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 <신곡> 지옥편 1곡
1곡 : 신곡 전체의 개요
우리 인생 반 고비에
올바른 길을 잃고서 난
어두운 숲에 처 했었네.
이 첫 문장에서 신곡의 중심 모티브를 설정하는데, 그것은 하느님을 향하는 인간의 순례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인간 전체가 죄와 회개 그리고 구원으로 나아가는 여행길을 걷고 있음을 말해주는데, 중세시대에 인생은 여행, 특히 하느님과 천국으로 여행하는 순례로 생각되었습니다.
이 시에서 ‘우리’ 인생 반 고비라 하고, ‘난’ 어두운 숲에 라고 ‘우리’와 ‘난’이 같이 쓰입니다. 단테의 신곡이 단테 자신 많이 아닌 인간 모두에게 이야기 하고자 하는 듯합니다.
아, 이 거친 숲이 (단테가 살았던 세상) 얼마나 가혹하며 완강했는지
얼마나 말하기 힘든 일인가!
생각만 해도 두려움이 새로 솟는다.
순례자 단테가 과거에 겪은 일을 단테가 지금 '얼마나 힘든 일인가'하고 토로하는 것입니다.
죽음도 그보다 덜 쓸 테지만,
거기서 찾았던 선(善)을 다루기 위해
거기서 보아 둔 다른 것(배움의 과정)들도 말하려 한다.
지옥 여행에서 회상하기 힘들 정도로 잔혹한 일을 격었지만 그 과정을 거쳐 천국에 이르러 하느님의 선(善)을 이해하고 바라볼 수 있게 되었고, 이제 그것을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주려 합니다. 단테의 여행 목표는 하느님의 선에 다다르는 것이고 그것을 통해 구원의 기획을 이해하고 구원을 받는 것입니다.(천국편 26곡 참조)
단테가 숲에 들어가 골짜기가 끝나는 언덕 기슭에서 위를 바라보고 별에 휘감긴 별(하느님)을 보았습니다. 태양(별)은 순례자가 구원의 여행 끝에 다다르는 곳, 그리고 이끄는 하느님의 은총이자 하느님 자신입니다.
지친 몸을 밤새 쉬게 한 뒤
황량한 비탈길을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단단한 다리는 언제나 낮은 쪽이었다.
이 단단한 다리는 순례자가 여행하는 시점에서 세상을 향한 세상, 사람들을 위한 사랑입니다. 그것은 하느님을 향한 사랑보다 더 단단하고 확고해야 합니다. 한 쪽 다리가 더 단단해야 어두운 숲으로 미끄러지지 않게 힘을 낼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굳이 여행을 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거기서 찾았던 선(善)'을 다루기 위해 거기서 보아둔 다른 것들도 말하고자 하는 작가로서의 소명 의식을 위해서 단단한 다리가 필요합니다.
가파른 길이 막 시작된 곳에서 표범 한 마리와 사자 한 마리, 거기에 암 늑대가 나타났습니다. (표범, 사자, 암 늑대는 음란과 오만, 탐욕을 상징, 모든 죄의 주요 원인들이 지금 순례자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악랄하게 다가오는 그 짐승들은 태양이 침묵하는 곳에 나를 밀어 넣었습니다. 내가 낮은 곳으로 밀려나고 있을 때 사람은 아니고 전에는 사람이었던 베르길리우스가 나타났습니다.
나는 시인이었고, 오만한 일리온(트로이 신전)이 잿더미가 된 뒤
트로이에서 온 안키세스(아이네아스의 아버지)의
저 정의로운 아들을 노래했다.
그런데 넌 어찌하여 거대한 고통으로 돌아가려 하는가하고 묻습니다.
베르길리우스! 당신은 장대한 강물처럼 말을 뿜어내던 샘물, 아, 모든 시인들의 영광이여 빛이여!
당신은 나의 선생이며 저자입니다.
내 이름을 세상에 알린 고귀한 문체를
오직 당신에게서만 찾았습니다.
단테는 가로막고 선 늑대를 보며 "저놈이 두려움에 떨게 합니다"하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고 베르길리우스가 이 숲을 벗어나고 싶다면 다른 길로 가야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놈과 비슷한 짐승들은 참으로 많으니,
사냥개(지혜와 사랑과 덕을 수행할 존재)의 사나운 이빨이 그놈을 죽이기 전까지
그놈들은 더 많아질 것이다.
위 짐승들과 사냥개는 상징으로, 짐승은 정치적, 윤리적 기본을 어지럽히며 개개인의 가치관을 파멸시키는 폭력과 기만을 뜻하고, 사냥개는 종교적 시민적 질서를 개선하여 순수성과 정의와 평화의 재건을 뜻합니다.
즉 세상의 악(짐승)을 없애는 삼위일체의 신성(지혜와 사랑과 덕)을 수행할 존재를 기다리는 단테의 염원입니다.
네가 날 따르는 것이 너의 최선이라고
생각되어 판단하노니, 내 너의 길잡이 노릇을 하여
여기서부터 영원한 곳으로 너를 이끌 것이다.
여행을 하는 동안, 지옥에서 고통 받는 영혼들의 형벌이 영원히 지속되기 때문에, 차라리 영혼의 영원한 죽음을 바라는 옛 영혼을 볼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연옥에서 일정한 벌을 받아 죄를 씻은 뒤에 천국에 오를 수 있는 희망을 안고 불 고문을 참고 견디는 영혼들 또한 볼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 지옥과 연옥을 베르길리우스가 안내하고 천국은 베아트리체가 안내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베르길리우스는 기원전 인물로 기독교를 잘 알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베아트리체는 하느님과 인간을 매개하는 천사의 존재이기 때문에 천국의 안내를 맡기는 것입니다.
단테가 말했습니다.
방금 말한 그곳으로 날 인도하여
성 베드로의 문(연옥의 문)과 당신이 말한
그 슬픈 영혼들을 만나게 해 주십시오!
그러자 베르길리우스가 움직였고 단테는 그 뒤를 따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