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현 정권을 겨냥한 수사를 본격화하는 가운데 청와대와 여당이 검찰 개혁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등 적폐청산 수사가 마무리되고 내년 총선을 1년여 앞둔 지금이 문재인정부 검찰 개혁의 마지막 기회라 여기는 분위기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환경부 의혹에 대한 수사는 증거가 가리키는 대로 갈 뿐이고 정치적 고려는 없다며 수사 진행 과정에서 수사권 조정은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지만 `글쎄`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 `유시민의 알릴레오`에 출연해 국회가 촛불 혁명 이전에 구성됐기 때문에 공수처 설치 법안이 처리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해 논란중이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와 검ㆍ경 수사권 조정에 관해 1시간가량 인터뷰를 했다. 그는 검찰 개혁과 공수처 설치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필자의 판단으로는 공수처 문제는 국회 입법 사항이고, 정부의 의견은 법무부에서 밝히는 것이 옳다. 그런데 이 정부에선 법무부는 투명 부처이고 모든 권한은 청와대 민정수석이 행사하는 행태라 `어리둥절의 연속이다. 이전에도 조 수석은 국회나 법무부가 발표해야 할 헌법 개정안, 검경 수사권 조정안 등을 직접 마이크를 잡고 발표했다. 법원 수사와 관련해 특별재판부 설치가 필요하다고 훈수를 두고, 특정 법관에 대한 인신공격성 글을 올렸다. 언론에 성범죄 관련 글을 기고하는가 하면 경제ㆍ노동 관련 사안에도 끼어들었다.
역대 어느 민정수석도 한 적 없는 일이다. 한동안 뜸한가 싶더니 이번엔 `촛불 요구를 따르지 않는다`고 야당을 대놓고 공격한다. 자신이 비서 신분이란 사실을 모르는 것 같다. 하지만 바로 역풍이 불었다. 자유한국당은 물론 검찰 개혁에선 여당과 상대적으로 협력적인 바른미래당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야당 소속 사개특위 의원은 "청와대가 야당을 설득하지 못하자 유시민에게 SOS를 친 것인데 부적절했다"며 역설적으로 검찰 개혁에 대한 청와대의 무력함만 드러낸 것이라 지적했다. 현 정부에서 인사 검증 실패로 중도 사퇴한 사람이 10명에 가깝다. 모두 조 수석 책임이라고도 볼 수 있다. 다른 정부에선 벌써 경질됐을 것이다. 조 수석이 지휘하는 특별감찰반이 전 정권에서 임명된 정부 산하기관 임원들을 찍어내기 위해 민간 사찰을 하고 공무원 휴대폰을 빼앗아 마구잡이 감찰을 벌였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그런데도 조 수석은 믿는 곳이 있는지 한마디 사과도 하지 않았다.
도리어 외부 비판쯤은 아무 문제가 안 된다는 듯 소셜 미디어에 `노 서렌더(항복은 없다)` 노래를 링크했다. 이제는 여권 성향 편파 방송에 나가 정치 발언까지 한다. 청와대가 여론의 불을 지피자 여당에서는 입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공수처 설치, 검ㆍ경 수사권 조정 법안을 한국당을 제외한 야당과 공조해 법안 신속처리대상(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겠다는 것이다. 그럴 경우 한국당의 반대에도 올해 안에 국회 본회의 표결이 가능하다. 청와대와 여당이 검찰 개혁을 서두르는 이유로 노무현정부 당시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로 검찰 개혁이 좌초된 교훈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최근 청와대와 여당이 검찰 개혁을 서두르는 모습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 검찰 내부는 물론 검찰 개혁을 찬성하는 변호사와 학자들, 노무현 정부에서 수사권 조정에 참여했던 고위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청와대와 여당이 검찰과 야당을 설득하기 보다는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과 시간에 따르라며 밀어 붙이고만 있기 때문이다. 검찰의 직접수사권 폐지 등 검찰 개혁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그에 앞서 검찰 개혁의 최우선 과제는 대통령이 검사 인사에서 손을 떼는 것이 먼저가 아닌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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