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기사 S시인의 운행일지 / 서수찬
소래를 지나가는 버스는
아직도 불심검문을 한다
무슨 사상을 숨기고 다니는 것도 아닌데
죄다 검은 비닐봉지에다
꽃게나 새우를 숨기고 탄다
문제는 꽃게나 새우가
집게다리나 수염을 이용해서 슬그머니
승객들에게 냄새 테러를 가한다는데 있다
지독하다
그러니까 검은 비닐봉지는
사상을 가린다
소래 어물전 상인들도
무슨 부끄러워할 일도 아닌데
하루 종일 일한 작업복과
작업복을 따라온 비린내를
검은 비닐봉지에다 숨기고 타는지
검문하면 화부터 낸다
소래 사람도 못 믿냐고
그래 검은 비닐봉지가 당신들을
못 믿게 만든다고
시인들도 못 믿냐고
그래 당신들이 쓴 시가
검은 비닐봉지처럼 모두 다 가려서
그런다고
서수찬 시인
1963년 광주 광산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
1989년 《노동해방문학》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시금치 학교』가 있다
현재 인천에서 시내버스 기사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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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시가 진짜로 너무 예쁘고 좋아서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