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한 인기를 보이고있는 레고는 일종의 '벽돌(brick)' 놀이라고 할 수있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이 것은 실제 벽돌을 제조하는 과정처럼 액체로 녹아 있는 플라스틱 진흙을 벽돌 모양으로 빚어서 고온에 단단하게 달군 것이다. 이 벽돌은 의외로 극히 한정된 몇 개의 기본 색깔과 모양들로 이뤄져 있다. 레고 벽돌의 비밀은 견고한 접합과 쉬운 분리에 있다. 몇 개의 기본 벽돌들은 무수한 벽돌들과 결합하여 어떤 건축물을 이룬다. 그리고 다시 쉬운 분리를 통해 다른 건축물의 요소로 변한다. 핵심은 커다란 덩어리가 아니라, 덩어리를 이루는 단순 요소들의 무한에 가까운 '결합'과 '분리'다(수학적으로는 9억개 이상 다른 배치가 가능하다).
이 벽돌 놀이가 우주의 본질에 대한 현대 과학의 이론적 메타포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즉, 우주는 커다란 개별적 사물들의 덩어리 모임이 아니라, 몇 개의 기본 요소로 환원될 수 있는 아주 부분적이고 작은 요소들의 집합이라는 사실 말이다.
동일한 몇 종류의 레고 벽돌들을 결합하고 분리하면서 아이들은 자동차와 집과 우주선과 공룡이 실은 '같은 것'들로 이루어진 '다른 것'이라는 사실을 저도 모르게 알게 된다.
거기에서 사물들은 다른 것이라기보다는, 다만 다른 순서로 배열되어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이 놀이의 가장 내밀한 경험은 사물 세계를 창조하는 아이들의 기쁨이 아니다.
세상의 '차이'들은 표면적일 뿐이며, 실은 '같은 것'들의 '다른 표현'이라는 사실에 대한 '인지'다.
'신의 모양으로 빚은 인간' 이야기를 담은 구약 성경(Ancienne Alliance)을 '신과 인간의 결합'이라는 뜻에서 '옛날의 결합(고대적 결속)'이라고 직역할 수도 있다.
그러나 레고 벽돌을 쌓는 아이들은 이에 대해 '새로운 결합'으로 응수한다. 파리와 문어와 공룡과 인간은 똑같은 벽돌로 결합되었다고요!
분자생물학이 생명 현상을 '창조'가 아니라, 개별 생물로 분화할 가능성을 담고 있는 분자적 요소들의 배치와 '드러
남'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따르면 모든 생명체는 예외 없이 동일한 종류의 고분자로 구성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