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갯죽지 양쪽에 불끈불끈 힘주고
짧다란 계관을 곧추 세운 어미닭
마당이 왕궁 뜰인 듯 새끼들을 끌고 간다
구름 사이 솔개 발톱 퍼레지는 날이면
온 동네 설레발에 개들도 컹컹 짖고
앙칼진 어미 서슬에 꼬리를 슬슬 내린다
먹이 쪼아 숟가락에 그득히 떠먹이며
가슴에 어르는 황홀한 암탉의 시간
마당은 더할 나위 없이 노랗게 물들었다
-『세계일보/박미산의 마음을 여는 시』2022.01.03. -
모든 어미는 목숨을 바쳐 제 새끼들을 보호합니다.
솔개가 발톱을 세워 하늘을 빙빙 돌면 암탉은 날갯죽지 양쪽에 불끈불끈 힘주고 짧은 계관을 곧추세워 병아리들을 몰고 갑니다.
그 순간만은 개든 사람이든 그 누구도 암탉에게 범접하지 못합니다. 위기의 순간이 지나가면 어미는 병아리들에게 먹이를 그득하게 먹입니다. 그때야말로 어미에게는 가장 황홀한 순간입니다.
임인년입니다. 위기의 순간 2년을 무사히 넘긴 우리 민족입니다. 새해에 더 큰 위기의 순간이 오더라도 암탉이 병아리들을 품듯이 우리도 이념이나 의견이 다른 모든 사람을 가슴에 품었으면 좋겠습니다. 황홀한 암탉의 시간처럼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