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수요일에 다시 한 번 비파사나 명상수련원에 부엌봉사자로 떠납니다.
열흘 동안 더운 부엌에서 고생을 좀 하겠네요.^^
봉사자이니 말도 할 수 있고
핸드폰도 가질 수 있으니 카페에 들어오며 글을 쓸 수도 있을 겁니다.
하루 세 번 명상수련에 참여하면서 말입니다.
왜 이렇게 자꾸 가는가?
돌아보면 이 수련원에 다녀올 때마다
뭔가가 속에서 크게 변하는 것을 발견했거든요.
그것이 바깥 상황으로 드러나구요.
특히 금년 들어서 안팎으로 변화가 정말 빠르고 다양함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속이 단단해졌음을 느끼고
밖으로도 많은 일들이 바뀌고 있고.
무엇보다
일이 공부과정이라 취직을 한 딸이
정말 좋은 곳으로 직장을 옮긴 것도 큰 변화입니다.
.
그런데 집에서 새 직장까지의 거리가 거의 두배나 되네요.
그 동안 제 차를 운전하며 다녔었는데
제 차가 여덟사람이 탈 수 있는 밴이라서 많이 크다보니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요즘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딸이 새 직장에서 임금도 더 받으니 이참에 작은 중고차를 하나 사야겠구나...
그 동안 딸이 주요운전자가 되면서 저와 둘이서 보험료를 나눠냈었는데
차를 따로 사서 딸 혼자 자기 보험료를 다 지불하더라도 기름값에서 그 돈이 빠지겠고
이제는 엄마가 차를 써야하는 시간과 날짜를 신경 쓰지 않고 자기 삶을 살 때가 되지 않았나 싶어
가진 생각이었습니다.
딸도 동의를 해서 중고차딜러를 하는 교회 친구 한 사람에게 차를 하나 부탁했는데
연락이 없었습니다.
주변의 이웃과 다른 친구들에게도 말을 해놓았는데 역시 감감...
인터넷 중고차판매하는 사이트도 들락거리며
이렇게 몇주간을 보내다가
어느 하루 문득 아이디어가 떠오릅니다.
아하, 퀼트를 같이 했던 한국인 친구 레베카에게 물어봐야겠다.
혹시 차를 파는 누군가를 알지도 모르지.
당장에 카톡문자를 보냈습니다.
그런데 전화가 오는 겁니다.
언니, 사실 내가 차를 바꾸기에 내 차를 팔고 있는데
같은 교회 다니는 한국 아가씨가 산다고 하네요.
오매나! 레베카 차라면 마즈다 2, 귀여운 그 차?
그 차
내 딸이 사면 딱이구만.
하지만 그 차를 산다는 한국 아가씨가 몇 번이나 말을 했다니
그 아가씨 줘야하겠다네요.
하는 수없지요.
그래서 말해두었습니다.
그러면 다른 사람들 중에서 작은 차 파는 사람이 있으면 알려주고
혹시 그 차 산다는 아가씨 마음이 바뀌면 또 알려줘.
그리고 며칠 있다가 다시 문자를 넣었습니다.
그래서 그 아가씨가 차 가져갔어?
전화가 옵니다.
언니, 그 아가씨가 마음을 바꿨네요.
원래 제가 살 새 차를 8월에 세일을 한다고 해서 그러기로 했었는데
그 세일을 당장한대서 차를 다음 주에 바꿀 건데
아가씨가 아직 직장도 안 잡았고 장롱면허를 면하는 연수도 안 받아서 말이예요.
언니 딸이 원하면 가져가세요. 같은 가격에 드릴께요.
호호호, 이게 웬일인고!!!
제가 저녁에 합창단 마지막 공연을 하던 토요일 낮에 가서 수속을 다 밟아 차를 가져왔습니다.
짙은 회색의 귀여운 차.
가격도 딜러나 개인판매자들에 비해 많이 싸게줘서
원래 10000달러(요즘은 850만원? )를 예산으로 차를 찾고 있었는데
차값에 보험료, 수수료까지 다 그 예산으로 해결을 한 겁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딸이 자기 돈으로 다 지불했다는 거지요.ㅎㅎㅎ
딸이 정말 이렇게 산 자기 차를 좋아합니다.
옅은 금빛의 제 큰 차는 '곰Bear'이고 자기 작은 차는 '쥐 Mouse'라나요.ㅎㅎ
지가 쥐 띠이니 더 그 표현이 좋은가봅니다.
며칠 지나고 나더니 차 이름을 지었답니다.
갉아먹는다는 뜻의 Nibbles
그것도 Miss Nibbles랍니다.
그 '미스 니블스'를 흐뭇한 마음으로 몰고
친구도 만나고
일도 하러 다니는 딸을 보니
제 마음도 흐뭇흐뭇...^^
제 자신이 이번에 합창단에서 듀엣 공연을 한 것도 참 흐뭇한 경험이었습니다.
그 과정도 참으로 절묘했구요.
원래 제가 활동하던 그 한심한 시니어센터 노래그룹의 리더이며 반주자인 Dan과 함께 부를 작정으로
합창단 지휘자 알렉스에게 듀엣에 대해 말했었는데
댄Dan이 딱 한 번 오고는 신장결석 수술을 받아 빠지고
그리고는 또 노래들이 마음에 안든다고 안오는 바람에
다른 파트너들을 구해야 했지요.
테너 멤버인 제럴드가 두 번 공연 중에 한 번밖에 참여를 못하는 바람에
전문 바리톤인 '브라이언'과 마지막 공연을 하게 되었구요.
그것을 딸이 녹음했지요.
원래 계획대로 '댄'과 불렀더라면 아마 전혀 다른 식의 노래가 되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파트너가 바뀌었기에 마이크 없이 정통 성악식 노래를 추구하지 않았을까?
마지막에는 전문 바리톤과 함께 불렀기에 또 마음놓고 노래를 했고 말이지요.
사소한 틀어짐들이 여러번 있었는데
그것들 때문에 결국 마지막 결과를 얻게되었고
그것이 더 좋은 것이었음을 발견하니
틀어짐마저 필요한 수순이었구나...이런 생각을 하게되는 겁니다.
아무튼 요즘 제 노래 다운로드 받아놓은 것을 많이 들었구만요. ㅎㅎ
공연에 못온 친구들에게도 보내주고 말이지요.
마종게임을 같이하는 릴리안은
장차 제가 노래CD를 냈으면 좋겠답니다.
자기가 가장 먼저 그것을 살 거라나요.ㅎㅎ
살다보니 외국에서 이런 일도 다 해보고...^^
이런 모든 일들이 펼쳐지는 것을 목격하다.
이번 명상수련원 봉사를 마치면
또 어떤 것들
어떤 변화
어떤 상황을 목격할 것인가?
기대가 되는 겁니다.^^
정말 이제는 믿게 됩니다.
세스가 말한 대로
외부는
내부의 표현임을.
바깥 상황의 모습이
내 안의 상황을 거울처럼 보여준다는 것을.
그래서 내부로 시선을 집중하는 이 기간이
또 무엇을 가져올지
궁금해하고
기대를 하게 되는 거지요.
그리고 다시 한 번 믿게 됩니다.
내 필요한 것은
필요한 때에
다 오게 되는구나.
우여곡절을 겪더라도 말이지요.
그 우여곡절이
꼭 필요한 것을
꼭 필요한 때에
오게 만드는 과정이고.
이런 것을 여러번 거듭 경험하다보니
이제는 이전보다 훨씬 더 편안한 마음으로
삶을 바라보게 됩니다.
그것이 무엇이든
마지막이 아님을 믿거든요.
모든 것이
다음 과정으로 향하는 길목인 것.
그래서 바라볼 일인 거지요.
믿음을 갖고 말입니다.
참...
젊었을 때부터 이런 마음, 이런 안목을 갖고 살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꼬? ㅠㅠ
그랬더라면
안절부절 못하는 시간을 덜 보냈지 않았겠는가?
잠을 잃는 날들도 덜 보내고...
역시 앎이 중요한 것이었는데
그 앎이 부족했었구나.
화창하게 밝은 날
이 아침에 이런 생각을 하네요.
이제 내일 떠나니
짐도 더 싸고
해야할 준비도 더 해야하는 날.
흐뭇한 하루를 또 만들어야 하겠습니다.
흐뭇흐뭇...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