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일본의 흉내는 내지 않겠다. ..한국계 편의점, 아시아서 승승장구 이유는 / 6/18(화) / 조선일보 일본어판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의 수출입머천다이저(MD상품기획 담당자)팀은 월 1회 해외출장에 나선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해외 출장지의 90%가 일본이었다. 편의점 왕국 일본에서 어떤 상품을 판매하는지 알아보고 벤치마킹만 하면 국내에서 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올 들어 일본 출장은 단 한 차례로 하반기에는 일본 출장을 갈 예정이 없다.
'K편의점'(한국계 편의점)이 일본 편의점을 넘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편의점 업계가 일본을 벤치마킹하지 않고 살아남을 방법을 찾은 셈이다. 편의점 점포 수가 감소하는 일본과 달리 한국에서 편의점은 점포 수, 매출액이 모두 상승세다. 오히려 일본 편의점이 한국 기업을 벤치마킹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K편의점이 적극적으로 해외시장 공략에 나서면서 일본계 편의점이 장악한 동남아 시장에서는 '편의점 한일전'이 벌어지고 있다.
■ 일본은 제자리걸음, K편의점은 성장 중
편의점의 발상지는 미국이다. 하지만, 일본이 1974년에 편의점을 도입한 후, 「일본화」에 성공. 백화점의 매상고를 웃도는 등 소매업의 역사를 새로 썼다. 일본 세븐일레븐은 1991년 경영난에 빠진 미국 세븐일레븐 운영기업을 인수했다.
한국에서는 일본보다 15년 늦은 1989년 서울 송파구에 편의점 1호점인 세븐일레븐이 문을 열었다. 24시간 영업, 주먹밥 판매, 현금자동예불기(ATM) 설치 등 일본 편의점의 성공 요소를 그대로 도입한 것이었다. 이후 후발주자인 한국 편의점 기업들은 일본 편의점을 벤치마킹하느라 분주했다.
하지만 최근 한국 편의점 업체들은 이구동성으로 "어쨌든 일본을 따라 하면 성공했던 시대는 끝났다"고 말한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일본 프랜차이즈체인협회에 따르면 일본 내 편의점은 2022년 6월 5만 5887개를 기록한 뒤 가장 최근인 올해 4월(5만 5647개)까지 매달 감소가 이어지고 있는 반면 한국 편의점 수는 2018년 3만 8451개에서 지난해 5만 5580개로 꾸준히 늘고 있다. GS25 관계자는 "최근 편의점 머천다이저는 일본 출장을 가지 않고 국내 방방곡곡에서 맛집을 찾아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을 보며 최신 유행에 따라 소비자가 원하는 신상품을 빠르게 개발하는 것이 일의 중심"이라고 말했다.
■ 연간 1000개 신상품 투입하는 한국
한국 편의점이 일본 기업을 넘어선 비결로는 신상품과 판매 행사를 쏟아내는 기획력이 꼽힌다. 한국의 편의점은 금지금, 자동차, 안마의자 등 편의점과 어울리지 않는 독특한 상품을 판매하거나 여러 기업과 제휴한 '콜라보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GS25 관계자는 신제품은 연간 1000점이 넘는다. 하루 3개 이상의 계산이다. 그게 가능한 것은 한국 특유의 순발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몇 년을 보면, 한국의 편의점은 혁신 속도라는 면에서 일본의 메이커를 능가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IT 인프라를 살려 배달 서비스와 모바일 앱 서비스 등을 발 빠르게 도입했다. 일본은 그를 따랐다. 일본 편의점은 여전히 매장 내에서 음식을 먹을 수 없는 곳이 많지만 한국 편의점을 벤치마킹한 카페형 편의점이 등장하고 있다.
CU 관계자는 "일본 편의점은 공급자 중심으로 '점포에 얼마나 다양하고 풍부한 상품을 준비했는가'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한국은 잡화를 파는 동네 상점을 대체하는 과정에서 일본보다 더 좁은 공간에 재미있는 제품을 진열하는 공간 연출에도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일본 편의점은 상품을 구매하면 바로 문을 나서는 반면 한국 편의점은 장시간 머물며 먹고 쉬고 갈 수 있는 공간인 것도 차이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편의점에 테이블을 놓는 전략이 고객의 체류 시간을 늘리고 매출에 기여하자 일본 편의점들이 이를 따라하고 있다"고 말했다. 후지TV는 최근 CU가 지난해 12월 입점한 라면 특화 편의점을 취재했다.
■ 아시아 편의점 한일전
경쟁이 치열한 내수시장만 바라보고 있을 수만은 없는 한국 편의점들은 해외 진출에도 적극적이다. GS25는 베트남, 몽골에 562개, CU는 몽골, 말레이시아, 카자흐스탄에 543개 매장을 열었다. 후발주자인 이마트24는 말레이시아에 52개 매장을 두고 있으며 이달에는 캄보디아에 1호점을 낼 계획이다.
일찌감치 동남아에 진출한 일본 편의점들도 K편의점의 진격을 마냥 지켜보고만 있지는 않다. 일본 국내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해외 진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지난 1월 보도한 바에 따르면 세븐앤아이홀딩스와 로손은 양사를 합해 향후 3년간 동남아와 오세아니아에서 편의점 1만개 이상을 추가 출점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치열한 편의점 한일전이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