은 변화에도 큰 일이 난 것처럼 "죽기 싫으면 빨리 따뜻한 곳에 가서 항상성을 유지하라"고 야단법석를 떤다. (그러고 보니 "야단법석"의 어원도 대사의 설법을 듣는 법회의 엄숙한 자리가 어떤 연유로 인해 소란스러워졌다는 데 있다. 평온하던 내 몸에 어떤 바깥의 연기로 인해 소란스러워졌다)
이렇듯 마음은 바람 속의 나무잎처럼 팔랑인다. 이걸 깨닫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변화에 휘둘려서는 안된다는 것도 추가로 깨닫는다. 하지만 이를 빨리 알아차리는 능력과 이 느낌에 지배당하지 않는 초연함 혹은 오버하는 마음에 복종했다가도 빨리 회복할 수 있는 탄력성 능력은 별개이다.
이젠 마치 주시자처럼 내 마음의 변화를 잘 감지해낸다. 앞으로는 외적 조건에 종속되지 않고 연연하지 않는 능력을 수행해야 할 것 같다.
첫댓글 명상일지 쭉 보면서 논리적인 사고. 명료함. 탐난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번에도...
되고자하는 마음 알아차림하고 갑니다;;
봄날의 정원님, 열심히 수행하는 모습 격려를 보냅니다.
*****"빨리 알아차리는 능력과 이 느낌에 지배당하지 않는 초연함 혹은 오버하는 마음에 복종했다가도 빨리 회복할 수 있는 탄력성 능력은 별개이다."
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바, 분명한 알아차림에 의해서, 마음의 본성을 통찰될 수 있을 것이며,
흔들림 없는 초연함을 갖고 일상으로 나아가는 것, 이런 태도가 바로 명상가의 바른 삶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