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字 隨筆 문득.1377 --- 바람은 멈출 줄을 모른다
바람은 멈출 줄을 모른다. 바람은 한 번 멈추면 그 순간부터 더는 바람이라고 할 수 없다. 곧 죽음을 의미한다. 바람은 끊임없이 움직이며 속도는 다소 차이가 있어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되돌아갈 수는 없다. 오로지 좋든 싫든 직진할 뿐이다. 그러고 보면 외길을 가는 것으로 바람도 고단한 모습이다. 마음대로가 아니라 때로는 떠밀려 가는 것 같다. 바람은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며 온갖 짓을 다 하는 것 같아 얄미울 때가 있다. 상상을 초월한 만행을 저지르고도 뒤돌아볼 줄을 모르며 자신들의 짓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었는지조차 몰라 반성이나 미안한 감정도 없을 것이다. 만약 바람이 뒤돌아볼 수 있다면 그런 끔찍스럽고 험악한 모습을 보고 어떤 느낌인지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다. 그래도 옳고 그름을 판단할 능력이 있으면 저토록 잔인하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억지로 생각에 담아 본다. 그렇다고 바람을 두둔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그런 발상부터가 부질없는 짓이다. 하지만 여북하면 이란 말이 있다. 약이 바짝 올라도 하소연할 곳이 없다. 고작 끝판에 가서는 인재냐 천재냐를 놓고 실랑이를 벌이다가 흐지부지 끝나는 경우가 다반사다. 참으로 피해를 본 사람만 안타까울 뿐이다. 의지하려 하지 말고 미리미리 알아서 해결하라는 암시처럼 느껴진다. 그래도 한 끗 미련이 남아 가정을 해보는 것이다. 바람은 왜 저토록 짓밟아야 했지. 아무래도 풀리지 않는 의문뿐이다. 평소 잔잔한 바람은 시원하게 하여 반갑기까지 하다. 은근히 바람을 기다리기도 한다. 그러나 물론 다른 바람이겠지만 몇 개의 다른 얼굴을 지녔지 싶다. 사실 사람은 아주 강한 것 같으나 어느 면에서는 아주 약하기 짝이 없는 생물체의 하나일 수도 있다. 다행히 머리를 잘 굴려 다른 것을 지배하며 잘 지낸다. 그러나 끝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자연에는 감히 정면으로 도전할 수 없어 애교부리듯이 조금씩 반칙하면서 아무렇지 않은 척하다가도 이따금 일이 생기면 당황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