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들 요즘 도시락 싸시느라 고생이 많으시죠.
고생하시는 덕분에 저는 요즘 잘 먹고 지냅니다.
여러 가지 반찬을 골고루 맛볼 수 있어 좋지요. 게다가 정성이 가득하고 좋은 재료를 쓰시니 더욱 그러합니다.
아이들도 좋아해요. 도시락 뚜껑을 들고 방방마다 돌아다니는 녀석들도 있지요.
도시락 반찬에서는 소시지가 으뜸으로 인기가 많지요.
짭쪼름하면서 쫄깃쫄깃한 맛이 아이들 입맛을 사로잡는 거 같아요.
저도 아주 좋아하고요. 그래서 어린이 입맛이라는 놀림을 받기도 하지요.
도시락을 싸게 되면서 부모님들 고생은 뒷전이고 어린이들 반찬에 소시지와 고기가 많다는 걸 느꼈어요.
2011년 세화가 태어나던 해, 부모로서 아이에게 해 줄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채식(뭍 짐승과 그 부산물만 안 먹는...)을 한 적이 있지요.
한 석 달쯤 하다가 포기했어요.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잡식+대식을 하게 됐어요.
그러다가 2012년인가 학교 반찬에서 고기를 빼는 것이 어떻겠냐는 도발적(?)인 제안을 하기도 했지요.
도시락 싸기 전에도 학교 반찬에 고기가 많았던 거 같아서요.
어머니 모임에서 이야기가 오고갔다는 말씀을 전해듣기는 했지만 제안 대로 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도시락을 싸게 되고 아이들이 소시지 반찬을 서로 먹으려고 하는 것을 보고 반찬 싸는 것을 고민하게 됐습니다.
그러고 있는데 정보과학도서관에서
이 책을 봤어요.
육식이 건강이나 지구 살리기에 좋지 않다는 이야기는 다들 알고 계시지요.
어린이들이랑 좋아하는 반찬을 다섯 가지씩 써보기로 했는데 승민이가 오지 못한 어제 그러니까 열 명이 말한 쉰 가지 가운데 고기가 들어가지 않은 것은 네다섯 가지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었지요.
아이들은 책에서 나오는 짐승들이 귀엽다고 하기도 하고 웃기게 생겼다고 하기도 했어요.
메추라기가 태어나면 꿀벌보다 작다는 이야기에 놀라기도 하고, 작은 닭장 속에서 사는 닭들이 불쌍하다는 말도 하였지요. 돼지가 깨끗하고 영리하다는 말에는 다들 놀라는 눈빛이었어요.
우리가 불쌍하고 귀여운 얘네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하지만 맛있는 건 맛있는 거지요. 그래서 아이들은 불쌍하지만 먹겠다고 하더군요. 그래도 좀 줄여보자고 말이 턱밑까지 나오는 걸 참고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현서가 "그럼 좀 적게 먹어요."
정우 "아예 먹지 말아요."
나 "맛있잖아. 아예 안 먹기는 어려울 텐데... 정우는 안 먹을 수 있어?"
정우 "나는 먹을 거예요."
다들 "하하하"
이야기가 오고가다 반찬 이야기로 몰고 갔지요.
어린이들 반찬에 고기가 들어간 소시지가 많고, 고기 반찬이 많다는 걸 다들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주 작게 시작하자고 제안했습니다.
한 주에 한 번 달날 도시락 반찬에는 땅에 사는 짐승이나 물에 사는 짐승들이 들어간 반찬은 싸오지 않는 것으로요.
달날로 정한 까닭은 '고기 없는 월요일'이라는 것에서 따온 것은 아니고요.
나물 채소 반찬은 손이 많이 가니 부모님들이 쉬시는 해날에 만들어서 싸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나왔습니다.
뜬금없이 강산이는 "괜찮아. 다른 방에 가서 먹으면 돼."하면서 싸오지 않는 것에는 동의하나 먹지 않는 것은...^^
다른 아이들이 "그건 먹는 거잖아~~"
해서 다른 방에 가서도 안 먹기로 했지요.
어린이들이 저에게 신신당부 했어요. 부모님들이 알고 계셔야 지킬 수 있다고...
알찬샘 약속입니다. 달날 도시락 반찬에는 고기가 들어가지 않는 반찬만을 싸오며 다른 방에 가서 고기 반찬을 먹지 않는다.
부모님들도 도와주셔요^^
첫댓글 네..고기 없는 월요일요! 함께 하겠습니다. ^^
우선 저부터 실천해야 겠네요.. ^^;
단백질반찬을 일주일에 (알종류빼고 ) 한번만 정해서 했으면 했는데 좋네요. 암튼 잊지않고 할께요.
희주민주네도 실천해보겠습니다.
희주아버지께서몇년전에이런이야기를하실때만해도굳이그렇게해야하나하는생각이었는데...세상이변한건지..제가변한건지..아이키우다보니재밌고의미있는실천도하게되네요.
네. 나물 하나씩 보내면 비빔밥도 만들어 먹을수 있고 재미있겠네요.
(해날 좀 바쁘겠지만) 지빈네도 동참하겠습니다. ^^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4.03.18 20:43
수인이네도 고기없는 월요일!!! 노력하겠습니다.^^
도시락을 싸면서 저도 고기가 들어간 반찬을 자주 하는 것이 좀 마음에 걸렸어요.
그찮아도 정우가 "월요일에는 고기 싸가면 안돼!"라고 알려주더라구요.
네~~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