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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일/집결 : 2020년 6월 28일(일) / 3호선, 분당선 수서역6번출구 (10시 30분)
◈ 참석 : 19명 <갑무, 세환, 재일, 정남, 종화, 진오, 기인, 재홍, 윤환, 경식, 윤상, 전작, 일정, 문형, 영훈, 광일, 양기, 황표 및 원식(비회원)>
◈ 산행코스 : 수서역-돌탑전망대-실로암약수터-불국사-구룡배드민턴클럽-구룡마을입구-개포고교-도곡역-뒤풀이장소
◈ 동반시 : "머무르지 않음" / 강경화
◈ 뒤풀이 : '보리밥정식' 등에 소·맥주, 막걸리 / "사월에 보리밥"<대치동 동해빌딩, (02) 557-5223>
2020년 6월 중순까지 1년 동안 해오던 사회복지시 자격증시험, 과제물제출과 현장실습 과정이 모두 끝났다. 학교다닐 때 이렇게 열심히 했으면 자랑스러운 표창장도 받았을 것인데, 눈은 흐릿하고 손가락까지 늙어 더딘 실력으로 컴퓨터 자판기 치는 소리가 성질급한 마음을 따라가지 못한다.
이제는 홀가분하게 6월 28일, 몇 년간의 두문불출의 대문을 열고 첫걸음마냥 시산회 모임에 참석하려는 마음은 흥분에 도가니, 구름탄 손오공의 카펫, 소풍을 앞둔 아이처럼 긴장과 흥분으로 밤을 지새우고, 지저귀는 뻐꾸기 소리에 눈을 떴다. 차디찬 얼음과 에스프레스를 넣은 냉커피와 사과를 준비하고 김밥을 사러 나섰다.
몇 발자국 걸어가다 보니 핸드폰을 빠뜨린 걸 알고 집으로 다시 왔다. 다시 나서다 지갑을 열어보니 전철 패스가 없다. 또다시 돌아와 카드를 챙기고 나서는 나를 보면서 잊어버리는 일이 저축을 하듯 숫자가 늘어나는 일들을 한심하다는 말로 한탄을 하며 김밥을 사는 시간을 포기했다. 시간은 철칙처럼 지켜야한다는 것은 세포에서 용트림을 치고 점심은 그 다음 문제였다.
오늘 시산회 참석이 금년에 3번째인 나는 참석자 명단에 오른 18명의 친구들과의 만나게 될 기대를 안고 수서역 6번 출구에 10시 35분 도착하여 주먹으로, 팔꿈치로 "하이"하며 눈웃음으로 코로나19식 인사를 나눴다.
도착하자마자 홍 총장님으로 부터 산행기자 임명을 받았다. 아마 내 기억으로는 227회 한탄강트레킹<2014.01.25(일)> 이후 처음인 듯하여 녹슨 펜이 시산회 친구들에게 빈축이나 사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수서역에서 돌담전망대를 향해 가던 중 전원식 친구가 홀로 대모산을 오르다 합류하게 되어 19명의 산우들이 1차 점심약속 목표지인 실로암약수터로 향했다.
더운 날씨에 3그룹으로 나뉘어 천천히 산을 오르면서 나는 그간 나와 마주했던 여러 일들(회사정리, 집 이사 등)이 하나 둘씩 스치며 이로 인해 나와 같이 앞으로의 인생 여정을 동행할 친구들과 소원해 졌음을 안타깝게 여겼다. 이제는 편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산행할 수 있도록 노력해 볼 생각이다. 지쳐 찢어진 한쪽 날개를 서로 의지하며 발자국마다 기쁨과 슬픔의 이야기를 사뿐히 즈려 갈 것이다.
모처럼 많은 친구들이 실로암약수터 근처에서 간단한 점심(홍어회, 골뱅이, 떡, 과일, 막걸리, 맥주)을 히고, 우리 시산회 만의 멋인 동반시("머무르지 않음"/강경화 시인) 詩낭송을 산행기자인 내가 하였는데, '미리 연습이라도 했더라면 시인 겸 시 낭송가인 마나님의 체면을 살렸을 텐데'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머무르지 않음" / 강경화
그래 어떠랴, 저 비오는 안개속에
속깊이 푸르른 나무들 저홀로 고요한들.
보는 이 아무도 없어 외로움인들 어떠랴,
아름다움이 저홀로 빛난들
그래서 허무함인들 어떠랴, 그래, 어떠랴,
새로운 시간을 위해
시간을 버리며 휘저으며 떠나간 사람들
다시는 오지않은들 어떠랴,
영영 잊는다한들 어떠랴, 바람이여,
이제 나는 일어설수 있는데
이제 나는 떠날수 있는데.
해가 진들, 시간이 멈춘들 어떠랴, 강물이여,
이제 나는 흘러갈수 있는데
이제 나는 머물지않을수 있는데!
불국사에서 먼저 뒤풀이를 하는 식당으로 하산하는 산우들을 제외하고 나머지 산우들은 구룡산둘레길을 걷기로 하였다. 구룡마을 쪽으로 하산하면서 푸르른 자연들과 친구가 되어 속상했던 추억들을 얘기하며 위로받는 시간을 갖고 시산회 친구들이 자연속의 꽃이나 새처럼 서로에게 삶이 윤택해지고 살아갈 방향을 흔들리지 않게 해주며 홀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기대서 얘기하고 의지하며 긍정적인 사고방식으로 살아가도록 큰 힘이 되어 지리라 생각한다.
종심(從心)의 70살이 1년 남은 69살까지 성패가 즐비했던 험난한 시절을 멋모르고 지내온 것이 지금 뒤돌아보면 아찔하다. 그 길이 백척긴두의 낭떠러지인 줄 모르고 지내온 것은 차라리 행운에 가깝다. 그래 모르는 것이 약이다. 이순(耳順)이면 남의 말이 거슬리지 않는다는 직역이 있지만 넓은 의미로 보면 남의 말에 귀를 기울리기 시작했다는 것으로 확대 해석해도 될 것이다.
하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않되는 것을 어찌 하다보니 이루어지더라는 것은 50살의 천명을 알았음에 다름 아니다. 100세 시대라는 말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는 지금에 이르러 재수없으면 120세까지 산다는 말이 있으니 동짓달 긴긴밤을 어떻게 지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시기에 온 우리들은 노후 준비를 깊게 생각하고 실천에 옮겨야 할 것이다.
우리는 어느덧 노년기 중턱에서 앞으로 살아가는데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너무 늦어서 어떤 일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 말고, 자신과 타인을 용서하며 서로 사랑을 나눠주고 잘 받아 들이도록 하면 좋을 것 같다.
오늘의 뒤풀이는 도곡역에 가까우며 대치동에 자리한 '4월의 보리밥' 식당에서 푸짐하고 맛있는 음식과 술(소·맥주, 막걸리)을 권하는 친구들이 오랫동안 엉덩이를 붙잡고 있었으며, 집을 향한 시간이 지체되어도 싫지는 않았다. 모든 산우들이 항상 건강 관리 잘 하시길 기원하면서...
2020년 6월 29일 기세환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