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주기도를 하다가 김대건 신부님께서는
순교하시기 위해서 사제가 되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어린 시절 조부모와 부모가 들려준
조상들의 순교 이야기 중에
문경 산중에서 은수자처럼 사시다가
1816년 12월 26일 대구 관덕정에서
참수당하신 종조부
김한현(종한; 안드레아)을 따라
자신도 순교하겠다고
15살에 모방 나 신부님께 종조부와
같은 세례명으로 세례받지 않았는가!
6살 때 고향 솔뫼를 등지고 가족들과
함께 경기도 양지로 피난간 것도,
그 당시 쇄국정책을 쓰며 천주교를
박해하던 시절 사제가 되기 위해
15살 어린 나이에 6개월을 걸어
마카오로 죽을 각오를 하고 유학간 것을
더듬어 보고, 여러 차례 한국에
선교 사제들이 들어올 수 있는
육로길을 개척하기 위해 수없이
만주 벌판에서 어려운 고비를 겪은 것을
보더라도 그의 마음속엔 오로지
천주 사랑이 기반이 된
조국의 복음화와 영혼 구령의 지향외엔
그 어떤 것도 없었다.
그런데 오늘 묵주기도 중에 이런
깨달음이 왔다.
예수님께서 요르단강에서 세례를
받으시고 본격적으로 공생활에 들어가
말씀과 영적을 통해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시고 증거하시다가
결국 십자가상 죽음을 통해
인류구원사업이라는 아버지의 뜻이
성취되고 이 세상에 예수님께서
오신 목적과 사명이 밝혀진다.
그러기에그 십자가상 죽음 사건을
통해 예수님의 세례사건을 조명하여
그 의미를 찾아내어야 한다.
그렇듯이 김대건 신부님의
8월 17일의 사제서품도 9월 16일
새남터 백사장에서 8번째 칼에
목이 날아간 그 순교 사건에서 다시
비추어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유학 떠나기 전에 세례를 받았지만,
신품(성품)성사는 세례성사를 베풀어
하느님의 자녀들을 만들어 내고,
성체성사로 주님과 일치를 시키는
봉사직이기에 세례성사의 연장이요,
완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반 교우들도 세례성사를 통해
그리스도의 왕직과 예언직과 사제직에
참여하며 그리스도의 구원 사업에
협력하게 된다.
하지만 사제들은 직접적으로
사목권(고해소에서 하느님의 말씀으로
양심을 다스리는 권한)과
교도권(강론대에서 가르치는 권한)과
사제직(성화권; 제단에서 성체를 이루어
영혼을 거룩하게 하는 권한)을 행사하여
완전한 사제(사제를 직접 만들 수 있는)인
주교님을 보필하며 그리스도의
구원사업에 직접 참여한다.
그러니까 김대건 신부님께서 천주교와
관련한 것은 모두 죽음과 순교를
의미하던 그 시대에 그가 세례를
받을 때에도, 사제서품을 받을 때에도
순교할 각오를 하셨다는 말이다.
김대건 신부님께서 상해 김가항(진쟈셩)
성당 바닥에 엎드렸을 때에
그는 온전히 죽을 각오를 하고, 마치 성조
아브라함의 외아들 이사악의 심정으로
자신을 희생 제물로 봉헌하였을 것이다.
하느님을 모르는 우매한 조국의
동포들에게 최선을 다해 복음의 진리를
전하고 일하다가 잡히면 기꺼이
불신앙자들과 배반자들의 죄를
대속하며 번제단에 자원으로 올라가
하느님 사랑과 영원한 생명을 증거하며
희생 제물이 되어 연기로 온전히
산화될 생각을 하셨던 것이다.
정말로 예수님께서 제베대오의
두 아들의 어머니에게 말씀하셨듯이
"내가 마시려는 잔을 너희가 마실 수
있느냐?"(마태20,22)는 그 질문에
김대건 신부님께서는 처음부터
준비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김대건 신부님께서는 잡혀서
40여 차례의 공초 심문을 받으셨지만
관장이 배교를 강요하였을 때에
"나는 천주교가 참된 종교이므로
받듭니다. 천주교는 내게
천주 공경하기를 가르치고, 또
나를 영원한 행복으로 인도합니다.
내게 배교하라는 것은 쓸데없는
말입니다."라고 분명히 말씀하신다.
이것은 김대건 신부님의
옥중서신(제23신)에 나오는 말이다.
그 서신에서 김대건 신부님은
자신에게 부제품과 사제품을 주신
영적 부친이신 고 페레올 주교님께 마치
예수님께서 사도 요한에게 어머니를
맡기듯이 어머니 고 우술라를 맡기며,
마지막 하직 인사를 고한다.
"이후 천당에서 만나 뵙겠습니다.
예수를 위하여
옥에 갇힌 탁덕 김 안드레아"
김대건 신부님께서는 천당 복락과
영생과 구원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오늘날 사제들이 사제수품을 받을 때에
주님을 위해, 주님 진리와 의(義)를
위해 순교할 각오로 사제수품을 받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우리는 이렇게 한국의 예수님이신
김대건 안드레아 성인 사제를 대선배요,
사제직의 모범으로 모시고 살고 있지만,
실제로 김대건 신부님의 순교정신과
선교정신을 얼마나 닮고 있는지
궁금하고 혹시 그분의 얼굴에 먹칠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사제
스스로 물어 보아야 한다고 본다.
오늘 부족하고 보잘것없는
죄인이 금식을 시작한지 23일째이다.
몸무게가 14킬로그램이 빠졌다.
나는 이제 임신부가 아니다.
배가 너무나 들어가 동산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몸이 힘들어도 성체와 성혈의 힘으로
버텨야 하겠기에 매일 미사성제를
봉헌하고 기도를 통해
성령의 은총을 받아야 하겠기에
하루에 두 시간 정도 걸으면서
묵주기도를 바친다.
다리가 휘청거릴 때에도 있지만,
이빨을 깨물고 지향이 있기에
악착같이 바친다.
김대건 신부님께서도 만주 벌판에서도
바다의 풍랑 속에서도 성모님께
의탁하며 묵주기도를 끊임없이
봉헌했다.
김대건 신부님 고생하신 것에 비하면,
이것은 조족지혈이요
비교의 대상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내 안에 김대건 신부님의 영성,
곧 예수님께 대한 사랑과 믿음을
성령께서 불어 넣어 주시기에
다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 이곳 먼 나라 볼 것 없는 사막에서
밤하늘의 구름과 달을 바라보며
성인의 순교영성과 선교정신을
묵상해본다.
지금 이 시대 나는
하느님의 참된 진리와 의를 위해
과연 온전히 몸바쳐 순교할 수 있는가?
카페 게시글
영성의 향기
온전히 몸바쳐 순교할 수 있는가
마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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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20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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