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무슨 땡볕을 그리 달구어 내리 쬐이던지 땅은 또 떡시루를 연 듯 뜨거운 입김을 뿜어 올리던 한여름 밭고랑에 나가 앉으시던 어머니, 바로 그맘때쯤인 신사년 윤 유월 스무사흘 새벽 내 몰라라 잘도 삭히셨던 가시방석보다 더 쓰리고 아픈 망백望百의 세월 훌훌 털어버리시고 언제 어디로 가셨는지 모르는 지아비를 찾아 당신은 떠나셨습니다 저 조선왕조를 한 몸으로 지키려던 거유巨儒 면암의 문하에서도 으뜸이던 장후재 학사의 셋째딸로 타고난 복을 누렸을 만도 한데 어쩌다 나라 빼앗긴 세상을 만나 지아비 섬길 날도 모두 빼앗기고 한시도 마를 날 없는 슬픔의 긴 강을 건너오셨습니다 텃밭에서 이른 봄부터 늦여름까지 당신의 손끝에 무수히 뽑히던 냉이꽃풀 그것들은 당신의 얼굴에서 내리던 것이 땀방울인 줄만 알았겠지요 이 못난 아들도 알아채지 못했으니까요 누군가 당신의 빈소에 와서 냉이꽃 할머니가 돌아가셨네요 짧은 한 마디에 당신은 고향집 텃밭에 앉아계셨습니다
******2026 계간문예<상상무크> 중에서****
이근배 시인 *1961년경향신문 신춘문예등단 *시집 <추사>등 *한국 시조대상등 다수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 *계간문예작가회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