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토의 모든 것]안정적 모종 생산 돕고 관수 노력 줄여
상토는 작물을 본밭에 옮겨 심을 때까지 재료의 특성과 기능을 유지해야 한다. 동시에 상토가 흐트러지거나 작물 뿌리가 상하는 일 없이 옮겨 심을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한 친환경 상토 포장재가 개발돼 현장에서 활용 중이다. 보수력을 높이는 천연 보습제도 상용화됐다.
상토는 작물의 종류와 품종, 생육 시기에 따라 특성이 다른 재료를 배합해 사용한다. 상토 재료로 쓰는 유기물은 분해되면 성질이 변하기 쉬우므로 안정화된 유기물을 써야 한다. 수분 흡수나 건조에 따라 부피가 쉽게 변하는 재료는 쓰기 어렵다. 공통적으로는 종자나 꺾꽂이모, 혹은 식물체를 잘 지지할 수 있어야 해 견고하면서도 적당한 밀도여야 한다.
상토의 기능과 관련해서는 육묘 전후 건조한 환경으로 모종의 생육 불량이 늘면서 보습 효과에 관심이 높다. 보습력에 영향을 주는 상토 재료는 질석·제올라이트·펄라이트 등 인데 코코피트 등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비싼 원료라 함량이 높지 않은 편이다. 이에 토양 보습제 등을 추가하기도 한다.
상토 포장재도 상토의 활용 효과를 높이고 육묘가 잘 진행 되도록 돕는 부자재 중 하나다. 모종에 적합한 상토 모양을 잡아줌과 동시에, 작물의 뿌리 발달이 부진해도 뿌리가 상하지 않게 옮겨 심을 수 있도록 상토의 형태를 유지한다. 수분과 공기가 잘 통하게 만들어 이후 뿌리가 잘 뻗어 나오게 도와주는 역할도 한다. 이 중 환경 친화적인 소재로 개발된것이 자연 분해 종이포트로,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해 현장에 보급 중이다.
[생분해성 종이포트…뿌리 손상 없이 균일한 모종 생산] 생분해성 종이포트는 생분해성 종이를 원통형으로 만든 뒤 그 안에 모판흙을 채우고 일정한 길이로 절단해 모종을 기를 수 있는 포트로 만든 것이다. 유럽이나 미국 등에서는 이를 과수·화훼·채소의 모종 생산에 두루 이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일부 공정 육묘장에서 생분해성 종이포트로 오이·토마토 등 채소 모종과 도시농업용 ?종을 생산중이다.
농진청에 따르면 대부분의 채소 모종은 ‘플러그 트레이(분해가 잘 안되는 석유계 수지로 만들었으며 일반적인 규격은 가로 54㎝, 세로 28㎝)’라는 연결형 육묘 용기에서 기른다. 여기에서 키운 모종은 뿌리가 충분히 발달하기 전에 뽑으면 뿌리가 끊어지거나 손상돼 이후 본밭에서의 생육이 저하될 수 있다.
이와 다르게 종이포트 모종은 아주심기할 때 용기를 제거 할 필요가 없다. 뿌리 부분이 생분해성 종이로 감싸여 뿌리가 발달하기 전에 모종을 옮겨도 손상이 거의 없다. 모종을 옮기는 과정에서도 상토가 거의 ?서지지 않는다. 플러그 트레이보다 아주심기가 쉽고 간편하다.
빈 포기나 생육이 늦은 식물체를 구분하기 쉬워 균일한 모종을 생산할 수 있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아주심기 단계뿐 아니라 육묘 단계에서도 불량 모종을 쉽게 구분할 수 있어 균일한 모종 생산이 가능하다.
생분해성 종이포트는 아주심기한 뒤 토양 속 미생물에 의해 자연적으로 분해된다. 종이포트는 셀룰로스 재질의 종이로 만드는데 작물 종류에 따라 분해 기간이 다른 종이를 이용한다. 채소 육묘에 사용하는 것을 기준으로 완전 분해까지 1~2개월 걸린다. 모종 여러 개를 종이포트에 심어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운반하려면 전용 연결 트레이를 쓰면 되는데 이 또한 따로 제거할 필요가 없다.
농진청 관계자는 “종이포트는 뿌리 둘레의 표면이 공기중에 노출돼 플러그 트레이에 비해 수분 증발량이 많은 편”이라며 “이러한 특성을 고려해 물과 양분을 공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종이포트 분해 시간에는 종이의 종류 뿐 아니라 온도와 습도가 영향을 준다”면서 “포트가 완전히 분해되기 전까지 뿌리가 충분히 내리지 않을 수 있으므로 종이 분해와 뿌리내림이 촉진될 수 있는 환경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기존의 모판이나 플러그 트레이와 비교해 가격이 비싸 농가가 대량 사용하기에는 아직 부담이다. 이 밖에도 일본산 부직포 소재의 포트, 중국산 지피포트 등도 나와 있으나 이 또한 1개당 가격이 비싼 편이라 가정 원예나 소규모 재배 현장에서 주로 사용하고 있다.
[‘고흡수성 수지’ 보습제…상토 보수력 높여] 상토 재료의 하나인 피트모스는 심하게 건조하면 물을 재흡수하기 어려운 상태로 변한다. 어느 정도의 수분 부족은 물을 주면 해결되지만, 그 이상 말라버린 상토는 물을 줘도 흡수하지 못하고 물이 ?러내리고 만다. 상토에 종자를 심어도 발아가 제대로 되지 못하고 아주심기하는 시기를 놓쳐 농가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문제를 예방하는 방법이 개발돼 적용 중이다. 상토 자체의 수분 보유량을 높이고 지나치게 건조해지는 것을 막는 부자재를 쓰는 것인데, 고흡수성 수지가 그중 하나다.
고흡수성 수지는 아크릴산과 수산화나트륨을 혼합해 만든 흰색 분말 형태의 합성 고분자 물질이다. 자체 무게의 수십~수백 배까지 물을 흡수해 겔 형태로 만든다. 일상생활에서는 기저귀 등 위생 용품과 아이스팩 충진재 등에 사용한다.
고?수성 수지는 토양의 수분 보유량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농업에서는 가정 원예나 조경용 나무뿌리 근처에 소량을 넣고 물을 부어 많은 양의 물을 머금고 있다가 천천히 뿌리에 공급해 식물이 가뭄을 타지 않도록 하는 데 활용한다.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최대 한 달간 관수하지 않아도 돼 묘목이나 성목을 옮겨심기할 때 활용하기도 한다. 한겨울에 관수할 경우 식물 뿌리부의 물이 얼어 언 피해를 입을 수 있는데, 이런 보습제는 식물 뿌리가 필요로 할 때 수분을 공급해 동결 위험을 낮춘다.
상토에 고흡수성 수지를 섞으면 식물의 생장과 발아에 필요한 수분을 식물이 원하는 양으로 제공해 종자가 크는데 도움을 준다. 고흡수성 수지가 섞인 상토는 수분 보유량이 높아지므로 육묘할 때 물 주는 횟수와 노력이 줄고 갑작스러운 건조와 단수 상황에서도 작물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
물에 혼합된 농약과 비료 물질을 함께 흡수하고 있다가 뿌리에 천천히 전달해 자재 활용 효율도 높일 수 있다. 국내 농자재 업체 누보는 비료 원료를 고흡수성 수지로 코팅해 용출 기간을 조절하는 특수 코팅비료(CRF)를 개발했다. 미국과 일본 등 약 30개 국가에 코팅비료를 수출하며 말레이시아의 기업에 코팅비료 생산기술을 이전하는 등 주목받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3분기 누적 수출액 110억 원을 달성하며 농림축산식품부의 2022년 농기자재 수출기업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국산 천연 토양 보습제 개발…효과에 관심]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천연 고흡수성 수지 제조기술도 나왔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가 개발한 ‘방사선 이용 생분해성 바이오매스 함유 하이드로겔 제조기술’이다.
연구원에 따르면 토양 보습제는 흙과 함께 사용하면 땅속물을 흡수하고 저장해 식물이 필요할 때 물을 공급할 수 있다. 물을 아끼고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기존 화학물질로 만든 토양 보습제는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로 사용을 꺼려왔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고 토양 보습제를 제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원이 개발한 하이드로겔 제조기술은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기존 기술과 달리, 방사선을 조사해 고효율의 하이드로겔을 만든다. 하이드로겔 원료인 천연 고분자 물질에 바이오매스인 톱밥과 활성탄을 혼합하고 방사선으로 원료들을 결합했다. 이 하이드로겔은 미세 다공성 분자구조를 가져 표면적이 넓으므로 부피 대비 500배의 물을 흡수 할 수 있다. 비료로 사용하는 칼륨·칼슘 등을 혼합하면 식물 생장도 촉진할 수 있다.
상토에 활용할 경우 종자 발아 후 육묘를 마칠 때까지 안정적으로 수분을 공급할 수 있다. 바이오매스를 혼합해 만든 것이라 땅속 미생물에 의해 완전히 분해돼 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옮겨 심은 토양과 잘 섞일 수 있다. 연구원은 이 기술을 2021년 친환경 바이오매스 고흡수성 수지 제조업체 ㈜휴머스텍에 이전했고 업체에서는 농업용 천연 토양 보습제를 개발했다.
연구원 관계자는 “방사선을 활용해 하이드로겔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한 이후, 업체의 제안에 따라 기술을 보완해 완전 분해가 가능한 생분해성 토양 보습제를 제조하게 됐다”며 “물 흡수 능력이 100배에서 최대 600배까지여서 농업 현장에서 천연 토양 보습제로 활용 효과가 기대되며, 향후 수경재배·스마트팜 등 다양한 분야에 확대 적용할 수 있도록 기술을 고도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출처 농민신문 글 김산들 사진 농민신문사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