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샘통문 Ⅱ-37]댓글로 배운 오류와 우리말
# 여행기같지도 않은 졸문 <챠오 이탈리아>를 꼼꼼히 읽은, 전 직장 친구가 아래와 같은 지적을 카톡으로 보내왔다.
*‘대성당’을 뜻하는 ‘도우모(DOUMO)’는 ‘두오모(DUOMO)'을 잘못 썼다는 지적에 ‘깨깽’했다.
*피렌체(FIRENZE)와 베네치아(VENECIA)의 옛 이름이 플로렌스(FLORENCE)와 베니스(VENICE)라고 알고 있던 나의 무지를 일깨워줬다. 로마(ROMA)의 미국식 이름은 롬(ROME), 밀라노(MILANO)는 밀란(MILAN). 시칠리아는 시실리. 고마운 일. 인정.
* 유럽여행을 하면서 일본인 관광객을 거의 보지 못하는 것은 일본경제가 침체된 탓일 거라는 대목도 원인일 수는 있지만, 20-30년 전에 유럽관광 붐으로 많이 다녀간 것이 주원인이라고 함.
* 이탈리아나 프랑스 등 도시가 쓰레기봉지가 넘치고 담배꽁초가 많은 까닭은, 행정의 부재가 원인이 아닌 노인 일자리 배려차원과 환경미화원 노조의 입김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함.
상식의 오류는 누구라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 잘못 알고 있는 상식이나 지식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말해 주는 것은 친절한 일.
# 어제 아침 지인성님이 입에 달고 말하는 ‘(비겁한) 놈 (재수없는) 놈’ 글을 보고, 한 친구가 곧바로 우리말에 대한 의견을 댓글로 보내왔다. “표준어 ‘엔간하다’(보통의 수준이나 정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의 반대말 ‘엔간찮다’는 ‘보통의 수준이거나 정도에 미치지 못하다’ ‘부족하다’라는 부정적인 의미로 많이 쓰이는데, 어느 때에는 ‘보통수준을 넘다’ ‘대단하다’ ‘보잘 것 없지 않다’ 등 칭찬이나 긍정적인 의미로도 쓰인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엔간헌 놈”보다 ‘엔간찮은 놈’이 더 낫거나 긍정적인 의미가 담겨 있을 때도 있는데, 말하는 사람의 표정이나 말의 뉘앙스로 판단해야 한다”는 대목에 대한 의견이다. 동감하고 예를 들어준 몇 개 단어를 공부하게 돼 고마웠다.
‘악착같다’ ‘칠칠맞다’ ‘영악하다’ 등의 단어도 이런 경우처럼 쓰임에 따라 긍정-부정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는 것. 일리가 있어, 한 단어 한 단어 챗GPT에게 물어봤다. 먼저 ‘악착같다’의 어원을 보자. 불교에서 ‘악착동자(보살)’이 극락정토로 떠나는 배(반야용선)에 붙어 있는 밧줄에 매달려 어떻게든 떨어지지 않으려 한다는 설화에서 유래돼 ‘악착같다’가 나옴. 청도 운문사 대웅전 천장에 악착같이 매달려 있는 악착보살을 볼 수 있는데, 어떤 일을 하는 태도가 매우 모질고 끈덕짐을 뜻함. 또는 악은 윗이빨(齷), 착은 아랫이빨(齪)로, 악착은 위아래 이빨이 꽉 맞물린 상태를 이르는데, '(사람이나 그 태도가) 아득바득 기를 쓰는 것이 매우 끈덕지다'는 뜻으로 쓰임. 일설에는 ‘惡着하다’를 어원으로 주장하기도. 주로 부정적인 의미로 많이 쓰이나, 어느 경우에는 ‘(그 끈기나 의지가) 대단하다’는 긍정적이거나 칭찬의 의미로도 쓰임.
두 번째 ‘칠칠맞다’도 어원은 ‘칠칠하다’인데, 원래 나무나 풀, 머리털이 잘 자라서 보기 좋다는 뜻이다. 지금은 ‘깨끗하고 단정하다’ ‘일처리가 반듯하고 야무지다’는 뜻으로 주로 사용된다. 그런데 ‘칠칠치 못하게’ ‘칠칠하지 않았다’처럼 대개 ‘못하다’ ‘않다’가 따라온다. 그러다 보니 ‘칠칠하다’가 뭔가 어설프다나 깔끔하지 않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사전의 풀이와 달리, 현실에선 ‘칠칠하다’와 ‘칠칠치 못하다’가 같은 말이 된 것이다. “칠칠하게 왜 그래”의 ‘칠칠하다’는 ‘칠칠치 못하다’는 의미와 통한다. 이와 비슷한 용례로 ‘안절부절못하다’는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해 어찌할 바를 모르는 모양’을 뜻하는 표준어이다. 언중(言衆)이 ‘안절부절하다’보다 ‘안절부절못하다’를 압도적으로 많이 썼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안절부절하다’가 틀렸다거나 쓰지 않는 건 아니다. “안절부절못하면 안 돼”보다 ‘안절부절하지 마’가 몇 배 더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우리말은 참 쉽고도 어렵습니다. 갈고 닦아야 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이자 권리가 아닐까요?
‘영악하다’도 좋은 뜻(긍정적 의미)과 나쁜 뜻(부정적 의미)으로 쓰이는 대표적인 말이다. ‘그 사람 참 영악하다’의 영악은 한자는 靈惡으로 ‘(지나칠 정도로) 똑똑하고 영리하다’는 뜻. 반면에 ‘그는 심성이 영악해 친구가 없다’의 영악은 獰惡으로 ‘성질이 매우 모질고 사납다’의 뜻이다. 쓰기에 따라 오해받기 쉬운 말이므로, 말하는 사람의 표정이나 뉘앙스가 중요한 만큼 신중하게 사용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