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 떠다니던 후배가 책방을 열었어. 가지 못한 나는 먼지를 보냈지. 먼지는 가서 오래 묵을 거야.?
머물면서 사람들 남기고 가는 숨결과 손때와 놀람과 같은 것들 섞어서 책장에 쌓고는, 돈이나 설움이나 차별이나 이런 것들은 걷어내겠지. 대신에, 너와 내가 사람답게 살기 위하여, 지구와 함께 오늘 여기를 느끼면서, 나누는 세상 모든 것과의 대화는 얼마나 좋아, 이런 속엣말들 끌어모아 바닥이든 모서리든 책으로 펼쳐놓겠지.
그려보기만 해도 뿌듯하잖아. 지상 어디에도 없을, 순한 먼지들의 책방.
(혹시라도 기역아 먼지라니, 곧 망하라는 뜻이냐고 언짢을 것도 같아 살짝 귀띔하는데. 우리가 먼지의 기세를 몰라서 그래. 우주도 본래 먼지로부터 팽창하고 있다고 하지 않던.)
순한 먼지들의 책방
제21회 이육사 詩문학상 수상자로 시집 ‘순한 먼지들의 책방’의 정우영 시인을 선정했다
올해는 2022년 4월 1일부터 2024년 3월 31일까지 발표된 시집들을 대상으로 1차 심사위원들이 추천한 36명의 작품 중 5편의 작품이 최종심에 올랐다
최종심사는 엄경희 문학평론가와 김명수, 김수열, 백무산, 이하석 시인이 맡았다
이육사 詩문학상 심사위원회는 심사평을 통해 “정우영 시인의 ‘순한 먼지들의 책방’은 그동안 정우영 시인이 보여주었던 현실에 대한 강한 시선들이 새롭게 개진되고, 폭 넓은 시선으로 드러낸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그리고 연민과 사랑의 감정으로 떠받치는 삶들의 모습과 삶의 주변적인 것들, 무엇보다 새로운 자연에 관한 인식이 치밀하고도 민감하게 묘사되고 있어 올해 이육사 詩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 상은 민족시인 이육사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숭고한 생애와 문학정신을 기리고 계승하기 위해 TBC가 2004년 제정하여 올해로 21회째를 맞이했다. 상금은 2000만 원이다.
전북 임실 출생인 정우영 시인은 1989년 ‘민중시’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 국립한국문학관 사무국장 등을 역임했고, 주요 시집으로 ‘마른 것들은 제 속으로 젖는다’, ‘살구꽃 그림자’,‘활에 기대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