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7.31.; 성 이냐시오 데 로욜라 사제 기념일 (레위 25,1-17; 마태 14,1-12)
제1독서
<희년에 너희는 저마다 제 소유지를 되찾아야 한다.>
▥ 레위기의 말씀입니다.
25,1.8-17
1 주님께서 시나이 산에서 모세에게 이르셨다.
8 “너희는 안식년을 일곱 번, 곧 일곱 해를 일곱 번 헤아려라.
그러면 안식년이 일곱 번 지나 마흔아홉 해가 된다.
9 그 일곱째 달 초열흘날 곧 속죄일에 나팔 소리를 크게 울려라.
너희가 사는 온 땅에 나팔 소리를 울려라.
10 너희는 이 오십 년째 해를 거룩한 해로 선언하고,
너희 땅에 사는 모든 주민에게 해방을 선포하여라.
이 해는 너희의 희년이다.
너희는 저마다 제 소유지를 되찾고, 저마다 자기 씨족에게 돌아가야 한다.
11 이 오십 년째 해는 너희의 희년이다.
너희는 씨를 뿌려서도 안 되고, 저절로 자란 곡식을 거두어서도 안 되며,
저절로 열린 포도를 따서도 안 된다.
12 이 해는 희년이다. 그것은 너희에게 거룩한 해다.
너희는 밭에서 그냥 나는 것만을 먹어야 한다.
13 이 희년에 너희는 저마다 제 소유지를 되찾아야 한다.
14 너희가 동족에게 무엇을 팔거나 동족의 손에서 무엇을 살 때,
서로 속여서는 안 된다.
15 너희는 희년에서 몇 해가 지났는지 헤아린 다음 너희 동족에게서 사고,
그는 소출을 거둘 햇수를 헤아린 다음 너희에게 팔아야 한다.
16 그 햇수가 많으면 값을 올리고, 햇수가 적으면 값을 내려야 한다.
그는 소출을 거둘 횟수를 너희에게 파는 것이다.
17 너희는 동족끼리 속여서는 안 된다.
너희는 너희 하느님을 경외해야 한다.
나는 주 너희 하느님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헤로데는 사람을 보내어 요한의 목을 베게 하였다. 요한의 제자들이 예수님께 가서 알렸다.>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4,1-12
1 그때에 헤로데 영주가 예수님의 소문을 듣고 2 시종들에게,
“그 사람은 세례자 요한이다.
그가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난 것이다.
그러니 그에게서 그런 기적의 힘이 일어나지.” 하고 말하였다.
3 헤로데는 자기 동생 필리포스의 아내 헤로디아의 일로,
요한을 붙잡아 묶어 감옥에 가둔 일이 있었다.
4 요한이 헤로데에게 “그 여자를 차지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하고
여러 차례 말하였기 때문이다.
5 헤로데는 요한을 죽이려고 하였으나 군중이 두려웠다.
그들이 요한을 예언자로 여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6 그런데 마침 헤로데가 생일을 맞이하자,
헤로디아의 딸이 손님들 앞에서 춤을 추어 그를 즐겁게 해 주었다.
7 그래서 헤로데는 그 소녀에게,
무엇이든 청하는 대로 주겠다고 맹세하며 약속하였다.
8 그러자 소녀는 자기 어머니가 부추기는 대로,
“세례자 요한의 머리를 쟁반에 담아 이리 가져다주십시오.” 하고 말하였다.
9 임금은 괴로웠지만, 맹세까지 하였고 또 손님들 앞이어서
그렇게 해 주라고 명령하고,
10 사람을 보내어 감옥에서 요한의 목을 베게 하였다.
11 그리고 그의 머리를 쟁반에 담아다가 소녀에게 주게 하자,
소녀는 그것을 자기 어머니에게 가져갔다.
12 요한의 제자들은 가서 그의 주검을 거두어 장사 지내고,
예수님께 가서 알렸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 희년, 하느님의 셈범
십계명이 담고자 했던 시나이 계약의 백미는 오늘 독서에서 들으신 희년 규정입니다. 시나이 계약에서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과 충성과 보호의 쌍무계약을 맺으셨는데,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백성이 된 이스라엘을 보호해 주시겠다고 약속하셨으며, 그 대신에 이스라엘은 하느님을 섬기며 그분의 뜻대로 살아가겠다고 약속하였습니다. 그에 대한 제도적인 표현이 안식일이었는데, 일주일에 엿새는 생업에 종사하되 이렛날에는 하느님의 뜻대로 살기로 다짐한 것입니다. 이 안식일 규정에서 안식년과 희년 규정이 나왔습니다. 안식년은 여섯 해동안 일했으면 일곱 번째 해에는 쉬는 것이고, 희년은 그 안식년을 여섯 번 지내고 난 다음 일곱 번째 되는 안식년, 그러니까 7x7=49이니까 49년째 되는 해를 안식년으로 지내고 나서 50년째 되는 해는 안식년의 안식년 즉 희년이라는 것입니다.
이 희년 규정이 필요해진 배경은 이렇습니다. 노동을 하면 재산이 생깁니다. 그 재산은 가축이기도 하고 농토일 수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살다보면 거래도 하게 되고, 행운도 불행도 만나게 되어서, 49년이 되는 동안에 처음에 없던 불평등한 현실이 초래될 수 있습니다. 희년 규정의 입법취지는 이 불평등해 진 현실을 원상복구함으로써 애초에 하느님께서 열두 지파에게 분배해 주신 토지의 소유 질서로 되돌아가라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토지는 원천적으로 하느님의 소유이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49년 동안에 인간 사회의 관행상 거래를 할 수 있고, 저당도 잡힐 수 있으며, 빼앗거나 빼앗길 수도 있으나, 50년이 되는 희년에는 이유 없이 하느님의 원 질서에로 회복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하느님의 셈법입니다.
이두메아 출신인 헤로데 영주는 이러한 희년 규정 같은 하느님의 셈법이나 구원질서에 애시당초 관심도 없고 오로지 자기 권세를 유지하는 일에만 집착하는 악인이었습니다. 그러니 세례자 요한 같이 하느님의 질서를 외치는 의인을 죽여버릴 수 있었던 것입니다. 요한의 제자들이 그의 주검을 장사지내고 나서 예수님께 가서 알려드린 이유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요한이 외쳤던 하느님의 정의를 예수님께서 이어 받아 회복시켜 주시기를 바라는 희년적 심정에서였을 것입니다. 하느님의 셈법은 토지 같은 경제 문제만이 아니라 사회 질서 전반에 미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첫댓글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