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북콘서트 후기]
박황희 고전학자
▪︎어제는 가을 하늘의 청명함처럼 눈부시게 아름다운 날이었다. 당대의 걸출한 선배 학형들을 모시고 신나는 난장 한마당을 벌였다.
▪︎문학과 역사와 철학과 종교 등의 다양한 주제로 대담을 나누었다. 허물 많고 부족한 사람을 과대 포장해서 치하해 주신 도반들 때문에 독자 제위께 심히 부끄럽고 민망했지만, 평생에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추억이 되었다.
▪︎나는 진실로 가치 있는 삶이란 ‘욕망을 채우는 삶’이 아니라 ‘의미를 채우는 삶’이라고 생각한다.
▪︎주머니를 채우기보다는 가치를 채우는 것을 훨씬 귀하게 여긴다면 학문이야말로 가장 가치 있는 삶을 찾아내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학문을 크게 둘로 나눈다면 ‘인간 완성’을 위한 학문과 ‘대상 완성’을 위한 학문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인간 완성을 위한 학문은 소위 말하는 ‘문(文)·사(史)·철(哲)’이다. 자신의 내면세계를 수양하여 전인적 인격을 지향하기 위한 학문이다.
▪︎대상 완성을 위한 학문은 과학이나 기술 등 물질의 세계를 통해 인류에게 유익함을 주는 학문이다.
▪︎수없이 많은 위대한 인류의 지성들은 한 번뿐인 인생을 어떻게 살다 갔을까? 나는 이 답을 고전에서 찾고자 하였다. 인간의 이성이나 본성은 결코 진화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고전은 현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것이(라고 본)다.
▪︎그런데 고전이 과거에도 인간을 완성하지 못했는데 현대에 어떻게 인간을 완성할 수 있단 말인가?
▪︎이런 의문을 누구나 한 번쯤 가져볼 만하다. 그러나 밥을 먹어서 인간이 완성될 수는 없지만 밥을 먹으므로 인간의 생명이 건강하게 유지될 수는 있다.
▪︎학문은 언제나 세상의 모든 마침표를 물음표로 바꾸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철학의 시작은 의심에서 출발하지만, 종교의 시작은 깨달음(?, 모름)에서 비롯된다.
▪︎기독교의 가장 큰 계명은 하느님을 공경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경천애인(敬天愛人)’이다.
▪︎불교의 핵심은 ‘상구보리(上求菩提) 하화중생(下化衆生)’이다. 위로는 진리의 깨달음을 구하고 아래로는 중생을 교화하는 것이다.
▪︎유학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하학인사(下學人事) 상달천리(上達天理)’이다. 아래로 사람의 일을 배워서 위로는 하늘의 이치에 통달하는 것이다.
▪︎도교는 무위자연(無爲自然)의 사상이다. 사람의 인위적 노력 없이 자연의 순리에 동화되어 사는 것이다.
▪︎노자는 ‘강자 생존’이 아니라 ‘적자생존’의 가르침이다. 그러나 노자는 어떤 의미에서 패배자의 학문이다. 몰락한 귀족들이 다시 권력을 잡는 것이 불가능함을 알고 체념하며 세상을 등진 사상에 불과하다.
▪︎세상과 등진다는 의미에서 노장과 불교는 매우 비슷하지만, 불교가 ‘극단적 허무주의’ 라면 노장은 ‘낙천적 허무주의’이다.
▪︎안 되는 줄 알아서 피했다거나 세상이 무도해서 피했든지 또는 세상이 더러워서 피했든지 간에 패배자의 학문은 백성을 교화하는 지도 이념이 될 수 없다. 책임 의식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사회의 유기적 기능은 ‘무위(無爲)’가 아닌, 부단한 ‘유위(有爲)’의 인위적 노력으로 이루어진다. 세상은 승자보다 패자가 훨씬 많다. 승자 또한 영원할 수 없다. 영원한 승자란 존재하지 않는다.
▪︎종교 역시 ‘신학’ 이전에 ‘인간학’을 겸해야 한다. 인본주의를 배제한 신본주의는 언제나 실천이 없는 관념유희에 지나지 않는다.
▪︎동서양의 어떤 종교적 사상이나 철학적 관념도 ‘빵의 문제’와 ‘인간의 관계’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지 않는다면 그것은 실천을 배제한 언어적 관념유희에 불과하다.
▪︎종교학의 창시자 막스 뮐러는 “하나의 종교만 아는 사람은 아무 종교도 모르는 사람이다.”라고 하였다.
▪︎일찍이 **김흥호 선생께서는 이런 말씀을 하였다. “철학을 모르면 ‘나’를 모르고 과학을 모르면 ‘물질세계’를 모르고, 예술을 모르면 ‘아름다움’을 모르고, 종교를 모르면 ‘생명’을 모른다. 그러므로 철학도, 과학도, 예술도, 종교도 알아야 한다.”
나는 교조주의자의 신념을 믿지 않는다. 성서를 진리라고 굳게 믿는 사람들은 그것이 만들어지게 된 과정과 성서의 문헌학적 서지학적 고고학적 측면의 의미를 깨닫고 이해해야만 한다. 아무런 의심조차 없이 덮어놓고 믿기만 한다면 그 믿음은 기적을 부르는 양약이 아니라 사회의 질서를 교란하는 독약이 되고 만다. 인류사에 그런 폐해는 종교가 생긴 이래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우리는 모두 이 땅 지구에 딱 한 번 초대된 신성 불멸의 존재이다. 아무렇게나 피어있는 꽃이 없듯 마지못해 살아있는 꽃은 없다. 하늘의 반짝이는 별과 같이 빛나는 인생으로 살아가야 할 이유가 저마다 있는 법이다. 내가 북콘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요지이다.
**김흥호
교육가/인문학자, 철학자, 종교인
목회자/목사
출생: 1919년 2월26일, 황해도 서흥
사망: 2012년
데뷔년도: 1965년 목사가 됨
▪︎목사이자 대학교수. 1919년 2월 26일 황해도 서흥에서 아버지 김성항 목사와 어머니 황성룡의 아들로 태어났다.
▪︎평양고보 졸업, 와세다 대학 법학부 졸업, 미국 버틀러 대학 종교사학 석사, 미국 인디아나 주 감리교회에서 정목사로 안수 받음, 이화여대 명예철학박사.
▪︎1947년 국학대학에서 철학교수가 됨으로써 선생의 길을 걷게 된다.
▪︎1948년 스승 다석 유영모를 만나 6년 만에 깨달음을 얻고, 그 후 일식, 일좌, 일인, 일언의 실천 생활에 들어간다.
▪︎1956년에 이화여대 교수가 된다. 1965년 목사가 되고,
▪︎1975년부터 1984년까지 이화여대의 교목을 역임한다. 그의 설교와 강의는 풍부한 비유,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논리로써 뛰어난 설득력을 지닌 특징이 있다.
▪︎그는 "깊이 생각해서 쉽게 말한다"는 원칙 하에서 자신의 깨달음과 실천의 지혜를 절묘하게 우리에게 전달해 준다.
▪︎그의 설교, 강의뿐 아니라 저술들이 전집으로 기획되어 출판되는데 150여종에 달할 것이다.
▪︎국학대학 철학교수, 감리교 신학대학교 종교철학과 교수,이화여대에서 학생, 교수, 일반인을 상대로 평생 고전강독을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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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버틀러 대학 종교사학 석사
와세다 대학 법학부 졸업
평양고보 졸업
1947 국학대학 철학교수
1956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1965 목사
1975 ~ 1984 이화여자대학교 교목
감리교 신학대학교 종교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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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황희 선생이 피력한 위의 본문 내용이 마음에 와 닿는다. 하지만 고전이라는 것이 ....
박황희
ㅡ 대상 완성을 위한 학문을 고전에서 찾자는 말을 한 적이 없네요~,
과학을 고전에서 찾자는 말이 아니라 인간의 본성을 고전에서 찾자는 말이어요~,
제임스강
ㅡ ▪︎고전이나 경전을 화이트헤드의 과정철학으로 본다면, 역시 무상(Panta Rei), "시대에 그리고 삶의 정황에 맞게" 변화시켜 가야 하는 거라 보기 때문에 사족을 붙혀 본 것입니다.
▪︎너무 서운하게 여기지 마십시요. 박선생님의 글들은 보는 이들에게 다시금 인생을 생각하게 해주는 글들이니까요.
첫댓글 박황희 선생의 후기를 보면,
▪︎미신(superstition)과 주술 (incantation)의 무속신앙 (shaman-ism) 그리고 신화적 상상(mythical imagination)에 의존하던, 비과학적시대요 문맹자의 시대였던 부족국가, 왕정시대의 사고를,
▪︎우주의 시원을 밝히려는 James Wepp 우주전자망원경이 공간에 떠있는 21세기 시민주권 국가시대에도, 고전에 대한 생각들 모두가, 여전히 유효한 것이
라고 보는 사람들이 고전학자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