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unt Slesse. (2439m, 암벽의 표고차 대략 840m) 마운트 슬레시, 슬레시 마운틴
루트 : Northeast Buttress , 알파인 그레이드 TD, 암벽난이도 5.9 (A2) ~ 5.10+
북미 50 클래식에 꼽히는 이 루트는 1963년 프레드 벡키 초등.
슬레시라는 말은 원주민언어로써 '송곳니' 라는 뜻임.
맞은편 렉스포드에서 찍은 사진.
2009년 재교형님으로 부터 처음 이 산에 대한 이야기를 접한뒤 당시에는 암벽난이도 5.9 라고 하기에 쉽게 생각하였습니다.
나중에 시간되면 언제든지 가자고 여유를 부렸는데 점점 조사와 조사를 거듭하면서 왠지 꺼려지던 이곳은 ...
1956년 에어캐나다가 충돌하여 62명의 사망자를 낸곳으로도 유명합니다. 아직도 그 잔해가 이곳저곳에 널려있는 이곳.
그리고 그 이후 이곳을 도전한 클라이머들이 포켓빙하를 건너다가 많은 사고를 당한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이번에 같이 자일을 묶은 매트는 10년전 렉스포드등반당시 이곳 슬레시에서 클라이머의 사고를 접하기도 하였답니다.
화강암이면서도 왠지 어둡고 불길한 느낌이 드는 이곳. 그것이 저에겐 여지껏 등반을 꺼리게 된 이유였기도 합니다.
하지만 밴쿠버에서 가장 가까운 칠리왁에 자리잡은 월드 클래스의 이곳을 더 이상 피해갈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올해는 도전하기로 결심. 포켓빙하가 다 쓸려내려가는 시점까지 기다린 결과 9월13일 드디어 그날이 왔습니다.
알파인 그레이드 TD로서 하우저 타워와 비등한 난이도를 보이지만 암벽의 표고차 800 여미터로 비교적 짧고 난이도 또한 루트선택에 따라 5.9 에서 5.10 이기때문에 까짓거 별거 없겠지라고 생각하고 도전했으나 역시 TD급. 북미 50클래식중에서도 고 난이도에 속하는 루트였습니다.
이곳은 알파인 루트파인딩에 익숙해야 하는곳입니다. 너무나 많은 갈래길이 있기 때문인데요.
이번등반은 저와 매트 둘이서 속전속결로 끝내자는 계획하에 캠한조, 마이크로 넛트한조, 비박장비 그리고 저는 물 3리터, 매트는 2리터를 챙기고 출발. 첫날 저는 잠한숨 못자고 새벽부터 어프로치, 대략 아홉시경부터 등반을 시작했습니다. 먼저 앞서가던 젊은 팀들이 있었으나 루트파인딩으로 고전을 하는중에 저희가 순식간에 추월하고 어느덧 그 젊은 친구들이 저희를 따라오기 시작하였습니다. 결국은 저희가 루트파인딩을 해주는 사태가.. 팔자에 남의 덕 보기는 힘든 모양입니다.
매트는 신이났는지 그 친구들에게 훈수를 둬가며 선등을하다가 결국 루트 파인딩에 실패... ㅋ
대략 세시간 가량을 허비. 그사이 다른팀들이 저희를 추월. 결국 기대했던 상쾌한 등반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는 매트는 바로 자신감 상실. 한달전 템플에서의 증세를 보이더니 결국은 제가 계속 선등을 하게되었습니다.
내려가자고 할수도 없고.. 매트는 작년 결혼이후 많이 약해졌는데도 불구 자기는 예전 야크피크 등반할때보다 훨 좋아졌다고 우깁니다. 이해합니다. 결혼하면 다 그렇게 되기때문에... ㅋ
아무튼 전체루트의 크럭스인 마의 5.10 + 오버행을 시작으로 끝없는 저의 고행이 시작되었습니다. ㅠ.ㅠ
목표했던 비박사이트 보다 두피치 아래지점.
어두워지고 이젠 침침해진 눈때문에 야등도 힘들어진 저 이기에 때마침 작은 테라스가 있어서 비박을 결정.
오후 8시반경 드디어 잠을 청해봅니다. 저에게는 정확히 48시간만의 수면이였습니다.
그 전날 새벽 두시에 일어나야 하는데도 불구 옆에서 하두 코를 고는 바람에 잠을 한숨도 못잤거든요... ㅠ.ㅠ
아침 6시 매트가 깨우는 바람에 주섬주섬일어나고.. 등반중 정말 제일 싫은 순간이지만.. 오늘도 또 5.9부터 선등으로 시작합니다.
이곳 난이도는 5.9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실제 난이도는 5.10 이상급.. 깜박 잘못들어갔다간 5.11, 프렌치프리로 가야 합니다.
옛날에 매긴 난이도는 5.10 이 최고였기때문에 그렇다고는 합니다만 완전 노가다 코스입니다. 잡을꺼 밟을꺼 다 있습니다. 단지 힘이 필요할뿐입니다.
저도 나이를 고려해야 하는데 이런걸 하루종일 오르고 있으니 에너지 고갈.
특히 올초부터 먹기시작한 다이어트약 덕분에 체중감량은 성공했으나 식사때를 놓치면 속이 쓰려서 왝왝되는 증상. 깜박잊고 미숫가루는 한봉지밖에 안가져오고.. ㅜ.ㅜ 그래도 짠밥은 어디로 안가고 밀어붙인결과 매트도 점점 자신을 갖기시작하여. 마지막 타워구간에서는 몇몇피치 선등을 도와주었습니다.
그런데....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슬레시는 먼곳에서보면 어둡고 음산한 기운이 감돌고 있어 보입니다. 많은 사람들의 영혼이 떠돌고 있기 때문일까요? 마지막 피치를 끝내고 정상 바로아래에서 앵커를 설치했을때입니다. 기진맥진 피곤함이 몰려와서 그런지 앵커를 설치하고 빌레이준비를 하고서는 남은 로프를 끌어올려야 하는데 아무생각없이 그냥 천천히 빌레이를 보고 있었습니다.
그때 바로 뒤에서 "Pull!" 이라고 선명하게 외치는 목소릴 듣고 놀라 잠결에 매트가 벌서왔나? 생각하고 남은 슬랙을 마구 댕긴다고 댕겼는데.. 그때 로프가 타이트해지면서 저멀리 어렴풋이 "클라이밍~~" 이라고 외치는 매트의 목소리가 들리는것이였습니다.
덕분에 섬뜩! 누가있나 두리번두리번 거렸으나 아무도 없고 확 잠이 깨었습니다. 나중에 찾아보니 에어캐나다 충돌지점이 바로 정상 부근이라고 하네요. @.@;;;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오후 4시경 정상에 섰습니다.
얼마나 많은 피치를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5.7이하의 구간은 런닝빌레이로
마구 뺏습니다. 하지만 중간중간 어려운 루트로 잘못붙어서 개고생한 핏치도 몇몇 기억이납니다.
전체적으로볼때는 난이도로 고생을 하는 루트는 아닙니다.
단지 체력소모가 크고 오후에는 그늘에 가려 상당히 춥다는것.
또한 각자 물 3~4 리터는 가져가야 그럭저럭 여유있게 등반할수있을것입니다.
버트레스선상이기에 워터소스를 거의 찾기 힘들기때문입니다.
운이 좋다면 스노우패치가 있을수 있지만 작년겨울은 비교적 눈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장비는 캠한조와 몇몇 여분의 사이즈, 마이크로 너트로 충분했습니다만
그래도 넉넉히 장비를 지참해야합니다.
볼트나 하켄등의 앵커는 거의 없었기에 기어빌레이가 필수이기 때문입니다.
루트파인딩 실패를 감안해서 여분의 슬링과 핀, 해머등을 지참하는것도 좋은 아이디어 입니다.
하산루트를 찾아 라펠링하고 너무 힘들어서 푹쉬고 하다보니 점점 어두워지고 이번에 기나긴 릿지길인 크로스오버 패스로 하산하자고 우긴 매트를 앞세워 밤길을 재촉했으나... 결국 또 길을 잃었습니다.
우려했던대로 이 릿지는 그 자체만 하루코스였습니다. 언제 가보겠냐는 매트의 설득에 사륜구동이 두대나 있음에도 불고..
한대만 가지고가서 쉬운길대신 고난과 역경의 하산길을 택한결과 저에게는 등반보다 하산이 더 어려운 산행이되고 말았습니다.ㅜㅜ
사진의 오른쪽으로 쫘악 펼쳐지는것이 바로 그 릿지. ㅋ
일단은 목마름에 지쳐 어둠을 뚫고 물을 찾아 빙하있는곳까지 내려가 물을 만든뒤 드라이푸드하나를 둘이서 쉐어. 두시간정도 잠을 청한뒤 다시 길을 찾아서 릿지로 올라가서는 제대로 된 트레일에 올라서니 다시 아침해가 뜨기 시작. 저는 드디어 완전 체력고갈. 35살 매트는 이제서야 방방뛰며 빨리가자고..ㅋ 니가 바위할때 진작좀 그러지 왜그러냐..ㅋ 를 뒤로하고 아무튼 아침10시경 릿지에서 완전내려왔습니다.
매트를 먼저내려보내고 저는 내려오다가 하두 속이쓰려서 왝왝되던 차에 엄청난 블루베리밭을 발견!!
허겁지겁 먹는데 왠걸 저 밑에 곰이 저를 째려보면서 지도 허겁지겁 먹고있는게 아닙니까?
카메라 켜면 나는 음악소리때문에 놀랄까봐 카메라도 못켜고.. 저도 그냥 묵묵히 블루베리를 쳐묵쳐묵 ...
십여분뒤 곰은 다른곳으로 이동.
저는 허둥지둥 배고품속에 헛구역질을 하며 본래의 트레일헤드로 내려오다가 돌아오는 막다른 길목에 왠 코펠과 반찬그릇이 놓여잇는게 아닙니까?
그것도 곱게 비닐에 쌓여서..
열어보니 삼겹살과 김치. 이게 꿈이냐 생시냐? @.@
일단 허겁지겁 먹다보니 ...
바로 이번 서포트길에 나서주신 재교형님이 밤새 길목에서 기다리다
두고 가신것이였습니다.
다 먹고나니 사진 찍는걸 깜박했습니다. ㅜ.ㅜ
제가 늦게 내려온다고 마중까지 올라와주시고 ..
감사합니다. 재교형님 복 많이많이 받으실껍니다.
이렇게 슬래시 등반을 끝냈습니다. 다시는 안와도 된다는 홀가분함. 그리고 한편으로는 나도 아직은 쓸만하구나 라는 기쁨.
무엇보다 밴쿠버살면서 이거만큼은 빨랑 끝내야되는데.. 라는 생각에 항상 포켓빙하상태를 살피던 그 스트레스는 이제
끝난거 같습니다. ㅎㅎㅎ
아쉬운 거라면 이런 좋은경험을 쌓을수있는 기회를 조국의 후배들이 같이했다면 하는점이.. 정말 아쉬웠습니다.
이제 2014년 원정은 이쯤에서 끝을 냅니다. 앞으로 남은기간 다시 트레이닝 캠프를 시작할예정입니다.
꼭 많은 분들이 참가하셔서 내년에 있을 써도널드, 버가부, 셕산등의 등반을 준비할수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캐나다 최고봉인 로간의 허밍버드릿지 등반을 목표로 할것입니다.
Climb On!
첫댓글 드뎌 후기완성!! ^0^ 힘드네요...ㅋ
잘 끝냈습니다. 축하.!!! 걱정도 했지만... 글이 보통 이상입니다. 순식간에 읽어 내려 갔네요.
ㅎㅎㅎ 2010년 부터 후기 쓰기시작해서 5년찹니다. ^^
수고하셨씁니다~ 박선배님 센스가 엄청 나십니다 ㅎㅎ 저도 내년엔 갈수있겠죠???? ㅎ
내년엔 써도날드에서 알파인 트레이닝을 할 예정이다. 쉬운곳이니 꼭 참석해라. 7월1일 연휴때 갈예정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