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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비공개 입니다
DMZ 평화의길 4코스(전류리포구-고양종합운동장)
여행일 : ‘25. 1. 18(토)
소재지 : 경기도 김포시 하성면·양천읍·운양동 및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 일원
여행코스 : 전류리포구↔전류정 충절유적→봉성리교차로→운양삼거리→한강야생조류생태공원→일산대교→고양종합운동장(거리/시간 : 15.2km, 17.34km를 4시간 10분에)
함께한 사람들 : 청마산악회
특징 : 드디어 ‘코리아둘레길’의 4,500km 전 구간이 완성됐다. 2009년부터 시작된 ‘코리아둘레길’은 2016년 해파랑길(동해), 2020년 남파랑길(남해), 2022년 서해랑길(서해)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2024년 9월, 마지막 구간인 ‘DMZ 평화의길(이하 ’평화의길‘) 개통으로 ‘코리아둘레길’이 완성됐다. DMZ 일대를 따라 구축한 코스로, 자유롭게 방문하는 횡단노선과 민간인 통제지역까지 들어갈 수 있는 투어 프로그램인 테마노선으로 구성된다.
▼ 트레킹 들머리는 전류리 포구(경기도 김포시 하성면 전류리)
김포한강로(올림픽대로 개화 IC에서 연결) 운양·용화사 IC에서 내려온다. ‘금포로(78번 지방도)’를 따라 4km쯤 북진하면 ‘전류리포구’에 이른다. ‘평화의길 안내도(인증 QR코드)’는 포구 북쪽 250m 지점에 위치한 ‘평화누리길 쉼터’에 설치되어 있다.
▼ 전류리포구에서 출발 한강의 서쪽(김포) 가장자리를 따라 올라오다 일산대교를 건너 고양(일산)으로 넘어가는 15.2km짜리 여정. 철책과 자연을 벗 삼아 걷는 김포에서의 마지막 구간으로, 김포야생조류생태공원에서 철새와 텃새를 살피며 자연을 즐기고 나면 어느덧 김포와의 아쉬운 이별을 고하게 된다.
▼ 08 : 25. 길을 나서기 전, ‘전류정 여흥민씨 충절유적’부터 먼저 둘러보기로 했다. 하성방면의 금포로(78번 지방도)를 따라 150m쯤 걸어가면, 유적지로 올라가는 길이 ‘행운부동산’ 맞은편으로 열린다.
▼ 초입에 이정표가 세워져 있으니 참조하면 되겠다. 참! 시간에 여유가 있다면 봉성산 꼭대기에 위치한 ‘재두루미전망대’까지 다녀올 것을 권한다. 김포 제일의 조망 명소 중 하나로 꼽히기 때문이다.
▼ 봉성산은 해발 129m의 나지막한 산이다. 하지만 군사시설이 정상을 차지한 금단의 영역이었다. 그러다 김포시의 노력으로 정상을 한강의 상·하류와 김포평야 일대를 비롯해 한남정맥의 마지막인 문수산, 파주의 심학산, 그리고 북한까지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공간으로 바꾸어 놓았다. 기존의 군사시설을 활용했음은 물론이다.
▼ 홍살문이 세워진 걸로 보아 경의(敬意)를 표할만한 인물을 모시는 곳이란 의미일 것이다. 맞다. 이곳은 국가가 인정하는 여흥민씨의 우국충절(憂國忠節)을 상징하는 유적이다.
▼ 정성지문(旌垶之門). 1636년, 병자호란 때 의병으로 참전한 민성(閔垶, 1586-1637)을 비롯한 일가족 12명의 정려를 모신 전각이다. 민성은 병자호란이 일어나자 가족을 이끌고 강화도로 들어가 아들 삼 형제와 함께 의병이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강화성이 무너지자 아들·딸·며느리 등 12가족이 모두 자결했단다. 인조 18년(1640), 조정은 민성의 품계를 통정대부 승정원 좌승지로 올리고 12정려 충신 정성지문을 하사했다. 한꺼번에 하사된 정려로는 가장 많은 수라는 점에서 역사적 의의가 크단다.
▼ ‘전류정(顚流亭)’은 고려 말 민유(閔愉, 출생·생몰 년대 미상)가 신돈의 난을 피해 봉성산 기슭에 지은 정자다. 하지만 정자는 보이지 않았다. 대신 표충사(表忠祠)라는 제각이 여흥민씨 문중에서 선조의 업적을 기리는 장소로 활용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참고로 민유는 충혜왕 원년(1331)에 병과 1위로 급제하여 밀직사사, 진현관대재학, 지춘추관사 등을 지낸 고려 후기의 인물이다. 신돈의 폭정에 회의를 느끼고 도읍인 개경과 가까우며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이곳에 머물며 전류정을 짓고 학사 주사옹과 교류하며 고려에 대한 충절을 지켰다고 전해진다.
▼ 08 : 36. ‘평화누리길 쉼터’로 되돌아와, 금포로(78번 지방도)를 따라 남진하면서 본격적인 트레킹을 시작한다. 철책으로 중무장한 한강변을 따라간다고 보면 되겠다.
▼ 08 : 39. 몇 걸음 더 걷지 않아 ‘전류리 포구’를 만났다. 전류리는 한강 내수면 어업의 최전방 포구다. 어부들은 군부대의 허가를 받아 김포대교부터 전류리 어로한계선(하류 쪽으로 200m 지점에 월선금지 부표가 떠있다)까지 14km 구간에 그물을 친다. 20척 가량의 소형 어선이 선단을 이뤄 웅어·숭어·황복·참게를 잡는데, 여기서 잡히는 참게는 수라상에 올랐다고 한다. 겨울철인 요즘에는 쫀득쫀득해 씹는 맛이 일품인 제철 숭어가 많이 잡힌단다.
▼ 전류(顚流)란 강물과 바닷물이 뒤섞인다는 뜻이다. 밀물 때 소용돌이로 차오르는 강물의 헐떡거림이 장관이고 진풍경이라고 했다. 강바람이지만 서해 개펄냄새도 물씬 풍긴단다. 하지만 포구로 가는 입구가 굳게 닫혀 있는데다, 위압스런 저 감시탑이 무서워 다가가 보지는 못했다.
▼ 길은 ‘봉성산’의 산자락을 에돌아간다. 앞에서 거론했던 ‘閔愉’가 산에 올라 고려의 사직을 걱정하고 국왕을 사모했다고 해서 국사봉(國思峯)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옛 문헌에는 진류산(鎭流山) 또는 전류산(顚流山)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 강 건너는 ‘심학산’이 우뚝하다. 파주시에 있으니 통행이 자유로운 남녘땅임이 분명하다. 그런데도 이념의 산물인 철조망은 이 모든 것을 훼방하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수로에 막힌 전류리 포구는 생각보다 을씨년스럽고 신산했으며, 도로변의 식당은 허름한 작업장 같은 느낌을 물씬 풍겼다.
▼ 어선에 달린 저 깃발은 고기잡이 허가를 받았다는 표식이란다. 그뿐 아니다. 고기를 잡으러 나갈 때마다 군부대 초병에게 출항 신고도 해야 한단다. 아무튼 저 물길을 따라 진객 ‘웅어’가 거슬러온다고 했다. 그걸 안강망으로 잡는데, 이게 여간 맛있는 게 아니란다.
▼ 08 : 48. ‘해뜨는 한강정원’. 봉성리는 해돋이 명소로 유명한 지역이다. 탁 트인 ‘한강 뷰’를 자랑하는 언덕에 작은 공원을 만들고, 크고 작은 수목과 함께 다양한 초화류를 심어 계절의 변화를 다양하게 느껴볼 수 있도록 했다.
▼ 08 : 52. ‘봉성로’가 갈려나가는 ‘봉성교차로’. 한강변을 따르는 길은 매력적인 산책로가 분명하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어른 키를 훌쩍 넘기는 이중 철책이 한강 조망을 방해하는 것이다. 내 머릿속에 저장된 10년쯤 전의 언론보도는 철책(김포대교-전류리포구)을 걷어내겠다고 했었다. 그렇다면 지금쯤은 저 철책 대신 아름다운 공원이 들어앉아 있어야 하지 않나?
▼ ‘하성면’의 강변을 달려온 ‘평화의길’은 이곳 하동천을 경계로 ‘양촌읍’에 바톤을 넘겨준다. 이후부터는 양촌읍의 저 강변을 따라 한강을 거슬러 올라간다.
▼ 하동천이 한강에 합류되는 지점에는 집중호우 때 빗물을 한강으로 퍼내는 ‘하동배수펌프장’이 있다. 참고로 한강 하구에 위치한 김포는 한강 둑보다 지대가 낮은 데다 홍수와 서해의 밀물이 겹치면 빗물이 빠져나가지 못해 펌핑으로 빗물을 한강으로 퍼내야 한다.
▼ 하동천은 기러기·청둥오리 같은 조류와 두더지·너구리·족제비 등의 포유류가 서식한단다. 135종에 달하는 관속식물도 만날 수 있다나? 그런 생태계의 보물창고가 개발로 인해 훼손이 심해졌던 모양이다. 김포시에서 생물의 서식환경 제공과 수질개선을 위해 호소형 습지를 조성했단다. 관찰데크, 망원경, 조류전망대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춘 생태학습장을 겸하게 했음은 물론이다.
▼ 계속해서 ‘금포로’를 따라간다. 도로 가장자리를 따라 보행로가 따로 나있다. 자전거길인 ‘평화누리길’과는 헤어져서 가는 구간이기도 하다.
▼ 09 : 02. 이 멋꼬? 난쟁이 세상에라도 들어온 듯, 정체를 알 수 없는 꼬맹이 주택들이 늘어서 있다. 애완동물들을 테마로 한 체험 동물농장인지도 모르겠다.
▼ 09 : 06. ‘봉성제2배수장’. 폭우로 팔당댐이 방류를 시작하면 8시간 뒤 물이 김포에 닿는다. 이때 봉성포천이 빗물을 한강으로 내보내지 못할 경우 하천 유역은 침수 피해를 입게 된다. 거기에 서해의 만조 사리라도 겹치면 그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단다. 배수장의 규모가 저렇게 큰 이유일 것이다.
▼ 봉성포천(奉城浦川)은 양촌읍 구래리에서 발원, 북동쪽으로 흐르다 누산리에서 한강으로 합류되는 지방하천이다. 지류인 거물대천·가마지천·서암천·수참천·석모천을 보탠 탓인지 커다란 몸집을 자랑한다. 하긴 배수를 위해 1,800마력짜리 펌프를 10대나 가동시켜야 할 정도라니 어련하겠는가.
▼ 탐방로는 포장길과 데크길이 번갈아가며 이어진다. 하나 더. 이곳 ‘누산리(양촌읍)’의 한강변에도 포구가 있는 모양이다. 김포시의 홍보용 간판은 누산리의 특산물로 참게와 숭어를 꼽고 있었다.
▼ 오른쪽으로는 양촌읍의 들녘이 드넓게 펼쳐진다. 추수가 끝난 들판은 새까만 점들로 덮여 있었다. 낱알로 배를 채우며 휴식하는 쇠기러기들이다. 맞다. 김포는 쇠기러기들의 천국이라고 했다. 간조 때 뭍이 드러나면 수백 마리가 귀가 아플 정도로 떼 지어 합창을 한단다. 한강하구 양안을 넘나드는 모습이 장관이라나?
▼ 김포의 특산물은 쌀만이 아닌 모양이다. 고구마와 배까지 로컬 푸드로 내걸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 김포 들녘의 볼거리는 농경지에서 놀고 있는 철새 떼만이 아니다. 가끔은 이런 갈대밭이 시야를 꽉 메우기고 한다.
▼ ‘평화의길 4코스’는 ‘경기옛길’과도 함께 간다. 경기옛길은 조선시대 실학자 신경준 선생이 집필한 도로고(道路考)의 육대로(六大路)를 기반으로 조성됐다. 그중 ‘강화길(김포옛길)’, 아니 정확히는 그 세 번째 구간인 ‘운양나룻길’을 지금 걷는다고 보면 되겠다. 조선시대 강화도로 향하는 간선도로 중 하나로, 강화길을 걷다보면 당산미와 김포아트빌리지, 김포장릉, 김포한강조류생태공원 등 다양한 명소를 만날 수 있다.
▼ 09 : 27. 운양삼거리에서 횡단보도를 건넌다. ‘금포로’의 내륙 쪽 가장자리를 떠나 한강변으로 옮긴다고 보면 되겠다.
▼ 탐방로는 화합의 장이다. ‘평화의길’과 ‘평화누리길’로도 모자라 ‘경기둘레길’과 ‘경기옛길’도 함께 쓴다. 저런 러너(runner)들을 심심찮게 만나게 되는 이유일 것이다.
▼ 09 : 36. ‘제촌마을’로 들어가는 길이 나뉘는 ‘용화사삼거리’. 진행방향 저만큼에서 용화사(龍華寺)가 잠시 들렀다 가란다. 운양산 자락의 ‘용화사’는 1405년(태종 5)에 창건된 한강하구의 유일한 전통사찰이다.
▼ 일주문인 모양이다. 문득 일본의 절간에서 흔히 만나는 도리이(鳥居 : 일본식 솟대)가 떠오른다. 못된 버릇이리라.
▼ ‘미륵불’을 모신 용화전(龍華殿). 조선 초, 뱃사공 정도명(鄭道明)이 조공을 싣고 오다가 운양산 아래 한강 하류지역에 배를 정박했는데, 그날 밤 부처가 꿈에 나타나 배 밑에 석불이 있으니 잘 모시라고 하더란다. 아니나 다를까 배 밑에서 미륵불을 찾아냈고, 불도의 깨달음을 얻어 절을 지었다는 것이다. 자신도 삭발을 하고 불도에 정진했음은 물론이다.
▼ 미륵불은 돌부처치고는 너무 미끈했다. 근래 하얗게 분을 칠한 탓이란다. 아무튼 빛을 발하며 출현했던 부처님은 영험함까지 보증된 모양이다. 이른 아침인데도 기도를 드리고 있는 신도가 여럿 보였다.
▼ 운양추파(雲陽秋波, 김포8경의 하나). 용화사가 자리한 운양동은 가을빛 하늘에 물든 한강의 파도치는 모습이 아름답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고풍스런 범종각 뒤로 한강하구의 풍경이 파노라마로 펼쳐지고 있었다.
▼ 09 : 43. ‘용화사삼거리’로 되돌아와 다시 길을 이어간다. 탐방로는 삼거리를 기점으로 삼아 도로(금포로)와 헤어진다. 그리고는 한강 둑길을 따라 김포야생조류생태공원으로 간다.
▼ 09 : 46. 재두루미쉼터. ‘김포야생조류생태공원’으로 들어가기 전, 사치스러울 정도로 잘 꾸며진 쉼터를 만났다. 파고라에 벤치는 기본, 피크닉 나온 가족들을 위한 식탁용 테이블은 파라솔까지 갖췄다.
▼ 이름처럼 벤치 위로 ‘재두루미’가 날아간다. 두루미는 우아하고 고고하며 영리한 새다. 옛 선인들이 불로장생 천년 학이란 의미까지 부여했을 정도다. 지구상에 6천여 마리밖에 남지 않은 ‘멸종위기 야생동물’이기도 한데, 그게 이 부근에서 머문다는 얘기일 것이다.
▼ 두루미는 가족애가 강하고 공동체 의식에 질서의식까지 갖췄단다. 특히 자기가 태어난 곳과 월동지를 포기하지 않는 특성을 가졌단다. 그래서일까? 부화하기 일보 직전인 두루미의 알도 전시해 놓았다. 그게 집사람의 방심을 자극했던 모양이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부수어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를 되뇌며 알을 깨고 나온다.
▼ 서해랑길은 한강 둑길을 따라간다. 이 구간은 보행자 전용의 산책로가 ‘평화누리 자전거길’이 따로 나있다. 일직선으로 곧게 뻗어 끝이 보이지 않는다. 함께 가는 철책 너머로는 서해바다와 만나는 한강하구의 멋진 풍광이 펼쳐진다. 탐방로 오른쪽의 야생조류생태공원에는 유수지(遊水池)가 조성되어 있었다.
▼ 경계용 수목 울타리에 매달린 열매. 조경수로 인기가 높은 ‘낙상홍(落霜紅)’ 열매가 아닐까 싶다.
▼ 09 : 57. 그렇게 10분쯤 걸었을까 ‘김포야생조류생태공원’이 발길을 붙잡는다. 꽃은 지고 나뭇잎은 떨어졌지만 겨울만의 또 다른 매력으로 화사한 곳이다. 655,310㎡나 되는 엄청난 면적에 한강을 수원으로 한 생태습지원과 야생 조류의 취·서식지로 조성된 낱알들녘을 비롯해, 참나무숲, 송송숲, 특산수목 탐방숲, 생활환경 숲 등 풍성한 생태자원을 가지고 있다.
▼ 김포한강야생조류생태공원은 한강신도시 개발에 따른 생태 보전과 철새들의 쉼터를 제공하기 위해 조성된 공간이다. 야생조류 취·서식 공간을 보전하고, 생태 체험·학습의 장소를 마련해 시민과 생태가 공존하도록 꾸며놓았다.
▼ 첫 만남은 ‘향기의 뜰(푸른 봄의 뜰)’이다. 마가목·산수국·옥잠화·금낭화·꽃무릇·벌개미취 등 이른 봄 푸른 잎으로 개화하는 관목과 초화류를 심어놓았단다.
▼ 공원은 한마디로 잘 꾸며져 있었다. 빨간 지붕의 풍차가 가녀린 몸매를 한껏 뽐내는가 하면, 두루미는 먼 하늘을 향해 힘껏 날아오른다. 그 사이로 들어가 푸른 하늘을 배경 삼는다면 인생 샷 하나쯤은 너끈하겠다.
▼ 갈대와 억새, 그리고 넝쿨식물들로 뒤엉킨 숲은 버려진 듯 보살펴지고 있었다. 겨울철새들이 편히 쉬어갈 수 있도록, ‘갑’이랄 수도 있는 인간의 통행을 막는 것이다. 이렇듯 관리한 덕분인지 공원은 생태환경이 뛰어난 김포에서도 ‘허파’ 역할을 톡톡히 한단다. 공원 곳곳이 사람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은 듯한 자연미로 가득했다.
▼ 철새들의 쉼터인 낱알들녘. 지금은 텅 비어 있지만 여름이면 푸른 벼가 자라고, 가을이면 고개 숙인 벼이삭이 누렇게 물들이는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공간이다. 하나 더. 낱알들녘에서 나오는 벼는 모두 철새들의 먹이로 공급된다고 했다. 이를 주워 먹으려는 철새들을 망원경 없이도 가까이서 볼 수 있다나?
▼ 운이 따르지 않았던지 철새는 눈에 띄지 않는다. 대신 들녘 한켠에서 전통농업기구를 만날 수 있었다. 사람의 노동력을 이용해 물을 퍼올리는 ‘용두레’와 ‘수차’인데 직접 체험해 볼 수도 있단다.
▼ 10 : 13. 탐방로는 ‘조망마루’를 비켜 지나간다. 참고로 생태공원은 둘레가 약 5km쯤 된다고 했다. 서서히 걷다보면 한 바퀴 도는 데 1시간30분 정도 걸린단다. 하나 더. 공원은 철새들의 쉼터로 조성되었다. 하지만 인간들에게도 걷는 재미가 쏠쏠한 여행지로 꼽힌다. 강변길, 철새이야기길, 사색의길 등 테마가 있는 다채로운 길들을 편안한 마음으로 천천히 걸어 볼 수 있다.
▼ 조망마루 옆의 숲은 ‘푸른 숲길’이란 이름표를 달았다. 계수나무, 튤립나무 등이 울창한 숲을 이루는데, 여름철이면 도시락을 들고 온 가족들이 돗자리를 깔고 누워 한가로운 피크닉을 즐긴다는 곳이다.
▼ 조망마루, 이름대로 김포야생조류생태공원을 샅샅이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더 넓게는 김포지역과 한강 너머의 일산이나 파주까지 한눈에 쏙 들어온다.
▼ 맨 위층은 ‘조망마루’라는 이름에 걸맞게 야외 전망대를 배치했다. 김포의 특성을 맛보기식으로나마 느껴볼 수 있는 공간이다. 김포는 한반도 젖줄인 한강과 북쪽에서 내려온 임진강이 만나 서해로 빠져나가는 길목에 위치한다. 한강의 거대한 물줄기가 실어 나른 흙들이 퇴적되면서 형성된 드넓은 평야지대이다.
▼ 시선을 옮기자 이번에는 한강 너머의 풍경까지 일목요연하게 펼쳐진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오른 일산의 고층건물들이 영락없는 마천루(摩天樓)이다.
▼ 2층은 실내에서 편안히 밖을 바라볼 수 있도록 의자와 테이블 등을 놓아두었다. 터치스크린 모니터를 통해 공원에 대한 자세한 정보도 제공 받을 수 있다.
▼ 10 : 18. 조망마루를 빠져나와 이번에는 에코센터 쪽으로 간다. 그러자 ‘습지생태원’이 잠시 들렀다 가란다. 갈대·억새밭 사이로 난 데크 길을 걷다 보면 크고 작은 연못들을 만난다. 습지 뒤쪽에는 황톳길도 조성되어 있다고 했다. 신발을 벗고 황톳길을 걸어보고 싶다. 발을 씻을 수 있는 시설까지 마련돼 있다니 발가락 사이에 황토가 묻을 일도 없겠다. 하지만 주어진 시간이 빠듯한 걷기 여행자에게는 그런 낭만을 즐길 여유가 없었다.
▼ 생태습지답게 커다란 연못도 들어서 있었다. 연못 뒤로 보이는 정자는 ‘감암정’이다. 정자에 오르면 광활한 갈대·억새밭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2024년 녹색도시 우수사례 공모’에서 도시숲 분야 우수상(산림청장상)까지 수상한 풍경이다.
▼ 10 : 26. 이정표는 이제 그만 공원을 빠져나가란다. 하지만 이를 따르지 않기로 했다. 전면에 있는 ‘에코센터’에 들러보기 위해서다.
▼ 앗! 대한민국에도 ‘피사의 사탑’이 있었나보다. 탑처럼 생긴 건물이 기울어도 한참이나 기울어진 채로 위태롭게 서있다. 생태공원과 철책 너머 한강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에코센터 전망대’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망원경의 도움까지 받아가며 높은 시야에서 주변을 조망할 수 있다는데, 안타깝게도 시설을 보수한다며 출입을 막고 있었다.
▼ 에코센터 야외쉼터에서의 조망. 한강 너머는 고양시(일산서구) 구산동·법곳동 지역이다. 그 왼쪽에는 심학산이 있다. 이 모든 곳이 통행의 자유가 보장되는 남한 땅이건만, 한강에는 다리조차 놓을 수 없고, 철책에 가로막힌 강은 배로도 건널 수 없다. 가슴 아픈 현실이라 할 수 있겠다.
▼ 10 : 36. 금포로를 따라 한강 ‘감바위 나루터’ 위쪽에 있는 군부대 초소 앞을 지난다. 6분쯤 후에는 다시 만난 78번 지방도(금포로)를 횡단한다. 그리고는 금포로를 따라 김포시가지 쪽으로 간다.
▼ 10 : 46. ‘김포한강로’에서 김포한강신도시 IC로 빠져나오는 접속고가교 아래서 횡단보도를 건넌다. 이어서 접속고가교의 왼쪽 아래를 따라간다. 이즈음 ‘평화의길 쉼터’를 만날 수 있다.
▼ 접속고가교 아래를 지나면 탐방로는 다시 ‘금포로’를 만나고, 곧이어 ‘감암교(계양천을 가로지른다)’를 건너 방수문삼거리 쪽으로 간다.
▼ 10 : 59. 신향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튼 다음, ‘감암로’를 따라간다. 오른쪽에는 신개념의 하수처리장인 ‘레코파크(Recopark)’가 있었다. Recycle+Eco+Friendly+Park의 합성어로 하수를 깨끗한 물로 재생하여 환경을 아름답게 하고 시민과 함께하는 휴식공간이라는 뜻이다. 하수처리장을 지하에 두고 여분 공간을 활용하여 풋살장, 인라인스케이트장 같은 운동시설을 접목했다.
▼ 11 : 02. 레코파크 정문 앞에서 왼쪽으로 빠져나간다. 이어서 일산대교 진입로의 하부 굴다리 바로 앞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튼 다음 언덕으로 오른다.
▼ 11 : 05. 언덕 위는 민자를 유치해 건설한 일산대교의 톨게이트(TG)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기지사 시절 일산대교 통행을 무료로 하겠다며 요란법석을 떨었었는데 아마 성사되지 못했던 모양이다. 아무튼 이후부터는 일산대교의 북쪽 가장자리를 따라 내놓은 보도를 따라간다.
▼ 다리 아래로는 6차선의 ‘김포한강로’가 지나간다. 2차선의 ‘금포로’는 김포한강로에 기대어 가는 모양새이다.
▼ 다리는 눈터지는 조망을 선사해준다. 다리 어디에서나 한강 하류의 아름다운 풍광을 눈에 담을 수 있다. 거대한 물줄기가 ‘감바위’를 휘돌아 봉성산 자락의 전류리 포구로 흘러가는가 하면, 오른쪽에는 파주의 심학산이 놓여있다.
▼ 해병대가 주둔하고 있는 ‘감바위’를 당겨봤다. 한자로는 ‘감암(甘巖)’. 강 건너 일산의 ‘이산포’와 ‘송포’를 오가던 나루터 ‘감암포’가 있었다는 곳이다. 일제강점기 때 ‘감나무 시(柿)’자를 써서 ‘시암’으로 고쳤다는데, 원래의 이름인 감바위가 훨씬 더 정감이 가지 않나 싶다.
▼ 검단신도시와 장기신도시가 한강의 강줄기를 따라 길게 들어서있다. 평화의길 3코스는 김포 쪽의 저 강변을 헤집으며 이곳으로 온다.
▼ 김포의 너른 들녘과 한강변을 달려온 평화의길은 일단대교의 중간쯤에서 고양(일산서구)에 바톤을 넘겨준다. 고양에서의 첫 만남은 드넓게 펼쳐지는 습지다. 요 아래에 위치한 ‘장항습지’만큼은 아니어도 ‘대화천’을 품은 습지는 크고도 아름다웠다.
▼ 11 : 24. 일산대교 끝자락에서 만나는 ‘이산포 JC’. 교차로도 예술 작품으로 승화될 수 있나 보다. 도로 여러 개가 상하좌우로 얼키설키면서 한 폭의 그림을 그려낸다.
▼ 다리 아래로는 ‘자유로’가 지나간다. 가양대교 북단에서 문산읍(파주시) 자유 IC(임진각)까지 연결되는 고속화도로로, 종점인 임진각 경내 '자유의 다리'에서 이름을 따왔다. ‘자유통일’의 의지를 담았다고나 할까?
▼ 11 : 31. 다리가 끝나는 지점. 문자조형물(GOYANG)이 고양 땅에 들어섰음을 알려준다.
▼ 이후부터는 ‘고양대로’를 따라간다. ‘대화천’을 왼쪽 옆구리에 끼고 가는 구간이기도 하다. 왕복 8차선의 도로가 삭막하다고 느껴진다면, 둔치로 내려가 산책로를 따라가면 된다.
▼ 11 : 34. 길 찾기에 주의가 요구되는 ‘이산포교’. 경기둘레길 이정표(고양종합운동장← 2.3km/ 일산대교↓ 0.6km)가 다리를 건너라는데, 이정표에 붙여놓은 ‘평화의길’ 방향표시는 곧장 직진하라는 것이다. 개인 의견이지만 이곳에서는 경기둘레길을 권하고 싶다. ‘대화천’의 둔치를 따라가는 경기둘레길이 도로변을 걸어야하는 ‘평화의길’보다 안전이나 시간절약 면에서 더 낫기 때문이다. 하나 더. 평화의길 4코스와 경기둘레길 4코스는 거의 일치하기 때문에 어느 길을 따르더라도 종점까지 가는 데는 문제가 없다.
▼ 이를 모른 우리는 ‘평화의길’을 따라 직진했다. 대화천의 오른쪽 강둑 위로 나있는 길은 무척 고왔다. 향긋한 소나무향이 코끝을 스쳐 가는가 하면, 수북이 쌓인 솔가리는 마치 양탄자 위를 걷는 듯한 촉감을 전해준다.
▼ 왼쪽 발아래로는 ‘대화천’이 흐른다. ‘경기둘레길’은 저 둔치를 따라간다.
▼ 11 : 38. 분에 넘치는 호사도 잠시. 탐방로는 이내 ‘사포교’로 내려선다. 그리고는 다리 앞에서 도로를 횡단한다. 그런데 문제는 횡단보도가 없다는 것이다. 오가는 차량을 피해가며 건너라는 모양이다. 조금 전, ‘경기둘레길’을 따르라고 권했던 이유다.
▼ 11 : 40. 잠시 후 만나는 ‘법곳 IC’는 길 찾기에 주의가 요구되는 곳이다. 4코스와 지선인 4-1코스가 만나는 지점인데, 이정표가 이곳으로 오는 두 방향(전류리포구 및 행주산성)만 표시하고 있을 뿐, 가야할 방향(고양종합체육관)을 빼먹은 것이다. 옆의 안내판을 들여다보지 않는다면 누구 할 것 없이 길을 잃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실제 길눈 밝기로 소문난 선두대장도 이정표만 보고 진행했다가 무려 15km를 더 걷고 나서야 종점(고양종합체육관)에 이를 수 있었단다.
▼ 이후는 ‘고양대로’를 따라간다. 국내 최대 규모의 전시면적을 자랑하는 ‘킨텍스(KINTEX)’를 끼고 가는 구간이기도 하다. 3만 평이 넘는 전시공간에서 대형 국제전시회는 물론, 중소형 전시회 및 다양한 문화행사가 일 년 내내 열린다.
▼ 11 : 54. ‘대화마을입구 삼거리’에서 ‘대화천’으로 내려왔다. 신호대기 시간이 지겹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경기둘레길의 형편을 잠깐이나마 살펴보고 싶어서다.
▼ 다시 올라선 ‘고양대로’. 몸집 큰 킨텍스(KINTEX)’는 아직도 함께 간다. 이 구간은 가로수삼아 심어놓은 벚나무가 볼만했다. 봄이면 여의도의 윤중로 못지않은 환상적인 벚꽃 터널을 자랑할 수도 있겠다.
▼ 이 구간은 국토안전관리원, 건설기술연구원 등 건설관련 공공기관들이 몰려있었다. 하나 더. 도심에 가까워진 탓인지 산책 나온 시민들이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 국토안전관리원. 둘레길 도반 중 한분인 몽중루 작가님의 자제분이 다니는 직장이기도 하다. 기술사 자격증까지 딴 수재란다.
▼ 12 : 13. 4코스의 종점이라 할 수 있는 고양 종합운동장(Sports complex)에 도착했다. 43,000명 수용 규모의 주경기장과 992명 규모의 보조경기장, 야구장, 체육관 등이 들어서 있다.
▼ ‘고양 소노 아래나’. 프로농구단인 ‘고양 소노 스카이거너스’가 홈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체육관이다. 스카이거너스(Skygunners)는 ‘하늘 높이 향하는 대포’라는 뜻을 지녔단다. 그래서일까? 튀어 오르며 볼을 다투는 조형물들이 무척 와일드하게 보인다.
▼ 잠시지만 ‘호수로’를 따른다. 종합운동장을 오른쪽에 끼고 간다.
▼ 12 : 21. ‘대화로’를 건너자 ‘평화누리길 쉼터’가 있는 작은 공원이 맞는다. 몇 걸음 더 걸으면 이번에는 목교(木橋)가 반긴다. 그렇다고 다리를 건너지는 않는다. 평화누리길 이정표(동패지하차도 5.0km)가 가리키는 대화천의 둑길을 따르면 된다.
▼ 모처럼 만난 흙길이 반갑다. 가운데 야자매트까지 깔아 흙길의 단점인 질퍽거림까지 없애버렸다.
▼ 12 : 32. 날머리인 휴게공원의 ‘고양 인공암벽경기장’. 그렇게 400m쯤 걸었을까 오른쪽으로 희미하게 오솔길이 나있다. 이정표는 없지만 나무 사이로 살짝 얼굴을 내미는 인공암벽경기장으로 들어간다고 여기면 되겠다. 여기서 팁 하나. 길 찾기가 걱정된다면, 우리처럼 ‘평화누리 쉼터공원’으로 들어가지 말고 ‘대화로’를 따라 400m쯤 들어오면 된다.
▼ ‘평화의길(5코스)’ 안내도는 인공암벽 경기장 앞에 세워져 있었다. 오늘은 17.34km를 4시간 10분에 걸었다. 적당한 속도로 걸었다고 보면 되겠다. 아니, 가슴에 담아둘만한 특별한 볼거리가 드물었다는 얘기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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