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토의 모든 것]작물 특성·목적 따라 맞춤형 제조 사용 늘어
상토는 용도에 따라 크게 벼 육묘에 활용하는 수도용 상토와 채소·화훼 작물의 생육에 맞게 만든 맞춤형 원예용 상토로 구분할 수 있다. 요즘엔 작물의 특성과 재배 방식, 사용 목적에 맞는 상토 제품을 구입하거나 자가 제조해서 쓰는농 가가 늘고 있다. 벼·채소·특작 등 품목별 상토 활용 사례를 소개한다.
[벼 육묘용 상토] <파종·모내기 쉬운 경량 제품 선호> 벼 농가 대부분은 각 지방자치단체와 농협에서 지원하는 ‘수도용 상토’를 사용하고 있다. 농가가 벼 육묘에 적합한 수도용 중량·경량·초경량 상토와 친환경 수도용 상토를 선택할 수 있다.
20㏊(약 6만 평) 규모로 쌀을 재배하는 김민순 씨(62·대전 유성구)는 대전시에서 지원하는 수도용 경량 상토를 쓰고 있다. 김씨는 연동 2중 하우스 육?장 490㎡(150평)를 갖추고 모종을 생산한다. 자체 벼 육묘량은 모판 4000개 정도다.
“해마다 지원받는 상토 400개가 부족해 추가로 수도용 상토를 사서 쓰다가 소식재배(드문 모 심기)를 도입하면서 상토 비용을 절감했어요.” 전북 부안에서 20㏊ 규모로 벼농사를 짓는 김형섭 씨(62·부안개임농장 대표)는 해마다 벼 육묘용 상토 400~500개를 사용한다. 일반 중량 상토보다 절반 이하로 가벼워 파종·치상·모내기(이앙) 작업이 편한 ‘수도용 초경량 상토’를 쓰고 있다. 김씨는 벼의 생육에 적절한 산도와 비료 성분으로 배합된 규격 상토를 사용하면 건전한 육묘와 고품질 쌀 생산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보통 수도용 상토는 코코피트와 질석의 구성 비율이 60~70%다. 농우바이오 관계자는 수도용 상토는 각 업체의 품질이 유사하며, 한국상토협회에 품질 등록된 제품을 선택하면 안전하다고 말했다.
[원예용 상토] <재배 품목·방식 따라 소재·배합비 달라> 원예용 상토는 제품마다 구성 비율이 다르다. 수입 원자재인 코코피트와 피트모스가 70% 이상을 차지하다 보니 가격이 만만치 않다. 시판하는 원예용 상토 제품은 원예 범용과 딸기·참외·수박·고추·채소 등 작물별 전용 상토가 있다.
딸기 농가는 주로 코코피트와 펄라이트를 혼합한 상토를 쓴다. 상토를 자가 제조하는 농가마다 재배 방식에 따라 코코피트와 펄라이트의 배합 비율이 3:7, 4:6, 5:5 등으로 각기 다르다.
고품질 딸기 생산에 중점을 두는 농가는 피트모스나 바이오차 등 비싼 상토 원료를 많이 쓰기도 한다. 5290㎡(1600평) 규모로 딸기 농사를 짓는 소대성 씨(41·전북 정읍)는 피트모스를 다른 농가보다 더 많이 넣어서 고품질 딸기를 재배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충남 아산의 딸기 농업인 한민우 씨(69·석정 딸기농원 ?표)는 상토 원자재 수입업체에서 코코피트 블록을 구입해 맞춤형 상토를 제조해 사용하고 있다.
“그동안 코코피트·피트모스·펄라이트 등을 배합해 상토를 제조했다가 지금은 육묘용으로 코코피트 100%인 상토를 씁니다. 다른 비싼 상토 원료를 배합하지 않아도 코코피트만으로 충분하거든요.” 한씨는 코코피트는 통기성이 좋아 딸기 뿌리의 생장에 도움이 되고, 상토 교체 주기도 10년 정도로 길어 효율적이라고 말한다.
[화훼·약용작물용 상토] <원예용으로 생산비 절감…전용 상토 연구도 활발> 보통 화훼 농가는 포트 육묘? 꽃 재배에 원예용 상토를 많이 사용한다. 전남 강진에서 1만 8100㎡(5500평) 규모로 수국과 작약을 재배하는 김양석 씨(57·그린화훼영농조합법인 대표)는 그동안 네덜란드에서 수입한 수국 전용 상토를 쓰다가 딸기 육묘용 상토로 교체해 비용을 절감했다.
“화훼 전용 상토는 가격이 비싸요. 암면배지 등의 상토로 수국을 재배해봤는데 잘 맞지 않아서 대안으로 딸기 육묘용 상토를 쓰고 있어요.” 김씨는 딸기 육묘용 상토 가운데 입자가 굵은 피트모스 배합 제품을 쓰고 있다. 피트모스 함량이 많은 상토는 값이 비싼 편이지만 그래도 화훼 전용 상토보다는 저렴하고 양액재배로 수국 모종을 기르기에 더 적합하기 때문이다.
노지재배 위주였던 약용작물은 기후변화에 대응해 시설 양액재배가 늘면서 전용 상토 연구가 활발하다. 전북도농업기술원이 개발한 ‘천마 전용 배양토를 이용한 연중 생산기술’과 ‘상토를 이용한 복령 하우스 재배기술’ 등이 대표 사례다.
천마 재배용 배양토는 코코피트·피트모스·펄라이트·팽화 왕겨 등을 적정 배합 비율로 혼합한 것이다.
전북도농기원에 따르면 피트모스와 펄라이트를 적정 비율로 조합한 상토에서 복령을 재배할 경우 3.3㎡(1평)당 수량은 7.1㎏으로 토경재배보다 2.5배 증가했다 [연작장해 없는 ‘모래 상토’ 경제성 높아] 특화작물 양액재배에 모래를 상토로 활용하는 기술이 눈길을 끈다. 충북도농업기술원이 개발한 ‘다단식 작물 재배장치와 모래 상토를 이용한 병풀과 고추냉이(와사비) 재배기술’이 그것이다. 일반 혼합 상토인 펄라이트와 코코피트 대신 가격이 5분의 1 이상 저렴한 모래를 상토를 활용해 병풀·일당귀·고추냉이 등을 재배하는 것이 특징.
이 기술을 개발한 김기현 충북도농기원 작물연구과 팀장은 “펄라이트와 코코피트 상?로 병풀·고추냉이 등 특화작물을 재배하면 3~5년마다 연작장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교체해야 한다”며 “모래를 상토로 사용하면 연작장해 걱정 없이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고설베드에 해방풍(식물명 갯방풍)을 양액재배할 때도 모래를 배지로 활용하면 경제성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도농업기술원에 따르면 봉화약용작물연구소와 울진군농업기술센터가 해방풍 농가의 노동력 절감을 위한 재배기술을 함께 연구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입증됐다고 한다.
이상석 봉화약용작물연구소 연구사는 “배지 6종을 사용해 해방풍의 초기 잎 생체 수확량을 비교한 결과 피트모스 배지가 가장 월등했고, 이어 사양토·상토·모래 순으로 높았다”며 “하지만 생육 후반기로 갈수록 수확량 차이가 줄어들어 피트모스와 비교했을 때 모래는 86% 수준까지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이를 바탕으로 해방풍을 4년간 고설베드에서 양액재배한 결과 고가의 수입 배지보다는 저렴한 모래 배지로 경영비를 줄이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아울러 이 연구사는 “모래 배지가 양액에 의한 염류 집적이 낮고 해충의 월동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아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출처 농민신문 글 이진랑 사진 농민신문사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