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2회 마로니에 전국 여성백일장 [장원] 지우개의 행방 / 김도언 감상

제42회 마로니에 전국 여성백일장 [장원] 지우개의 행방 / 김도언 나는 지우개를 잘 잃어버린다 마른세수를 한다, 나를 흔들어 깨우는 움직임 글자를 써 내려가는 동안 눈이 내렸다 일기장에 꾸며낸 하루가 가득하다 창밖이 온통 새하얬는데 굵어지는 눈보라 속에서 우리는 제 자리를 지켰다 자주 입는 외투에 보풀이 일었다 엉긴 시간을 손톱 끝으로 뜯어낼 때 입가에서 각질이 떨어져 나간다 인정하는 일에는 찌꺼기가 생겼다 나는 무뎌지는 것이 두렵다고 쓴다 이건 꾸며내지 않는 이야기 책상 위를 쓸어 담는다, 나를 내버리는 움직임 페이지 채로 찢어낼 수도 있었지 종이 끝을 팽팽하게 잡아당겼을 때 창밖에서 굉음이 울려 퍼졌다 눈사태가 불빛 쪽으로 손짓하는 사람을 보았어 황급히 창문을 열자 창밖에는 따사로운 도시의 아침이 눈은 내린 적 없었다는 듯이 시치미를 떼고 나는 보풀 가득한 외투를 입고 집을 나선다 지난밤 무사했나요? 이웃에게 묻자 적당히 선선하고 평화로웠다는 대답들 정말 없던 일이었나요? 나는 지우개를 다 쓰기 전에 잃어버린다, 그러나 나는 목격한 눈사태에 대해 희미한 손짓에 대해 정확하게 진술하기 위해서 입속에서 혀를 굴리며 이미 쓰여진 세계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그 길위에서 헌 지우개 하나를 줍는다 지우개는 단단하다 ------ 동아쏘시오그룹이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 공원에서 진행된 ‘제42회 마로니에 여성 백일장’을 마쳤다고 10일 밝혔다. 시상식에서 백상환 동아제약 대표는 “동아제약은 지속적으로 순수문학을 지원하고 글을 통해 세상을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적 해석 1. 메시지 - 화자가 세월호나 이태원 참사 등 사회적 기억을 대하는 법 지우개는 망각을 은유한다. 과거의 상처가 곧 현재의 상처이고 진실이 규명되어야 극복이 가능하다. 과거가 아프다고 망각이 답이 아니다. "지우개를 잘 잃어버린다"는 나는 망각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며 결구의 '헌 지우개'를 줍는다. 지우개가 단단하다"는 것은 망각의 역할을 잘 하지 못하는 지우개를 의미하며 망각할 의지도 없다는 단호함을 묘사한다. 어떤 사회적 사건에 대한 화자의 내면과 세상의 불일치, 사건을 부인하고 지우려는 욕망과 그래서는 안된다는 인정 사이의 내면적 갈등을 다룬다. 자신이 잊어버린 지우개의 행방을 찾아가는 심리적 여정에 관한 시다 소설적 구성-발단(제시)-전개(근거)-위기(망각쪽)-절정(갈등)-결말(불망각 결정) (기구) 1연(발단): 망각과 망각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의 이항대립으로 시를 풀어가겠다는 선언 제시. (승구) 2-4연(전개): 망각이 어려운 근거 3개 제시 (전구) 5-9연: 내면 갈등(위기),갈등의 절정 및 외부 의사 확인(절정) (결구) 10-12연(결말): 진실과 직면 행위 세상사람들은 적당히 잊어버리고 평화롭게 살지라도 나는 사건을 정확하게 직면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냄 이 시의 미덕은 탄탄한 전개에 있다.소설의 구성기법을 차용하여 팽팽한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특히 내면의 갈등을 추측이나 진술에 의존하지 않고 생생한 묘사기법을 사용한 점도 훌륭하다. 눈을 통해 잘 형상화하고 있다.마치 한강 작기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연상하게 한다.비나 눈은 뭔가 영험한 신적인 기운이 있다.강령, 접신상태라고 할 수 있다.양심의 소리다. <a href="https://m.cafe.daum.net/somdaripoem/rA34/2137?svc=cafeapp" target="_blank" class="ke-link">https://m.cafe.daum.net/somdaripoem/rA34/2137?svc=cafeapp</a> 행방이라는 말이 거느리는 추리, 범죄 등의 용어들을 사용함으로써 시적 긴장감을 배가 시키고 있다. *이야기체 시의 소재로서 ‘이야기’가 지닌 독특한 성격 1)완결된 이야기(시작 끝이 분명) 2)극적이어야 한다. 3)반전이 있어야 하다 4)사물 중심의 사건 5)상징적인 이야기여야 한다. 2. 이미지 (지우개와 인접 이미지) 지우개, 글자, 일기장, 하루, 찌꺼기, 각질 (일기의 이미지) 글자, 하루, 책상, 외투, 길, 눈, 굉음 (행방(추리)의 이미지) 잃어버린다에서 줍는다로, 움직임, 눈, 제자리, 지키다, 손톱, 보풀, 부인, 인정, 대답, 시치미, 목격, 진술, 입, 혀 (동원된 이미지) 시각과 촉각, 청각 이미지 전개 지우개의 행방 / 김도언 (기구) 1연: (전체 시의 방향을 제시) 지우개(망각)와 잊지 않으려는 움직임의 이항대립 제시 나는 지우개를 잘 잃어버린다 (망각을 잘 하지 못하는 자신을 암시) 마른세수를 한다, 나를 흔들어 깨우는 움직임 (마른 세수는 자신의 얼굴 화장도 지우지 않겠다는 의지이고 나를 흔들어 깨워 계속 기억하겠다는 다짐) (승구) 망각 불가 근거 제시 2연: (망각이 어려운 첫번째 근거 제시) 지우개에서 파생된 이미지인 글쓰기와 일기를 제시하고, . 내면의 불안(순수의 이미지, 양심의 이미지로서의 눈)을 묘사한다.내면에 눈이 내리고 일기장에 거짓을 쓰고 내면의 불안인 눈이 창 밖을 새하얗게 만들었다. 글자를 써 내려가는 동안 눈이 내렸다 (글쓰기와 내면의 변화가 동시에 이루어진다) 일기장에 꾸며낸 하루가 가득하다 (현실을 부인하는 마음이 가득하다) 창밖이 온통 새하얬는데 굵어지는 눈보라 속에서 우리는 제 자리를 지켰다 (혼란 속에서도 자신의 위치를 잃지 않으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3연: (망각이 어려운 두번째 근거를 제시).눈의 인접물인 외투로 연상 이미지가 옮겨간다.외투의 상처인 보풀을 지우려는 행위를 했으나 말의 무의식적인 행위 에서 과거를 망각하는 것이 인정하기가 어렵다 자주 입는 외투에 보풀이 일었다 (나 자신과 동일화되는 외투에서 보풀이 일었다는 것은 시간의 흐름과 그로 인한 변화, 상처,의심을 상징) 엉긴 시간을 손톱 끝으로 뜯어낼 때 (지나간 시간이나 기억을 지워내고 싶을 때) 입가에서 각질이 떨어져 나간다 (내가 하는 말에도 상처가 있다) 인정하는 일에는 찌꺼기가 생겼다 (과거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남는 상처나 흔적이 있다) 4연: (망각이 어려운 세번째 근거 제시). 화자는 상처에 무뎌지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화자는 진실한 사람이기 때문 나는 무뎌지는 것이 두렵다고 쓴다 이건 꾸며내지 않는 이야기 (무뎌짐은 상처에 대한 기억이 무뎌지는 것이고 이는 사실상 망각을 의미하므로 망각이 두렵다는 말) (전구) 내면 갈등 및 외부 의사 확인 5연: (화자의 마음 상태 부인) 마음의 갈등이 일어나면서 망각하지 못하는 화자 자신을 부인하려는 움직임 책상 위를 쓸어 담는다, 나를 내버리는 움직임 (자신을 비워내고 망각하려는 움직임, 내면의 갈등) 6연: (망각 행위시도 및 내면 갈등의 고조) 마음에 있는 기억의 페이지를 찢어버리려는 순간 내면적 갈등이 극에 달한다.굉음과 눈사태 페이지 채로 찢어낼 수도 있었지 (과거를 완전히 지워버릴 수도 있었지) 종이 끝을 팽팽하게 잡아당겼을 때 (과거를 지울려는 순간) 창밖에서 굉음이 울려 퍼졌다 눈사태가 불빛 쪽으로 손짓하는 사람을 보았어 (창밖에서 들려오는 "굉음"과 "눈사태"는 내면의 혼란과 불안감을 상징한다.지우지 말라는 내면의 신호가 있었다) 7연: (내면 상상 중단 및 외부 확인) 내면의 상상력을 중단하고 창문을 열자 아무일 없는 현실의 상황이 전개 황급히 창문을 열자 창밖에는 따사로운 도시의 아침이 눈은 내린 적 없었다는 듯이 시치미를 떼고 (내면의 혼란과 외부 세계의 평온함 사이의 괴리를 보여준다. 주변 사람들의 무심한 반응은 화자의 고독과 소외감을 더욱 부각시킨다) 8연: (현실을 대화로 확인) 현실을 확실히 확인해보기 위해 집을 나선다.이웃에게 물어보니 적당히 선선하고 평화롭다는 대답 나는 보풀 가득한 외투를 입고 집을 나선다 지난밤 무사했나요? 이웃에게 묻자 적당히 선선하고 평화로웠다는 대답들 (보풀은 상처나 의심으로 가득한데 세상은 평온하다) (세상 사람들은 사회적 비극을 적당히 잊고 다시 출발하며 평화롭게 산다는 대답들) 9연: (회의적 반문) 이웃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아 회의적으로 반문한다. 정말 없던 일이었나요? (화자의 내면과 세상과의 불일치) (정말 없던 일이 되나요?) (결구) 진실 기억 직면 10연-12연: 수미상관, 망각 행위 중단 및 기억과 직면하는 행위 나는 지우개를 다 쓰기 전에 잃어버린다, 그러나 나는 목격한 눈사태에 대해 희미한 손짓에 대해 정확하게 진술하기 위해서 입속에서 혀를 굴리며 이미 쓰여진 세계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그 길위에서 헌 지우개 하나를 줍는다 지우개는 단단하다 ("지우개를 다 쓰기 전에 잃어버린다"며 수미상관 기법으로 다시 지우개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완전히 망각하지는 않는다는 말. "목격한 눈사태에 대해... 정확하게 진술하기 위해서 이미 쓰여진 세계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고 한다. 이는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인정하고 그것을 표현하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기구에서 잊어버린 지우개를 줍는다. 지우개의 행방을 찾은 셈이다. 그러나 기능을 잘 하지 못하는 헌 지우개다. 그 길 위에서 "헌 지우개 하나를 줍는 능동적 행위를 통해" 과거의 상처나 기억을 완전히 지울 수 없음을 상징한다. "지우개는 단단하다"는 것은 망각의 어려움과 망각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나타낸다) 유사한 구조의 시들 <a href="https://m.cafe.daum.net/somdaripoem/su1r/96?svc=cafeapp" target="_blank" class="ke-link">https://m.cafe.daum.net/somdaripoem/su1r/96?svc=cafeapp</a> <2024 매일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시운전 / 강지수 (기구) 앞니 두 개(소수자 정체성/천성)의 소심과 수치심 날 때부터 앞니를 두 개 달고 태어난 아이치고 천성이 소심하다 했습니다 가장 부끄러운 기억이 뭐예요? 종합병원 의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발가벗고 있는 나를 내려다보았을 때요 그게 기억나요? (승구) 뽑힌 앞 니 두개의 윽박 및 떠올림 최초의 관심과 수치의 흔적이 앞니에 누렇게 기록되었지요 나와 함께 태어난 앞니들은 백일을 버티지 못하고 삭은 바람에 뽑혀야 했지만, 어쩐지 그놈들의 신경은 잇몸 아래에 잠재해 있다가 언제고 튀어 올라 너 나를 뽑았지, 우리 때문에 너는 신문에도 났는데, 하고 윽박을 지를 것 같더란 말입니다 횡단보도를 건너다 대大자로 뻗었을 때 혹은 동명의 시체를 발견했을 때 그럴 때에는 앞니를 떠올려보곤 하는 겁니다 천성이란 무엇인지, 왜 어떤 흔적은 흉터로서 역할하지 못하고 삭아져버리는지 (전구) 앞 니 두 개가 나의 천성임을 자각 당신, 당신은 한 번 죽은 적 있지요 아뇨 아뇨 하고 뒤돌아 도망치다 보면 잔뜩 눌어붙은 마음에 칼질을 해대는 것 한 가지 알려줄까요 무 이파리가 시들해서 죽은 줄 알고 뽑아보면 막상 썩지는 않은 경우가 많답니다 싱싱하지 않을 뿐 살아는 있어요 매운 향을 뿜으며 가끔 손등을 깨물어요 그러면 삐죽 튀어나온 앞니 두 개가 찍힙니다 나는 그것을 오래도록 바라보고 있어요 내가 어딘가에 남길 수 있는 가장 분명한 자국이거든요 벌겋게 부풀어 오르는 피부까지도 저 멀리 보이는 친구를 피해 길을 돌아갈 때 혹은 다시 태어나서도 나의 이름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할 때 그럴 때에는 앞니를 떠올려보곤 하는 겁니다 (결구) 앞 니 두 개(소수자 천성)에 대한 그리움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천성 나와 분리된 조각들에 대하여 그리고 그리워하는 겁니다 발가벗고도 이를 내보이며 웃었던 날 <a href="https://m.cafe.daum.net/somdaripoem/rA2J/47?svc=cafeapp" target="_blank" class="ke-link">https://m.cafe.daum.net/somdaripoem/rA2J/47?svc=cafeapp</a> <2021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작명소가 없는 마을의 밤에 / 신이인 오리너구리를 아십니까?! 오리너구리, 한 번도 본 적 없는 고아에게 아무렇게나 이름을 짓듯 강의 동쪽을 강동이라 부르고 누에치던 방을 잠실이라 부르는 것처럼 나를 위하여 내가 하는 일은 밖과 안을 기우는 것, 몸을 실낱으로 풀어 헤어지려는 세계를 엮어 붙들고 있는 것 그러면 사람들은 나를 안팎이라고 부르고 어떻게 이름이 안팎일 수 있냐며 웃었는데요 손아귀에 쥔 것 그대로 보이는 대로 요괴는 그런 식으로 탄생하는 겁니다 부리가 있는데 날개가 없대 알을 낳지만 젖을 먹인대 반만 여자고 반은 남자래 강물 속에서도 밖에서도 쫓겨난 누군가 서울의 모든 불이 꺼질 때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알고 계셨나요? 기슭에 떠내려 오는 나방유충을 주워 먹는 게 꽤 맛있다는 거 잊을 수 없다 모두가 내 무릎에 올려두었던 수많은 오리너구리 오리가 아니고 너구리도 아니나 진짜도 될 수 없었던 봉제 인형들 안에도 밖에도 속하지 못한 실오라기 끊어낼 수 없는 주렁주렁 전구 없는 필라멘트들 불을 켜세요 외쳐보는 겁니다 아, 이상해. <a href="https://m.cafe.daum.net/somdaripoem/su1r/86?svc=cafeapp" target="_blank" class="ke-link">https://m.cafe.daum.net/somdaripoem/su1r/86?svc=cafeapp</a> 끝까지 서랍(의 비밀) / 김분홍 칸칸의 마디를 여닫는 명분이 많은 어둠에도 손잡이가 있을까 네모의 귀퉁이를 가졌기에 삼각 김밥의 의미와는 다른 모서리가 있을 거야 닫힌 서랍은 비밀이 열릴까 봐 초조하고 열린 서랍은 무엇을 증명하려고 애썼지만 비밀은 결코 서랍 속에 넣어두는 것이 아니라서 손가락에 채워진 애인의 자물쇠를 풀어줄게 숨기는 나와 탐색하는 너 속이 활짝 펼쳐진 하늘 아래 속을 숨긴 우린 누워 있어 뒤집어진 하늘이 줄줄 샌 걸까 문고리를 잡아당겨도 문은 열리지 않고 후드득 빗방울이 떨어졌어 바닥에 젖은 지문들 수납법을 알려주지 않는다고 손잡이를 탓해선 곤란해 정리는 연 사람만 닫을 수 있어 닫힌 사람을 두드려 보는 것 자꾸만 삼각으로 쏠리는 마음이 엉켜 있어 정리하고 싶은 얼굴 끝까지 열어야 하는 거니, 닫아야 하는 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