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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피즘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신은희
수피즘의 기원
수퍼즘은 이슬람의 신비주의 전통이다. 수피즘의 '수피(suf)'는 아랍어 수프(suf)'에서 파생되었다. 수프는 '양모'혹은 '모직'을 의미한다. 이슬람 전통에서 수피들이 출현하기시작한시기는 기원후 7~ 8세기경이다. 수피는 양모를 입은 자'로 신과의 만남을 추구하는 존재이다. 물질적 욕망을 비우고, 때론 금욕주의적인 수행을 통해 신과의 합일을 꿈꾸는 자이다.
초기 수피들은 지극히 개별적인 존재들이었다. 이들은 조직적인 공동체를 형성하지 않았다. 당시에는 다양한 부류의 신비주의자들이 존재했다. 이들은 은둔을 상징하기 위해 무채색의 거친 양모를 입고 수행했다. 그들 중에는 전쟁을 반대하는 이들과 정치적 험오감을 느낀 이들이 은둔자의 삶을 선택하기도 했다. 또한 '꾸란,과 '하디스'를 연구하는 학자 중에도세속적인 삶을 멀리하고 수피의 삶을 선택했다. 소수자들이지만 양모를 입은자 중에는 사회정의를 강조하는 급진적인 사회운동가들도 존재했다. 8세기 중엽이 되면서 수피는 바그다드를 중심으로 새로운 사회운동의 상징이 되었다. 더욱 조직적이고 전문화된 수퍼들이 출현하기 시작했다. 초기와 달리 수피들은 더 이상 금욕주의적인 은둔자가 아니라 새로운 문화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수피즘은 새로운 문화의 변곡점을 마련하게 되었다. 수피들은 학술적 성찰과 함께 종교적 경건 수행을 강조하며 새로운 영적 운동의 부홍기를 열게 되었다. 수피즘은 전통적인 이슬람의 유일 신관을 수용하면서도 수피들만의 독특한 사상체계를 형성해 왔다. 수피즘의 유일신 개념은 숫자적 단일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 않다. 수피즘의 유일신은 신과 인간의 관계성을 유기적인 창조와 조화의 과정으로 이해한다. 수피즘은 신성과 인성의 영성 코드를 맞추며 신인합일의 관계성이 신인간의 새로운 존재로 신성화되는 것을 강조한다. 수퍼들은 인간이 신을 깨단기 위해서 갖추어야 하는영적 지식, 신지론 (hcosophism)'을 강조한다. 신지는 자아소멸의 '파나(ana)'체험과 함께 체득 된다.
수피즘은 종교적 수행에 의한 직관적 통찰을 신인합일 사상으로 발전시켜 왔다. 수피즘은 이슬람 전통에 포함되지만, 전통 이슬람의 법과 교리를 엄격하게 적용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수피즘은 동서양의 다양한 요소들을 포용한다. 이슬람의 관점에서 수피즘은 정통성의 체계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전통으로 인식된다. 그렇다고 해서 수피즘을 종교적 이단성으로 폄하하지도 않는다. 무슬림들은수피즘을 '이슬람의 새로운얼굴'이라고 부른다.
수피즘의 탄생
7세기 중동지역에는 아라비아 부족들을 중심으로 토착화된 종교문화가 자리 잡고 있었다.이외에도 동방정교회, 시리아 기독교, 신플라톤철학, 영지주의, 불교철학등이 공존하고 있었다. 수피즘은 이러한 전통들과 교류하면서 사상적 발전을 형성했다. 루이스(B. Lewis)에 따르면 초기 수피들은 청빈하고 정숙하며, 저항적이었다.')
그들은 꾸란,의 구절을 암송하며 종교적 감정에 사로잡허는경우가 많아 '우는 이' 혹은 '낭송자'라고 불리기도 했다. 또한 종교적 영감을 교훈적인 이야기로 전달하는 '스토리텔러'로도 알려졌다. 수피들은 삶의 지혜를 나누는 자들로 환영받으며, 대중적 지지를얻기도 했다.
당시 동방정교회의 수도승들도 양모로 만든 수프를 입었다. 그들은 '참회' 를 상징하는 검은색 수프를 입었으며 수도원의 삶을 살았다. 그들은 가난과 육체의 고행을 포함한 엄격한 종교적 금욕주의를 실천했다. 또한 신과의 언약을 생명처럼 중요하게 여겼다. 초기 수피들은 이러한 동방정교회의 금욕주의 영향을 받게 된다. 수피즘의 중요한 전통인 신을 기억하는 기도'는 동방정교회의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러나 수피들은 점진적으로 기독교적인 전통을 재해석하기 시작한다. 예를 들면, 수피들은 동방정교회에서 강조하는 성적 금욕을 성스러움과 연결하지 않는다. 또한 금욕적 삶을 고수하는 '성인(saint)' 개념을 강조하지도 않는다. 수피들은 동방정교회에서 강조하는 '신과의 언약을 '신과의 우정'으로 재해석하여 독특한 수피 신학을 정립한다. 신과의 우정이란 신과 인간의 조화롭고 상호적인 관계성을 의미한다. '신의 친구'는 인간의 보호자인 동시에 인간의 동반자이기도 하다.
동방정교회와 함께 수피즘에 영향을 준 전통은 시리아 기독교이다." 니콜슨(R. Nicholwon)에 따르면, 수피들의 기록에는 예수와 기독교 은둔자들이 등장하는데, 무슬림 금육주의자들에게 영적 조언을 하는 이야기들이 발견 된다. 수피와 기독교 은문자와의 대화는 수피즘이 기독교 신비주의자들로부터 영향받았음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수피가 '최고의 가르침에 관해 묻자, 기독교 은둔자는 온 힘음 다해 신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대답한다. 또한 수피가 최고로 좋은 기도시간을 묻자,기독교 은둔자가 '사랑으로 마음이 가득할 때'라고 대답한다. 그 순간만큼은 인간적인 모든 감정이 사라지고. 오직 신을 향한 순수한 사랑과 헌신으로 충만할수있기 때문이다. 또한 시리아 기독교에서 강조했던 '예수의 인성' 교리는 초기 이슬람 신학과의 관계에서 사상적 친교역할을 한다.
기독교 신비주의 신학자 니인베흐의 이삭(lsaac or Nineveh)이 제시한 '목적'의 교리(Tath)'는 수피 신학과 매우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다. '목적의 교리'는 육체', '낮은 영혼', 높은 영혼'의 세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이는 신과의 합일을 이롤수 있는 지고한 '목적'의 단계로 '참회, '정화,' 완상의 3단계를 거쳐야한다. 영적 도정의 3단계는 신을 향해 니가는 수피의 길인 '영적목적과 동일한 신학적 관점으로 전개된다.
동방정교회, 시리아 기독교와 함께 수피즘의 철학적 배경은 신플라톤 철학과도 연결된다. 수피들은 신플라톤 철학에서 말하는 단일존재의 삼위론 (riad of the One)과 인간의 지성적 사유 활동에 관심을 기울인다. 인간의 영성과 지성의 승화는 더욱 고양된 '우주적 영혼의 단계'로 상승할 수 있다. '일자 (the One) 를 항한 신인합일의 단초가 되는 자양분은 바로 영성과 지성의 수행적 열매이다.
수피즘에 영항을 주었던 헬레니즘사상은 '견유학파'로 알려진 '키닉학과 (the Cynics)'이다. 키닉 학파는 6세기경을 전후해서 점진적으로 기독교 수도원제도에 흡수된다. 그들은 영적 순례자로 떠돌아다녔던 신비주의자들로 다르위쉬(dervish)'혹은 탁발승'이라 불렸다. 그들의 믿음은 공개적으로 율법을 깨뜨리며 급진적인 행동을 통해 신과의 직접적인 만남을 실현하고자 했다. 키닉 학파는 중앙아시아와 북아시아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던 샤머니즘에 뿌리를 두고 있다. 히늘과의 직접적인 교감을 통해 기우제. 치병,주술 등의 신통력을 강조한다. 이들은 인간의 영혼에는 '신의 불꽃'이라고 할 수 있는 일종의 영적 기관이 있다고 믿는다. '위대한 빛'인 신과의 직접적인 만남과 교류가 가능하다고 본다.
신의 상징을 '빛'과 '어둠'으로 묘사했던 영지주의(Gnosticism)도 수피즘에서 발견된다. 수피들은 신의 이미지를 '빛'으로 표현하며 거대한 신의 빛에 빠져들 때 인간의 영혼은 영원한 빛으로 재탄 생된다고 믿는다.
기독교 전통 외에도 수피즘에 영향을 준 사상은 불교철학이다. 11세기경 불교 철학은 이미 페르시아 문화층에 깊이 스며들었다. 수피들이 살았던 발흐(Balkh) 지역은 웅장한 불교사원의 유적지로도 유명하다. 이브라함 이븐 아담(Ibrahim ibn Adham)은 '발흐의 왕자'로 역시 붓다처럼 스스로 왕좌를 내려놓고, 영적 순례자인 다르위쉬가 되었다. 수퍼들은 불교의 영향을 받아 기도염주를 사용했고, 금욕적 명상과 무아의 수행법을 수용했다. 12세기 인물로 유명한 수피 시인 루미(J. Rumi)는 불교의 '코끼리 비유'를 전하기도 했다. 그는 코끼리 비유를 응용하여 어두운 방안에서 코끼리를 부분적으로 만진 이들이 '부분'을 '전체'로 오인하는 어리석음을 풍자한다. 그는 신의 전체성 을 이해하기 위해 신과의 직접적 만남이 중요함을 역설한 것이다. 이처럼 불 교철학은 수피즘의 사상형성과 수행방법에서도 큰영향을 준 전통이다.
수피즘은 중동지역의 토착 종교를 비롯하여 동방정교회 시리아 기독교, 신플라톤 철학, 영지주의, 불교 철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교문화층과철 학적 요소를 흡수하면서 시대에 따라 독특하게 변천해 온 전통이다. 이러한 수피즘의 종교 문화적 흡수성은 신적 체험의 다양성을 긍정적으로 수용하며, 다원적 종교 체험의 표상이 상호공존할 수 있도록 열린 종교문화성을 유지해 왔다.
*출처: (책) 수피즘 신의 유혹 /신은희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