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이 2차전지 소재 사업 진출을 계기로 기관의 순매수가 집중되며 주가가 연일 고공행진 중이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고려아연 주가는 전 거래일 2만9000원(5.69%) 상승을 기록했다. 고려아연 주가는 3개월간 23.7% 상승하며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분인 2.1%를 훌쩍 상회했다.
고려아연의 상승세는 기관투자자의 집중적인 매수가 이끌었다. 최근 3개월간 기관투자자는 고려아연 주식을 2509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중 국민연금이 694억원 어치 집중매수 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 12일부터 2주간 약 20% 급등을 기록했는데 이는 고려아연이 LG화학과 2차전지 전구체 관련 합작사를 설립할 가능성이 있다는 소식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고려아연은 2차전지 소재인 양극재 원료가 되는 전구체 사업에 나서면서 배터리 소재주로 변신 중이다.
니켈, 코발트, 망각 등 2차전지 핵심 소재인 비철금속 추출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인 고려아연은 최근 전구체뿐 아니라 다양한 2차전지 소재 사업에도 진출 중이다. 지난해에는 자회사 케이잼을 통해 전해동박 사업에 나서기도 했다. 전해동박이란 2차전지의 음극집전체로, 전자를 모으고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소재다. 고려아연은 또 계열사 켐코를 설립해 황산니켈(전구체 주요소재) 또한 생산 중이다.
백재승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에 대해 “전구체 공급처 다변화가 필요했던 LG화학과 배터리 소재사업에 진출하고 싶었던 고려아연의 이해관계가 맞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이같은 움직임에 고려아연의 주가는 빠르게 배터리 소재 업체들과의 키맞추기에 돌입했다. 대표적인 양극재 업체인 에코프로비엠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50배, 포스코케미칼은 188배에 달한다. 고려아연의 PER은 현재 주가 기준 15배에 불과하다.
이종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고려아연의 주가는 2차전지 소재사업 비중이 확대될수록 커질 것”이라며 “특히 안정적 수익 모델을 갖춘 고려아연이 기반사업을 토대로 소재사업에 진출한다는 점에서 포스코케미칼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실적도 탄탄하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고려아연의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30% 오른 2132억원, 매출액은 같은 기간 33.8% 늘어난 2조1701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다만 고려아연의 주가 상승세가 과하다는 분석도 있다. 변종만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직 전구체 사업 계획이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최근 고려아연 주가가 급등해 기대가 상당 부분 선반영된 것으로 판단한다”며 “현 단계에서는 투자 규모와 시기, 수익성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부족해 기업가치 산정에 반영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