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이 한이 되어 그림으로……
홍 정 길 / 밀알미술관 대표
개인적으로 김한 선생님을 알기 전, 인사동을 지나다 가나갤러리에서 선생님의 그림을 보게 되었습니다. 티 없는 마음들이 널려져 있는 포구의 그림들, 그 그림에는 깊은 외로움이 배어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선생님의 형편을 몰랐기 때문에 왜 이분의 그림은 그처럼 많은 그리움으로 가득 차 있을까? 라고만 생각했었습니다. 그리움으로 가득 차있는 그림들, 그 그림들을 진정으로 이해하게 된 것은 김한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난 다음입니다.
김한 선생님은 함경북도 명천 지방에서 자랐습니다. 쉽게 다시 돌아갈 줄 아록 움직였던 그 걸음은 50년이 넘는 세월동안 그리운 고향으로 향하지 못했습니다. 늘 목을 빼고 지평선을 바라보는 기린처럼, 사랑하는 가족과 이별한 선생님의 그림은 외로움과 그리움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박수근 선생님의 그림은 지독히도 가난했던 6.25 전쟁 후 우리의 삶을 마치 화강암에 박제시켜 놓은 듯 우리의 가슴을 치게 만들고, 그러기 때문에 명화라 불리는 것처럼, 그의 그림은 남북 분단의 현장을 무엇보다 확실하게 보여주는 형상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귀한 이 어른의 그림은 분단이 끝나고 통일이 된 다음에도 우리 자녀들에게 분단이 주었던 처절한 아픔을 흔적으로나마 계속 가르쳐 줄 것입니다. 이런 그림을 밀알미술관에서 전시하게 된 것은 참으로 귀한 일입니다. 선생님의 염원처럼 통일의 그 날 명천 포구를 다시 가 볼 수 있는 축복의 날을 기대해 봅니다.
이 땅의 무수한 이산가족의 아픔이 형상화된 이 그림들은 민족 역사에 길이 남아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할 것인가를 계속 가르쳐줄 것입니다. 북에서는 김한 선생님의 동생인 김철 시인이 분단의 아픔을 시로 노래하고 있습니다. 북의 시와 남의 그림이 서로 만나는 복된 통일의 날, 시와 그림이 어우러져서 민족의 큰 축제를 만들어 낼 날, 그 감격의 날을 이번 전시회를 통해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