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 마쥬어 : 화이트 베케이션
서강대학교 교육대학원
상담심리 E52069 위보람
‘Force Majeure’, 한국어로 ‘불가항력’이라는 뜻을 지닌 제목의 이 영화는 아주 바쁜 한 남편이자 아버지인 남자가
가족들과 함께 스키장에서 보내는 휴가에서 일어난 일을 담고 있다.
당신은 불가항력을 경험한 적이 있는가? 언제, 어떤 것이 불가항력으로 느껴졌는가? 그 때 당신은 어떻게 했는가?
그렇다면 이 영화에서 주인공이 ‘가족 휴가나 스키장이라는 상황’에서 겪을 수 있는 불가항력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 영화에서 주인공 토마스는 일로 인해 늘 바쁜 사람이다.
그러다 휴가를 얻어 가족들과 함께 스키장에서 4박 5일의 시간을 보낸다.
식사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까지 열심히 스키를 타는 가족.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둘째날, 드디어 문제상황이 발생한다.
저 멀리서 눈사태가 오는 것을 보며 아내와 아이들이 두려워하자 별 것 아닐 것이라고 말하던 토마스는
눈 앞까지 온 눈사태를 보고 직관적으로 이것이 진짜라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즉시로 아내의 부르는 소리와 아이들을 두고 핸드폰만을 들고 도망가버린다.
세상이 온통 하얗게 된지 몇 분 후, 다행히 눈사태는 심각하지 않은 정도여서 안개처럼 사라지고,
모두들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제자리로 돌아간다. 물론 주인공 토마스도.
하지만 모든 것이 자기 자리를 찾은 듯 보였던 상황 속이었지만,
토마스와 그의 가족들의 마음은 그 시간 이후로 자기 자리를 찾지 못하고 요동치기 시작한다.
안그래도 열심히 스키타느라 말이 없었던 가족은 더욱 말이 없어진다.

숙소로 돌아와서 아이들을 아직 청소도 되지 않은 방에 두고 한바탕 서운함을 이야기한 아내와 그로 인해 화가 난 아이들.
그리고 그날 저녁, 다른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토마스는 아내의 기억이 잘못 되었다고 하며 술을 마시지 말라고까지 한다.
토마스는 그 장면을 어떻게 생각하는 걸까? 내가 본 장면도 사실은 아내에 의해 기억이 왜곡된 것을 본 것이었을까?
아니면 토마스에게 그럴만한 다른 이유가 있었던 걸까?
이러한 의문을 가지고 있는 가운데,
아내는 ‘그냥 눈사태가 있었고, 무서웠지만 아무 일도 없었다’고 생각하며 그 일을 묻어두려고 한다.
중간 중간 하루가 지나면서 ‘왕벌의 비행’과 비슷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이것은 마치 토마스와 아내의 혼란스러움을 표현하는 것 같다.
셋째날, 아내는 혼자서 스키를 타고자 한다.
어제 만난 사람 중 한 여자와 대화를 나누며, 아내는 자신의 가정을 책임지지 않고 자신의 삶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상대방의 모습 속에서 자신의 남편을 떠올려 화를 내고 혼란스러워한다.
불안한 기운을 감지한 아이들은 엄마와 아빠가 이혼할 것에 대해 두려워한다.
결국 이 일은 놀러온 토마스의 친구와 그의 연인 커플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 된다.
술에 취한 아내는 눈사태에 대한 얘기를 꺼내고, 토마스는 묵묵부답.
토마스의 친구가 이러저러한 말로 상황을 무마해보려 하지만 상황은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토마스의 편에서 토마스를 이해시키려던 친구 커플이 서로 다투게 된다.
여기까지도 나는 주인공 토마스의 행동이 무척이나 불편했다.
왜 자꾸 피하려 드는 걸까?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차라리 솔직하게 아내와 이야기하는 것은 어떨까?
결국 아내와 친구들과 함께 눈사태 당시 자신이 찍었던 영상을 보며 다시 한 번 상황을 보게 된 토마스는 흐느껴운다.
‘아, 적어도 토마스가 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구나.’

넷째날, 토마스는 친구와 둘이서 스키를 타며, 얘기도 나누고 소리도 질러 자신의 답답한 마음을 달래본다. 그리고 숙소로 돌아와서 다시 아내에게 화해의 제스처를 보내보지만 쉽지가 않다. 결국 아이들도 밤에 울고, 토마스 또한 펑펑 울면서
그동안 자신의 속내에 대해 이야기 한다. 직관적으로 도망쳤던 것을 후회하고 증오하며, 그것을 속여보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던 것에 대해 고백하며 자신 또한 자신의 본능에 의해 희생당한 사람이라고 하며...
마지막 날, 이제는 아이들이 토마스에게 찰싹 붙어있다. 눈보라가 굉장히 많이 부는 날씨 속에서 토마스를 선두로 하여 아들, 딸, 아내의 순으로 내려오며 스키를 탄다. 그러다 사라진 아내를 찾기 위해 토마스는 눈보라 속으로 들어가버리고
그 순간 온 세상이 하얗게 덮혀버린다.
마치 처음 눈사태가 일어났던 장면을 연상시키며...
그리고 이번에 토마스는 자신의 아내를 눈보라 속에서 멋지게 구해온다. “우리가 해냈어!”하는 말과 함께.
남편 토마스 품에 안겨온 아내가 다시 자신의 스키를 찾으러 올라가는 모습은
우연한 기회에 토마스가 자신의 실수를 만회할 수 있었던 것이었는지
또는 아내(혹은 토마스도)가 만들어 낸 상황이었는지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들었다.

드디어 짧지만 길었던 스키휴가를 끝내고 내려오는 길. 굉장히 높은 산 위에서 내려가는 버스는 아슬아슬하게 운전하는
운전사 때문에 굉장히 위험해보인다. 직감적으로 위험하다는 것을 알아차린 아내는 차를 세워달라고 하였고
결국 한 여자 이외에 모두가 내려서 걸어가게 되었다. 하지만 공항 가는 버스가 그것 한 대뿐.

이것으로 이 영화는 끝이 난다. 개인적으로는 이 글을 쓰면서 스포를 하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도 있지만,
내가 가장 좋았던 부분이 마지막 장면이라서 이렇게 쭉 내용을 다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실은 중후반부까지) 토마스에 대한 불편한 마음이 있었던 나는
나름대로 굉장히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고 인간으로서의 도리와 같은 것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가족을 그렇게 버리고 간 토마스에 대해 아내의 마음으로 바라봤었다.
‘어떻게 가족들을 다 버리고 자신만 살겠다고 도망갈 수가 있는가’라고 생각하며...
하지만 마지막 장면을 보며 ‘그 높은 곳에서 걸어서 과연 내려갈 수 있었을까? 그 다음에는 어떻게 되었을까?
아내가 세워달라고 하여 모두 내리게 된 것은 정말 잘한 일이었을까?’하는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면서 어쩌면 지금 당장의 위험으로 인해서 한 선택이지만, 이것이 옳다고도, 잘못됐다고도 할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나조차도 내리고 싶은 생각이 들었을 것이기에. 그러다보니 그 생각의 연장선에서 다시 토마스의 행동을 생각해보게 되었고, 토마스의 행동은 이런 저런 설명, 더욱이 자기 자신조차도 설명할 수 없고 설명될 수 없는
‘직관’을 통해 본능적으로 나타났던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교수님께서 강의시간에 계속 예를 들어주셨던 세월호 생존자들 또한 생각났다.
어느 누가 그들을 비난할 수 있는가.
물론, 이 영화 속의 가족들은 살았기 때문에 토마스를 원망한 것이고
토마스에게는 그로 인한 괴로움도 있었겠지만,
세월호 생존자들은 아무도 그들을 비난하지 않았어도 심리상태는 어쩌면 토마스와 비슷하게 괴롭지 않았을까.
스스로 자책하며... 이런 생각이 드니 토마스가 더 가여운 생각이 들고 그를 불편해했던 나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직관을 지지하고 격려해줄 수 있는 사람 또는 그러한 교사인가 아닌가.
영화를 보며 여러가지 궁금한 점이 많았다.
여자인 내가 아내에게 공감하고 토마스의 친구의 여자친구 또한 아내에게 공감하는 모습을 보면서
‘남자의 직관과 여자의 직관’에 차이가 있을지 궁금했다.
직관이 본인의 생명을 살릴 수 있지만, 타인의 생명을 살리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하지만 눈사태 속에서 아이들을 품에 안은 엄마처럼, 특별히 모성애와 관련된 ‘엄마의 직관’이 있는 것일까?
직관을 따르는 것이 무조건 옳은 것일까? 때로는 무책임한 것일수 있지 않을까? 등등...
더 많이 생각할 부분들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어떤 부분은 이미 다른 영화나 강의를 통해 답을 얻었던 부분도 있다. 결론적으로는 그렇기에 ‘개개인의 직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누가 누구를 구해주지 않은 데에 대한 책임을 묻기에는 우리의 생명과 연결된 직관은 너무나도 빨리 작동해버리고,
자신의 생명을 구하기에도 쉽지 않은 긴박한 상황에서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