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멜리아힐의 온실은 따뜻하게 수국을 감쌌다.>
제주에 살기 시작한 지 언 1년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제주로 넘어와
모든 상황을 극복하고 있다.
극복하는 과정에서 제주와 사랑에 빠졌고
3개월의 시간을 넘어 1년 아니 2년 혹은 평생을
제주와 함께 하고자 한다.
나는 현재 제주에서 미래를 그리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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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초부터 제주는 보라빛으로, 분홍빛으로,
또 하늘빛으로 알록달록 꾸며진다.
제주 곳곳에 만개한 수국들은
제주의 봄과 여름 사이에서
살랑살랑 춤을 춘다.
이제 수국은 끝자락에서
마지막 빛을 다하며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
<카멜리아힐의 수국이 아름답게 피었다.>
카멜리아힐
카멜리아힐은 30년 열정과 사랑으로 제주의 자연을 담은 동양에서 가장 큰 동백 수목원이다. 6만여 평의 부지에 가을부터 봄까지 시기를 달리해서 피는 80개국의 동백나무, 500여 품종 6000여 그루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또 향기가 나는 동백 8종 중 6종을 보유하고 있어 매혹적인 동백의 향기를 느끼게 한다. 뿐만 아니라 제주 자생식물 250여 종을 비롯해 모양과, 색깔 각기 다른 다양한 꽃이 동백과 어우러져 계절마다 독특한 멋을 풍긴다.
<보랏빛 수국을 보며 얼마나 관리가 잘 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동백 수목원인 '카멜리아힐'은 겨울만 유명한 것은 아니다. 겨울의 동백을 기다리며, 그 기다림을 지루하지 않게 하기 위해 수국이 그 자리를 매운다. 이곳 수국은 여러 사람의 노력으로 더욱 풍성하고, 알록달록 핀다.
<카멜리아힐엔 수국 이외에도 여러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있었다.>
'카멜리아힐'의 수국은 더욱 특별했다. 겨울에 만날 동백의 꽃말은 '기다림'이다. 동백은 꽃말처럼 기다림의 꽃이었다. 그 기다림은 꽤나 길어, 힘들고, 지치게 만든다. 하지만 그 기다림 속에서 수국은 동백의 자리에 피어 함께 기다려준다. 겨울의 동백을 더욱 편하게, 더욱 즐겁게 기다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수국을 나는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또, 6만 평이라는 거대한 규모에 빽빽하게 찬 수국은 그저 기다림의 용도가 아닌 주체가 되어 아름답게 피었기에 더욱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
<카멜리아힐 안의 카페는 초록빛의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종달리 수국길
어디를 가더라도 바다를 볼 수 있는 제주도. 자동차를 타고 해안 도로를 따라 드라이브를 하는 여행자가 많아졌다. 그도 그럴 것이 제주의 바다는 어느 하나 뺄 것 없이 아름답고, 모든 곳이 절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이곳 종달리 수국길은 그 바다 해안도로 중 하나로 우도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곳이었다. 또 6월은 그 절경 옆으로 흐드러지게 핀 수국이 도로를 아름답게 만들었다.
*종달리 수국길은 '소금바치 순이네'를 검색하고 가시면 편하게 찾을 수 있습니다.
종달리 해안도로는 성산일출봉에서 월정리 방면으로 15분 정도면 도착하는 곳이다. 이곳은 우도의 멋진 광경을 볼 수 있는 곳으로 드라이브를 하기에 최적화된 장소였다. 하지만 6월 이 도로는 더욱 아름답게 빛난다. 자연에서 핀 수국이 멋드러지게 흩날리고, 바람에 살랑살랑 춤을 춘다.
<수국길 옆에 특이하게 소가 서있었다.>
길가에 핀 파란색 수국은 이곳을 아름답게 꾸며 드라이브를 하는 내내 로맨틱한 장면을 연출하고, 그 길 끝에 결국 차를 세워 해안 도로를 거닐게 만든다. 약 1km 남짓의 긴 도로에 자연이 만든 수국으로 꾸며진 종달리 수국길. 수국이 빽빽하게 차 더욱 아름답게 만든다. 또 대부분의 수국이 산성 토양으로 푸른빛을 뽐냈다.
<파란 수국이 도로 옆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여담으로 수국은 토양에 따라 변하기에 변심이라는 꽃말이 있다. 특히 푸른 수국은 변심 안에서도 냉정한 꽃말을 가지고 있다. 차가운 색의 파란 수국은 냉정, 냉담, 무정, 무심이란 꽃말을 가지고 있는데, 나는 이 푸른 수국이 좋다. 냉정하지만, 그 냉정함 속에 푸른 수국은 따뜻했고, 더욱 속 깊은 정을 가지고 있는 듯싶었기에 나는 푸른 수국에게 나만의 꽃말을 만들어 '츤데레'로 부르기로 마음먹었다.
동광리 수국길
6월 마지막까지 만개한 동광리의 수국은 끝이라는 단어와 거리가 먼 듯 아름답게 피어있었다. 이곳 동광리 수국길은 아직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지 않은 곳인데, 사실 그럴만하다. 이곳은 개인이 직접 가꾼 정원이기에 조금 늦게 알려지기 시작했고, 이제야 천천히 알려지고 있는 곳이다.
* 이곳을 가려면 '탐나는 초코솜이'를 검색하고 가시면 됩니다.
6월의 끝자락, 동광리 수국길은 대부분 지고 있는 수국들 사이에서 세월을 역행하듯 여전히 아름답게 피어있다. 100m 남짓 짧은 길이지만 얼마나 이 꽃길을 기르기 위해 애썼는지 알 수 있었고, 어느 곳보다 잘 가꿔진 꽃길은 수국과의 이별을 더욱 아름답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이곳 동광리 수국길은 대부분 분홍빛과 보랏빛으로 가득 차있다. 하늘빛의 푸른 수국은 냉정과 관련된 꽃말이지만, 알칼리성 토양에서 자란 분홍 수국의 꽃말은 소녀의 꿈이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다. 왜인지 이 꽃의 꽃말은 지켜주고 싶게 만들었고, 분홍 수국을 더욱 아끼게 만들었다. 또 중성 토양에서 자라는 보라색 수국은 '진심'이라는 꽃말이다. 왜인지 푸른 수국과 분홍 수국 사이에 있는 보라색 수국에 가장 어울리는 꽃말이었다. 그 중립의 입장에서 진심을 다하는 보라 수국. 나는 이 보라 수국마저도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제주의 수국은 끝자락에 서있다. 이제 곧 모두 지고 내년을 기다리겠지만, 아직도 수국은 많은 사람들을 기다리며 반기고 있다. 만약 제주를 찾는다면 끝자락에 서있는 수국들을 찾아 고생했다고, 내년에 보자고 말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