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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킨슨 병과 구별해야 할 기타 신경퇴행성질환(파킨슨 증후군)
서론
파킨슨 병의 진단은 임상증상과 병력에 의존하여 진단하는 임상진단이고 다른 많은 질병들이 파킨슨 증상을 보일 수 있어 파킨슨 증후군을 일으키는 원인 질환을 진단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손과 발을 떨거나 동작이 굼뜨고 걸음이 느려지는 등 전체적으로 운동의 양이 적거나 속도가 느려지면 파킨슨 병이 의심되어 신경과나 운동장애 클리닉으로 의뢰된다.
그렇지만 이들 증상을 일으키는 원인질환이 밝혀지기 전까지 특발성 파킨슨 병(idiopathic Parkinson’s disease)보다는 파킨슨 증후군(parkinsonism)으로 부르는 것이 보다 정확하다.
파킨슨 증후군은 다음의 중요한 6가지의 증상이 조합되어 나타나는 임상증후군이다. 안정기 진전(resting tremor), 강직(rigidity), 운동완서(bradykinesia), 자세유지 반사의 소실(postural instability), 구부러진 자세(flexed posture) 및 운동중단(freezing) 등이다.
이와 같은 증상의 조합에 따라 임상적으로 확실한(definite), 아마도(probable), 가능성이 있는(possible) 파킨슨 증후군으로 진단하게 된다. 이들 증상 중 안정기 진전이나 운동완서가 있으면서 다른 증상이 적어도 한 가지 이상 있으면 확실한 파킨슨 증후군으로 진단하게 된다.
전형적인 특발성 파킨슨 병의 임상적 진단은 간단해 보이지만 유사 파킨슨 증후군과 특발성 파킨슨 병의 감별에 대한 역사는 파킨슨 병이 정의될 무렵부터 시작될 정도로 오래됐다.
임상증상과 병리학적 소견에 대한 비교 연구에서 신경과 의사에 의해 임상적으로 파킨슨 병으로 진단된 환자의 76%만이 병리학적으로 파킨슨 병으로 확진되었다. 이에 반해 파킨슨 병 전문가들에 의해 파킨슨 병으로 진단된 800명의 환자에서 병리소견, 영상자료, 레보도파에 대한 반응 및 비전형적인 임상양상 등을 고려했을 때 초기 진단에서 약 8.1%에서만 부정확한 진단을 보였다.
이러한 사실은 비록 파킨슨 병 전문가라도 초기에 10% 미만의 비율로 잘못된 진단을 내릴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일반적으로 특발성 파킨슨 병을 제외한 나머지 파킨슨 증후군들은 비교적 빠른 질병 진행속도를 보이며 질병 초기에 자세유지가 되지 않아 쉽게 넘어지는 경향이 있다. 또한 레보도파 치료에 반응을 보이지 않거나 초기 반응을 보여도 지속적인 반응은 관찰되지 않는다. 이외에도 자율신경계 기능이상, 소뇌성 운동실조, 안구운동의 장애, 추체로 징후(pyramidal sign), 대뇌성 감각기능의 장애 등 다양한 임상증상이 부가적으로 관찰된다.
파킨슨 증후군은 원인에 따라 일차적 원인, 이차적 원인으로 나눈다<그림 1>. 일차적인 원인에 의해 발병된 경우 특발성 파킨슨 병과 비전형적 파킨슨 증후군으로 나뉜다.
비전형적 파킨슨 증후군에는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질환으로 루이체 치매(dementia with lewy body), 다계통위축증(multiple system atrophy), 진행성 핵상 마비(progressive supranuclear palsy), 피질 기저핵 변성(corticobasal degeneration) 등이 있다. 가족력이 있는 경우로는 FTDP-17, SCAs, 헌팅톤씨 병, 윌슨씨 병 등이 있다.
이차적인 원인으로는 신경이완제(neuroleptic)과 같은 약물에 의한 경우, 갑상선저하증과 같은 내분비계 질환, 망간과 같은 중금속 오염, 감염성 질환(Whipple’s disease, Creutzfeldt-Jakob disease, HIV), 정상압 수두증(normal pressure hydrocephalus), 혈관 질환(multi-infarct, hypoxia), 독소(MPTP) 등과 같은 원인에 의해서도 발생한다.
파킨슨 증후군 환자들과 특발성 파킨슨 병의 감별은 매우 중요한데 정확한 진단 후 환자의 예후를 판단하고 적절한 치료를 선택함으로써, 불필요한 수술치료 등을 시행하여 발생할 수 있는 경제적 비용과 노력의 낭비를 방지하여야 한다.
본론
1. 진행성 핵상 마비(progressive supranuclear palsy, PSP)
1964년 Steele과 Richardson 및 Olszewski 등에 의해 처음 기술된 병이며 안구운동장애를 동반한 진행성 파킨슨 증후군으로 정의된다. 진행성 핵상 마비(PSP)는 가족력으로 발생한 보고된 경우도 있으나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으며 파킨슨 증후군의 약 6%에 해당한다.
유병률은 10만명 당 약 1.4~5.8명으로 평균 발생 연령은 63세이다. 흔한 증상은 보행의 불안정, 구음장애, 균형장애, 자주 넘어짐, 연하 곤란 등이 있다. 이 중 초기에 나타나며 가장 불편한 증상은 보행장애 및 균형이상으로 대부분의 환자들이 자주 넘어지고 다치게 된다.
파킨슨 병에서는 양 발을 좁게 서며 무릎을 구부리며 꾸부정한 자세를 보이며 걸으면 점점 보폭이 좁아지는 데 비해, PSP 환자는 균형을 유지하며 걷기 위해 몸통은 뻣뻣하며 양 발을 넓게 서며 무릎을 펴고 양팔을 바깥쪽으로 약간 벌리는 자세를 보인다.
다른 파킨슨 증후군과 확연히 구별되는 특징으로는 수직안구운동장애가 있는데 하방 주시 장애가 나타난다. 이외에도 눈이 침침하고 물체가 겹쳐 보이거나 안구 진탕(nystagmus)이 나타나기도 하며 글씨를 읽거나 눈을 맞추기 어려워진다. 질병의 초기에는 하방 주시 마비가 매우 미약하기 때문에 진단에 주의를 요하며 추적 안구운동 검사가 진단에 도움이 된다.
병리학적으로는 흑질, 창백핵, 시상하핵, 중뇌, 뇌교 및 전두엽에 광범위한 신경원의 소실과 함께 신경섬유의 다발성 병변(neurofibrillary tangle)이 관찰된다.
임상 증상 이외 신경생리검사가 감별에 도움을 준다. 수면장애와 경련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흔하다. MRI 등의 영상에서 뇌간 특이 중뇌의 위축이 현저히 나타나 뇌교 상부의 전후 직경이나 면적이 특발성 파킨슨 병에 비해 현저히 위축되어 감별에 도움이 된다<그림 2-A, B>.
질병초기에는 레보도파 혹은 도파민 효현제가 파킨슨 증상의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으나 대부분 의미있는 증상의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현재까지는 대증적인 증상개선이 주로 시도되어 왔으며 기대만큼의 효과는 없었으나, 신경세포 손상의 기전이 점차 밝혀지고 있어 신경세포 손상을 보호하는 보다 효과적인 치료방법이 기대된다.
2. 다계통위축증(multiple system atrophy, MSA)
1900년에 Dejeine과 Thomas가 보고한 초기에 주로 진행성 파킨슨 증상과 소뇌실조가 나타나는 olivopontocerebellar atrophy(OPCA type, MSA-C), 1960년에 Adams 등이 기술한 파킨슨 증상과 자율신경장애를 주로 나타내는 striatonigral degeneration(SND, MSA-P), 기립성 저혈압 및 발기부전, 배뇨장애 등 자율 신경장애와 후에 발생한 파킨슨 증상을 나타낸 환자(Shy-Drager type, MSA-A)가 보고되었는데, 이 세 환자군들에서 파킨슨 증상, 자율신경장애, 소뇌 기능장애 등이 비록 발생 시기 및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조합되어 나타나고 동일한 병리학적 소견을 보여 단일 질환으로 간주되었다.
1969년 Graham과 Oppenheimer에 의해 다계통위축증으로 명명되기 시작하였으며 1989년 Quinn 등에 의하여 다계통위축증의 진단 기준이 처음으로 제안되었다.
10만 명당 4~5명 정도의 유병률을 보이며 평균 발병연령은 약 54세이다. 평균 생존기간은 6.2~9.5년으로 보고되어 있다. 소뇌증상이 주증상인 다계통위축증인 경우 다른 아형보다 생존 기간이 길다.
병리학적 소견상 희돌기세포(oligodendroglia)에서 α-synuclein이 발견되면서 synculeinopathy의 일종으로 간주된다. 다계통위축증에서 신경원세포의 소실은 특발성 파킨슨 병과는 달리 선조체, 소뇌, 흑질, 뇌교 등의 광범위한 영역에 존재한다.
MSA는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 아형으로 분류되는데 SND type의 경우 초기에 넘어지고, 심한 구음장애, 과도한 코골이, 수면 무호흡증, 추체로 징후(pyramidal sign) 등이 흔히 나타나 다른 파킨슨 증후군과 감별에 도움이 된다. 특발성 파킨슨 병과 달리 안정기 진전이 적고 자율신경장애가 흔하며, 빠른 진행을 보이고 레보도파에 지속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MSA는 특발성 파킨슨 병에 비해 초기에 항문 괄약근 근전도이상이 흔히 나타나 감별에 도움이 된다. 이외에도 기능적 영상법, 자율신경계 검사 등이 일부 감별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약 2/3 환자가 레보도파에 초기 반응을 나타내나 지속적이지는 않다. 자율신경장애가 동반된 다계통위축증인 경우 도파민제제가 기립성 저혈압과 같은 증상을 악화시키기 때문에 치료가 더욱 어렵다. 배뇨증상, 연하장애 등 나타나는 증상에 따라 대증요법을 시행한다.
3. 루이체 치매(dementia with Lewy bodies, DLB)
루이체 치매는 알쯔하이머병 다음으로 흔한 치매의 원인 질환이다. 임상적으로 루이체 치매는 안정기 진전이 없는 파킨슨 증상 환자에서 시공간구분능력의 결핍에 의한 인지기능의 장애, 반복되는 환시가 나타나는 것이 특징적이다. 알쯔하이머병과 치매를 동반한 특발성 파킨슨 병과의 감별이 중요하다.
병리학적으로 루이체 치매는 신피질, 대뇌 변연계, 흑질 등에 주로 분포하며 α-synuclein이 루이체의 주된 구성 성분이다. 알쯔하이머병의 병리적 소견인 β-amyloid가 같이 존재하기도 하는데 정도에 따라 임상적 표현형이 알쯔하이머병과 유사한 증상을 많이 발현한다고 한다.
4. 피질기저핵 변성(corticobasal ganglionic degeneration, CBD)
파킨슨 증후군의 약 5%를 차지한다. 평균 발병 연령은 63세이며 평균 생존기간은 7.9년이다. 임상증상은 유달리 두드러진 비대칭적 강직, 근긴장이상과 같은 운동기능장애와 피질감각장애 및 실행증과 alien hand 현상을 보이는 피질징후가 특징이다. 신경학적 진찰 소견에서 비대칭적 실행증, 안구운동장애, 국소적인 근간대경련 등이 관찰된다.
병리적 소견은 중심피질의 전, 후 영역, 흑질과 기저핵에 신경원의 소실과 gliosis를 동반한 tau 양성의 병변이 특징적이다.
임상적 증상과 일치하는 MRI 및 기능적 영상상 비 대칭적인 대뇌 위축 및 대사량의 감소소견이 관찰된다.
5. 본태성 진전(essential tremor)
진전이 주로 나타나는 병중 대표적인 병이다. 파킨슨 병에서 진전이 너무 강조되어 떨면 파킨슨 병으로 흔히 생각되지만 실제로 본태성 진전일 가능성이 높다. 주로 물건을 짚거나, 글씨를 쓰거나 할 때 진전이 나타나 안정기에 주로 진전이 나타나는 파킨슨 병과는 큰 차이가 난다. 또한 강직이나 운동완서 등이 관찰되지 않아 비교적 감별이 용이하다. 그러나 노인에게서 본태성 진전이 나타나는 경우 가벼운 파킨슨 증상이 동반될 수 있어 실제 초기 파킨슨 증후군과의 감별이 어려울 수 있다.
6. 뇌졸중(cerebrovascular disease)
이차적인 원인에 의한 파킨슨 증후군의 흔한 원인 중 하나는 뇌졸중이다. 뇌혈관에 의해 발생하는 파킨슨 증상은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갑자기 구음장애, 편마비 등과 같은 뇌졸중 증상이 나타나며 이와 함께 파킨슨 증후군의 증상인 동작이 느려지고 경직이 나타나는 것이다. 또 다른 경우는 보다 구별하기 어려우나 파킨슨 증상이 실제로 천천히 진행되지만 파킨슨 병을 치료하는 약제에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다. 처음 경우에는 진전이 거의 나타나지 않고 갑자기 생겼다는 점에서 비교적 파킨슨 병과 감별이 용이하나 후자의 경우 MRI 등의 도움이 필요하다. MRI 등에 다양한 작은 뇌졸중이 기저핵이나 백질에 관찰되면 진단이 가능하다.
7. 약물유발성 파킨슨 증후군(drug induced parkinsonism)
다양한 약물에 의해서도 파킨슨 증후군이 발생한다. 파킨슨 증후군의 약 10~30% 정도 차지한다. 신경이완제(neuroleptics), 위장운동성 제제, 구토억제제, 칼슘채널 길항제, 도파민 차단제등이 대표적인 약물이다. 이들은 신경연접전, 연접부, 연접후 도파민 농도에 영향을 미쳐 파킨슨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유발 약제에 노출 후 약 1개월 내 50~70%에서 파킨슨 증상이 나타나게 되고 3개월 이내 약 90%에서 발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상양상은 흔히 진전이 나타나며 비대칭적으로 나타나 특발성 파킨슨 병과 임상적으로 구별하기는 어렵다. 짧은 시간 내 약물에 노출된 병력, 양쪽에 동시에 발생된 파킨슨 증상인 경우 감별에 도움이 된다.
Tolosa 등은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였는데 첫째 약물을 중단하면 파킨슨 증상이 완전히 없어지고 재발하지 않는 경우, 둘째 약물을 끊은 후에도 파킨슨 증상이 계속 진행되는 경우, 셋째 약을 끊고 증상이 사라진 후 약물과 관계없이 후에 파킨슨 병이 나타난 경우로 분류하였다.
유발약물을 중단하는 것이 치료 원칙이며 회복이 가능하나 상당한 시일이 필요하다. 레보도파와 같은 도파민 효현제의 역할은 뚜렷하지 않다.
결론
비전형적 파킨슨 증후군들에 대한 원인, 병리 소견 발병기전 등에 대한 연구가 매우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병리 조직에 의한 진단이 어려운 현실에서 보다 정확한 임상증상에 의한 진단이 요구되어지며 이를 일으키는 원인들에 대한 검사가 시행되고 이를 통한 적절한 약물 치료가 필요하다. 파킨슨 증상이라고 생각되는 임상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은 신경과 전문의(가능하면 운동장애 전문가)의 정확한 진단을 통해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져야 한다.
김용덕<건양대학병원 신경과>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충남대학교 대학원 의학박사
The Movement Disorder Society 정회원
대한신경과학회 정회원
대한 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학회 정회원
現 건양의대 신경과 교수
출처: 약업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