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西監雜詠 서대문 감옥에서 여러 가지 읊음(삼일운동)
是歲三月一日 有萬歲之騷 余亦被疑入西獄
이 해 3월 1일 만세의 소요(騷擾)가 있어서 나 역시 혐의를 받아 서대문 감옥에 들어감.
(13)
萬事蕭蕭一布衣
만사에 나 쓸쓸히 선비 하나에 불과하나
十年吳國痛無依
오나라 향한 십년 세월의 통한을 지녔네. 1)
連城趙璧何時還
연성조벽이란 보석은 언제 돌아왔었는가? 2)
入海張槎尙未歸
바다로 간 사신의 배는 아니 돌아왔다네. 3)
燈下眼靑逢宿願
등잔아래 반가운 눈이 숙원 만나게 하고 4)
書中契卽悟前非
서경에 설은 이전의 잘못 깨닫게 한다네. 5)
賓鴻㝡是先開者
기러기의 재촉은 앞장선 자가 먼저 하고 6)
乙向南天陳陳飛
乙자 모양 정렬하여 남쪽 하늘 날아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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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십년오국통무의(十年吳國痛無依): 오(吳)를 향한 원한 10년 괴로워하며 의지할 데 없었던 통한(痛恨)이란 말로, 춘추(春秋) 시대 월(越)나라 구천(勾踐)이 와신상담(臥薪嘗膽)으로 오(吳)나라를 마침내 파멸했던 역사 이야기이다. 시인은 삼일운동으로 감옥에 들어왔을 때 힘이 없는 국력(國力)의 한(恨)을 절감하면서 구천의 인고(忍苦)를 생각한다.
2) 연성조벽(連城趙璧): 춘추전국시대 최고의 보석이었다는데 색깔은 희고 조(趙)나라 혜문왕(惠文王)이 초(楚)나라로부터 얻어서 조나라 보배라고 일컫는다. 이는 초(楚)의 변화(卞和)가 옥돌을 발견하고 임금에게 진상하다 가짜라며 양쪽 발목이 잘리면서까지 끝내 입증되어 화씨지벽(和氏之璧)이라 했었다. 후에 조(趙)나라 인상여(藺相如)가 이를 갖고자 했던 진(秦)나라에 가져갔다가 꾀를 써서 가지고 되돌아오기도 했다. 진나라는 이 보석을 13개의 성(城)과 바꾸자고 제안했을 정도로 고귀하여서 연성지보(連城之寶)라는 고사가 생겨났으니 여러 성을 합친 값어치가 되는 보배라는 말이고, 이로 인하여 가중연성(價重連城)이라며 가치가 여러 성을 합한 것보다 더한다는 뜻이다.
3) 장사(張槎): 사신(使臣)의 배로, 한무제(漢武帝)의 외교관 장건(張騫)으로 인한 표현.
4) 안청(眼靑): 진서(晉書 阮籍傳)에 완적이 반가운 사람에게는 검은 눈동자를 크게하여 맞이하므로 청안(靑眼)이 되고, 옳지 못하여 좋게 여기지 않는 이에게는 흰자위를 크게 하여 백안시(白眼視)했다는 데서 유래한 말이다.
5) 서중계(書中契): 서(書)는 서경(書經), 거기 우서(虞書) 순전(舜典)에 “설(契)아, 백성들이 서로 친하지 아니하고 오품[五倫]을 지키지 아니하여 그대를 사도(司徒)로 삼으니 오륜을 펴서 가르쳐라. 너그러움으로 하라(契,百姓不親,五品不遜. 汝作司徒, 敬敷五教 在寬)” 하였다.
6) 빈홍(宾鴻): 기러기를 말하는데 손님 빈(賓) 자를 붙인 것은 계절에 따라 지나가는 나그네라는 개념을 포함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