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기업 엔씨소프트가 지난달 13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프로야구단 창단 신청서를 냈다. 창단이 되면 제9구단이 된다. KBO에 따르면 엔씨소프트 외에도 창단 의사가 있는 기업이 두 곳 더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프로야구 10구단 체제도 기대할 만하다.
리그를 운영하기에는 10구단 체제가 좋다. 9구단 체제에서는 한 팀이 일주일에 3일을 쉬어야 하므로 일정이 매끄럽지 않다. 그러나 일정은 근본적인 문제점이 아니다. 10구단 체제로 확대된 프로야구 리그는 그 파이가 8개 구단 체제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다. 시장이 넓어지고 구단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콘텐트(경기)의 품질이 급격히 향상된다. 프로에 진출하는 선수들의 기회도 는다.
매년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선수는 500여 명. 이 중 50명 정도가 프로야구 8개 구단에 입단한다. 10개 구단이 되면 팀 수가 늘 뿐 아니라 리그 규모가 커지면서 선수층이 더 두터워져야 하므로 취업길은 더 넓어진다.
부산을 연고로 하는 롯데는 제9구단 창단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엔씨소프트가 연고지로 부산에서 가까운 통합 창원시(창마진)를 원하기 때문이다. 장병수 롯데 사장은 “KBO가 야구단 운영에 드는 비용과 기업의 희생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수준의 저하와 함께 신생구단의 재무구조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이해 못할 주장은 아니다.
대기업들의 프로야구 발전에 대한 기여는 절대적이다. 한국과 경제 규모가 비슷한 대만과 비교하면 잘 알 수 있다. 1980년대까지 대만의 야구 수준은 한국 못지않았다. 그러나 올해 광저우 아시아경기대회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두 차례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성적이 말해주듯 현재는 격차가 크다.
이런 차이는 대표팀에 선수를 공급하는 프로야구의 수준 차에서 나오고, 수준 차이는 규모의 차이에서 나온다는 지적이 있다. 대만 최고 투수인 판웨이룬(퉁이)의 연봉은 2억2500만원. 국내 최고액 연봉 투수 손민한(롯데·6억원)의 절반도 안 된다. 대만 프로야구단의 모기업은 대개 중소 규모의 기업이다. 1년 예산으로 60억원 정도를 쓴다. 선수들에게 과감한 투자를 하기 어려운 구조다.
대기업 위주의 프로야구단 소유 구조에도 문제는 있다. 구단 대표의 임기는 모기업의 인사와 연동되기 때문에 2~3년에 불과하다. 따라서 10년 앞을 내다보는 구단 운영이 가능하지 않다. 임기 내 실적이 중요하므로 매출보다는 성적이 주요한 목표가 된다. 국내 구단들은 연간 200억원 내외를 쓰고 수익은 20억원 정도다. 모기업의 지원이 끊기면 팀의 존립 자체가 위태롭다. 2000년 해태, 1999년 쌍방울, 2007년 현대의 해산은 자생력 없는 한국 프로야구단의 현실을 보여준다.
일본 프로야구에는 2004년 11월 창단한 라쿠텐 골든이글스라는 구단이 있다. 모기업 라쿠텐은 2009년 기준 매출액 1135억 엔(1조5790억원) 정도의 중소기업이다. 팀 성적도 썩 좋지는 않다. 그러나 “성적은 꼴찌, 경영은 흑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공격적이고 참신한 마케팅 활동으로 팬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한국에도 라쿠텐 같은 구단이 필요하다. 신생 구단은 생존을 위해서라도 기존 구단이 간과했던 수익 창출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이런 활동은 기존 구단에도 자극이 된다. 그럼으로써 한국 프로야구의 다양성이 확보되고 새로운 발전 모델을 기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