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이미지가 강했던 중국 전자업체들이 최근 자체 브랜드 인지도 제고를 통한 해외 시장 공략을 추진하고 있다고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이 18일 보도했다.
TCL 등 주요 중국 가전업체들은 이미 확보한 저가의 거대한 생산 기반을 활용, 세계 시장에 자체 브랜드로 제품을 수출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중국 업체들은 ‘가격이 낮은만큼 품질도 별로’라는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믿을 수 있는 제품이라는 인식을 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동남아시아 가전 시장 진출을 노리는 중국 최대 TV 업체 TCL은 ‘싸구려’ 이미지가 시장 진출에 장애가 된다는 판단 아래 대대적 이미지 개선 작업에 나섰다.
TCL은 중간 유통 과정을 줄이고 매장과 직거래, 소비자들에게 직접 다가가 품질로 승부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업계 최장인 3년 무료 보증을 내세우는 등 애프터서비스를 파격적으로 강화해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심는다는 계획이다. TCL의 해외 마케팅 담당자인 테리 이는 “TCL의 품질이 믿을 수 있음을 고객들에게 설득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고 말했다.
TCL은 베트남에 생산 시설을 건립하고 필리핀·인도네시아 업체들과 제휴하는 등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또 현지 유통상을 통해 러시아와 남미에도 수출하고 있다. 이 회사는 동남아 시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장기적으로 세계 주요 시장에 독자 거점을 마련할 계획이다. 최근 TCL이 톰슨과 설립한 합작 회사는 톰슨과 RCA 브랜드로 유럽과 미국 시장을 노리고 있다.
‘상하이 비디오 & 오디오 일렉트로닉스’는 저가 제품을 거치지 않고 바로 PDP TV·평판 모니터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코스트코같은 세계적 양판점을 활용해 미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브랜드 이미지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하이얼 그룹은 미국의 소형 냉장고 및 와인 냉장고 시장의 50%를 장악하는 등 특정 품목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롤랜드버거 스트래티지 컨설턴트의 조사에 따르면 중국의 50대 기업 가운데 10%만이 이제막 해외확장 계획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중국 업체 중 아직 삼성이나 소니 같은 브랜드 가치를 얻은 기업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중국 매킨지컨설팅의 폴 가오 파트너는 “삼성도 5년 전엔 그저그런 브랜드”였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중국업체들의 브랜드이미지 높이기를 결코 만만하게 볼 것만은 아니라는 게 현지 전문가의 시각이다.
가오는 “중국업체의 해외진출 본격화에 따라 산요, JVC, 도시바 등 아직까지 초일류로 불리지 못하는 브랜드들이 고급제품시장진출이나 사업 포기 중 택일해야 하는 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