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사로운 햇살이 그득한 여름, 젊은 혈기로 부풀어 오른 나와 친구 승환이는 함께 아름다운 섬, 제주도로 떠났다. 드디어 4박 5일의 자전거 하이킹 길에 오른 것이다.
“오예~ 자유다.”
기쁨에 들뜬 우리는 거칠 것 없이 해안도로를 향해 질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투둑, 투둑’ 한 방울, 두 방울 하늘에서 주먹(?)만 한 빗줄기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자전거 일주 코스, 둘러볼 관광지 모든 것을 치밀하게 계획했지만 단 하나 여행 당일의 날씨를 양념으로 넣지 않았던 것. 빗방울은 갈수록 거세지고 바람은 또 어찌나 세계 몰아치던지 우리의 열정은 폭풍우에 처참히 무너져 버렸다.
그러나 여행을 멈출 수는 없었으므로 불쌍한 생쥐처럼 첫날의 목표지점인 중문을 향해 힘겹게 나아갔다. 다행히 몇 시간 뒤, 비는 주춤했고 그 틈을 타 우리는 지체된 시간을 채우기 위해 해안선 도로가 아닌 엄청난 오르막길의 산을 통과하는 지름길을 선택했다.
하지만 지도로 봤을 땐 가까워 보이던 곳이 어찌나 멀던지 가도 가도 끝이 없었다. 산중에서 밤을 맞을 수 없었기에 열심히 페달을 밟는데, 저 멀리 커다란 건물이 보였다.
‘소인국 테마 파크’였다. 그러나 이미 폐장 시간이 지나버려 사람도 없고 맞은편에 있던 휴게실도 문을 닫았다. 그제야 모든 것을 체념한 우리는 배고픔이라도 달래 보려 주차장 바닥에 주저앉아 배낭에 있던 빵을 꺼냈다.
눈물에 빗물까지 젖은 빵을 허겁지겁 입에 밀어 넣으려는 그때, 주차장 저 멀리서 가느다란 빛줄기가 비추었다. 우리는 무섭게 트럭으로 돌진했다. 소인국 테마파크에서 일을 마치고 귀가하시던 분들의 트럭이었다.
우리는 그 트럭에 올라타고 ‘모슬포’까지 안전하게 운반(?)돼 빗물 젖은 텐트를 치고 그 안에서 제주도 여행 첫날을 암울하게 지새웠다.
내 생애 가장 기억나는 여행인 스무 살 그 여행에서 나는 5kg 체중감량이라는 보너스를 얻었다. 그리고 4년이 지난 올 여름, 나는 다시 그 험난한 여정을 즐길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전의 교훈대로 이번엔 무엇보다 일기 예보에 귀를 기울일 참이다.
김유훈 / 전북 군산시 비응도동
| |
첫댓글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능력 가운데 역사 하시는 주님이의 은총이 가득한 시간 되세요
좋은글 나누어 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복된 주일 되세요~~
좋은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