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탈출 짧은 여행 119(군포 - 철쭉 동산 -수리사 - 반월호수)
목필균
지금 있는 안양에서 가까운 군포에 천년 사찰 수리사가 있다는 소식에 마음이 설레었다. 그래서 무작정 가보기로 했다.
오전 9시쯤 지하철로 출발하여 수리산역에서 내렸다. 둘러보니 아파트들이 보이지만 사람들이 드문드문 눈에 뜨일 뿐이고, 택시를 타려고 해도 잘 모르겠다. 낯선 곳에 혼자 다니려니까... 다시 산본역으로 가니 택시들이 많았다. 한 달 전에 딸과 함께 찾아왔던 철쭉동산은 산본역 근처였다. 그때만 해도 철쭉이 온통 붉게 동산을 뒤덮었는데...... 정말 장관이었다.
수리사는 수리산 도립공원 내에 있는 사찰 중 한 곳인데, 신란 진흥왕 때 창건된 유서 깊은 사찰인데... 검색을 통해서도 자세한 경로가 없었다. 아마도 자가용으로 다녀온 사람들의 기록이 대부분이라서인가 보다.
가까스로 택시를 잡아서 수리사로 향하는데... 갈치호수를 지나 반월호수를 지나는데 풍광들이 아름다웠다. 아카시아꽃이 흐드러진 길을 지나는데, 드문드문 포도밭도 보이고, 곧 모내기할 논, 채마 밭에서 허리 굽혀 일하는 농부들도 보였다. 아파트 단지를 조금만 벗어나면 농가들이 보이였다. 수리산 입구에는 양봉업을 하는 분들이 꿀을 파는 곳도 있었다.
택시로 30분 이상 가서 수리산 도립공원 안내소에 도착했다. 요즘 들어 산불이 성해서인지, 산불감시초소들이 눈에 띄게 활동을 하는 것이 특별해 보였다.
수리산은 본 이름은 부처님을 친견한 산이라서 견불산이였는데, 신라 진흥왕 때 창건된 수리사가 번창하여 많은 수도자들이 오가다 보니 산 이름도 수리산이 되었다고 한다.
설레는 마음으로 수리사로 들어서는 숲길로 들어서는데, 테크로 설치된 둘레길도 있는데 수리사길과 등산로로 갈렸다.
신록의 우거짐으로 숲은 푸른 게 그늘로 시원하게 해주었다. 혼자 걷는 숲길이 약간 무섭기도 했고, 가파른 길에서 숨이 차올랐는데..... 20여 분 동안 올라서니, 수리사에서 들려오는 염불소리가 들렸다.
수리사 입구까지 10여 분 더 올라가니 돌탑이 보이고, 현판 없는 일주문이 보였다. 오래된 사찰 기둥을 교체하는 공사가 벌어진 수리사는 넓은 도량 한쪽이 출입이 통제되어 있었다. 일주문에서 두 단계 더 올라서니 대웅전이 보였다.
대웅전엔 주불인 석가모니 부처님을 지장보살, 관음보살님이 협시보살로 모셔져 있었다.
마침 예불 중이어서 조심스럽게 법당에 들어가서 예를 올리고 나왔다.
그런데 고개가 갸우뚱해졌다. 대웅전 문이 꽃살 무늬, 격자무늬 문이 아닌 알루미늄 샷시로 된 유리 문인 것이 이상해 보였지만.... 임진왜란, 한국전쟁을 통해 소실된 사찰이 증축 개축을 이어오다 보니 아마도 실용적이고, 현대적인 유리 문을 쓴 것 같았다.
대웅전 입구 쪽 부모은중경탑을 보니, 수리사가 용주사 말사라는 것이라는 것에 공감된다. 정조대왕이 아버지 사도세자를 위해 용주사에 원찰을 세웠다는데... 용주사도, 수리사도 부모에 대한 은혜를 깨우져주는 부모은중경탑이 있다.
대웅전 앞에서 내려보니, 발아래 펼쳐지는 풍경이 아름다웠다.
대웅전 오른쪽에는 중생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건강해 지길 빌어주는 편강 약수가 있었다. 맑은 샘물이 시원하고 물맛이 기가 막혔다. 나한전으로 들어가 보니 500 나한들이 갖가지 인생사 표정으로 중생 구도를 하고 있었다.
공사가 벌어진 수리사가 다소 어수선해 보였지만, 넓은 도량과 부드러운 수리산 능선을 품어앉은 품새가 기품이 있었다.
가을에 오면 꽃무릇이 줄지어 피어난다는 수리사길을 천천히 내려왔다.
마을까지 내려와서 마을버스를 타는 곳까지 시골길을 걷는 낭만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좋았다. 대야미역까지 가는 길에 반월호수 둘레길을 만났는데.... 그 규모가 크고, 산책길이 잘 조성되어서 가볼 만한 곳이라 생각했다.
군포라는 작은 도시가 역사적 인물을 많이 배출한 곳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두고두고 살펴보고 싶다.
첫댓글
이번엔 짧은 여행기가 기거하시는 안양과 붙어있는 군포 이야기로군요.
의왕 산본 군포는 안양과 밀접해 있기에 외지인으로서는 경계 구별도 모호한게 사실인데 군포에 백제도 아닌 신라 진흥왕 때 창건한 천년고찰 수리사가 있다니 의외입니다.
주변에 상사화인 빨간 꽃무릇이 줄지어 심어져 있다니 남쪽 선운사로 꽃무릇 구경 갈게 아니라 나름 가까운 수리사를 찾아보는게 가성비가 좋을것 같네요..
가까이 천년 사찰이 있는데도, 잘 몰랐습니다. 먼곳만 찾아다니고, 유명하다는 곳에 다닐 생각만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와우정사 주지스님이 꼭 만나고 싶다고 했는데.... 그도 선뜻 나서지 못했습니다. 그냥 스님 뵙기가 어려워서입니다.
분홍 철쭉이 먼저 눈에 들어 오니
화사한 느낌입니다..
그리고 커다란 자연석에 새겨진 글씨가
너무 멋있습니다
요즘은 뜸하지만 그래도 일주일에 서너번은
서예붓을 들고 연습하고 있어서인지
멋진 글을 보면 더 배우고 싶어지거든요
며칠전 와우정사에 갔더니
누워 계신 부처님을 잠시 옮겨 놓고
기존 건물을 없애고 새로 신축하려는 것
같았습니다
여건이 되면 동창님이 소개해 주신
수리사도 한번 방문해 봐야 되겠네요
4월 20일 쯤 가면 철쭉동산이 아주 아름답습니다. 산본역에서 내려서 걸어가도 금방일 것입니다. 내년 봄에 꼭 한 번 가보세요.. 사찰마다 중창불사를 하는 것을 보면 공연히 옛것이 사라지는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