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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감사합니다! 동아시아미래재단하고 프레시안이 공동 주최하는 토론회에 역부족인 제가 감히 발제를 하게 된 것은 손학규 대표의 참 끈질긴 명령에, 제가 몇 번째까지는 사양을 했어요. 그런데, 이 분의 고집을 못 꺾겠더라고요, 미국에 가 계신 데에도 전화를 하시고 그래서 정말 도살장에 끌려 나오듯이 왔는데, 다행히 장달중 교수님은 제가 평소에 많이 배우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송민순 장관과 천영우 전 안보수석은 현직에 계실 때에 제가 정말 자주 배우면서 똑똑히 얘기를 듣고, 이분들이 현직에 계실 때에는 제가 쓴 글은 크게 방향을 틀려 본 적은 없어요. 왜냐하면, 말은 인용하지는 않지만, 방향은 어디로 가고 있구나, 어디로 가는 거에 대해서 제가 의견만 얘기해주면 되는 거니까. 그런데, 요새는 조금 제가 그러지 못하고, 그래서 저는, 아까도 장달중 교수께서 제 위치설정을 해 주셨는데, 저는 어떻게 생각을 하느냐면, 제가 의도하기에는 중도 우파에 제 포지션을 정해 놓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부 정책이 원체 문호가 있기 때문에 제가 나름대로는 중도 우파 입장에서 글을 쓴다고는 하지만, 중도 좌파쪽으로 비치게 된다고요. 그래서 그 어떤 정부 산하 위원회에서는 제가 밀려 나기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말씀드리는 것은 이론에 강하신 분, 실무에 산신령들이신데요, 거기에 비하면, 오늘 발표문도 보면 저는 상당히 저널리스틱합니다. 저는 오십 수년째 기자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게 제2의 천성이 되어 버렸어요. 실력상으로도 그렇지만, 체질상으로도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그것을 전제로 알아 주시고, 제가 시간을 한 약 20분 정도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오늘 드리는 말씀에 대전제가 두가지 있습니다. 우리나라 통일담론에서 두가지 필수조건이 있는데, 하나는 통일담론이 동북아시아의 Context를 벗어날 수가 없다. 이것을 벗어나 우리 힘으로 우리끼리 통일을 할 수 있는 것처럼 얘기하면, 통일이 될 수가 없다. 또 하나는 통일이 말이죠, 분단된 한국을 통일한다고, 남북을 통일한다고 하는 건데, 통일은 우리 혼자만 하면 안된다고요, 통일은 북한이라는 현재 상대가 있어요. 우리가 통일담론에서, 통일논의에서, 통일연구에서, 통일정책에서 북한을 그럼 어떻게 할 것이냐, 어떻게 거론할 것이냐? 전형적인 케이스가 대통령 직속의 ‘통일준비위원회’, 약칭 ‘통준위’인데, 북한에 통준위의 카운터 파트가 없어도 ‘통준위’를 가지고 통일정책을 입안하고 수행할 수가 있느냐? 그렇게 된다면, 통일부는 뭐 하는 데냐? 민주평통은 뭐 하는 데냐? 이런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동북아 Context, 상대의 존재를 떠나서는 슬로건 이상의 실질적인 실용적인 통일논의가 불가능하다는 이 두가지 전제를 가지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드릴 말씀은 크게 세 파트입니다. 하나는 손학규 대표께서 잘 요약하여 말씀하셨는데, 지금 통일논의의 배경·외연이 되어 있는 동북아시아 정세, 힘의 역학관계, 그 상징인 미중 경쟁을 간단히 살펴 보고, 그 다음에 통일논의 자체로 들어가서 제가 어느 편이냐 하면 주로 비판적으로 통일논의가 제대로 되어가고 있는지, 통일대박론이 제대로 되어가고 있는지 이런 차원으로 말하고, 다시 동북아 국제정세로 돌아와서 이거와 통일논의하고 어떻게 조화시키느냐, 이렇게 세 파트로 나눠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오늘날 동북 아시아 정치지형은 미국과 일본을 한편으로 하고, 중국을 다른편으로 하는 대결속에서 진행되고 있는데, 여기에서 정말 비핵화를 포함한 한반도 문제와, 우리로서는 사활이 걸린 문제고, 어떻게 하든지 이 Context안에서 해결해야 합니다. 그런데, 사실 미국과 중국은, 특히 미국은, 미국입장에서는 지금 한반도 문제, 특히 비핵화문제는 일차적으로 밀리는 인상을 주고 있다는 게 제가 보는 오늘의 현실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미중경쟁인데, 시진핑 체제가 들어선 후 중국은 G2, 즉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대북관계, 이걸로서 사실상 동아시아를 공동관리(Condominium)하자는 것으로, 여태까지는 미국이 혼자 관리하던 것을 따로 나눠서 관리하자는 것이고, 이런 동아시아 Condominium은 중국이 겉으로 내세우는 명분이지만, 시진핑은 사실상 중화질서의 회복을 지향하는 것입니다.
여기에 따라서 중국의 정책이 나타나고 있는데, 현실적으로 나타난 중일간의 센카쿠 열도분쟁이 그것이고, 그 유탄이 한국으로 튄 것이, 이어도까지 커버하는 중국의 항공식별권 확대 같은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G2에 의한 공동 신(新)대국관계, 이런 고상한 레토릭에 속아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정말 우리가 깊이 들어가 보고 경계해야 될 문제로 생각합니다.
여기에다 미중경쟁에서, 미국입장에서 보면, 중국의 도전을 성공적으로 막아내기 위해서는 미국은 안보 트라이 앵글, 안보 삼각체제, 한미일 3각 안보협력체제를 구축해야 되는데, 아베 일본 총리 등장 이후로 일본 정부는 대국주의적 민족주의적 역사인식과 강대국(Strong Japan) 노선 때문에 중국하고 한국을 대단히 불편하게 하고, 또 한미일 3각 공조에 심각한 2인3각 관계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이 참 드물게도 일본에게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에 실망했다는 말을 하는 등 듣기 싫은 소리를 많이 합니다.
이렇게 미중 대결로 집약되는 동북아의 정세가 우리한테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고 심각한 도전이기도 합니다. 도전이라는 것은 강대국들이 우리의 운명을 요리한 얄타체제가 부활하는 게 아니냐, 부활할 수도 있다고 하는 거고, 기회라는 것은 미중간의 경쟁이 치열하면 치열할수록 한국의 몸값이 올라 갑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조건이 있어요. 남북한이 힘을 합쳐서 하나된 코리아(United Korea)의 힘을 가지고 비로소 이 체제, 즉, 미국은 현상을 유지하려고 하고 중국은 현상을 타파하여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려고 하는데,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잘 모릅니다. 그러나, 잘 모르는 그 결과를 우리에게 유리하도록 유도해야 하는데, 남북한이 힘을 합치자는 겁니다. 힘을 합치는 제일 좋은 방법은 물론 요새 논리대로 통일입니다. 그러나, 법적 통일 이전에라도 남북한이 평화공조를 하고, 협력을 하고 안정이 되어서 남북한이 힘을 합쳐 대외적으로 한 목소리를 낸다면, 새로 구축되는 동북아질서를 얼마든지 우리에게 유리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큰 기회가 되는 것입니다.
이런 문제들이 배경이 되어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이 나왔는데, ‘통일대박론’이 나온 직접적인 배경은 김정은의 신년사 -남북한이 잘 해보자-입니다. 그러면, 김정은은 왜 그랬냐? 그것은 장성택 처형과 관련된 일련의 북한의 사정이 직접 연관되었다고 보는데요. 김정은이 태어난 게 장성택이 마흔살 때입니다. 그래 김정은이 아무리 잘 하고, 스물여덟 살, 스물아홉 살이 되어 권좌에 앉아도 장성택이 보면 애입니다. 그러니까, 자연히 김정은이 심각하게 연설할 때에도 뒷짐 쥐고 있고, 박수도 건성건성 치고 그러죠. 그래서 장성택은 걸림돌입니다. 치워야 하는데, 중국이 걸립니다. 왜 그러냐? 중국한테 장성택이 어떤 존재냐 하면, 등소평이 1978년에 개혁개방을 선언합니다. 그런데, 1년이 되어도 성과가 안나요, 그래서 등소평이 시중쉰(習仲勳, 시진핑의 부친)이라는 간부를 불러 광둥 성의 제1서기로 내려 보내 ‘화교자본’ 유치의 임무를 부여합니다. 시중쉰은 전세계의 화교 갑부를 불러들여 중국의 등소평 노선을 설명하면서 당신들이 등소평 자신을 믿지 못해서 투자를 못한다면 나를 보라, 그리고, 이 체제를 보라고 설득해 화교자본이 몰려들기 시작하자 그때 비로소 등소평 노선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그 당시 등소평에게 시중쉰의 존재가, 중국이 볼 때는 장성택은 김정일·김정은의 시중쉰이라고 보고 있었는데, 북한의 시중쉰이 날아가 버리니, 그러니까, 중국이 그동안 북한에 대해 각종 경제 협력 프로그램을 많이 추진했다가 말하자면, 북한의 등소평은 남아 있지만, 시중쉰이 없어졌단 말이에요. 오늘 현재까지도 중국은 북한의 장성택이 누구냐, 장성택이 없는 북한을 뭘 보고 경제적으로 협력하고 도와줄 것인지를 저는 아직 중국이 결정을 못했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문제가 됩니다. 왜냐? 장성택을 처형했으면, 경제를 일으켜 줘야, 백성들이 먹고 살게 만들어 줘야 장성택 처형이 우선 내부적으로 정당화되고, 또, 중국을 상대로 해서는 장성택이 처형돼도 중국이 투자하는 경제개발 계획은 아무 지장이 없다는 메시지를 줘야 한단 말이에요. 그래서, 장성택 처형을 전후로 해서 그때부터 북한은 경제개발 계획을 강조하고, 13개 경제특구를 선포합니다. 그리고, 한국에게는 계속 잇단 대화제의를 하고, 그 피크가 1월 6일 김정은의 신년사입니다. 거기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호응을 했단 말이에요. 마침내 고위급 회담까지 했는데, 정부에서는 줄기차게 고위급 회담을 고위급 접촉이라고 말합니다. 이는 회담으로 격상시키지 않겠다는 목적이 있습니다. 아무튼 제가 말하는 고위급 회담(정부가 말하는 고위급 접촉)을 통해서 이산가족 상봉이 실현이 됐습니다. 그전에 개성공단이 정상화되어 있고, 지금은 ‘국제화’라는 과제가 남아 있는데요, 이것은 대단히 바람직한 일입니다. 이런 배경에서, 이를 집약하여 어떻게 하면 국민들에게 가장 잘 Appeal 하겠냐, 한마디로 국민들이 느낄 수 있겠느냐? 이렇게 해서 나온 대답이 ‘통일대박론’입니다.
대통령에 입에 의해 통일대박론이 나오니까, 이제 정부 정책이 전부 거기에 맞춰지는 거에요. 그런데, 통일대박론이 결정적인 모순이 있었는데, 어제 개념적인 구상이 나왔어요. 어제 이전의 통일대박론은, A신문에서 쓰고 있는 것도 그렇습니다만, 통일이 되어 있는 상태에서 (통일이) 얼마나 좋은 것이냐, 경제적으로 블루오션, 뭐가 평화적으로 어떻고 하는..., 그러나, 대통령이 얘기한 통일대박론은 통일된 상태(통일되고 난 뒤의 한국의 모습)을 말하는 겁니다. 그렇다면, 어떤 통일을 말하느냐, 전쟁을 통한 통일도 있고, 북한의 내부붕괴에 의한 통일도 있는데, 전자라면 파이낸셜 타임스 보도에 의하면 50만~100만의 인명피해가 난다, 산업시설 대부분이 파괴된다는 통일이라면, 여러분은 그런 통일에 동의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까, 통일대박론은 비약되어 버리는 것입니다. 통일대박론이 그렇게 인기있는 거라면, 저는 이렇게 수정하고 싶어요. “통일대박이 되려면, 통일 ‘소박’들이 모여야 된다, 통일 ‘중박’들이 모여야 된다”. 통일을 바다에 비유하면 개울물이 모여 강물이 되고, 강물이 모여 바다가 되는 것과 같습니다. 통일 대박을 이루기 위해서는 당국간 합의로 이뤄지는 이산가족 상봉, 개성공단 정상화, 금강산 관광, 경제협력 프로젝트 같은 구체적인 대북정책의 ‘중박’들이 모여야 하고, 또, 그 안에 풀뿌리 민간 접촉 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게 독일 통일의 교훈이에요.
어제 박근혜 대통령이 스피치에서 말하기를, 독일 통일에서 좋은 경험을 얻었는데, 동독의 마지막 지도자 ‘로타어 드 메지에르’하고 대화를 해보니, 통일 당시 어려웠던 점은 통일전에 서독이 동독을 잘 안다고 여겼는데 너무 몰랐더라, 그래서, 그가 ‘인포메이션, 인포메이션, 인포메이션’ 하고 세 번을 얘기하더라. 그래서 북한을 잘 알아야 한다고 했는데, 그것도 물론 중요한 독일통일의 교훈입니다.
그러나, 그 보다도 더 중요한 교훈은 풀뿌리 교류입니다. 쭉 침투를 해서 몇 십만 명씩 청년 학생 교류가 있고, 스포츠 교류가 있고, 통일될 때까지 60개 이상의 동서독 도시들이 자매결연을 맺었어요. 그러니까, 지방자치단체들도 통일 과정에 참여한 겁니다. 이런 풀뿌리 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져 탄탄한 하부구조를 만들어 통일기반을 닦았는데, 이를 그들은 모세관 방식, 모세관 모델(Capillary model)이라고 이름 붙였어요. 이게 제가 말하는 소박입니다. 이 소박이 모이면 포위해서 중박이 되고, 중박이 모이면 절로 대박이 되는데, ‘통일대박론’은 소박, 중박이 다 빠지고 대박만 불쑥 내민 거에요.
어제 보면, 소박에 해당되는 구상이 나왔어요. 박근혜 대통령도 신년 기자 회견에서 북한의 농업과 축산을 도와주자고 얘기했는데, 이것은 대단히 좋은 겁니다. 왜냐하면, 이것도 풀뿌리 교류가 되는 거에요. 소박, 중박이 모이려면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야 하는데, 바로 최근에 박원순 서울 시장한테 권했어요. 평양하고 자매결연을 가능한 한 빠른 시일내에 체결해서 경평축구도 하고, 평양시향과 서울시향이 교류공연도 하며, 어느 시점에서는 북한 주민을 초청해 홈 스테이(Home stay)시키면서 기술지원도 하고, 우리도 평양에 가는 것이 뿌리깊은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지 않듯 모세혈관식으로 풀뿌리 교류가 잘 되어 있으면, -당국간 접촉, 남북관계는 북한 국내정세에 민감해서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고, 도전세력이 나타나면 김정은이 권력유지를 위해 제2의 연평도 사태 등을 야기하며 강경노선으로 언제 U-turn할지 모르는데, 이때 그간의 화해정책은 무화(無化)로 되지만- 그러나 모세혈관적 교류가 충분히 축적되어 있고, 소박들이 산지사방에서 양쪽을 묶고 있으면, 남북관계의 기본은 바로 제자리를 잡으리라 봅니다.
독일 통일의 교훈을 얻자면 바로 이러한 건데, 또 하나의 독일통일의 중요한 교훈이- 로마가 하루 아침에 건설되지 않았다는 말처럼-1949년 아데나워 총리의 서독 정부가 출발할 때부터 통일의 청사진을 마련해 놓았어요. 그런데, 놀라운 것이, 정말 경이로운 것이 아데나워 이후부터 통일될 때의 6대 콜 총리에 이르기까지 정권이 기민당, 사민당, 자민당으로 왔다 갔다 했어도 그 기본노선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정권이 바뀌면 전부 제로로 돌려놓고 다시 성을 쌓기 시작하는데, 독일은 그렇지 않았어요. 통일정책의 지속성, 그러니까, ‘통준위’를 만들어서 통일을 준비한다면, 야당으로 정권이 넘어 가더라도 10년, 20년이 지나도 그 반석·토대 위에서 진행될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 손학규 대표께서도 말씀하셨는데요, 저는 과정으로서의 통일을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너무 자주 써 먹어서 요새는 기피하는 경향이 있는데, 저는 과정으로서의 통일을 절대로 생략할 수 없습니다. 사실상의 통일-이게 나중에 법적 통일, 정치적 통일이 되는 건데- 과정으로서의 통일이 무어냐? 중앙일보가 평양에 지국을 두고, 평양에서 서울에 지국을 두고, 서로 대표부 교환하고, 서울대 학생들하고 김일성종합대 학생들이 서로 왔다 갔다 하며 학점 교류하고, 이쪽의 포항공대나 카이스트에서 저쪽의 김책공대와 왔다 갔다 하는 게 전부 과정으로서의 통일이요. 또, 김정은이 13개 경제특구를 연다고 하는데, 거기에 다 들어 가는 거에요, 그래서 개성공단 같은 것이 열 개 생기고, 스무 개 생겨 보십시오. 그게 다 과정으로서의 통일입니다. 그럼으로써 우리의 안보경쟁이 생략되고 편안하게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제가 서두에서 말했듯이 하나된 한국의 One Voice 힘으로 역내에서 경쟁하는 미중 사이의 결과를 우리쪽으로 유리하게-한국의 이익에 반하지 않게- 만들 수 있다는 겁니다.
미국 대통령 우드로 윌슨(Woodrow Wilson)이 세계 1차 대전 때 참전 요구 연설을 하면서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 전쟁은 정의롭고 확고한 평화를 위한 전쟁인가, 아니면 새로운 세력균형을 구축하기 위한 전쟁이냐? 똑 같은 질문을, 현재 동북아시아에서 진행중인 미국과 중국의 경쟁을 보며, 미중경쟁이 우리 입장에서 볼 때 무엇을 위한 경쟁인지를 물을 수 있습니다. 중국의 부상을 반영한 새로운 세력균형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냐? 아니면, 정말 진정으로 아시아의 정의롭고 확실한(just and secure) 평화를 위한 경쟁인지를 한번 물어 보는 겁니다. 답은 자명합니다. 저는 현재로서는 새로운 세력균형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는 이것을 심각하게 논의하면서 ‘통일대박론’을 진행시켜야 합니다.
마침 우크라이나 사태가 터졌는데,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큽니다.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우크라이나의 EU’는 대략(roughly) ‘한국의 미국’입니다. ‘우크라이나의 러시아’를 ‘한국의 중국’이라고 생각할 때에 우크라이나가 어디에 포지션을 잡을 것인가? 러시아는 절대로 우크라이나를 놓을 수가 없어요. EU와 미국도 우크라이나를 자기편으로 만들어 놔야 소위 그들이 말하는 NATO의, EU의 동방확대가 완성됩니다. 그래서, 러시아에 대해서 신경을 쓰고 있는데, 지정학적 전략으로도 대단한 요충지이고, 우크라이나가 어느쪽으로 포지션을 정하느냐에 따라서 러시아의 정책, 러시아의 위상, 미국과 EU의 위상이 좌우되는 것이거든요.
그러니까, 우리가 그것을 주시하면서, 그렇다면, 통일한국은 포지션을 어떻게 잡아야 하나? 통일 한국도 지금처럼 미국과의 안보 튼튼 동맹관계를 유지하면서 중국과 경제적인 실리만 취할 수 있나? 지금과 같은 한미동맹체제를 유지하는 상황에서-유지하는 현실에서 중국이 그 통일에 동의해 줄 수 있겠나? 그런데, 중국이 참여하지 않으면, 통일은 어려워요. 왜냐하면, 통일대박론의 문제점 중 하나가 -말로는 그렇게 하지는 않지만- 사실상 북한의 붕괴를 전제로 한다는 인상을 받아요. 수동적으로 북한 붕괴를 기다리는 듯한데, 또, 남재준 국정원장을 비롯한 안보 3인방이 주도하는 대북 정책 전략은 북한 붕괴 유도론을 반영하는 인상을 주는데, 이는 대단히 위험합니다.
북한이 내부에서 붕괴했을 때 가장 시급한 문제가 뭐냐? 그것은 핵의 통제입니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누가 기술적으로 북한에 빨리 들어가서 핵이 적대세력으로 넘어가기 전에 핵을 통제할 수 있느냐? 그것 역시 중국의 협조 없이는 안됩니다. 이점은 미국도 양해하는 사항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UN이 올 때에도 시차가 있고, 미국이 올 때에도 시차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중국의 협조와 협력이 필요불가결한데, 한미동맹을 지금 체제로 유지하면서 통일의 마지막 단계, 통일의 마지막까지 갈 수 있느냐의 문제를 심각하고도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통일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과연 통일정책을 수립하는 사람들이-수립하는지 수립하지 않는지는 모르겠으나- 이런 고민까지 하면서 수립하고 있느냐? 이에 대해서 저는 아직까지는 (답을 하기에) 자신이 없는 상태입니다
첫댓글 Don't cry for me Ukraine. The truth is I never left you. Althrough my wild days my mad exisence, I kept my promise. Don't keep your distance
녹취 구성하느라 노고 많았습니다.
시각이 넓으시고 audacious(담대한 견해))합니다. 역시 대기자님이십니다.
'통일대박 노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