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부터 마음에 두었던 목공예 배우기를 드디어 시작했다..톱, 끌, 대패 등 공구세트도 사고 일주일에 한번씩 3시간 배우기로 했다. 이제 곧 나도 내가 원하는 가구를 만들수 있을거라는 생각에 살짝 흥분되기도 했지만 수업 첫날부터 톱질만 연습하란다. 어릴때 자주 갖고 놀던 역사도 있는지라 그까짓것 하면서 쉽게 달려 들었는데 선생이 보기는 영 아닌 모양이다. 내가 봐도 조금씩 삐뜰어지곤 한다. 0.1mm 만 차이가 나도 서로 아귀가 안맞으니 정말 잘린 면이 정확하게 수평이 되어야 한다. 손가락 서너개 정도의 넓이인 판재를 몇 수 십번 잘랐는데도 잘 안된다. 힘을 빼고 집중을 하라고 한다. 톱질이 어렇게 어려웠나? 될 것 같으면서도 잘 안된다. 다음주는 톱질을 계속되었다. 판재를 대각선으로 잘라 액자틀을 만들어 보라고 하는데 잘린 면들이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으면 모서리에 틈새가 생긴다. 이렇도 몇 십번해도 잘 안된다. 정확하게 수료하지 못했지만 다음 단계로 넘어가자고 하는데 대패날 갈기다. 이건 더 보통일이 아니다. 대패날갈기에 숯돌만해도 4가지다. 1단계로 다이아몬드 400방 숯돌에 갈고 다음 1000방. 그래서 대강 날 형태가 모습을 갖추면 다시 800방 일반 숯돌, 마지막으로 아주 미세한 6000방 숯돌에 간다. 대패날도 정확하게 각도를 맞추어 갈아야 한다. 조금만 기우려지거나 세워갈면 지금까지 힘들게 간 것이 도로아미 타불이 된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또 갈아야 한다. 정말 죽을 맛이다. 빌어먹을 요새 제련 담금 기술도 좋을텐데 이리 잘 다듬어서 상품으로 내면 좋을텐데 왜 그리 안하느냐고 물었더니 대답할 가치조차 없는지 대꾸도 없다. 바닥에 앉아 세 시간가까지 갈았는데도 아직 어미날도 다 갈지 못했다. 4번째 수업일도 여지없이 못다한 대파날 갈기로 모든 시간을 소비했다. 아주 맘에 들지는 않지만 선생이 대패날은 여기까지 하자고 한다. 너무 힘들다고 하니 보통 사람들이 여기서 많이 그만 둔다고 한다. 옛날 목수들이 절대 자기 대패는 빌려주지 않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이렇게 날 세우기가 힘들어서야 어떻게 남한데 빌려줄수 있겠는가?
그래도 아직까지는 재미있다. 아무 생각없이 세시간 목공소에서 무언가에 집중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싫지는 않다. 주위에 먼저 배운 사람들이 자기 작품들을 하나씩 만드고 있는 것이 신기하다. 지난주에는 어떤 젊은 아줌마는 자기가 만든 장식장을 완성해서 집으로 가져가는 것을 보았다. 대단하다. 나는 무얼 첫 작품으로 만들까? 일단은 간단하게 어항 받침을 만들기로 생각하고 있는데...언제 시작할 지 나도 모른다. 내일 모레 토요일에 가면 또 무슨일을 시킬지? 끌을 갈게 될 것 같은데...
나중에 시골 살게되면 주변 가구나 소품들은 내가 다 직접 만들 생각에 기분은 한껏 달아 있는데 눈도 침침한 이 나이에 잘 될지 모르겠다. 대패날도 도저히 안되어 선생이 보조기구를 사용하게 해서 겨우 마쳤는데...보조기구를 사용해서 날을 간 사람은 내가 처음이라나...빌어먹을..
그래도 끝까지 해 본다.
친구들 조금 기다리면 내가 직접 만들 작품을 사진찍어 올릴날을 기다려라..ㅎㅎㅎ
첫댓글 ㅎㅎㅎ 이 나이에 뭔가를 배운다는 것이 쉬운 것이 있을까?
배워보겠다는 용기가 가상하고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이 존경이다!
맨 날 밭에서 심고, 풀 매는 나에 비하면 보람된 일이구만!
아무튼 기대한다! 대패 말고는 연장 좀 쓸 수 있남?
ㅎ
목공배우면 나무로 만드는것 잘할 수있겠구나ㅣ
실제는 전동드릴, 절단기, 용접기를 잘 써야 시골살이 편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