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왕국 유다는 북왕국 이스라엘과 아람의 연합군을 대적하기 위해 그 당시 강력한 제국으로 떠오르는 앗수르를 의지하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앗수르를 대적하기 위해 다시 떠오르는 강국 바벨론(Babylon)을 의지하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바벨론은 앗수르의 산헤립(Sennacherib)에게 BC 702년과 BC 689년에 크게 패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앗수르는 BC 605년에 바벨론의 느부갓네살(Nebuchadnezzar) 왕이 앗수르의 니느웨를 점령함으로 멸망하게 되었고, 바벨론은 강력한 제국으로 부상(浮上)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바벨론은 BC 539년에 페르시아(바사)의 고레스(Cyrus) 왕에 의해 멸망하게 됩니다. 고대 근동 지역의 패권(霸權)을 쥐었던 앗수르도, 바벨론도 결국 멸망하게 됩니다. 앗수르는 북왕국 이스라엘을 멸망시켰고, 바벨론은 남왕국 유다를 멸망시킨 나라입니다. 그렇지만 앗수르도 멸망하게 되고, 바벨론도 페르시아에 멸망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페르시아는 이스라엘(유다) 백성을 다시 이스라엘(유다)로 돌아가게 하는 정책을 펼치게 됩니다.
이사야 시대에는 앞으로 일어날 이러한 모든 것을 알 수 없는 때였지만, 하나님은 이사야 선지자를 통해서 앗수르도, 바벨론도 하나님께서 진멸하게 하실 것이라고 예언하게 하신 것입니다. 남왕국 유다가 앗수르를 대적하기 위해 바벨론을 의지하려고 했지만, 한때 바벨론이 앗수르에 의해 크게 패하기도 하였기에 바벨론을 의지하지 말라고 경고하시는 말씀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바벨론이 남왕국 유다를 공격하여 남왕국 유다는 결국 바벨론에 의해 패망하게 되는데, 그 당시에는 이러한 일이 일어날 줄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남왕국 유다가 바벨론에 의해 멸망하는 일은 이사야가 이 예언 이후 120여 년이 지난 후에 일어나게 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때에 하나님은 이사야를 통해서 바벨론도 멸망하게 될 것이라고 예언하게 하십니다. 1절에 나오는 해변 광야는 바벨론을 가리키는 표현입니다. 강력한 나라로 보이는 바벨론이 마치 네겝(Negev) 회오리바람이 몰려오듯이 멸망하게 될 것을 예고합니다. 네겝은 유다의 남쪽에 있는 사막 지대를 가리키는 말로, 그곳에서 일어나는 강력한 회오리바람처럼 바벨론이 공격당할 것을 예고하는 말씀입니다. 2절에 나오는 엘람(Elam)과 메대(Media)는 바벨론을 공격하여 멸망시킬 나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엘람은 페르시아(바사)의 항구 도시이고, 메대는 바벨론과 연합하여 앗수르를 쳤던 나라였지만, 그 이후에는 페르시아와 연합하여 바벨론을 치는 나라입니다. 메대는 나중에 페르시아에 복속(服屬)됩니다.
2절에서는 “속이는 자는 속이고 약탈하는 자는 약탈하도다”라고 탄식합니다. 물고 물리는 상황을 묘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주변 나라를 정복하고 약탈하던 앗수르가 바벨론에게 망하고, 바벨론 역시 페르시아에게 망하게 될 것을 의미하는 표현으로 보입니다. 주변 국가들을 괴롭게 했던 강국들의 멸망으로 인해 억압 받던 사람들의 탄식이 그치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2절). 그런데 이러한 모습은 이사야에게 매우 혹독하게 보였고, 고통이 되었습니다(2절~4절). 물론 남왕국 유다로서는 유다를 압박하고 침탈(侵奪)하는 나라들의 멸망이 기뻐할 만한 일일 수 있으나, 이러한 전쟁을 통해 수많은 백성이 고통당하게 되는 것은 몹시 고통스러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희망의 서광(瑞光, twilight)이 떨림이 된다고 고백합니다(4절). 서광이라는 단어는 히브리어로 “네쉐프”(נֶ֣שֶׁף)라는 단어가 사용되었는데, 이 단어는 아침에 빛이 비취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저녁에 해가 서쪽으로 기우는 저녁 시간, 즉 황혼(黃昏)을 의미하기도 하는 단어입니다. 저녁이 되어 쉴 수 있는 시간이 고통이 될 수 있다는 표현이기도 하고, 아침이 오는 것이 두렵다는 표현이기도 합니다. 하나님께서 이 세상을 심판하실 때, 구원받은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께서 보호하시고 돌봐주시겠지만, 악한 자들을 심판하시는 것을 보는 것은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 될 것입니다.
바벨론은 흥청망청 잔치를 벌이고 즐기고 있지만, 하나님께서는 일어나 방패에 기름을 바르라고 경고하십니다(5절). 방패에 기름을 바른다는 것은 전쟁을 위해 싸울 준비를 하라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하나님은 파수꾼을 세워 지켜보게 하고, 본 바를 보고하게 하라고 말씀하십니다(6절). 주변의 정세(政勢)를 살피라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7절부터 9절에서는 마병대(馬兵隊)가 일어나 바벨론을 공격하여 바벨론의 신상들이 땅에 떨어져서 박살 난 것을 보고 보고하는 장면이 묘사됩니다. 그래서 “함락되었도다, 함락되었도다, 바벨론이여!”라고 외칩니다(9절). 그러면서 이사야는 이스라엘(유다) 백성에게 그동안 짓밟히고 고통당하던 이스라엘(유다) 백성에게 바벨론을 향한 하나님의 경고를 전하고 있다는 것을 선포합니다(10절). 아무리 강력한 나라도 하나님 앞에서 속절없이 망하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이어지는 11절과 12절 말씀은 에돔의 멸망에 대한 예고입니다. 11절에 나오는 두마(Dumah)는 에돔을 가리키는 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일(Seir)이라는 성읍은 에돔에 속한 곳입니다. 11절에 나오는 “파수꾼”은 이사야를 가리키는 표현입니다. 에돔 사람들이 이사야에게 묻고, 이사야가 그들에게 답하는 형식입니다. 주변의 정세가 불안하자, 그 시대의 파수꾼으로 여겨지는 이사야에게 묻는 것입니다. 이 어둡고 고통스러운 밤이 언제 지나게 되느냐고 묻습니다(11절). 그러자 이사야는 “아침이 오겠지만, 다시 밤이 올 것”이라고 답합니다. 한 라가 망하면, 그 이후에 다시 압제와 억압이 찾아오고, 그 나라가 망하여도 또 그러한 일이 반복될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그러면서 또 묻고 싶다면 다시 와서 물어보라고 말합니다. 이 말은 또 물어도 같은 대답밖에 할 것이 없다는 표현이기도 합니다. 이 세상에는 희망이 없습니다. 하나님만이 희망입니다.
13절부터 17절은 아라비아(Arabia)의 멸망에 관한 예고입니다. 드단(Dedan)과 데마(Tema), 게달(Kedar)은 모두 아라비아에 속한 지역입니다. 드단은 아라비아의 중심적인 성읍으로 많은 대상(隊商, Caravans)들이 오가는 무역의 요지(要地)이기도 합니다. 드단의 대상들에게 성읍이 아니라 수풀에서 밤을 지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아라비아가 전쟁에 휩싸여 망하게 될 것을 예고하는 말씀입니다. 데마도 무역의 중심지이기도 한데, 데마 사람들에게 전쟁을 피하여 온 피난민들을 도와주라고 말씀합니다. 그만큼 급박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예고하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게달은 아라비아 북부 지역에 사는 유목민인 베두인(Bedouin) 족속을 가리키는 말인데, 이들도 쇠멸(衰滅)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16절, 17절). “품꾼의 정한 기한같이”라는 16절의 표현은 정해진 기한에 이러한 일이 일어날 것을 의미하는 표현입니다.
지금도 이 세상은 전쟁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강대국이었던 나라가 쇠퇴하게 되고, 새로운 강국으로 부상했던 나라가 다시 역사의 뒤안길로 퇴장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하나님 없는 세상은 희망이 없습니다. 새로운 정권(政權)을 기대하지만, 새로운 정권 역시 진정한 희망이 될 수 없습니다. 오직 하나님만이 우리의 참된 소망입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의지할 것은 강대한 나라도, 새로운 정권도 아닙니다. 이 세상의 정세(政勢)를 잘 살펴서 처세(處世)한다고 해도 그것으로 희망이 될 수 없습니다. 오직 하나님밖에 없습니다. 오직 하나님만 의지하며 승리하는 삶이 되길 소망합니다.
(안창국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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