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의 의미"
+ 찬미 예수님
오늘 음력설을 지내기 위해
여기에 나왔습니다.
먼저 여러분 가정에 주님의
풍성한 은혜가 내리시고
또 새해에 더욱 평화롭고 명랑한
가정을 이루시기 바랍니다.
옛날 전해내려 오는 고서에 보면
음력설을 신일(愼日),
달도(怛忉)라고 불렀습니다.
모든 일을 근신하며 함부로
거동을 하지 않는 날이라는 뜻입니다.
일 년 동안 아무 탈 없이
지낼 수 있도록 정월 초하루 이날에
특별히 근신한다는 뜻입니다.
또 이날은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고
어른에게 세배를 드리고 성묘를 갑니다.
세화(歲畵)를 문에 붙이고
삼재를 쫓아내기도 했습니다.
뭘 삼재라고 그래요?
천재가 있고, 지재가 있고,
인재가 있어요.
천재는 하늘의 재앙.
다시 말하면 벼락, 홍수,
그리고 가뭄 이런 것들이
천재라고 합니다.
지재는 교통사고, 화재,
지진, 다리붕괴, 대형사고,
이런 걸 지칭합니다.
인재는 도적 당하는 것,
사기 당하는 것, 송사가 붙는 것,
그리고 납치당하는 것 등입니다.
이를 합쳐서 삼재라고 부릅니다.
이런 우리 전통 설날의
여러 의미와 행사는 묘하게도
종교적 요소를 많이 가졌다고
보아도 틀리는 것이 아니겠지요?
오늘 우리가 이렇게 모여서
미사성제를 올리는 것도
조상 전례 전통풍습의
근본정신에 정확히 부합이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보통 우리 믿는 이들이 설에 대한
정의를 내릴 때,
첫 번째가 ‘근신하는 날’입니다.
일 년을 하늘의 축복 속에
지내기 위해서 근신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감사와
기도 속에 보내야 되는 날이
바로 설 명절 입니다.
입을 근신해야 되고 행동을
근신해야 됩니다.
풀이하면 새해 첫 날 남을
험담하면 그 입에서는 일 년 내내
험담이 나올 것이라는 겁니다.
오늘 새해 첫 날 거짓말하기
시작하면 일 년 내내 입에서는
거짓말이 나올 거라 그 뜻입니다.
또, 오늘 이 첫 날 하루 종일
고스톱에 미친다면 일 년 내내
고스톱 칠 것이라는 뜻입니다.
오늘 하루 변덕이 죽 끓듯 하면
일 년 내내 그 인간이 변덕이
죽 끓듯 할 것이다.
오늘 또 누구랑 시비가 붙어서
싸움이 벌어진다면 그 사람은
싸움하다가 일 년 다갈 것이다.
반대로 오늘 화사하게 지내면
일 년 내내 화사하게 지낼 것이요,
오늘 하루 징징거리면서 살면
일 년 내내 징징거릴 것이요,
오늘 하루를 희망적으로 살면
일 년 내내 희망이 생길 것이요,
오늘 화를 내면 아마 일 년 내내
화가 떠나지 않을 것이 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담도, 근신하면서 지내는 날.
입을 근신시키고 행동을
근신시키는 날이 바로 오늘입니다.
두 번째 의미는 미사와 기도의 날입니다.
돌아가신 부모형제를 위하여
제물 중에 최고의 제물인 그리스도를,
그리스도와 함께 성부께 봉헌하는
이 미사를 제사 상 위에 차린
고기에 비할 수 있겠습니까?
세상을 떠난 영혼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술이나 밥이 아니라
가장 필요한 기도를 바침으로써
연령을 가장 기쁘게 하는 날입니다.
그 영혼이 혹시라도 연옥에서
아직도 보속하고 있다면
성인들께 전구를 청하고,
후손들의 기도와 희생으로,
이 위령미사와 연도를 통하여
천국 갈 날이 당겨질 수 있다는 것을
믿으며 미사를 드리는 날이
바로 오늘이라는 뜻입니다.
세 번째로 이 설의 의미는
화해의 날입니다.
다른 말로 치유의 날입니다.
여러 가지 일들로 마음
상했던 것들을 형제자매들이
서로 푸는 날입니다.
먼 곳에 있는 사람과 먼저
풀려 하지 말고 여러분의
피붙이들과 먼저 화해하십시오.
부모자식 간에
응어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돈 문제, 유산 문제,
또 이미 돌아가신 부모님에게도
좋은 감정이 없는
자식들도 있습니다.
또 살아있는 부모님
또 내 자식 사이에서도 뭔가
불편한 감정은 있을 수 있습니다.
형제끼리, 자매끼리
당연히 있을 수 있습니다.
고부간에도 역시 그런
어둠이 흐를 수 있다는 겁니다.
먼저 손 내 미세요.
‘동생, 내가 잘못했어.’
‘아이고, 며늘아, 어른이
좀 더 넓어야 되는데,
큰 그릇이야 되는데. 마음 상했지.’
손 잡아주세요. 아무리
잘못한 것 없어도 고생했다고 등
두드려 주세요.
그래서 오늘은 화해의 날입니다.
치유하는 날입니다.
부모님 살아계실 때 잘 하십시오.
그리고 부모님이 물려주신
신앙만큼은 대한민국 밖에
있더라고 잃지 마십시오.
부모한테 잘 하는 것은
자식한테 보험 들어 두는 겁니다.
자식들은 내 아버지가 할
아버지한테 어떻게 하는지
다 지켜보고 있습니다.
돌아가신 후의 진수성찬이
살아계실 때의 술 한 잔만큼
못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생각은 소용이 없습니다.
행동으로 보이십시오.
마음속에 부모님
생각한다는 것은
별 의미가 없습니다.
살기 힘들어도 단 얼마라도
쪼개서 매달 용돈 보내십시오.
전화만 하고, ‘건강하셔야 돼요.’
말로만이 아니라 가끔 가서
어머니 좋아하시는
음식 사 드리세요.
살아계실 때 동네
사람들한테 효자 소리들은
사람도 부모님 돌아가시면
효자 없어요.
불효자만 남아요.
‘더 잘 해 드릴 걸. 이렇게
빨리 돌아가실 줄 몰랐는데.‘
우리 명절 설의 세 가지의미,
첫 번째 근신의 날이다.
뭘 근신한다고요?
입조심 하고 몸조심
하는 근신의 날이다.
두 번째 오늘 미사와
기도를 통해서 예수님께
조상들을 봉헌하는 날이다.
세 번째 화해의 날이다.
서로 간에 아픈 상처가 있다면
보듬어주고 다시 힘을 내고
기쁜 마음으로 삶의
터전으로 가는 날이다.
그 중심에는 예수그리스도가
있어야 이 세 가지가 가능합니다.
고향 찾아오신 가족들,
환영합니다. 그리고 정말
부모님 살아계실 때 잘 하십시오.
우리 서운동 성당은
신자분들 연세가 좀 많아요.
그런데 내가 희망적인
얘기 하나 드릴게요.
유엔(UN)에서 나이에 대한
정의를 내렸어요.
15~65세를 청년, 66~79세를
중년, 80~99세를 노년,
그리고 100세 이후를
장수노년으로 본대요.
현재 한국에 100세 넘은 사람이
1,230명이에요.
그런데 점점 늘어날 것에요.
그러면 우리 대부분은 뭡니까?
청년 아니면 중년이에요.
그러니까 힘이 나죠.
근력 운동 하시고 걷기도
하시고 아령 운동도 하시어
알통도 만들고 하세요.
청년 아니면 중년 아닙니까?
그러니 하느님 앞에
너무 할아버지
할머니 행세 하지 마세요.
우리 성당은 늙은 성당인 줄
알았는데 아직도
팔팔한 성당입니다.
희망이 솟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아멘.
2018년 설날 (2/16)
서운동성당
김웅열(느티나무)신부님 강론
photo by 분도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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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웅렬신부( 설의 의미)
운연스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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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3.09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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