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이어 올해 초까지 KBS TV 로 방송되었던 '더 콘서트', 최근에 다시 재방송 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 프로를 한번도 빼지않고 60회를 시청했는데요, 어렵기만 한것 같은 클래식이 대중매체를 통해 소통한다는 점이 반가운 것입니다.
유명 연주자가 수준있는 레퍼토리를 가지고 디테일하게 보여주면서, 악곡에 대해, 악기에 대해, 또 연주자의 프로필 등 상세한 정보를 주기 때문입니다.
한편 저는 또 다른 기대를 해 왔는데, 각기 연주하는 악기의 본연의 소리를 들어볼 수 있을 거라는 것입니다.
특히 내가 지금 배우고 있는 (또는 다루어 왔던) 악기의 소리 (전문가가 다루는 고급 악기) 를 듣고 비교하면서 학습에 도움이 되고자 한 것인데,
플룻, 색소폰, 클라리넷 외에 관심있는 오보에나 호른 등의 진짜 소리를 알고 싶은 거죠
(이 악기들은 관현악 합주음에 섞여 잘 파악 안됨)
피아노나 바이올린, 첼로 등은 독주곡이 많으므로 음반이나 FM 라디오를 통해 얼마든지 들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방송 횟수가 거듭될수록 점점 실망하게 됩니다. 도대체 관악기 연주는 좀처럼 볼 수 없는 거였죠.
하도 답답하여 통계를 내 봤습니다. (인터넷의 다시보기 항목에 리스트 쭉 나옵니다)
- 피아노 독주 : 40%
- 성악 : 30%
- 바이올린, 첼로 등 현악 독주 : 20%
- 클래식 기타 : 4~5%
- 나머지 5% 정도가 재즈, 국악, 현악 앙상블 입니다. (재즈에서 색소폰 연주 있었지만 솔로는 아님)
- 마지막에 딱 한 꼭지로 클라리넷 독주 선보인게 전부입니다 (모차르트 협주곡 2악장, 그것도 A 클라이므로 음색이 조금 다름)
성악이나 현악기 독주 역시 피아노 반주가 동반되므로 실제로 90% 이상 피아노가 무대를 점한다고 봐도 되겠습니다.
(차라리 프로그램 명을 '더 피아노' 로 할걸... 피아노 연주 모습은 연주자의 손을 클로즈 업 하여 매우 디테일)
그 전에도 시청자 게시판에 관악기 연주를 보고싶다는 의견을 내 봤지만 소용 없습니다.
60회 방송중에 (1회당 약 4 건의 연주자 출연) 즉 240 건 출연 중에 플루티스트나 트럼페터, 오보이스트 등은 전무합니다.
그 이유가 뭘까?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 실력있는 연주자가 없어서 ?
- 섭외하려니 비용이 너무 쎄서 ?
- 관악기 연주는 덜 고상하여 격에 안 맞아서 ?
사실 관악기는 피아노나 현악에 비해 다소 통속적이고 덜 고상한 것 같은 오해가 있는것 같습니다.
여성 연주자가 고운 의상에 다소곳이 품위있는 모습으로 피아노나 현악기를 다루는 것에 비해,
남자가 껄렁껄렁(?) 한 모습으로 상체를 흔들면서 불어대는 관악기는 어쩐지 저속해 보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관악기 다룬다면 그저 학교 뺀드부나 군악대 군인들만 연상되니 말이지요.
오죽하면 우스갯소리로 '개나발' 이니 '똥피리 (똥파리에서 점 하나 뺀것)' 좃퉁수, 날라리 등의 관악기 이름이 쓰였겠습니까.
반면에 피아노, 오르간 등 '건반악기' 는 종교의식에도 필수적이니 고상하다 못해 '경건' 하다는 이미지까지 있습니다.
본연의 클래식 색소폰의 소리를 들어 파악하고 그 음색을 따라 흉내내 보고 싶지만,
매체를 통해 듣는 것들은 모두 트로트 가요나 재즈의 날카로운 '쏘는 소리' 일색이니...
(합주 때 그게 아니란걸 처음 알고 당황했는데 지금도 확실히 알지는 못합니다)
관악기건 현악기건 피아노건 감정을 소리로 표현하는 도구일 뿐인데,
이처럼 은연중에 차별을 한다면... ㅉㅉ
첫댓글 깊이 없는 한국인의 음악 정서의 한 단면일지도 모릅니다. 한국인의 비툴어진 가치관도 문제점으로 볼 수도 있지요! 결국 한국인은 다양한 면에서 깊이있는 삶을 살지 못하고 있어요! 즉, 윤리성, 도덕성, 진실성, 투명성, 바름, 아름다움보다는 부(돈)에 더 가치를 두고 있는 1차원적인 편견에 한심스런 우리 민족성을 전혀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