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국내 최초이자 유일의 벤츠 SLS AMG 롱텀 시승기입니다
기대되시죠? ^^
Prologue
벌써 재작년의 일이다. C63 AMG를 구매했었던 딜러한테서 전화가 왔다. “저희 이번 주부터 SLS 사전 계약 받습니다!!“ , ”SLS ???" 전화 받으면서 인터넷 검색.. 막연히 SLR의 후속(엄밀히 후속은 아니다..)을 MB(청와대에서 만든다고 생각하시진 않으시겠죠?--;) 에서 만들고 있다는 소리는 들었었다. 당시 SLS에 대한 정보는 위장막을 뒤집어쓴 사진 몇장이 다였다. 당시 1년정도 아우디의 R8을 타고 있던 상태였고, 너무나 만족하고 있어서(국내에 몇 대 없는 수동 버전의 V8 모델이었다.) 차를 바꿀 생각은 거의 안하고 있었다. 2010년 까지 국내에 20여대 밖에 들어오지 않고 가격도 합리적일 거라는.. 무엇보다 초신상 수퍼카를 출시하자마자 받을 수 있다는 딜러의 말이 악마의 속삭임이 되었다. 계약하면 인도 시기는 2010년 후반기.. 아.... 거의 1년을 기다려야했었다.
머릿속에서 악마와 천사가 치열하게 싸운 결과...“ 계약하죠..!!” 로 통화가 마무리됐다. 며칠 후 계약서를 쓰는 날 다시 한 번 놀랐다. 가격 미정, 인도시기 미정, 계약금은 3천만원...!!!! 얼마인지도 모르고 언제 나올지도 모르는 차에 계약금을 3천만원이나 걸어 놔야하다니...국내 배정순번은 7번이었다. 이름만 들어도 잘 아실만한 분이 3대를 동시에 계약하셨다니 국내에서 5번째로 SLS AMG의 오너가 되는 샘이었다. MBK와 잘 협의?, 협박? 하여서 계약금은 천만원 으로 조정했다...ㅠㅠ 천만원을 금리 5%짜리 정기 예금에만 넣어놔도 1년이면 얼만데...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기회비용이란 표현은 이럴 때 쓰는 것이다. 거의 1년 정도를 기다려서 받은 SLS의 개봉기는 여기에 ->http://blog.daum.net/beautiful_distance/12905614
Exterior
SLS AMG는 벤츠의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큰 모델이다. 전작이라고도 할 수 있는 SLR은 멕라렌과 같이 만든 수퍼카였고, 이번 모델은 벤츠 독자적으로 만든 모델이며 전설과도 같은 300SL을 계승한 모델이니만큼 SLS AMG는 벤츠의 자존심이자 노력의 결실이라고 할 수 있다. 뭐니 뭐니 해도 SLS의 디자인 포인트는 걸윙 도어다. 세상에 있는 거의 모든 자동차의 문이 옆으로 열리는데 반해서 몇몇 차종은 문이 위로 열린다. 대표적인 모델은 람보르기니 무르시엘라고의 시저스 도어다. 문이 가위처럼 뒷부분이 위로 올라간다. 그리고 엔초 페라리와 SLR에서 볼 수 있는 인섹트 도어(벌레의 날개와 비슷 하다는..) 형태도 있고 300SL이나 SLS AMG처럼 천장의 가운데 힌지가 있어서 갈매기 날개처럼 문이 열리는 걸윙 도어가 있다.
문을 닫고 있을 때는 전형적인 롱 노즈 숏 데크의 비율이 평범하지 않은 비율을 만들어낸다. 앞 쪽 부분이 길기 때문에 처음에는 운전할 때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그리고 또 많은 수퍼카들이 그렇듯이 차폭이 상당하다. 너비가 무려 1940mm로 어지간한 대형 세단보다 넓다. 거기에 높이는 고작 1260mm, 낮고 넓고 긴 차체는 서있기만 해도 수퍼카의 포스가 충만하다. 휠 사이즈는 앞이 19인치 265/35이고 뒤가 20인치 295/30이다. 앞/뒤 휠의 사이즈가 차이가 나지만 디자인은 완벽한 밸런스를 가지고 있다. 필자의 SLS는 AMG 디자인의 10 스포크 “순정 단조휠”이 셋팅되어있다.
여기에 디자인의 하이라이트인 걸윙 도어가 열리면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한 번에 사로잡는 우아한 자태를 뽐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걸윙 도어여서 옆 차와 공간이 많이 있어야 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힌지가 루프의 중앙에 위치하기 때문에 문을 여는 공간은 일반적인 차량보다 오히려 덜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트렁크 리드에 통합되어있는 가변형 스포 일러가 있다. 평소에는 트렁크라인과 일치하게 숨어있다가 시속 120km가 넘게되면 자동으로 날개가 펴져서 다운포스를 증가시킨다.
Interior
마치 항공기의 콕핏을 연상시키는 SLS의 인테리어는 고급 가죽과 스티칭이 조화되어서 하이엔드 스포츠카의 명성에 걸 맞는 퀄리티를 자랑한다. 실내는 알루미늄과 카본 패키지 중에서 선택할 수 있는데, 필자의 SLS와 같은 알루미늄 패키지는 센터페시아의 알루미늄 파츠가 알루미늄 색상 플라스틱이 아니고 실제 알루미늄 금속이다. 여기에 제트엔진처럼 생긴 송풍구도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져있고 스티어링 휠 뒷쪽에 있는 패들쉬프트와 핸들의 일부 변속기와 도어 손잡이까지도 알루미늄 합금으로 만들어져 있다고 한다. 대체 차 한 대를 만들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알루미늄을 쓴건지..(실제로 가장많은 알루미늄은 세시와 바디에 들어가 있다. 알루미늄 스페이스 프레임으로 만들어진 차체는 6200cc엔진을 포함 해서 겨우 1700kg이다.)
시트는 생각보다 얇지만 쿠션감은 충분하고 무엇보다 에어쿠션을 이용해서 운전자와 동승자의 몸을 완벽히 잡아준다. 그리고 마그네슘으로 만들어져 있어서 차체의 경량화에 일조한다. 한마디로 편안하고 고급스러운 스포츠 버킷시트의 교과서라고 할 수 있다. 계기판은 왼쪽의 속도계와 왼쪽의 회전계가 배치되어있고 가운데에 LCD 화면이 정보를 주는 클래식한 구성이다. LCD창 위에는 변속기의 매뉴얼모드에서 변속타이밍을 색상이 있는 LED로 알려주는 인디케이터가 마련되어있다. 실제로 매뉴얼 모드에서 운전하면서 회전계를 보지 않고 인디케이터의 빨강색 점등만을 확인하고 변속을 해도 완벽한 타이밍에 쉬프트 업을 할 수 있다. 센터페시아에 있는 모니터는 벤츠의 다른 모델에서도 볼 수 있는 커맨드 시스템과 연계되어있고 네비게이션은 없다.
모니터 아래에는 커맨드 시스템을 컨트롤할 수 있는 스위치들이 있고 아래에는 공조장치가 있다. 많은 부분들이 신형 SLK와 공유되는 듯 하다. 변속레버는 E63 AMG에 들어가는 것과 비슷해 보이고 변속 레버 옆에는 변속프로그램을 선택하는(C-S-S+-M)다이얼이 있고, 그 아래로 엔진 스타트/스톱 버튼과 ESP버튼, 리어윙 조절 버튼, AMG버튼이 있다. 필자가 생각하는 인테리어의 포인트 중 하나는 뱅앤울릅슨의 트위터다(고음역을 담당하는 스피커). 명품 오디오 뱅앤울릅슨에서 만든 스피커는 소리도 좋지만 디자인이 정말 아름답다. 저녁에 드라이빙 할 때 조명이 들어와 있는 모습은 보는 이를 사로잡는다. 이런 작은 것들이 모여서 진정한 명품을 만드는 것이다. 멋진 디자인 만큼이나 고음 해상력이 좋다. 하지만 2% 부족한 미드와 베이스는 뭔가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아이폰과 100% 싱크되어서 커맨드 컨트롤러로 아이폰에 저장되어있는 재생목록을 들을 수 있는 기능은 무척 마음에 든다.
Driving Impression
이 글을 읽기 시작한 사람들 중 대다수가 가장 기대하는 부분일 것이다. 필자도 1년여 동안 차를 기다리면서 가장 궁금한 부분 중에 하나였다. 먼저 제원은 571마력에 최대토크가 66.3kg.m이다. 1마력이 담당하는 무게인 마력당 무게비는 2.97이다. 0-100km/h까지 가속에는 3.8초가 소요되고 최고속도는 317km/h라고 한다. 변속기는 더블 클러치 형식의 7단 AMG Speedshift DCT가 뒷 차축에 올라간다.
앞이 무거울 수밖에 없는 FR형식의 무게배분을 위해서 변속기가 뒷 차축에 올라가서 이상적인 무게배분을 이끌어 냈고 그 덕분에 트렁크는 176리터밖에 되지 않는다(다행히 골프백 작은 사이즈는 한 개가 딱 들어간다). 엔진은 긴 프론트에서도 최대한 캐빈쪽으로 밀어서 전형적인 프론트 미드쉽 구성을 보여준다. SLS AMG의 비상식적인 핸들링은 이런 노력에서 비롯된 것이다. 고리타분한 제원 얘기는 그만하겠다. 필자는 SLS를 인도받은 날 가장 궁금했던 부분이 바로 배기음이었다. 과거에 C63AMG를 타면서도 가장 만족했던 부분이었다. 배기음이야 워낙 개인의 취향 차이가 심해서 어떤 것이 더 좋다, 나쁘다의 기준이 없다. 하지만 SLS의 사운드는 누가 들어도 매력적일 것이다. 저음에서 으르렁거린다는 표현이 가장 적절할 듯하다. 페라리의 사운드가 고회전 영역에서 하이톤의 소프라노 같은 느낌이라면 SLS AMG의 그것은 바리톤이나 베이스 처럼 저음으로 넓게 퍼지는 소리이다. 그 중에서도 백미는 갑자기 엑셀 오프 했을 때, 뒤에서 들리는 마치 팝콘이 터지는 듯한 (?) “타타탁” 소리다.
이 차의 직진 가속 성능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무섭다...” 이다. 지금까지 많은 400~600마력 급의 차를 직접 운전해 봤지만, 스로틀을 끝까지 열기가 무서운 차는 정말 몇 대 안된다. HKS에서 튜닝한 R35 GTR, 스포르텍에서 튜닝한 997 터보...들을 탔을 때도 4륜 트랙션에 대한 믿음이 있어서인지 “무섭다..”라는 느낌은 없었다. 하지만 SLS AMG는 정통 후륜구동이다 요즘처럼 날씨가 추워서 아스팔트가 딱딱해져있는 상황이라면 ESP를 끄고 스로틀의 2/3만 갑자기 열어도 차가 그 자리에서 스핀한다. 엔진에서 만드는 힘은 571마력이지만 다른 FR들에 비해서 엔진과 동력축 사이가 가까워서 동력 손실히 적고, 엔진에서 동력을 전달하는 토크 튜브도 강철이 아닌 카본 파이버로 만들어져서 강철보다 50%이상 가볍고 동력의 손실이 매우 적다. 여기에 동력 손실이 많은 토크 컨버터 방식이 아닌 수동 변속기 기반의 듀얼클러치 변속기는 최적의 동력을 뒷바퀴로 전달한다. 필자가 자주 가는 테스트 구간이 있다. R8 V8 M/T로 260km/h정도.. 997 MK2 PDK 버전의 카레라 4S로 255km/h정도 나왔지만 SLS는 가볍게 285km/h를 찍어줬다. 그리 긴 직선 구간이 아니다. R8이 307km/h까지 최고속도가 나왔던 것에 비추어보면 SLS의 최고속도는 과연 어느 정도일지 궁금하다...하지만 시도해볼 생각은 솔직히 없다... 세상에 멋진 차들 더 타보려면 오래 살아야지 않겠는가??
핸들링에 대한 얘기를 해야 하는데, 솔직히 아직 SLS를 가지고 트랙에 나가본 적도 없고 심하게 와인딩를 달려본 적도 없다... 4개월 동안 2000km정도를 주행했고, 주행의 대부분이 길들이기를 위한 소프트한 주행이고 500km정도는 고속도로에서 중/고속 위주의 주행이었다. 그래서 거짓말 보태지 않고 느낀 점만 쓰도록 하겠다. 최근에 탔던 고성능 차들이 대부분 4륜구동이어서 그런지 (R8, GTR, Carrera4S) 안정감과 트랙션에서는 뭔가 부족한 느낌이 있다. 하지만 막상 곡선 주로를 달리거나 고속도로 램프를 빠른 속도로 오르내릴 때의 느낌은 4륜구동의 롤러코스터 같은 것과 비교되는 칼날로 베어내는 듯 한 날카로운 느낌이다. 벤츠답지 않게 EPS를 킨 상태에서도 약간의 슬라이딩은 허용된다. 물론 미끄러지는 상태에서 엑셀링을 하게 되면 바로 ESP가 개입 되어서 출력을 끊고 자세를 잡게 해준다. SLS정도의 차를 ESP를 끄고 완전히 컨트롤 할 수 있을 정도의 운전 실력이라면 프로 드라이버를 해도 되지 않을까... 얼마 전 영암 F1경기에서 빗속을 뚫고 F1 머신들을 이끌던 SLS AMG의 랩 타임이 전 날 마른 노면에서 치러진 국내 경기의 예선 최고 기록보다 빨랐다고 하니 SLS의 코너링 실력이야 더 말 할 필요가 없을 듯 하다.
Epilogue SLS AMG는 데뷔하자마자 유수의 자동차 잡지의 표지를 차지하고(톱기어는 심지어 2달 연속 SLS AMG가 표지 모델을 했다), 자동차관련 매체들의 찬사를 받았다. 그리고 MBK의 가격 정책에 따라서 국내 판매가격은 굉장히 합리적인편이다( 기존 오너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2011년 후반기 인도분부터는 가격이 천만원 넘게 인상되었다..). 사실 SLS는 데일리카로 이용 하기에는 너무나도 부담스러운 모델이다. 필자의 SLS도 1월에는 거의 지하 주차장에서 자고 있어서 한, 두 번 정도 밖에 운행하지 못했다.
연비도 시내에서는 리터당 4킬로미터 정도 고속도로에서는 6-7킬로미터 정도 나온다. 고속도로에서 하드코어하게 주행한다면 시내 주행연비보다도 낮은 수치가 나올 것이다. 승객은 2명 밖에 태우지 못하고, 트렁크에는 작은 골프백 하나면 가득 찬다. 1년 세금과 보험료를 합하면 작은 국산차를 한 대 살 수 있을 정도이다. 정말 실용성하고는 상극인 차이다. 하지만 SLS AMG를 예약하는 사람들은 전세계적으로도 줄을 서 있는 상황이다. 지금 주문 하면 2012년 상반기에나 받을 수 있다고한다.
“일상적인 가치를 뛰어넘어 상상속의 감성까지 만족시켜주는 차“ 이것이 바로 진정한 수퍼카의 가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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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Cartopia by 김연홍 원문보기 글쓴이: 김연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