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수잠수교실과 왕돌초 다이빙
지난 7월(이 글은 18.11.10에 작성되었습니다.) 마지막 주말 휴가를 겸하여 경북 울진을 찾았다. 마침 미국 LA에서 박세화 강사가 귀국하여 지난 해 멕시코 라파즈에서 함께 다이빙을 했던 캡틴다이버스의 오경철 대표와 스쿠버넷 매거진에 매달 바다와 관련된 시를 게재하고 있는 연세대 병원 마취과의 김기준 교수 등이 오랜만에 함께 보기로 한 것이다. 울산에서 문희수잠수교실을 운영하면서 왕돌초 다이빙을 전문적으로 안내하기 위해 울진 구산항에 자리를 잡은 문희수 강사의 리조트에서 왕돌초 다이빙을 하며 회포를 풀기로 했다.
금요일 저녁에 서울을 출발하며 여름 휴가의 피크 시즌이라 차가 좀 막힐 것이라 생각했지만 의외로 고속도로는 한산했다. 장마가 끝나지 않아서 피서객들이 많이 움직이지 않은 듯했다.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광주 JC에서 제2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강릉을 거쳐서 동해고속도로를 이용해 삼척까지 갔고, 그 이후로는 국도를 이용했다. 횡성 휴게소에서 간단하게 막국수를 한 그릇 먹으며 쉬었는데도 4시간 만에 도착했다. 다음 날 아침 청주에서 출발했다는 박건욱 강사는 지난 해 새로 개통된 상주-영덕 고속도로를 이용했더니 2시간 30분 만에 도착할 수 있었다고 했다. 아무튼 울진까지 가는 교통편은 예전에 비해 많이 좋아졌다.
왕돌초 다이빙
문희수 잠수교실에 도착하니 다이브자이언트의 정인호 대표 부부가 도착해 있었고, 이어서 울산현대자동차의 최신욱 강사 팀과 부산 딥블루 다이브클럽의 강현진 강사 팀도 도착했다. 오랜만에 만난 다이버들과 삼겹살을 구워서 간단하게 야식을 먹고, 팀 별로 리조트의 방들에 나뉘어서 취침을 했다. 굳이 휴가철의 비싼 숙소를 구할 이유가 없었다.
아침에 찾아온 다이버들까지 합류하니 인원이 많아졌는데 문희수 강사는 2척의 보트를 모두 사용하기로 하여 우리는 10명의 다이버가 배 하나로 출발하였다. 바다가 완전히 장판은 아니었기에 배를 모는 강사에게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가자고 했더니 왕돌초까지 40분이 좀 넘게 걸렸다.
첫 다이빙은 왕돌초의 세 봉우리 중에 가장 북쪽에 있는 새짬에서 입수하였다. 봉우리가 눈에 들어올 정도로 수심도 얕고 시야가 잘나온다고 생각한 것도 잠깐 바닥이 갈색 구름으로 가려져 있었다. 미역들이 이제 녹고 있는 것인지 시야는 1m가 안될 정도로 흐렸다. 게다가 바닥 근처의 수온은 12℃정도로 차가웠다. 2달 뒤에 갈라파고스 투어에서 사용해볼 생각으로 마레스의 신제품 아프니아 인스팅트 APNEA Instinct 오픈셀 5mm 투피스를 가져왔는데 깜빡 잊고 3mm 조끼를 빼먹었다. 수온 20℃내외에서 사용해야 할 슈트로 그보다 더 낮은 온도에서 다이빙을 하려고 하니 추워지기 시작했다. 수온이 낮아서 그런지 자리돔과 말쥐치들은 바위틈에 몰려 있었다. 듬성듬성 소라들과 전복도 눈에 띠었다. 30분 정도의 다이빙에 만족하고 상승했다.
수면에서 휴식한 다음에 두 번째 다이빙은 중짬의 왕돌등대 근처에서 입수하기로 하였다. 바닥 근처가 시야도 나오지 않고, 수온도 낮았기 때문에 왕돌등대 근처에 있으면서 얕은 수심에 머물기로 한 것이다. 예상했던 대로 얕은 수심의 시야는 좋았고, 수온도 18℃에서 20℃정도로 높았다. 그 정도 수온에서 5mm APNEA Instinct 슈트는 매우 훌륭했다. 3mm 네오프렌 조끼 하나만 추가하면 15℃~25℃까지 온도 변화의 폭이 심한 갈라파고스에서 딱 잘 사용할 수 있을 듯했다.
왕돌등대 근처의 바위 봉우리들에는 자리돔들과 돌돔, 벵에돔들이 많아 동해라기 보다 남해의 분위기가 날 정도였다. 특히 왕돌등대의 구조물 근처로는 돌돔들이 무리 지어 다니다가 주기적으로 다이버들 앞으로 다가와 주었다. 한참을 기다리며 이들을 촬영했는데 열대바다에서 주로 보았던 세줄가는돔과의 옐로우백 푸질리어 Yellowback Fusilier를 닮은 어린 물고기 무리들이 눈에 띠었다. 아직 국내에서 이들이 보고된 적은 없는 듯한데 수온이 상승하니 열대 어종들도 나타나는 듯했다.
또한 제법 덩치가 큰 고기 한 마리가 어슬렁거리고 다니길래 기회를 보다가 쫓아가며 촬영하였는데 도감을 찾아보니 동갈돗돔을 닮았다. 사선의 줄무늬가 흔적만 있을 정도로 몸 전체가 검게 변해 있었다. 낚시인들과 헌터들이 많이 찾는 왕돌초에서 아직 잡히지 않고 다이버에게 촬영될 정도라니 대단하다는 생각과 함께 다른 다이버들도 구경할 수 있도록 부디 잡히지 말기를 바래본다.
함께 다이빙한 박세화 강사는 모델을 서주기도 하다가 왕돌등대의 수중구조물에 걸려있는 로프를 수거하기 시작했다. 심심하기도 했겠지만 흉물스럽게 감겨있는 폐 로프가 환경오염은 물론 사고의 빌미가 될 수도 있기에 그러했을 것이다.
비록 얕은 수심이지만 왕돌초의 다양한 어류들을 관찰하고, 촬영할 수 있었기에 50분 가까이 만족스러운 다이빙을 하고 상승했다. 함께 다이빙했던 버디들과 수면에서 왕돌등대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한장 남기고 왕돌초 다이빙을 마무리 했다.
다이빙 뒷풀이
다이빙 장비를 세척하여 건조대에 걸어놓고, 샤워를 한 다음에 냉장고에 보관되어 있던 시원한 맥주로 입가심을 하며 쉬고 있었다. 일부 다이버들은 구산항 근처의 인공어초로 세 번째 다이빙을 나갔지만 수심이 깊어 수온도 낮고, 시야도 잘 나오지 않을 듯하여 일찌감치 정리를 한 것이다. 대부분의 다이버들이 왕돌초 2회 다이빙으로 마무리하고 일찍 귀가한 다음에 남은 사람들끼리 뒷풀이를 시작했다. 먼저 출출함을 채우기 위해 간단하게 라면을 끓였고, 뒤 이어 속초를 다녀온 다이브자이언트의 최보형 실장님이 사온 닭강정을 펼쳐 놓고 맥주잔을 기울였다. 전날 먹다 남겨놓은 삼겹살과 김치를 넣어서 김치찌개도 끓였고, 리조트에서 준비해준 해산물들로 마련한 안주에 한잔 두잔 소주를 기울이다 보니 어느덧 배가 불러 버렸다.
다음 날 다이빙 할 팀들도 도착하고, 인근에 다이빙을 왔던 다이버들까지 합류하면서 분위기는 점점 흥겨워졌다. 오랜 벗들과 함께 한 짧은 다이빙 휴가는 그렇게 흘러갔다. 남아서 일요일까지 다이빙을 한 팀들도 있지만 바쁜 사람들은 아침에 일어나 하나 둘씩 흩어졌고, 오랜만의 여유 시간에 고향에 있는 어머님을 뵈러 부산까지 내려갔다가 귀가하니 48시간의 여행이 꿈같이 마무리 되었다.
문희수잠수교실
왕돌초 다이빙을 전문적으로 안내하기 위해 왕돌초가 가장 가깝다는 울진의 구산항에 자리를 잡았다. 구산항에서 왕돌초까지는 거리가 23km이며 20노트의 속도로 달려도 40분이 걸린다. 왕돌초 다이빙을 진행하는 지역으로는 인근의 후포와 영덕도 있지만 지리적인 여건에서는 구산항이 최적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문희수 강사는 배의 속도에 초점을 맞춰서 가장 빠르게 왕돌초 다이빙을 다녀올 수 있도록 하고 있다. 300마력 선외기 엔진을 2개 장착하여 최대 25노트 정도의 속도가 나오도록 만든 것이다. 따라서 가장 여건이 좋을 때에는 30분 이내로 왕돌초까지 주파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그것은 파도가 거의 없을 때이고, 파도가 있으면 최고속도를 낼 수 없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40분~50분까지도 소요된다.
300마력 선외기 2개를 장착한 길이 13m의 콤비보트 2척을 왕돌 다이빙 진행에 사용하고 있는데 각각 최대 20명의 다이버와 세팅된 장비 그리고 교체할 탱크 20개를 실을 수 있다. 따라서 오전 9시에 출발하면 1시 정도면 다이빙을 마치고 돌아오며, 다이버들이 많을 경우에는 오후에 한번 더 출발하여 다이빙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 외 리조트에는 다이버들이 다이빙을 준비하여 쉴 수 있는 리조트 테이블이 있는 마당과 장비 세척과 건조 공간, 샤워실과 화장실 등을 갖추고 있으며, 넓은 단체실과 리조트의 내실을 이용하여 밤에 도착한 다이버들이 잠을 잘 수 있다. 또한 주변에 식당이 없기에 다이버들이 직접 요리를 해서 해결할 수 있도록 주방 설비도 갖추어 놓았다. 삼겹살을 구워먹기도 했고, 밥도 하고 남은 삼겹살과 김치로 찌개를 끓여 먹기도 했다. 따로 인근에 펜션 등을 예약하여 다이빙을 마치고 이동해서 쉬는 것도 좋고,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면 리조트에서 그냥 쉬어도 된다.
문희수 잠수교실
010-4800-4246, 010-9299-4246
경북 울진군 기성면 구산길 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