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모르는자, 정의를 모르고, 세상을 모를지어다!]
[흑빛 날개에 정의를 싣고, 켜져라, 사랑의 청신호! 용자특급 라이벌가인, 정각대로 바로 지금 도착!!!]
[천국으로의 티켓, 예약되었다!!! 사라져라, 악의 그림자여-!!!]
- 2138년 어딘가에서 불쑥 나타난 정체불명의 로봇, '라이벌가인'의 등장 및 필살기 대사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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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바루 죠는 불쾌함을 느꼈다.
특별히 화려한 활약이나 연출따위에 광희하는 성격은 아닌 그였지만, 요즈음의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면 한심해 한숨이 나올 지경이었다.
활약이 없는 것은 물론 지구라트와의 전투에도 끼지도 못하고, 그 전의 비트쉽의 전투에서 자신의 기체인 천룡이 산산조각나는 불명예스러운 일을 겪었다. 그것이 3대째의 천룡이라는 것에 ARK 정비부는 새로운 천룡의 건조를 불가한다는 강한 입장을 표명했고, ARK의 지휘부도 난색을 표했다. 거기에 세이지는 넌지시 '예산이 없는데....'라며, 의미있는 시선을 죠에게 주는 것이었다.
천룡이 건조되지 않는 이유는 간단했다. 강한전력이 남아도는 것이다. 그레이트급 용자가 네대나 있고 분류조차 불가능한 사이즈의 로봇(로드 실버리온, 로드 페이시온)이 둘, 그리고 분류가 묘하고 파워로는 분류할 곳이 없는 하이퍼 엘 카디온이라는 엄청난 괴물, 그리고 그 밖의 고급전력이 남아도는 판에 천룡같은 정도의 성능의 로봇을 다시 건조한다는 것은 돈의 낭비였다. 죠도 그것은 이미 납득하고 있었다.
그보다 더 불만스러운 것은 그의 붕뜬 입장이었다.
로봇이 없으니 전투에도 나갈수 없다. 그렇다고 돈을 받는 입장에 아무일도 안하려니까 불안하기 짝이없다. 물론 성실한 성격으로 맨날 일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몇번 전투에 얼마정도'라는 식의 돈을 받고 있다. 하지만...사실 다른 수익원이 없었다.
한마디로, 라이바루죠의 현재 상태는 '정리해고의 위기에 놓인 월급쟁이'라는 것이다.
라이바루죠는 실리파다 - 그말은, 아무일도 안하는 주제에 언제라도 세이지나 누군가가 '미안하지만 나가줘야 겠다'라고 말한다면 군말없이 짐을 싸고 가버린다는 말이었다. 옛날의 그라면 승부심이라던가 그런 욕구에 몸을 맡길수도 있을것이나, 지금의 그는 그 승부욕을 기댈상대를 잃었다(물론 강한상대야 널리고 널렸지만, 시도때도 없이 그런 상대들에게 도전하며 몸을 깎아가는 승부를 즐기는 그도 아닌 것이다.).
물론 그런 이유는 괜찮았다 - 더 불쾌한 것은, 이런 처지에 빠진 자신을 자기 자신이 한심하고 불쾌해 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자기혐오의 초기증세였지만, 애써 부정하는 라이바루 죠다.
지구라트의 전투후 나이트 아크는 원래의 천황도의 자리에서 그들의 위치확정에 고심하고 있었기에, 죠의 입장을 처리해줄 정도로 한가하지 않았다. 그가 성실한 성격이었다면 군말없이 사무직이라도 찾아보겠으나, 그것은 성미에 맞지않았다.
불쾌감은 고민으로 변질되고, 고민은 걱정이 되고 절망이 되었다. 결국, 그는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머리를 부여잡고 나이트아크를 뛰쳐나왔다. 물론, 그것을 본사람도 아는 사람도 극히적었다. 그때가 용자들이 지구라트를 격멸시킨지 약 한달후였다.
'그만둘까...'
- 왠지 잘릴것 같다 -
이 나라의 실직자들이 잘리기 직전에 예감같이 느끼는 것이다.
'하아.........옛날엔 정말 신나게 날뛰었는데. 2년동안 너무 물러졌어...'
그 옛날 멋진 라이벌로 휘날리던 캐릭터의 말로는 이런것인지. 죠는 회한의 느낌을 가지기 시작한 자신을 발견했다.
아무튼 바이크를 난폭하게 끌고 고속도로를 달려 도쿄에 왔을때는 어느새 밤도 깊어 새벽이었다.
"후우..."
정말 지친 모습으로 처벅처벅 걸어, 길가에 축 앉아 힘없이 어깨를 늘어트리고 강변을 하염없이 보는 그의 모습은, 술만 안 들었다 뿐이지 한강강변에서 축 늘어진 실직자 들과 다르지 않는 모습이다. 별로 뉴스에서 안보이는데, 힘내세요....가 아니라.
아무튼, 힘없이 앉아있던 라이바루 죠가 문득 자신 앞에 놓인 기묘한 길의 종류를 알아차린것은, 한숨만을 쉬는 시간이 엄청나게 길어진 후였다.
"......기차길."
센푸지 마이토가 떠올랐다. 그 녀석은 2년이 지난 지금도 그렇게 당당한데, 자신은 이렇게 초라해졌다고 생각하니, 기가막힌 기분이 들었다.
'나도 예전엔 가릴것 없이 거침없이 나갔지....지금도 전투에서는 길길이 뛰는것은 마찬가지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평정을 잃을때가 가끔있어...'
초조한 것인가. 자신의 길이라고 생각한것에서 벗어난 것이.
'........역시 고독한 방랑자가 어울리는 건가, 난.'
그 기찻길을 보며, 그렇게 생각하며, 피식피식 웃는 라이바루죠.
빠앙---!!!!
그의 온 인생을 통틀어 가장 치욕적인 오점으로 남을 사건의 전조가 그에게 다가온 그 순간, 라이바루 죠는 기차가 오는 기적소리를 듣고는, 기차길에서 슥 일어나 몸을 뒤로 돌려, 터벅터벅 걷기 시작했다.
끼이이익--!!!!
기차가 급정거 하는 소리를 듣고도 라이바루죠는 멈추지 않았다. 그때, 그는 그대로 길을 걸어가 다른 직장을 찾아보던가 아니면 차라리 옛날로 돌아가는 길을 택하던가의 양자택일을 해 버렸어야 했다. 그는 훗날 그 일을 떠올리며 밧줄을 목에 걸었지만, 지금 그는 알 도리가 없다.
그래서, 그는 뒤에서 갑자기 들리는 소리에 멈춰설수 밖에 없었다.
[어, 어이, 기다려! 아직 등장대사도 안했잖아!!!!]
라이바루 죠는 돌아섰다.
밤의 어둠에 녹아들어간 듯한 검은빛의 열차 차량이, 자신이 아까 앉아있던 그곳에 있었다. 한눈에 알아볼수 있는 형태, 그것은 '희망호'였다.
"..........뭐야?"
멍하게 그것을 바라보고 있을때쯤, 그 열차에서 정말 화난 음성이 솟아올랐다.
[이봐!! 기적소리가 들리면 주위라도 둘러봐야 될거 아냐!!!!]
"..........뭐?"
[네가 둘러보는 그때 딱 앞에 들어와서 멋지게 대사를 하는 걸로 각본이 짜여있었는데, 네 녀석이 그렇게 행동하면 이건...]
그 검은 열차가 말을 다하기도 전에 라이바루죠는 몸을 홱 돌렸다.
"이상한 용자로봇이군."
[어이!!! 기다려!!!!!!! 할말이 있다-!!!!!!]
"시끄럽군. 프로그램이 잘못된건가. 센푸지 콘체른은 또 이상한 녀석을 만들었군."
[아니얏-!!! 난 센푸지 콘체른 제품이 아니라고-!!!!]
말도 안된다. 저런 몸에 멋을 따지는 저 성격은 2136년후 센푸지 콘체른 용자들이 공통적으로 보이는 성격이다.
게다가...
"........하나만 묻자, 이름이 뭐냐?"
[내 이름? ..........후후후, 드디어 물어봤군!!!!]
멍하게 라이바루죠가 지켜보는 가운데, 갑자기 검은빛의 기차가 튀어올랐다.
[체인지-!!!!]
높이 솟아오르며 인간형으로 변형하는 모습은 이미 가인의 변형에서 많이 보아온 것이고, 그래서 그는 곧바로 몸을 돌렸다. 이때라도 떠났어야 했는데. 그는 후에 깊히 후회하게 된다. 멋지게 착지한 검은빛의 가인, 그 용자는 멋진 포즈를 라이바루 죠의 등에 대고 잡으며 외쳤다.
[나는 사랑과 정의의 청신호, 블랙가인! 라이바루죠, 나와 같이 정의의 길을 걷지 않겠나.......어이, 어디가는거야!!!!!]
이때 달렸어야 했지만, 라이바루죠는 뒤로 돌아 한마디 단단하게 했다.
"싫.어."
[이렇게 말할줄 알았다. 하지만 한번만 걸어봐라!]
"뭐를? 어디로!!"
[정의로 향하는 빛나는 길! 사랑의 대지를 향해서! 너에겐 청신호의 빛이 보인다. 정의의 토양이 있어! 자아, 낡은 표현이지만 넌 나의 내일이다! 나와 가자! 정의의 기찻길을 불꽃을 튀기며 달리는 것이다!!!]
그가 아는 블랙가인은 상당히 단편적인 정보의 종합뿐이었다. 그것은 [가인의 동생뻘 용자]로, 적에게 조종당해 불행하게 파괴되었다고 했다..
그럼 한번 다시 살아 났는데 정신이 이상해 진것인가?
"........미안하군. 데이트는 사절이야."
위험을 느끼고 뒤로 물러났을때는 이미 늦어도 한참 늦어 있었다. 블랙 가인이, 재빨리 그에게 손을 뻗어 움켜쥐어 버린것이었다. 뭐라고 판단하기도 전에, 블랙가인은 그를 들고 날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졸지에 납치당해버린 신세가 된 라이바루 죠의 감상은 단 한마디였다.
"..........너, 뭐야!?"
[자, 가자! 정의로의 미래를 향해!!!]
블랙가인의 그 말은 언뜻 듣기엔 자포자기 처럼 들리는 말이기도 했다. 그 말에서 약간 억지스러운 느낌까지 든 라이바루죠는 약간 의구심이 들었지만, 그는 곧 그 생각을 지울수 밖에 없었다.
정신나간 용자에게 납치라니, 점점 자신의 입지와 신세가 처량하다는 생각이 드는 라이바루 죠였다.
"..........시작이군."
'기합을 최고로 치는 남자'가 말했다.
"아아, 시작이다."
'폼을 최고로 치는 남자'가 말했다.
"뭐가요?"
'정의를 최고로 치는 남자'가 말했다.
"음모."
'폼을 최고로 치는 남자'는 어둠속에서 크고 야릇한 미소를 지어냈다.
".........어이. 언제 내려줄거냐?"
아까의 경망스러운 행동은 다 어디갔는지 블랙가인은 굳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런 그의 모습을, 그의 손에 잡힌채 올려다 보던 라이바루죠는 마침내 따분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단연컨데, 블랙가인에게도 그다지 재미있는 일은 아닌것 같았다.
'대체 어디로 가는거야...'
한참을 달리고 있으면서도, 그것도, 쿵쾅거리며 달리고 있는데도 재수없게도 다른사람들 눈에 띄지 않고 있었다. 이런상황의 자신을 남한테 보여주는 것은 물론 피하고 싶으나 될수있으면 이런 녀석(이라는 것은...즉, '프로그램 이상으로 왠지 약간 맛이 간듯한 용자로봇'이라는 것을 함축한 것이다)과 있는 것은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저 굳은 표정을 보니 어쩐지 설득이 통할것 같기도 할것같은 느낌이 들었다. 한번 시도는 해볼 가치가 있을지도.
"이봐, 볼일 없으면 그만 내려놔. 무슨 납치하는 것도 아니고..."
[다 왔다!]
라이바루죠의 설득은 시작도 못하고 물거품이 되었다.
블랙가인이 선 곳은 바로 한적한 외곽의 괴기스러운 폐공장. 그야말로 무슨 3류괴담에나 나올법한 폐공장이었다. 물론, 이런것에 흔들릴 라이바루죠였으면 험한 일같은것은 옛날에 때려치웠을것이다.
"여기와서 뭘할려고?"
[......크흠...정의의 용사에게 필수적인 것이다!]
아직도 한손에 라이바루 죠를 들은 블랙가인은, 라이바루죠가 팔을 괴이고 무심하게 바라보는 그 순간에 공장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어둠때문에 아무것도 좋지 않은 안을 보고, 한마디한 라이바루죠였다.
"평범한 연출이다."
[......나도.....젠장.]
작게 중얼거리는 말이라 라이바루죠는 듣지 못했지만, 뭐라고 뭐라고 작게 중얼거리던 블랙가인은, 공장의 안으로 발을 옮겼다.
[자, 이것이다!]
파앗!!!
블랙가인의 외침에, 갑자기 터져나온 빛에, 라이바루죠는 자기도 모르게 눈을 돌렸다. 간신히 빛에 잃은 시력을 회복하고 공장의 안으로 자기도
모르게 시선을 돌렸을때, 그의 앞에는, 거대한 열차모양의 메카가 세대, 서 있었다.
자신과 질리게 싸우던 로봇의 일부를 이루는 메카들이었다. 이 블랙가인처럼, 그 모양의 색만 다르게 칠한것, 로코모라이져와 드릴특급, 마이트 윙이었다.
[로코모라이저, 블랙 마이트윙, 그리고 드릴특급! 어떤가 라이바루! 피가 끓어오르지 않는가!]
"별로. 정말 괴기한 도장이긴 하군. 검은색이라니."
[.........어이! 네 전용칼라잖아!]
"그렇게 정한적은."
[아악--! 정말! 너에겐 정의의 뜨거운 마음이 없는거냐! 너를 위해 준비한 메카를 보면 성의를 생각해서 기쁜척이라도 햇!!!]
별로 성의를 고마워 해 하고 싶지는 않아. 그는 한마디 쏘아붙이려다 참고, 대신 그의 궁금증을 풀었다.
"저것들은 뭐고 누가 만든거냐?"
[정의가 너에게 준 선물!]
"..........관두자."
......완전히 미친놈 아니야.
[자! 이제 정의의 싸움을 하러나갈 차례다! 가자, 라이바루 죠!!]
"글쎄 싫다니까..."
블랙가인은 일부러 듣지 않는양, 대꾸도 하지 않으며 죠를 땅에 내려놓았다. 그곳에 서있는 것 조차 정말 귀찮았던 라이바루죠는, 어슬렁 약간 앞으로 걸으며 다시 말했다.
"......대체 왜 날 데려온거냐? 여기로."
[당연하지 않나. 나는 너를 파트너로 선택한거다.]
"...........하..."
[그래! 저 드릴특급에 탑승해, 나 블랙 마이트가인의 파트너, [라이벌카이져]로서 정의를 위해 싸우는 거다! 라이바루 죠!!]
.........그 이름을 들었을때, 죠의 의식은 한순간 멈추고 말았다. 너무나 황당함에 빠져 방심상태에 들어간 그가 탈출했을때, 블랙가인은 득의양양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맘에 들었나 보군.]
"....너, 확실히 미쳤군...맘에 들긴 뭐가 맘에 든다는 거냐!!"
[무슨 말을 하는건가! 내 의식은 멀쩡하다!!! 그리고, 정의를 위해 싸운다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모르고 하는 소리인가!]
마침내 기가막혀 나지도 않던 화가 활화산처럼 폭발해 올랐다.
"모른다! 그리고, '라이벌 카이져'!? 라이벌 카이져라고!!! 누구 이름가지고 장난하는 거냐!!!!!!"
[뭐, 장난기가 없었다고는 말 못하겠지만.....하지만!!! 네가 지금 뭘 따질때가 아닐텐데!!]
"뭐라고!? 누가 이딴 로봇 가지고 싶다고 생각하나!!!! 난 가겠다!!!"
[갈테면 가라!!! 하지만, 넌 지금 '간당간당'하지 않냐!!!!!]
'간당간당'. 라이바루 죠의 가슴에 날카로운 비수 하나가 꽃혔다.
".........큭......뭐....뭐라고..!"
[이대로라면 ARK에서도 짤릴텐데! 무위도식하며 지내거나 매몰차게 쫓겨나느니 차라리 나하고 일하자!! 마이토대장의 위업과 명성을 우리가 이어보는 거다!! 정의를 지키는 사랑의 용자, '블랙 라이벌 가인'으로!!!!]
화가 차갑게 식었다. 아무래도 저 이름이 너무 황당하니 화가 날 생각도 들지 않는것 같았다.
"........싫다. 그런 이름으로 나가 웃음거리가 되느니 차라리 백수로 평생을 살겠다."
[아르바이트나 하다 죽을거다! 처자식을 아르바이트로 먹여살릴 생각이냐! 나는 아르바이트로 30을 맞은 늙은 용자 하나를 안다! 최후는 비참한거야!]
"시끄러!!! 이것도 벌이가 되지 않잖아 벌이가!!!"
[아! 세상이여! 언제부터 라이바루죠가, 저 쿨하고 멋진 라이벌, 라이바루죠가 이렇게 돈이나 따지는 수전노가 되었단 말입니까!!! 마이트 가인과 결전을 벌이던 그 쿨한 라이벌은 어디로 갔단 말입니까!! 이것은 당신의 잘못입니다, 세상이여!!!]
"허공에 대고 사실무근의 소리를 질러대지 마!"
[당당하게 사실무근이라고 말할수 있단 말인가, 네가!]
"빌어먹을, 닥쳐!!! 아무튼 이런 비상식적인 히어로 놀이에 동참하는것은 싫다! 알았냐!"
그렇게 소리치고 돌아서는 순간, 갑자기 삐삑-! 하는 소리가 죠의 귀에 들려왔다.
[음? 비상경보군. 사건인가?]
"........어디서 들려온거냐?"
[뭐 알거없지 않나. 히어로물에서 이상한 곳에 경보등이 붙어 시도때도 없이 울리는 것과 같지 뭐.]
"........그런거냐.;;;"
[아무튼, 같이 가자! 우리가 가지 않으면 위험해!]
"........가서 뭐하냐, 너 말고도 훨씬 강한 용자들이, 너가 죽어있을때 엄청나게 생겨났다. 넌 솔직히 방해아닐까."
[용기가 있는 자는 타인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다른 용자들은 움직이지 못해.]
".......? 뭐라고?"
[우리가 가지 않으면, 도시는 괴멸한다.]
아까의 오버액션과는 다른 블랙가인의 침착한 목소리에 눈썹을 들어올린 라이바루죠.
".....뭔가 숨기는 것 같은데."
[.....수, 숨기는게 있을리가! 아무튼, 가자! 정의를 지키기 위해서!!]
일부러 저런 '척'하고 있다, 이녀석...라이바루죠는 솟아오르는 의구심으로 블랙 가인을 노려보았다. 적어도 이렇게까지 외쳐대는 녀석이 제정신이라면, 무언가를 숨기기 위해서 블러핑하고 있는것이라는 소리다. 그게 뭘까?
흥미가 일기 시작했다.
"........좋아. 그럼 가볼까."
그러나 그후, 라이바루죠는 블랙가인의 '역시 너는 정의의 편에 설 운명!!!'어쩌고 하는 소리에, 드릴특급에 타는 순간까지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고 말았다.
용자신화 엘 카디온 제 26.1화(中)- [정의를 향해 달려라, 라이벌 가인]
어둠속에서 난동을 부리고 있는 로봇은 모두 다섯대였다.
겉보기에는 조잡한 장식과 도장으로 몸을 감싸고있는 그 로봇들은, 이미 불이 꺼진 번화가의 중심에서 이리저리 팔과 다리를 휘두르며 건물을 파괴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행동에는 파괴 자체에 대한 열의는 없이, 건성건성으로 파괴하고 있는 듯 보였다.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는 듯이 움직이는 다섯대의 로봇. 하지만, 그 로봇들의 출현이 약 10여분 정도 전에였는데도 불구하고, 어떤 용자로봇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건성건성하게 파괴를 진행하던 다섯대의 로봇의 뒤로, 길게 이어지는 기적소리가 울려퍼졌다.
- 빠앙--!!!!
기다렸다는 듯 뒤로 시선을 돌리는 로봇들. 느릿느릿하게 돌아본 그들의 움직임이, 의외라는 듯 멈칫거리며 멈췄다. 기대한 용자하고는 비슷한데, 이상한 용자로봇이 출현한 탓이었다. 검은빛의 열차가 넷. 용자특급대와 비슷하긴 한데 뭔가 달랐다.
[렛츠-! 라이벌 가인-!!!]
황당함의 충격에 로봇들의 무릎이 꺾여, 그들은 비틀거렸다.
물론, 드릴특급에 타고있던 라이바루 죠도 풀썩 쓰러졌다. 그래서, 자동으로 드릴특급의 콕핏 블럭이 탈착되어 마이트 윙(을 닮은 검은색 열차)로 옮겨지는 것을 도저히 막을수 없었다.
[…….자, 내가 외친다고 되는게 아니었지. 죠! 외쳐라!!!]
“다….닥쳐…!!! 이…이자식, 그딴 이름을 정말 쓸작정이냐!!!!”
[당연하지! 너는 라이벌, 나는 블랙가인! 둘이 합쳐 라이벌 가인이다!]
“집어..."
그렇게 말하는 사이에, 몸에 반동이 걸렸다. 콕핏블럭이 마이트윙쪽으로 옮겨간 모양이다.
"........큭!!!!!! 언제 이렇게 된거지-!!!!"
[어떻게 할거야!? 언제까지 이렇게 있을수도 없잖아? 부딛친다고.]
"합체명령기도 없어!!!"
[훗, 보이스 액티브다. 괜찮아, 그냥 외치기만 하면 돼!!!]
이자식, 여기서 나가면 당장 목을 비틀어서 꺾어서 축구를 해줄테다!!!!! 라이바루죠는 이를 부득부득 갈면서, 결국 급박한 상황에 별수없이 낮게 외치고 말았다.
"렛츠...라이벌..가인....!!"
(어디에 있었는지 모른) 다이어 그래머에서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오는 MG 마크. 그리고, 그것에 맞춰 땅을 가로지르기 시작하는 로코모라이져. 로코모라이져의 위를 마이트 윙이 가로지르는 것과 동시에, 로코모라이져가 공중으로 떠올랐다. 그것을 중심으로 마이트 윙이 오른쪽, 블랙 가인이 왼쪽으로 솟아오르는 것과 동시에, 세개의 메카가 역삼각형꼴의 MG마크를 공중에 그렸다.
로코모라이져의 뒷부분이 양쪽으로 별려지고, 장갑의 뒤쪽으로 밀려나는 것으로 완성된 거신의 하체. 그 하체가 반바퀴 돌려진 것과 맞추어, 마이트 윙과 가인이 날아들었다. 마이트 윙 위로 솟아오른 블랙 가인이 기차형태로 변형, 그대로 왼팔로 변형하고, 마이트 윙역시 오른팔로 변형했다. 그리고, 뻗어오르는 유도레이져를 따라 움직이는 두대의 메카가 그대로 로코모라이져에 합체. 죠의 조종석이 머리쪽으로 이관된 것은 그 다음이었다. 시트 양옆에서 솟아오르는 레버를 미는 기가막힌 눈으로 바라본 죠.
"........설마, 이 레버를 밀며 그 대사를 했던거야?"
[........빨리 밀엇!!!]
"....제길, 제길!!!! 라이벌 가인, 기동--!!!!!"
양팔에서 손이 연기와 함께 솟아오르고, 로코모라이져의 앞부분이 밑으로 이동하며, 그 장식을 대신해 나타난 머리가 솟아올라, 조종석을 감싸는 페이스가드를 닫은것으로, 라이벌 가인은 양손을 부딛치며 그 장대한 모습을 완성시켰다.
[흑빛 날개에 정의를 싣고, 켜져라, 사랑의 청신호! 용자특급 라이벌가인, 정각대로 바로 지금 도착!!!]
..........아무도 놀라거나 두려워 하거나 광희하지 않았다. 잠시, 검은빛의 라이벌가인과 로봇들간의 침묵은, 외면하는 로봇들의 이어지는 파괴활동으로 깨어졌다.
아까 자신이 그 제정신이 아닌 일의 한 부분을 맡았다는 것에, 라이바루죠는 나직하게 말하면서도 제정신을 못차리고 있었다.
[....아, 아무튼. 가자!! 적을 무찌르러!!!]
".........싫어.....이런 스틱으로 뭘 어떻게 조종하라는거냐..."
.......누군가 언급했던 '신간선 출력조종스틱'만이, 라이바루죠가 움직일수 있는 전부였던 것이었다. 아, 페달도 있...나?
[.........훗, 차세대 뉴로 AI를 뭘로 보는거냐!!! 조종의 절반은 보이스 액티브 시스템이다!!!]
"..............망막등록이나 보이스 등록같은것은 안하나 보지."
[.........아까 했는데.]
눈 사이를 세게 누르는 라이바루죠. 그는 2년동안 쌓아온 스트레스를 능가하는 것을 오늘 밤에 전부 받고 있었다.
"........그럼, 정말 필살기 이름을 외쳐야 필살기가 나가는 거란 말이냐."
[아아. 뭐, 네가 안타면 난 그냥 움직일수 있지만, 조종하기를 거부한다면...이래가지고서는 움직이기도 버겁군.]
"........정말이냐?"
[정말이다!! 사람말좀 믿엇!!!!]
"시끄러!!! 네놈이 사람이냐!!!!"
그들이 이런 말을 하며 싸우고 있는 동안에도, 로봇들은 묵묵하게 파괴를 계속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아무래도 지친듯, 보스로 보이는 화려한 장식의 로봇이 라이벌가인쪽을 가리켰다.
[아, 움직인다 움직여.]
"제길, 선제공격을.....시그널 빔!"
마음 단단하게 먹고, '필살기 지령'을 내린 라이바루죠였지만. 그는 순간적인 썰렁함에 얼어버리고 말았다. 그 썰렁함이란, 아무런 빛도 폭발도 일어나지 않은 주변의 배경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빔이 안나간다.
[아차, 깜빡했구만...]
"...............뭐, 뭐냐."
[네 보이스 패턴을 몇개 등록해 두지 않았네...필살기 사용 불능!]
끓어오르던 화를 간신히 억누른 라이바루죠는, 계기판을 두들기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며 낮게 말했다.
".......등록해놓은것은, 있냐?"
[어디보자....아, 있다. '이카루스 윙!' '달려라 엑스페리온!!' '나도 챔피언이라고!!'가 각각 시그널빔, 마이티 발칸, 동륜검에 대응..]
퍼퍼퍼퍽!!!!
마침내, 라이바루죠는 미친듯이 계기판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그의 오른쪽에 붙어있던, 붉은 램프가 네개 붙은 널찍한 무슨 카메라같은것까지 부셔버린 라이바루죠는, 소리쳤다.
"지워!!!!!!"
[아앗, 어째서!!! 재미있잖아!!!! 영광의 그 한순간을 쫓아...]
"지워-!!!!!! 그건 이 작품이 아니잖앗!!!!!"
[쳇, 목소리는 같은 주제에!!!]
아무튼, 그렇게 서로 싸우는 중에도, 다섯대의 로봇은 느릿느릿하게 다가와, 주먹이 닿을정도까지의 거리로 다가왔다. 정말, 외부로의 스피커를 절단 했으니 망정이지, 이 유치한 대화를 적이 들었다가는 당장 죽음이다, 라는 생각을 한 라이바루죠.
하지만, 눈앞에까지 다가온 적을 보고, 더이상 싸울수는 없었다. 결국, 미친듯이 쳐밀어온 화와, 자신에 대한 한심함, 그리고 적의 위협에, 라이바루죠는 외치고 만다.
"...........빌어먹을. 달려라 엑스페리온!!!"
그러나, 역시다. 역시 '달려라 엑스페리온'에 대응되어야 할 시그널빔은 보이지 않는다.
멍해진 라이바루죠의 귀를 파헤치는 블랙가인의 태평한 목소리.
[지우라면서? 패턴.]
순간, 그 목소리를 들은 라이바루죠의 뇌리를 스쳐나간것은, 바로 센푸지 마이토의 여유만만한 웃음이었다.
그것은 차라리 짐승의 절규였다. 굴욕받고 모욕받은 전사의 상처받은 절규는, 마침내 야성으로 탈바꿈하고, 분노한 야성은 마침내 전사를 짐승으로 만들었다. 그 참혹함이란. 다섯대의 로봇이 그 분노한 전사의 공격에 무너진것은 채 몇초도 되지 않았다.
물론, 모든 필살기가 가동이 안되니, 주먹과 발길질과 각종 종합격투기가 주류였다. 한대를 던지며 한대를 발로치고, 그것을 축으로 몸을 날려 부딛치고. 상식으로는 도저히 생각될수없는 공격이 전개되었다.
물론, 그 순간에도 라이바루죠는 바락바락 소리지른다.
{센푸지-!!!!! 죽여버리겠어, 그 썩은 근성을, 근성을--!!!!!!!! 그 썩은 근성을--!!!!!!!!!!}
[밧줄로 묶어서 촛불로 지져버리겠다?]
{아니야------------------------------!!!!!!!!!!!!!!!!!!!! 빌어먹을, 너와 센푸지, 두놈의 목을 달아 버리겠어!!!!!!!!!!!!!!!!!}
이 놈, 변태아닌가? 부서지는 엑스트라 로봇들의 한결같은 생각이었다.
[역시 라이바루 죠! 다섯대를 단지 스틱 두개만으로 부수다니, 대단해!]
다섯대의 로봇의 잔해속에 어깨를 늘어트린채 엉거주춤하게 서 있다가, 허리를 똑바로 펴고 선 라이벌 가인은, 마치 파일럿의 정신변화를 알려주는 듯이 침착을 되찾았다. 둥글게 빛나던 두 눈도 간신히 제 모습을 찾은 것으로 봐서, 아무래도 광란상태의 라이바루죠가 침착을 되찾은 듯 했다.
"..........이 눈의 연출은 뭐야? 이 포즈는 뭐고?"
[폭주 했잖아. 연출이다. 연출.]
창백하던 얼굴이 더 창백해 졌다가 간신히 제 빛을 찾았다. 라이바루죠는, 한마디로, 제정신이 아니었다.
"......큼큼. 아무튼, 너무 이성을 잃었나 보군."
[의외였잖아, 이거- 마이트가인과 싸울때도 이렇게 싸웠으면 훨씬 더 잘싸웠을텐데 말이지-]
".......열혈바보인줄 알았는데 음흉하게 능글맞게 굴줄도 아는군. 역시, 그게 본모습이냐?"
[아니, 뭐, 꼭 그렇다고 해도 될것은 아니겠지만.]
".......문법에 맞지않아."
거의 만담식으로 될되로 되라라고 중얼거리던 죠는, 갑자기 블랙 가인이 중얼거리는 소리에 흠칫하며 전방 스크린을 주시했다.
[이런, 하나 더 있었나?]
아까와 비슷한 화려한 도장과 장식으로 조잡하게 채색한 로봇이었으나 몸집만은 훨씬 컸다. 거의 하이퍼 엘 카디온 급으로 큰..라이벌 가인보다 적어도 30m는 더 커보였다.
"....하하. 뭔가가 또 나왔군. 이상태라면 싸울수도 없을것 같은데."
[아아. 히어로의 위기다!]
"....아직 싸울수 있어. 정신만 차리면."
[아니, 아까 전투에 에너지를 다 썼는데.]
"...........너말이야!!!"
다시 혈압이 뻗치는 것에, 뒤통수에 뻐근함을 한순간 느끼던 라이바루죠는, 정말 안되겠다는 듯 소리쳤다.
"너 같은 녀석이 다이어그래머를 안 둘리 없지! 빨리 내놔!"
[어이, 왜?]
"당연하지, 마이트카이져로 나간다!"
[라이벌 카이져야. 라이벌 카이져.]
".........크윽......알았다. 라...라이벌 카이져로 나간다. 내놔!"
[아니. 설마 그 포즈를 잡고 싶은 거냐? 웃, 그렇다면 내줄수도 있지만.]
".........이, 이자식이...!!!!"
공격이 없고 표정도 없는 적의 로봇에서 비웃음의 감정이 몰려오고 있는 듯한 착각을 받은 라이바루죠. 그것에 그는, 발끈하고 말았다.
양팔과 매니퓰레이터가 튀어나오고, 헤드가 튀어나오고, 백팩이 부착됨과 동시에, 마침내 라이벌 카이져가 어두운 밤하늘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사랑의 날개에 용기를 싣고서,돌아라,정의의 대차륜! 용자특급 마이트카이저, 기대대로 바로 지금 도착!!!!!!}
[NG!!!!]
막 합체 완료 포즈를 잡아버린 라이벌 카이져가, 라이벌 가인의 외침에 공중에서 휘청거렸다.
{왜...왜그래!!!?}
[너!!!! 정의의 용자의 긍지를 잃은거냐!! 남의 합체대사를 따라하다니, 척살대상이다!!!!]
{이녀석!!!!! 마음먹고 이렇게 대사까지 읊었는데 또 뭘 바라는 거냐!!!}
[아니, 그건 또 언제 외운....아무튼!!! 훗, 너를 위해 준비했다. 읊어라!!! '정의의 날개에 사랑을 싣고서, 돌아라, 사랑의 대차륜!! 용자특급 라이벌 카이져, 기대대로 바로지금 도착!!!]
{바뀐게 없잖아!!!! 이 창의성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녀석!!!!!}
[뭐라!? '히류 블레이져'는 그럼 창의성이 있는거냐!!!!]
적 로봇이 뚱한 표정을 짓는 가운데, 라이벌 카이져와 라이벌 가인은 공중과 지상에서 한참을 싸웠다. 물론, 무기라면 그들의 입. 청각적인 괴로움을 주는 것이었다.
<...........뭔가, 대단히 웃긴 놈들이잖아.>
{[시끄러!!!!]}
처음 데뷰(적어도 라이벌 가인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에서 이런말을 듣는다면 히어로 로서의 생명은 끝이다. 그런 생각을 떠올린 라이벌 가인은 이미지를 어떻게든 하기위해 급히 거대로봇을 향해 시선을 돌렸고, 라이벌 카이져역시 자세를 잡았다.
라이벌 가인이, 전형적인 히어로의 자세(오른팔을 뻗어 검지로 적을 가리키는 것. 45도의 각도가 중요)를 취하며 소리쳤다.
[이 악당녀석!! 하늘이 두렵지 않느냐! 너의 악행을 심판하기 위해 우리가 왔다!!!]
<악당이라기 보다는 악역이지. 무신론자고. 악행은 아직까지 한적 없어.>
[.........뭐, 뭐라고! 너는 네놈의 부하가 한 짓은 네가 한게 아니라고 말하는 거냐!!!]
<싫어라. 난 부하들이 나와 일심동체라고 생각하지 않는데. 엣찌하네.>
라이벌 카이져의 라이바루죠는, 라이벌 가인의 말을 손쉽게 농락해대고 있는 목소리의 투가, 위장한 여자의 말투라는 것을 어렴풋하게 알아차렸다. 절대로, 플레이보이의 성실한 기질따위와는 거리가 먼 그였으니, 이것은 그의 전사로서의 감이 말해준 것이리라.
저 여자의 목소리는, 따분한 기색이 있었지만, 육식성 나비의 그것같은 위험한 느낌을 풍기고 있었다. 마치, 화려한 날개밑에 독니를 함께가진..그런 생물이 있다면 말이다.
[이놈..! 아까 좀 바보짓 했다고 우리를 우습게 보면 큰일날거다!!!]
<바보짓 한것을 인정하네. 좀이 아니라 극심할정도의 바보짓이였어. 정체모를 검은 로봇군.>
[뭐, 뭐라고.....! 이녀석!!]
화가 나 말을 못잇는 라이벌 가인의 옆에서, 라이벌 카이져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정말, 우리둘이 쌍으로 극심하게 바보짓했긴 했지.}
<라, 라이벌 카이져, 너마저!>
{하지만, 그렇다고 우습게 보면 끝장이다, 육식성나비!!!}
파앗!!
갑자기 튀어나간 라이벌 카이져. 적 로봇은 그의 재빠른 움직임에 감탄하며, 라이벌 가인은 라이바루죠가 오랜만에 들려주는 쿨한 음성으로 대단히 열혈한 대사를 한것에 감격해하며 라이벌 카이져의 움직임을 쫓았다.
하지만, 아마 열혈이 북받친 모양이다. 라이벌 카이져의 양손에서 카이져 드릴과 카이져 머신2의 드릴이 뻗어나온것과 동시에, 라이벌 카이져는 이렇게 소리쳤다.
{충격의 퍼스트 크랏샤!!!!!!!}
한순간 비틀거린 적 로봇. 라이벌 가인은 그녀(?)의 기분을 충분히 느낄수 있었다. 자신도 한순간 무릎 조인트가 박살날 기분에 사로잡혔으니까. 둘이 어쩌건간에, 라이벌 카이져는 좌로 한바퀴 돌면서 드릴을 뻗어냈다.
카앙!!!!!
<.......그 만화를 본거야!!!? 노골적으로 베끼지마!!!!>
놀랍게도, 라이벌 카이져보다 두배는 더 큰 그 로봇은, 왼팔의 장갑으로 그것을 막았다. 드릴과 장갑이 부딛치며 듣기싫은 쇠소리를 내고, 불꽃이 주위로 튀겨갔으나, 라이벌 카이져는 그 불꽃을 장식삼아 2차 공격을 시도했다.
{격멸의 세컨드 크랏샤!!!!}
카카캉!!!!
한층 더 강한 드릴공격. 하지만 그것도 재빨리 뻗어진 로봇의 팔 장갑에 가로막혔다. 뒤로 라이벌 카이져를 밀어내며, 적 로봇은 약간 히스테릭섞인 목소리로 외쳤다.
<너, 그러고보니 그 라이벌 캐릭터하고 목소리가 똑같잖아, 그 목소리로 그 대사는 하지마-!>
{너도 봤나. 그럼 얘기가 간단하지!! 말살의 라스트 크랏샤!!!!}
이번엔 두바퀴나 돌며 이루어진 돌격공격. 하지만 그것마저, 적 로봇은 간신히지만 막아낼수 있었다. 공격이 실패하며 공중에서 움직임이 멈춘 라이벌 카이져를 밀어낸 로봇. 잠시 주춤거리다가 나직하게 말한 로봇의 목소리에는 놀라움이 섞여있었다.
<........단순히 바보가 아니였군. 멋지게 속았어. 이상한 대사로 이 나를 혼란시키고 공격을 성공시키다니..>
공격을 성공시키다니? 라이벌 가인은 의아심에 그 로봇을 바라보았고, 곧 그 로봇의 오른쪽 어깨에 세개의 깊은 드릴자국이 나 있는 것을 발견했다. 저것은, 분명 라이벌 카이져가 공격을 할때, 왼손의 드릴로 보이지도 않는 스피드로 찌른게 분명했다.
<.......이 나의 반응속도를 잡은것은 칭찬해 주지. 하지만 아무리 위장이라도 할지라도, 내 몸에 상처를 입힌것은 죽음으로도 용서가 안되는 것이다!>
{.......역시. 너는 엘릭서 파워즈 였군. 엘릭서 스피릿이냐, 갓 엘릭서냐?}
라이벌 카이져의 나직한 말에, 로봇이 한순간 멈칫했다. 하지만 금방, 그녀는 평정을 찾은듯한 투로 말했다.
<.......알아차렸나? 파동을 숨기고 있었는데.>
{반은 추측한 것이었다. 하지만 스파클, 엘릭서나 용자로봇말고는 동체를 '내 몸'이라고 표현하진 않지.}
<.......훗, 그래, 전사의 감이라는 거지?>
{그래. 그리고 지금 되지도 않는 허세를 부린다는 것도 알겠다. 실력은 있으되 사람이 너무 좋군, 너는. 왜 반격하지 않았지?}
로봇의 얼굴엔 당연히 표정이 떠오르지 않았지만, 순간 라이벌 가인은 그것이 멋적은 웃음을 짓는것같은 모습이 보여 깜짝 놀라고 말았다.
<뭐, 시기를 놓쳤다고 해야겠군. 궁금증을 풀어주진 않겠어.>
{........난 그보다. 그 '위장'이라는 말이 더 궁금하군. 무슨의미인지 설명해주지 않겠나.}
그 말을 하면서, 라이벌 카이져는 로봇이 보지 못하게 몰래 라이벌 가인에게 고개를 돌려 눈짓을 했다. 라이벌 가인쪽은, 금방 그 의미를 파악했다. 하지만 그것을 보지 못한 로봇은, 의미를 파악하지 못한채, 약간 느물거리는 투로 대답했다.
<내 이름은 갓 엘릭서, 마트리엘! 너의 이름을 묻는다!!>
{연극대사 읊지 마! 나는 사랑의 대차륜, 라이벌 카이져다!!!!}
<.....정말 진심이야!?>
라이벌 카이져의 뒤의 부스터가 무시무시한 기세로 폭발하고, 동시에 로봇의 장갑이 후드득 떨어지기 시작하며 빛을 일어내기 시작했다. 로봇이 일어내는 붉은빛의 가운데로 뛰어들어간 라이벌 카이져는, 그대로 소리쳤다.
{드릴 크랏샤!!!!!}
<정직해!>
라이벌 카이져의 라이바루죠는 그 의미를 단박에 파악했다. '정직한 공격', 즉 간파가 쉽다는 공격이라는 소리였다.
콰드득!!!
갑자기 장갑을 뜯으며, 어깨에서 뻗어올려지는 두개의 거대한 매니퓰레이터. 야수의 손같은 그것이, 번뜩이는 손톱을 치키며 라이벌 카이져에게로 덮쳐 들어갔다. 순식간에, 라이벌 카이져의 양어깨가 그 매니퓰레이터에 잡히고 말았다.
{........너도 만화를 꽤 많이 본 모양이군. 뭐, 나야 실직때에는 심취했었지만..}
<무슨 소리 하는거야!!! 그로봇, 따라하지 않은거야, 이건!!!>
{그정도로 했으면 나도 따라해도 될까..!!!}
파캉!!
로봇은 순간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갑자기, 자신의 어깨의 두 손에 잡혀있어야 할 라이벌 카이져의 모습이, 한순간 허물어 진것이다. 드릴특급과 카이져 머신으로 한순간에 분리, 그리고 그 한순간의 헛점을 이용해 로봇의 두 손아귀에서 빠져나간 것이다. 저것은 그 유명한..
<오픈 겟!!!? 이런 사기가!?>
{놀랄 시간이 있다면 앞이나 봐랏!!}
이미 보고 있었다. 무시무시한 기세로 황금빛의 검을 내리쳐 오는 검은빛의 용자를, 그녀는 보고 있었다.
[블랙 동륜검-!!!!!!!!]
그리고, 로봇의 등뒤로 돌아가 재 합체한 라이벌 카이져가, 두개의 드릴을 뽑아들고 등뒤에서 날아들어왔다.
{받아라! 드릴 크랏샤!!!!}
콰아아앙---!!!!!
로봇의 전신에서 푸른빛이 솟아오르며 주변을 덮친것은 라이벌 가인과 라이벌 카이져의 공격이 명중하기도 전이었다.
- 하아압!
짧은 기합성에, 푸른빛은 맑게 달구어지며 주위로 흰빛의 폭풍을 뿜어냈다. 즉, 폭발해 버린것이었다. 로봇을 중심으로 원형을 그리며 폭발해 가는 공간이 라이벌 가인과 라이벌 카이져를 휩쓸고, 넓어지며 주위를 침식시키기 시작했다.
- ........
땅에 태양을 이룬듯한 그 빛이 한순간 사라지고, 로봇이 서있던 자리에는 평평하게 깎인 땅과 보조장갑을 모두 태워버려, 전신이 드러난 그 로봇, 아니, 갓 엘릭서 엘 마트리엘이 있었다. 가늘지만 크고 험악한 인상은 엘 파이어리온의 그것과 비슷했지만, 푸른빛의 도장이 된 이것에는 그것 이상으로 흉폭함이 강조되어있었다. 어깨에서 뻗어있는 기괴한 모양의 거대한 매니퓰레이터에서 약간 비대칭의 손과 허리등등.
그 로봇의 주위에, 라이벌 가인과 라이벌 카이져는 보이지 않았다.
- ..........상당히 재미있는 녀석들이네....
침착하게 중얼거리는 엘 마트리엘의 가슴에는 약간 긁힌 상처가, 등에는 움푹 들어간 두개의 상처가 있었다.
- 판단력이 좋은 녀석들이네. 공격을 다 했다면 공격을 성공했었을지도 모르지만, 자신도 치명상을 입을것을 알고 재빨리 도망친건가? 흐음...
푸른빛으로 두눈을 빛내며 어둠을 돌아보던 엘 마트리엘은, 라이벌 카이져와 라이벌 가인이 이 주위에는 이미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들역시 치명상을 입지는 않았으리라. 처음부터 치명상을 낼 마음은 없었으니까.
- ......아까는 유치하게 생각했는데...사랑의 대차륜이라, 갑자기 멋지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어 ♡
라이벌 가인과 나란히 하늘을 날아 도망치던 라이벌 카이져는, 분명 우연이겠지만, 그 순간 정체모를 오한을 느꼈다.
{........왜 갑자기 오한이 오는거지?}
[히어로의 광팬이 생긴다는 증거 아닐까.]
{........만담은 이제 지겨워.}
[아. 그럼 아까 자신이 한 멋진 대사를 견딜수가 없어서 그런건가?]
불끈.
{....이, 이녀석. 떠, 떠올리기 싫은 것을...}
[아무튼 멋졌다! 사랑의 대차륜, 라이벌 카이져! 이 정의의 날개, 라이벌 가인의 옆에 나란히 설수 있는..우악!!]
말을 잇던 라이벌 가인은, 갑자기 위에서 날아든 라이벌 카이져의 분노의 킥에 맞아, 체공을 지탱해주던 부스터를 파괴당하고, 그대로 땅에 쳐박히고 말았다.
{....누워 있어라, 멍청한 녀석.}
[너, 너어! 자고로 자기편을 패는것은 칠거지악의 하나인것을!!]
{....칠거지악은 그런때 쓰는것이 아닌데..}
[훗, 아무튼, 이런 자기편과의 분쟁은 히어로의 어쩔수 없는 과정이니까. 내일의 태양을 위해 오늘의 밤을 견딘다! 그 태양의 이름은 우정과 사랑이리니..}
자세도 멋지게 대사를 읊던 라이벌 가인이었으나, 순간 뒤로 떠오른 라이벌카이져의 카이져 드릴에 머리를 맞아, 그는 허무하게 쓰러져 버렸다.
[커억!!!]
{.........바다에 던지기 전에 닥치는게 좋을거다.}
[사랑의 대차륜!! 그만둬!! 악에 몸을 던지면 안돼!!!]
라이바루죠의 눈에 불똥이 튀기는 것을 라이벌 가인은 보지 못했지만, 라이벌 카이져에서 소름끼칠것같은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은 분명히 들었다. 그것은, 마치 지옥의 악마가 먹이를 바라볼때 내는, 사람으로 치자면 Crazy man이 SMILE을 짓는 것으로 비유할수 있으리라.
라이벌 가인은 자신의 운명에 대해 문득 불안감을 느꼈다.
[......저, 정말 바다에 던질거냐?]
그날 새벽, 늦은 밤의 바다를 보며 사랑을 나누던 아베크족들이, 거대한 인간형 로봇이 체인에 둘둘감기다시피한 한 물체를 바다에 던지는 것을 목격했다고 한다. 물체는 '사랑의 대차륜' 어쩌고 하며 외치고 있었다지만, 그것을 던진 로봇에 대해서는 기억하지 못했다.
"........상성이 안맞는것 아닌가? 일단 라이바루 죠가 라이벌 카이져에 탄것은 계획대로였다지만, 바다에 던졌다니, 말이나 될소린가?"
'폼을 최고로 치는 남자'가 말한 한숨섞인 소리에, '기합을 최고로 치는 남자'는 어쩔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적이 정체를 드러낸것으로 목적은 달성했지만....저 페어는 그대가 제창한것이잖소. 애증의 정체를 확인하고 싶다면서..."
"그것이 분명 주 목적이긴 하지만, 그래도 새로운 히어로가 태어나는 자리가 이렇게 꼴사납다니! 저 둘은 전혀 폼이 안난단 말일세! 보기가 힘들단 말이오!!"
"..........그, 그런것입니까."
'정의를 최고로 치는 남자'의 당황스러워 해 하는 말. 나머지 둘이 그를 홱 돌아보았다.
"........그럼, 자네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었나?"
"........더블용자특급. 더블마징가의 전설을 다시한번."
.......순간, 어두운 그곳은 똑같은 색체의 침묵으로 뒤덮혔다.
"........원래대로 블랙옥스를 재현시키는게 더 빠를지도."
"........자네, 저런 전투를 보고도 그런소리가 나오는가. 무리일세. 라이벌카이져에는 협조성이없네만.."
".......훗훗, 괜찮습니다. 행동은 정직하지 못해도 그의 안에는 마이트가인을 향한 애증, 사랑의 한 감정이 있으니까요, '사랑의 대차륜'이라고 떳떳하게 말한게 그 증거입니다!!"
어느샌가 어디선가 주워온 의자에 한쪽다리를 올리고 검은 허공을 향해 소리치는 '정의를 최고로 치는 남자'와, 왠지 수긍이 간다는 투의 '폼을 최고로 치는 남자'를 보며, '기합을 최고로 치는 남자'는 한숨을 쉬었다. 원래 심각한 목적때문에 제의한 자리였는데도, '정의'쪽의 멤버가 교체되고 '폼'의 열의가 달아오르며 계획은 엉망진창이 되었다.
"아무튼, 차후의 대책을...."
"걱정없습니다! 우리는 라이벌 가인의 강화파츠도 준비했습니다. 갓 엘릭서가 상대라고 해도 버겁지는 않습니다!"
".......내말은, 라이벌 가인 혼자로는 저 적을 막아낼수 없다는 소리네. 하지만......용자로봇들은 저 녀석들을 상대로는 싸우면 안되니..."
"사실 라이벌 카이져도 싸우면 안되는 거였네. 라이벌 카이져의 파워에 비해 그의 전투스킬은 너무 높아. 적들은 그를 압도하며 신기체의 데이타를 벌수 있단 말이네."
'폼을 최고로 치는 남자'는 '기합'의 말에 정신을 차린듯 심각하게 중얼거렸다. 순간, '기합'은 '폼'이 제대로된 회의를 이끌어주기를 바랬으나, 그 기대는 한순간을 못이기고 무너졌다.
"그러니, 우리는 그의 애증도를 더 높여 그의 이노센트 웨이브를 끌어낼 필요가 있네. 마이트가인을 당하게 해보면 어떨까?"
".........어째서 그런 소리가 나오는 거요...;;;;"
이젠, '기합'도 '폼'과 '정의'이상으로 망가질수 밖에 없었다. 그들의 광기넘치는 계획에 동조하려면, 그것 이외에는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정신차릴때.
"........아무튼, 최종계획을 발동하겠습니다. 적은 다음전투에서는 전력을 제대로 끌고 나올듯합니다. 라이벌가인쪽을 확실하게 수정해 주십시오. 그리고, 애증파워쪽도 생각해 봅시다."
이것 모두 꿈이라고 억지로 생각하며 잠을 청하던 라이버루죠가 모르던 곳에서 진행된 이 회의는, 라이바루죠의 인생을 크게 바꾸는계기가 된다.
조금은 나쁜 의미로.
쿠과과광!!!!
[우아아악--!!!!]
적의 공격에 나가떨어지는 진 그레이트 마이트가인. 전에 없이 강력한 모습에 강력한 기운을 내뿜는 적의 공격에, 진 그레이트 마이트가인은 상처입고 비명을 지르며 아무런 저항도 못하고 무너져 가고 있었다.
[아, 안돼, 틀렸....아아아악!!!!]
콰과과광!!!!
그 광경을 내려보는 자의 눈에는, 그레이트 마이트가인이 확실한 결정타에 맞아 뒤로 날아가는 모습이 똑똑하게 들어오고 있었다. 아까까지는 그의 자존심을 위해 기다리고 있었지만 이대로 두다가는 진 그레이트 마이트 가인이 재기불능의 상태에 빠지는 것은 뻔한 일이었다.
지금이, 바로 이 히어로가 나설 순간!!
그리고, 적이 진 그레이트 마이트가인에게 손을 뻗어올 시간과 타이밍을 초의 분대 계산한 그 '히어로'가, 바로 그 순간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멈춰라!!!!]
번쩍!!
영문모르게 치는 천둥이 그의 몸을 밝혀준다. 하늘도 이 자신에 감동하여 특수효과를 뿌려준다!
[사랑을 모르는 녀석은 세계의 적! 세계의 적은 나, 사랑의 라이벌이 용납하지 않는다! 사랑의 날개, 라이벌 가인의 정의의 심판을 받아라!!!!]
그리고 한번, 궁지에 몰린 그레이트 마이트 가인을 내려다 본다. 그에게서 자신으로 향한 반짝이는 눈동자. 아아! 이것이야 말로 나타난 히어로에게 보여주는 히로인의 눈빛 아닌가!
[네, 네가 소문의...라이벌 가인?]
[그렇다, 마이트가인, 모든이의 사랑을 위해, 이 내가 왔다!!]
..................그렇다, 이것은 꿈이었다.
꿈에서도, 개그가 아니라면 이것은 악몽인 것이다.
라이바루죠는, 악몽을 꾸고 있었다.
"으아아아아아악!!!!!!!!!"
창문에서 햇빛하나 들어오지 않는 방. 그 침대위에 죽은듯이 자고있던 라이바루죠가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일어났다. 누운상태에서 상반신만을 든채로, 눈을 크게 뜬채 멍하니 시선을 두고있던 그는, 갑자기 괴로운 숨을 몰아쉬기 시작했다.
"크..크..허...허억..."
너무나 괴로운듯, 자신의 이마를 손으로 꾹 누르며 한참이나 고통을 견디던 그는, 조금의 시간이 지나자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다. 아마, 이것이 자신이 꾼 꿈이라는 것을 납득시키려는 듯 했다. 그래봤자 현실도피였지만.
".........그, 그래..꿈....이...이건 어제 한 일은 아니야, 아니, 아니야..!!!"
콰앙!!
자신도 모르게, 왼손으로 침대옆의 벽을 세게 친 그는, 정말 이해할수 없다는 듯, 고개를 내젓기 시작했다.
"대체...이해가 가지 않아, 내가 왜 어제같은 짓을 한거지...?"
절망적인 어조로 말을 떠듬떠듬 이어가는 죠의 눈에는, 자신의 왼손에 아직도 감겨있는 검은색의 다이어그래머가 비치고 있었다.
'어젯밤, 도쿄시 외곽에서 정체불명의 로봇 육십여대가 일으킨 폭주현장에, 용자특급대 마이트가인과, 마이트 카이져를 닮은 로봇들이 나타나 그 폭주현장을 부숴버렸다는 소문입니다. 이들은 보스급 로봇과 교전을 벌이다가 보스를 반죽이고 도망치게 한후, 정체를 알려달라는 시민들의 부탁도 거절한채 '정의는 언제나 우리를 부른다! 정시에 나타나마!'라는 말과 함께 사라졌다고 합니다...'
아무리 이 신문이 싸구려신문이라지만 이건 너무 사실무근이다. 틀린문법에 유치한 문장은 그렇다 치더라도, 이런 거짓기사를 신문에 실을수 있단말인가!
"..................젠장....뭐, 나하고는 상관없어..."
자신을 설득하려는 듯 중얼거리는 라이바루죠. 그에게는, 어젯밤과 같은 일을 더 할 이유도 의미도 없던 것이었다. 신문이 뭐라고 떠들어대건, 그 바보용자로봇이 이 다이어그래머에 대고 자신을 호출해도, 무시해 버리면 그만의 일이었다. 자신의 정체가 들어나지 않는 이상은 절대로 상관 안한다. 어젯밤 같은짓은 절대로, 두번다시 안할테니까.
하지만, 그렇게 마음을 다잡아 먹고 있던 라이바루죠에게 온 호출을 받자마자, 그는 다시 그의 눈앞이 아득해 지는 것을 느꼈다.
이녀석도 내가 뭔가 알아차렸다는 것을 알고있다. 라이바루죠는 그렇게 생각하긴 했지만, 이 중얼거림에 대답했다가는 모르긴 몰라도 엄청난 고난과 역경에 빠진다는 것을 알고있었기에, 그는 잠자코, 쿨한척 하며 최대한의 속도로 유우타에게서 멀어졌다.
데커룸에서 나오고, 거의 뛰다시피(물론, 자신의 진실을 넌지시 비춘 유우타에게서) 브레이브 폴리스 건물을 빠져나온 라이바루 죠가 가장 먼저 한일은, 으슥한 골목으로 뛰어들어가(여름이었기때문에 츄리닝으로 땡볕을 걷기란 애로사항이 꽃피는 일이었다) 다이어그래머로 블랙가인을 호출한것 이었다.
"너, 아직도 바다에 있냐?"
[.......그래, 있다. 누구냐 넌!]
잔뜩 화난 어투가 다이어그래머에서 들려왔다. 이로서 유리한 입장. 그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사랑의 대차륜."
[만담할 생각 안들어!!! 빨리 나 건지지 못하겠어!!!?]
"내 말에 잘 대답하면 생각해보지."
[어디서 협박이야!!!]
"너야말로, 놈들하고 작당해서 나를 실컷 이용해 먹고 잘도 소리치는군."
[뭣..]
블랙가인의 말이 딱 끊긴것이 바로 기회였다. 이 기회를 못살리면 어제처럼 당할것이라는 생각에, 라이바루는 빠르게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많은 의문점이 있었어. 처음부터지. 왜 너는 바보같은 흉내를 내며 나와 접촉한것이지? 너를 건조한것은 누구지? 나와 싸운 그 로봇들은 왜 특정한 목적없이 파괴만 하고, 엘 마트리엘이라는 갓 엘릭서는 왜 그 약한녀석들과 엮여있는거지? 왜 그때 용자로봇들은 출전조차 하지않고, 로봇의 폭주가 아홉번이나 일어났다는데 TV방송은 한마디도 없는거지?"
[.........너, 너무길어...줄여서 말해줘...ㅠ.ㅠ]
말 돌리자는 역력한 노력. 죠는 싹 무시하고 다시 말했다.
"특별한 목적없이 로봇의 폭주가 아홉번이나 일어났는데도 방송은 한마디도 떠들어대지 않았고, 폭주사건을 벌인 로봇들이 용자들이 출격하기도전에 재빨리 사라질수있는 것은, 그 로봇들의 배후에 있는게 막강한 정보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을 하기 위해서는 초국가적인 힘이 필요하지. 정보조작이라던가 언론봉쇄는 간단히 해낼수 없으니까."
[...........]
"그것은 너도 마찬가지다. 너는 그 놈들이 나타난 장소와 때를 정확히 알고 있었고, 또 용자로봇들은 움직이지 않을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너의 뒤에도 분명 상당한 힘을 가진 배경이 있다고밖에는 생각할수 없군. 아마 그 '배경'이 너를 건조한것이겠지?"
[.........역시 보통이 아니야.....]
"내 마지막 의문을 풀기 위해서는 네놈의 대답이 필요하다. 그 흑막이 누구냐?"
[.........국련이다.]
자포자기한 블랙가인의 음성이 라이바루 죠의 귀를 때렸다.
손목의 다이어그래머를 보이지 않게 주머니에 찔러넣고, 어두운 골목에서 따가운 여름햇살의 거리로 나온 죠는, 따스함보다는 한기를 느끼고 있었다.
블랙가인에게서 들은 마지막의 한마디, '국련'. 그것은 라이바루 죠의 예측을 사실로 증명해 주는 것이었다. 사실 처음 그가 생각할때는 그 자신도 어처구니 없어해 할 생각이었다. 뭐라고 해도, GGG나 ARK를 막하에 두고있는 국련이니 만큼, 적어도 이런 일은 벌이지 않을것이다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생각이 어렴풋하게 들은것은, 유우타가 건네준 그 로봇들의 설정자료를 본 때였다. 어젯밤 출몰한 정체불명의 로봇들을 전신사진에 자세하게도 스펙을 붙여놔 마치 설정자료라고 착각하게 할만큼의 세밀한 보고서. 그것은, 브레이브 폴리스나 다른 단체들이 그 로봇들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었고, 그정도로 자세한 자료를,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가지고 있었다는 것은, 사건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것 아니면 폭주로봇을 만든 단체들과 접촉이 있어 그 자료를 손에 넣었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바이오네트는 제외되고 남는것은 용자로봇들을 겉으로는 후원해주는 초국가단체, 국련뿐이었다.
폭주로봇이 날뛴이유는 간단했다. 국련에서 만들어낸 그 신형 로봇들은 기본동작의 프로그램이상의 실전의 데이타가 필요했고, 그렇기 때문에 일부러 사건을 일으켜 진압하러온 용자로봇들간의 전투를 노린것이다. 그것을 사전에 알아차린 아군의 단체들은 별수없이 용자로봇의 출격을 자제하는 수 밖에 없다. 아마, 로봇들과의 싸움에서 드러날 자신들의 데이타도 주지 않기 위해서 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실전이란 난폭한것 이상으로 난잡해서, 생각하지도 못한 곳에서 극비데이타가 새어나올수도 있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아군의 단체들은 데이타에 없는 기체 블랙가인을 건조해 대응해나갈 생각을 한것이고.
그렇다면, 국련은 왜 전투로봇을 만들어 그렇게 난폭한 방법으로 로봇의 테스트를 실행했는가. 용자로봇과의 실전테스트라면, 만든 기관이 국련이라면 정식으로 신청을 해서 훈련을 신청하면 되는 것 아닌가. 생각할수 있는것은, 국련중에도 파벌이 있어, 용자로봇을 적대시하는 세력이 극비리에 만들어놓은 로봇들이라는 것. 비약이 심하지만 지금은 이 비약을 따질게 아니다.
아니, 위에 주절주절, 길게 생각할 필요도 쓸 필요도, 지금 시끄럽게 울리는 다이어그래머의 신호에 대답할 필요도 라이바루죠에게는 없었다. 이유는 간단. 이렇게 복잡해진 문제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그야말로...
귀.찮.았.다.
[으아아아--!!! 그러지말고 좀 도와줘!!!! 제발!!! 부탁이야!!!!]
".............--++"
아니, 이유는 또 있었다.
이.용.당.했.다.자.존.심.상.처.받.았.다.
[제발 도와줘!!!! 용자의 이름을 걸고 말하는데, 이것은 나쁜일이 아니야! 단지 탄로나면 쪽팔릴 뿐이지만!!! 사랑의 대차륜, SOS다! 정의를 선도하는데 도와다오!!!! 이용한것은 잘못된 일이지만 어차피 작은것은 큰일을 위해 희생해야 되는 법이잖아!]
.....그래서, 라이바루죠는 얼굴에서 핏줄을 마구 솟아올리며, 다이어그래머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블랙가인의 말에 이렇게 대답하는 수 밖에 없었다.
"...............평생 바다안에 쳐박혀 있어라."
아예 스피커를 꺼버린 라이바루죠는, 머리끝까지 치솟아오른 화를 잠재울 방법을 거의 필사적으로 찾으며, 그래도 걷으로는 쿨하게 거리를 다시 걷기 시작했다.
[아...이거, 힘들게 되었습니다. 라이바루죠가 협력을 거부할줄은 몰랐어요. 대책은 있는 겁니까?]
약간 높게 울리는 블랙가인의 목소리가, '폼'과 '기합'의, 처음 이름에서 상당히 줄여진 이름을 가진 그 두명이 있는 곳을 시끄럽게 때렸다. '기합'은, 그 그림자에 가려 어두운 얼굴을 폼에 돌리며 말했다.
"이럴때 할 대사가 있지 않소이까?"
".......이것도 다 예측오차 내외다."
'기합'의 약간 비꼬는 듯한 음성에 거북하다는듯 그렇게 대답한 '폼'은, 어두운 공간에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도 짐짓 폼을 잡으며, 스크린 하나 없는 그 방의 한 곳을 향해 다시 말했다.
"블랙가인이여. 걱정하지 말라! 그대의 파트너는 뭐라고 해도 정의의 편이다. 신간선의 그 곧음을 믿고 그를 기다려라!!"
[..........그렇게 때우려고 해도 소용없습니다만.]
"으...음. 뭐가 소용없다는 건가!!! 자네, 이 나의 말을 신용 못하는건가!"
[예. 신용보단 폼을 부린다는 것이 역력하군요. 그 패턴을 그대로 입력해 라이바루에게 써먹으니 신용보다는 불신을 낳더군요.]
"...........청출어람이로군. 하산하도록, 바보제자!!"
[예, 사부!!!]
열혈의 고함이 드높아지는 가운데, '기합'은 현재 이곳에 존재하는 가장 정상적인 사람으로서의 도리를 다하고자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블랙가인. 국련의 양산 로봇중, 라이포스가 아마 오늘 시동을 할것 같다. 우리는 센푸지 콘체른에게 응원요청을 할 생각이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자네도 지원하게."
[라이포스라면, 라이기어의 프로토타입...에에엣!!!? 라이포스라고요!!!!?]
"자네가 가져온 데이타로는 그 갓 엘릭서 마트리엘이 그 라이포스를 사용하고 있는 듯 하군. 장소는 도쿄만의 부근으로, 라이기어 6대와 같이 보급되어온 모양이네. 어디에서 온지는 모르지만..."
[잠깐잠깐, 장관님, 라이포스라면 거의 마이트가인 대응용으로 설계된듯한 폼을 재는 무서운 녀석 아닙니까!! 그런녀석에게 마이트가인과 제가 뛰어들어가라고요!?]
"장관이란 말은 여기서는 금물일세. 그리고, 만약 라이바루죠의 마음이 바뀌어서 자네들이 퍼펙트 모드로 합체한다면, 라이포스에게는 확실한 어드밴테이지가 생기네. 해볼만한 승부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아아...그렇게 뻔이 보이는 복선을 마구 깔아주시다니, 뭔가 뻔한 스토리가 되지 않습니까, 장관님..!]
"........시끄럽네! 원래 이번 스토리는 뻔히 보이는 것이니 상관없네! 그리고, 장관이라고 부르지 말랬잖나!"
[아무튼, 라이바루죠의 마음을 돌리는게 문제겠죠. 여기서는.]
낙심한듯한 블랙가인의 말이 어두운 공간을 세차게 때렸다. 그랬다. 일단 국련의 음모니 어쩌니 라는 것을 전부 제쳐놓고서라도, 이번 편은 라이바루죠가 있어야 성립되는게 아닌가! 그가 주인공이니 만치 일단 그가 나와야 되는 것은 당연! 주인공이 안나오는 소설은 그야말로 어불성설, 바로 이번편을 '그래서 모두 잘먹고 잘 살았어요!'하고 그대로 끝을 내버리면 되는 것이었다! 아아, 그러면 얼마나 좋겠는가!! 글 쓸양이 줄어들지 않은가!!!
"방법은 있네!!!!!!"
하지만, 이 '폼'의 말처럼, 방법이 있기때문에 글쟁이는 글을 접을수 없는것이다...
[에? 방법이라니요?]
"후훗, 그의 이름이 괜히 라이바루는 아니지 않는가. 그의 약점을 건드려 댄다면..."
삐----!!!
한참 폼을 잡으며 엄청난 소리로 소리쳐대던 폼의 말이, 마치 주전자 뚜껑에서 물이 끓을때 나오는 그 소리에 끊겼다.
""가라, 블랙가인!!!! 마이트 가인을 도와 악을 쳐부숴라!""
[알겠습니다! 정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모습이 없어도 그 목소리로 자신의 열혈을 과시한 블랙가인의 목소리가 방안에서 사라졌다. 잠시 조용히 있던 둘은, 곧 자세를 풀며 심각한 자세로 포즈를 고쳐잡았다.
"그나저나, 블랙가인으로 서포트를 해도 괜찮을지. 라이포스는 그야말로 대 마이트가인용 결전병기자체로 디자인된 로봇이지 않는가, 장관."
"으음....스펙상으로는 훌륭한 로봇.. 신장 30.2m에 432t, 무기는 강력한 접근전 무기 다수....접근전 무기, 아니, 거리를 두어야 하는 무기가 많은 마이트가인으로서는 상당히 벅찬 상대이긴 하지만. 그 양손에서 전격을 뿜어내는 '이나즈마 스트라이크'와 중장거리에서 활용이 가능한 '썬더 블레이져'나, 전부 마이트 가인의 동륜검과 퍼펙트 캐논을 생각해 만든거고..또 그것보다 더 강하니까, 아무래도 십중팔구 지지 않을까.."
".......아예 악담을 하시는게 낫지 않는가.."
"뭐, 가장 중요한것은 블래가인이 타이밍 맞게 라이바루의 감성포인트를 찔러대는 것이지. 그것을 위해서는 마이트가인이 적당히 져줄 필요도 있으니.."
커피를 따라 '기합'에게 주는 '폼'을 물끄러미 보던 '기합'은, '폼'에게 조용히 물었다.
물론, 어둠이고 그림자밖에 보이지 않는 그 상황인지라, 둘의 행동은 말로밖에 전하지 못한다.
이미 해는 떨어지고 밤이 오고, 어둠이 내려오는 도시에는 인간이 만든 불꽃이 그 어둠을 점령해나가기 시작했지만, 라이바루 죠의 마음은 아직도 밤이었다.
이유는..
".........돈이 없군."
........이렇게 궁상맞을수가.
"뭐어, 괜찮지 않나....성가신 일에 휘말리지도 않고."
원래 이용당하는 것을 워낙 싫어하는 성격인 그인지라, 생각같아서는 지금이라도 블랙가인에게 분노의 철퇴를 날려주고 싶었지만, 그나마 참을수 있는 것은 적어도 사정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체엣....적어도 사정을 이야기 하면 협력할수 있었는데....왜 처음부터 이야기를 말하지 않은거지..."
작게 중얼거리며, 번화가의 중심에서 빠져나와 골목으로 들어간 그는, 벽에 기대어 걸터앉아 아까부터 피곤했던 몸을 쉬었다.
"하아...."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지친 그의 눈에 들어온것은, 손목에 붙어있던 다이어그래머였다.
"..........인정하긴 싫지만, 그래도 재미있긴 했었지..."
[그럼 제발 인정햇!!!]
"!!"
조금은 부드러워진 눈빛으로 다이어그래머를 만지작거리던 라이바루죠가, 갑자기 다이어그래머에서 들려온 블랙가인의 목소리에 눈빛을 험악하게 했다.
"뭐야, 놀랐잖아."
[너, 시끄러워! 아무것도 안하는 주제에!!]
뭔가 울분에 찬듯한 블랙가인의 외침에도, 라이바루죠는 절대로 동요하지 않았다.
"영화찍냐? 목소리가 절절하군."
[이이익!!! 시끄러워!!! 너 지금 어디있는거야!!!]
"시부야."
사실 자신이 어디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냥 아무거나 대 봤다. 하지만 그것에 블랙가인은 침통한 목소리를 내었다.
[시부야!!!? 멀잖아, 젠장!!!]
".....뭐야? 무슨일이야?"
[너, 지금 어디있는거야! 당장 TV보라고, 어서!!! 진 그레이트 마이트 가인이 당했다!!]
".....!"
그 절박할정도의 음성에, 그리고 그 내용에, 라이바루죠는 벼락에 맞은것처럼 몸을 크게 움찔하고 말았다.
라이바루 죠가 블랙가인에게서 통신을 듣기전 일어난일은 사실 약간 지리한 것이었다.
어느샌가부터 정규 방송이 취소되고, 정체불명의 로봇들이 시가지를 파괴하는 장면이 나오기 시작한것. 한가하게 TV나 보고있던 사람들은 그 광경에 어리둥절해 하다가, 그 로봇들의 앞에 장대한 기적소리와 함께 나타난 네 명의 용자로봇을 보고, 이것이 무슨 장난같은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설명을 할 필요는 없었지만, 화면에서 나오는 일곱대나 늘어서있는, 상당히 간편한 모양의 로봇들은 신형의 양산로봇 라이기어, 그 뒤쪽에 약간 오만한 자세로 서있는, 비슷하지만 좀더 크게 보이는 로봇은 시작형 라이포스. 현재 비합법적으로 테스트 중, 이라는 엄청난 상태 메세지를 가진 녀석들이다. 물론, 그들을 막아선것은 용자특급대의 마이트 가인 2식, 마이트 카이져 2, 마이트 어드벤져, 마이트아머였다.
라이포스를 빼고 7대의 라이기어와 교전을 벌인 용자특급대는, 뛰어난 성능을 가진 라이기어들의 공격력에 고전하면서도 뛰어난 팀웍으로 7대를 모두 쓰러트렸다. 하지만 뒤에서 지켜보고만 있던 라이포스가 참전, 용자특급대와 교전을 행하며 넷을 몰아붙이고, 무시무시한 접근공격에 눌린 마이트 가인 2식과 마이트카이져 2가 합체를 개시, 진 그레이트 마이트가인으로 다시 전투시작.
그러나, 진 그레이트 마이트가인의 진 동륜검이, 받아친 라이포스의 공격에 튕기고, 그 대미지가 진 그레이트 마이트가인에게 그대로 들어가 버렸다. 큰 상처를 입은 진 그레이트 마이트가인은 별수없이 간격을 벌려 마이트 어드벤져, 마이트 아머와 동륜포 포메이션으로 합체해 공격하려 했으나, 발사하기도 전에 간격을 좁혀 포신안으로 파고들어간 라이포스의 공격에, 기동불능 상태에 빠져들었다.
바로 그 장면이, 라이바루죠가 황급하게 뛰어나와 거리의 대형 TV스크린을 올려봤을때 나온 것이었다.
동륜포가 에너지를 모으는 바로 그때, 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스피드로 진 그레이트 마이트 가인에게 접근해, 그 긴 포신의 안쪽으로 파고든 흰색의 로봇. 진 그레이트 마이트가인의 바로 앞까지 접근한 그 로봇, 라이포스의 두 손이, 전광으로 물들고, 그 강렬한 전광의 두 손이 진 그레이트 마이트가인의 가슴을 꿰뚫었다.
- 으아아아아아악!!!!!!!!!!
그 순간, 라이바루죠는 진 그레이트 마이트가인의, 아니, 마이토의 비명이 들린것 같은 착각이 들고 말았다. 전격의 공격에 뒤로 날아가 땅에 쳐박혀 버리고, 온몸에 전격을 뿜으며 움직임을 멈춰가는 진 그레이트 마이트가인의 모습은, 라이바루죠에게는 비명 이상의 충격이었다.
다이어그래머를 세차게 울리는 블랙가인의 외침이 멀게만 느껴지던 라이바루죠는,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다이어그래머에 대고 소리쳤다.
"뭐가 어떻게 된거야!!! 센푸지 마이토나 되는 남자가, 어떻게 저렇게 엉망으로 나가떨어질수 있는거지!?"
[그, 그게...꼭 너같은 녀석이야! 스타일이...장거리에서 중거리와 근거리로 왔다갔다 하더니...]
"그걸 설명이라고 하는거냐! 진정해!"
[뭘 어쩌라는 거냐!!! 저런녀석이 진 그레이트 마이트가인을 두방에 쓰러트렸는데, 지금 진정하게 생겼냐!!?]
아까의, 속았다는 분노로 부글거리던 마음이 새로운 분노로 들끓어 오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빌어먹을...블랙가인, 너 그곳에 있는거냐!?"
[응? 아, 그렇지만...]
"3분만 막고 있어라!! 그곳으로 가겠다!!!"
[뭐!? 아...알았다!!! 빨리 와라!]
자신이 쓰러트리지 못한 적을 딴녀석이 먼저 쓰러트리는 것은 용납할수 없다라는, 2년만에 살아 일어나기 시작하는 라이벌 의식때문이었다.
"빌어먹을...그따위 녀석에게 지다니, 센푸지 마이토, 용서할수 없다!!!"
라이바루죠는, 끓어오르는 분노에도 머리만은 차갑게 식히며, 거리를 달리기 시작했다.
[합체! 라이벌 가인!!!]
블랙가인이 라이벌가인으로 합체 할때까지, 라이포스는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라이벌 가인이 쓰러진 진 그레이트 마이트가인의 앞으로 나갔을때까지도, 라이포스는 팔짱을 낀채 가만히 서있기만 했었다. 마침내, 라이벌가인이 동륜검을 빼들자, 라이포스는 그제서야 퉁명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 왜 합체대사 안해? 볼만한 건데. >
여상스러운 가느다란 그 목소리는, 어젯밤에 그들과 싸운 엘 마트리엘의 것이었다.
[........역시 네놈이군. 싸움 방식은 어이없을정도로 다른데 말이야.]
< 그거야, 다른 상대에게는 다른 싸움 방식으로 싸우는게 효과적이잖아. 자신있는 방식이 있다면 그것으로 밀고나가는게 좋겠지만. >
[전투학 강의받자고 온게 아니야...엘 마트리엘, 용서하지 않겠다!!!]
< 그래그래. 어차피 네 파트너가 오려면 3분정도는 기다려야 될테니까. 한번쯤 붙어보는 것도 좋겠지만...나 그녀석과 싸워보고 싶거든. 뭐니뭐니해도 이몸을 몰아붙인 녀석이니까.>
[주절거리고 싶다면 날 쓰러트린 다음에 해라!!!!! 차아아앗!!!!]
파앗!!!
블랙 동륜검을 굳게 쥐고 크게 점프한 라이벌 가인, 검은 검신에 황금빛의 검광이 차오르고, 하늘로 솟아오른 그 자세에세 땅의 라이포스를 향해 검을 내려치려고 한 그였으나, 그는 갑자기 그의 '바로앞에' 다가온 라이포스에 크게 놀라고 말았다. 확실히 보고있었는데, 라이포스는 동륜검으로 내려치지 못하는 그의 가슴 바로 앞으로 들어와 있던 것이다.
[!!!!!!!!!!!]
< 아까, 진 그레이트 마이트가인의 동륜검도 이렇게 잡았는데...>
[이...이익!!!]
< 발전이 없어!!!!! >
파지지직!!!!!
라이포스의 왼손이 전광을 일으키며 그대로 라이벌 가인의 목을 움켜쥐고, 한손으로 그를 땅으로 내던졌다. 굉음을 내며 그대로 땅에 쳐박히는 라이벌가인을 쫓아, 그대로 쫓아들어가는 라이포스는, 그 가슴을 노리며 손바닥을 내리찍어갔다.
< 죽어라!!!!! 악당틱한 대사와 함께!!!! >
[다, 당했다..!!!!!]
하지만 그때.
콰아아앙!!!!!
갑자기, 검은 하늘에서 뻗어나온 한줄기의 빛이, 땅에 누운 라이벌 가인과 하늘에서 닥쳐오는 라이포스의 사이를 가로질렀다.
< 응!? >
[!?]
콰아앙!!!
둘의 사이를 꿰뚫고 지나간 빛은 땅을치며 거대한 폭발을 만들어 냈다. 그 폭음에 떠밀려 공중에서 비틀대다가 뒤로 물러나며 착지한 라이포스는, 그 빔이 뻗어나왔던 궤적을 쫓아, 시선을 돌려 하늘을 노려보았다.
< .....하, 하아. 노린거였구나. >
원래 기선제압할때 가장 좋은 배경이 달, 석양, 파도. 그중 달이 가장 서늘하다고 하지 않았던가(<-거짓말). 그 배경을 충분히 이용하기라도 하듯, 검은 하늘에 떠있는 저 달을 등지고 있는 하나의 검은 그림자가 있었다.
그것은..
< 라이벌 카이져!!!!? >
검은 빛의 칼라, 검은빛의 그림자를 띄운채, 팔짱을 끼고 유유히 땅을 굽어보는 용자, 라이벌 카이져였다.
{그렇다. 위대한 용자다!}
< 아, 역시 정석에 따르는 대사! 감동했어!! >
약간 정신적충격에 움찔한것은 기절해있던 진 그레이트 마이트가인. 겉멋에 공을 들이는 그도 저 대화는 견뎌낼수 없던듯 했다.
{여전히 바보군, 엘 마트리엘...}
< 마트리엘이거나 라이포스라고 불러. 융합하지 않고 있으니까. >
라이벌 가인의 옆으로 내려선 라이벌 카이져는, 라이포스를 똑바로 노려보며 말했다.
{그렇다면 단지 파일럿 기술만으로 진 그레이트 마이트가인을 쓰러트렸다는 것이군.}
< 응. 라이포스의 총합성능은 진 그레이트 마이트가인은 압도하니까. >
{흥...센푸지 마이토란 남자도 이제 한물 갔군. 너같이 전투기술이 엉망인 녀석에게 파일럿팅에서 지다니.}
< 그건 너도 마찬가지일텐데? 왕년의 라이벌씨. >
라이벌 카이져에 입이 있다면 히죽 웃었을 법한 대사였다. 물론 싸늘하고 잔혹하고 살기넘치게 웃었겠지만.
{너에 대해서는 하나 의문점이 있는데 말이야.}
< 응? >
{데이타를 보니, 카온이 조우했던 마트리엘이라는 녀석은 남자더군, 레코드된 목소리도 너하고는 다르고. 너는 분명히 여자라고 하지 않았었나?}
라이포스가 눈에 띄게 흠칫하는 것을 보고, 라이벌 카이져는 정곡을 찔렀다는 듯 낮은 웃음소리를 내었다.
{너야말로 뭔가 탄로날까 부끄러워서 가명까지 쓰는것 아닌가! 우리에게는 임팩트가 없는 마트리엘의 이름을 팔면서까지!!! 나를 비웃으려면 먼저 너의 정체를 밝혀라!}
< 그마아아아안!!!!!! 탄로나면 동료들한테 빈축산단 말이다아아앗!!! >
절규하는 라이포스. 하지만 라이벌 카이져는 마이페이스로 말을 이어갔다.
{깨달았는데....난 센푸지를 쓰러트리기 전까지는 잠을 편안하게 잘수 없는 사람이다.}
< 이상한데로 말돌리지마!!! 차라리 계속 비난하란 말이야!!! >
{그리고...그 센푸지를 처참하게 거꾸러트릴 최초의 존재는 나, 라이벌 카이져가 되어야 되고.}
마트리엘의 이름을 사칭한 그 갓엘릭서가 탄 로봇, 라이포스는 결국 체념했다는 듯 말했다.
< ...........음음. 역시 라이벌 근성이라는 건가. 그래서? >
{그녀석을 먼저쓰러트리는 놈은 내가 용서 못한다는 거다!!!!}
파캉!!!!
라이벌가인의 앞에 서있던 라이벌카이져가 사라지고, 거의 동시에 한참이나 앞에 있던 라이포스의 앞에 갑자기 나타나는 것이 라이벌 가인이 간신히 본것이었다. 그 빠르기는 그야말로 전광석화에 신속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정도의 빠르기 였지만, 그 엄청난 스피드와 더불어 뻗어낸 카이져 드릴을, 라이포스는 왼손으로 손쉽게 막아내었다.
왼손의 드릴을 뻗어 견제하며, 빈틈없는 자세로 뒤로 물러난 라이벌 카이져는, 여유를 부리며 서있는 라이포스의 공격권에서 벗어나 라이벌 가인이 있는 곳까지 물러났다.
< 내 속도를 이기려면 슈퍼노바 엘 카디온이나 엘 다크엔젤 이상의 스피드가 있어야 할거야!! >
{슈퍼노바 엘 카디온정도의 스피드인가....확실히, 라이벌카이져로는 무리겠군.}
< 그래, 그런거야!! 자, 죽어라!!! >
어제와는 달리 상당히 악당틱한 대사를 내지르는 마트리엘의 라이포스가, 그대로 라이벌 카이져에게 전진하며 주먹을 내질렀다. 그것을 공중으로 뛰어오르며 피한 라이벌 카이져와 라이벌 가인.
{서포트 메카 남은게 있지 않나?}
[에!? 알고있는 거냐!!!]
{지금 충분히 위기다. 빨리 불러!!}
[최후의 순간을 위해 남겨뒀는데..!]
{대체 무슨 최후의 순간을 생각한거냐!}
[아...대충, 팔 하나정도 부러져주면 어떨까?]
부러트려주겠노라고 마음속으로 단단히 마음먹은 라이포스는, 라이벌카이져에게 날아올라, 미처 피하지 못한 라이벌카이져의 왼팔을 잡고, 그대로 땅으로 던져 버리고 말았다.
{앗!}
[라이벌 카이져!]
< 네 차례다!!!>
라이벌 가인이 공중에서 방향전환이 늦은 틈을 타 라이포스가 공중에서 방향을 바꿔 킥을 날리고, 그것을 방어했으나 그 기세에 밀린 라이벌가인이 땅으로 내동댕이 쳐졌다. 공중에서 간신히 자세를 잡은 라이벌카이져와는 달리, 땅에 쳐박히는 라이벌가인. 그 실력차이는 명백했다.
{비, 빌어먹을! 기체는 그렇다 치고, 역량에서 라이벌가인이 전혀 못따라가잖아!}
[못따라간다고!!! 너무 심한말이라고 생각하지 않나!!!!]
{억울해 할때가 아니야, 이 얼간아!!}
인간형이라고는 믿지 못할정도로, 발과 등의 버니어와 자세이동만으로 방향을 바꾸고, 땅의 라이벌카이져와 라이벌가인을 향해 급격한 돌진을 한 라이포스는, 라이벌 카이져가 무슨 대책을 세우기도 전에 얼굴을 댈정도로 가까이 접근했다. 놀란 라이벌 카이져가 급히 기체를 뒤로 물렸을때는, 이미 늦어있었다.
라이벌 카이져의 온몸에, 전광이 실린 무수한 펀치가 날아와 박혔다.
파파파파파파팟!!!!
{크으으윽!!}
빠르게 날아와 가볍게 꽃히는 그 펀치들이 남긴것은 장갑을 뚫고 전달되는 전류와 무게였다. 순식간에 안쪽의 프레임이 박살나고 회로가 전류에 타버리고, 라이벌 카이져는 큰 타격을 입은채 비틀거려야 했다.
< 자! 끝이다!!! >
퍼억!!!
그리고, 그 난타의 마지막, 가장 힘이 실리고 빠르게 뻗어간 펀치가 정통으로 라이벌카이져의 얼굴에 꽃혔다.
{크헉!!!!!!}
페이스가드는 깨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만큼 그 파괴력은 아무런 여과없이 전달되었고, 단지 몇중의 장갑으로 보호되고 있던 라이바루죠의 몸에 그 파괴력은 전달되었다. 순식간에 콕핏의 모니터가 터져나가고 온몸에서 피가 뿜어져 올랐다.
하지만, 그 순간, 라이바루 죠의 손은 재빨리 레버를 조작하고 있었다.
{.............큭...마지막이다!}
카앙!!!!
순간, 라이벌 카이져의 온몸이 분리되며, 각각 카이저 머신으로 분리되어 라이포스의 주위로 날아갔다. 라이포스의 자세는 그 순간 아주 조금 흐트러졌지만, 그래도 힘을 주고 있던 자세는 아니었기 때문에 어떻게든 균형을 잃지 않았다. 그래서, 그의 뒤로 날아간 카이저 머신즈를 따라 몸을 뒤로 돌릴수 있던 것이었다.
그런 라이포스에게 미친듯이 대쉬해오던 라이벌가인에, 카이저 머신즈가 합체하며 자신의 앞에 서는 것을 보지 않았다면,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적어도 뒤를 돌아보느라 멈추지 않고 앞으로 몸을 날릴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 합체한 라이벌가인과 라이벌카이져가 순간으로 뿜어낸 살기가 담긴 외침이, 라이포스의 움직임을 굳히고 말았다.
마이토가 깊히 빠져있던 의식의 어둠속에서 어렴풋하게 들리는 목소리들이 있었다. 어디선가 들은 목소리들이었지만 누구것인지 까지는 알수없었던 목소리. 그것들 때문에, 마이토는 간신히 눈을 뜰수 있었다.
{합체대사만으로도 충분해!!! 그만햇!!!!!}
[으음. 안되지 그건. 어쨌던 지금, 네 콕핏이 파괴되어 컨트롤이 간섭 안당할때 더 멋진 포즈를 구상해 놓아야 한다!]
{그런건 필요없어!!}
[이런 포즈는 어떨까! 으음. 하지만 역시 똑같은게 낫겠지...]
다른 편에서는 라이포스의 전류에 노출되었던 가인과 마이트 어드벤져, 마이트 아머의 AI가 재접속되며 그들의 회로가 되살아나고 있었다. 그래서 그 넷이 의식을 차린것은 거의 동시.
[흑빛 날개에 정의를 싣고, 켜져라, 사랑의 청신호! 용자특급 그레이트 라이벌가인, 정각대로 바로 지금 도착!!!]
그래서, 검은 빛으로 도장된, 자신들과 똑같이 생긴 로봇이, 공중에서 착지하며 대사를 읊는 광경을, 용자특급대의 넷은 똑같이 직시하고, 그래서, 똑같은 타이밍으로 패닉에 빠져 외칠수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생리적인 혐오감에 가까운것으로, '내가 하면 괜찮지만 남이 하면 범죄! 넌 악이다!!'라는 파괴자틱한 발상이었다.
갑자기 벌떡 일어나 동륜포를 가동시키는 진 그레이트 마이트 가인을 놀라 바라본 그레이트 라이벌 가인은, 자신을 향해 겨눠진 동륜포를 보고는, 체념한듯이 고개를 내저었다.
[역시, 같은 모습이라면 양산형이 아닌이상 적으로 인식되는거군.]
{어이!!! 점잖게 분석하고 있을때냐!!!!! 놈들은 쏠참이라고!!!!!}
[.......역시, 단발로 나와 활약한번 제대로 못하는 것이 우리의 운명이군.]
{체념하지마아앗!!!!!! 아직은!!!!!!!!!}
[......하지만 저항하고 싶어도 파워가 남지 않았는걸. 동륜검과 동륜포를 연달아 사용해서...]
그레이트 라이벌가인의 가드가 한순간 내려가고, 진 그레이트 마이트가인의 동륜포에서 서서히 강렬한 흰빛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쯤이라면 적어도 자신이 라이포스를 해치운것을 알아차려야 할텐데. 라이바루죠는 미칠지경의 의식속에서, 마침내 소리치고 말았다.
{기다려 마이토!!! 나다!!!}
{내가 누구야!!!!!!! 파이어!!!!!!!}
하지만 라이바루 죠의 외침도 헛되이, 진 그레이트 마이트 가인은 방아쇠를 당겼다.
콰아아앙!!!!!!!!!!!!!
원래는 당당하게 마이토를 구해준후 따끔하게 일침을 날릴 생각이었다. '나는 라이벌로서 너를 다시 평생의 적수로 삼아 넘어서겠다.'라고. 그것이 아니라면 여기까지 기어올일도 없었을것이다.
............그런데, 그런데.......
이렇게 허무하게 당해서 날아가야하다니-!!!!!!!!!! 내 존재는 겨우 이정도였단 말인가!!!!!!
그 다음에 어떻게 탈출했는지는 기억도 나지않았다. 다행히 탈출포트가 가동되었는지, 전투현장에서 별로 떨어지지 않은곳의 포트에서 기어나온 라이바루죠는, 상처투성이의 몸을 이끌고 그의 은신처까지 간신히 갈수 있었다. 물론, 그로서는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아픔도 아픔이었지만, 난리치고 부끄러운 짓을 많이 한 그 전투에서 아무런 결실도, 목표한 바도 이루지 못한 좌절감에 그의 의지는 완전히 재기불능의 상태였던 것이다.
"흐으아악!!!!!!"
지독한 아픔을 가슴에서 느끼며 라이바루죠가 일어났을때는 이미 아침이었다. 그는 자기집 침대에 있었고, 그래서 한순간에 라이바루죠는 어젯밤에 있었던 일을 꿈이라고 생각했다. 생각하고 싶을 뿐이다. 생각하려고 했다. 그의 온몸에 난 상처와, 아직도 손목위에 반듯하게 묶여있는 다이어그래머만 아니면 그렇게 생각했을것이다.
라이바루죠는 그의 성격이고 지금까지 쌓아온 이미지도 모두 타파할 자신의 내면의 말을 토해내었다.
"으아아아아아악-!!!!!!!!!!"
그날 아침. 따지자면 그레이트 라이벌가인이 진 그레이트 마이트가인에게 한방에 날아간 날 저녁의 다음날 아침이었다.
아침 일찍 센푸지 콘체른의 하마다에 의해 호출되어, 안쪽에 감추어진 이글거리는 분노를 안고 센푸지 콘체른으로 날아간 라이바루죠는, 그곳에서 기막힌 광경을 보고 말았다.
블랙가인이 무뚝뚝한 얼굴로 가인과 마이트 어드벤져, 그리고 마이트아머와 인사를 하고 있는 광경을.
"............너....너.....너...!!!!"
[음? 저 사람은 누구지?]
그리고, 무뚝뚝한 음성으로 그렇게 묻는 블랙가인의 모습에서는 붕어처럼 입을 뻐끔거릴수 밖에 없었던 라이바루죠였다. 하지만 정말 모르겠다는 얼굴로 라이바루죠를 내려다보던 블랙가인에게 소개하는 가인의 말이 라이바루죠를 다시한번 격하게 때리고 말았다.
[아, 저 사람은 마이토의 '한때'의 라이벌, 라이바루 죠. 죠, 이쪽은 오늘 가동을 시작한 블랙가인이다.]
"..............오늘.........가동이라고!!!!!!!!"
이게 무슨 날좋은날 기차 탈선하는 소리란 말인가. '오늘'이라니!!!!!
[정말이다.......음? 어제 검은빛의 마이트가인이 나타난것을 알고있는건가, 죠?]
마이트 어드벤져의 말에 엉겁결에 고개를 끄덕인 라이바루죠. 그때, 마이트 아머의 말이 이어졌다.
[이상하군. 그것이라면 분명 경찰도 군도 확실하게 통제를 해서 외부로는 알려지지 않았는데 알고있다니, 혹시...?]
"너였군, 역시."
그리고, 라이바루죠가 정말 싫어하고 경계하던 사태가 발생했다. 빠득거리는 목뼈를 간신히 돌려 본 그의 시선에 들어오는 것은, 공장 구석 한켠의 그림자에서 천천히 나오는 마이토의 모습이었다.
"센....푸....지.....!!"
"어제 이상한 합체대사에 마이트가인을 카피한 메카를 가지고 등장한게 너냐? 사랑의 대차륜인가 뭔가 하는 녀석이..."
"......................................으..............그건.........저놈이......................"
하지만 뻐끔대는 라이바루죠의 안전에 갑자기 나타난 하마다의 말이 그의 말을 가로막았다.
"블랙가인이 동조한것이라고 주장하고 싶은가 본데 안됐군. 저 녀석은 어제까지 깨어나지 않은녀석이라고."
"........네...놈...."
"뭐어, 역시 마이트가인을 카피한 것이라면, 적어도 따라잡고 싶어서였나? 역시, 좋아하는 것이었군."
뭔가 잘못된듯한 느낌이 톡톡히 들고있었고, 조금만 시간이 있었다면 어쨌든 냉정을 되찾을수 있으련만, 마이토가 던진 한마디에 라이바루죠는 추락하고 말았다.
"미안하지만 샐리가 있어서 네 사랑은 받을수 없어."
핀트가 대단히 벗어난 자의식과잉의 말이었지만, 아니라는 생각에도 무너지는 라이바루의 마음.
'..........나는 대체........무엇을 위해.......'
라이바루 죠. 하얗게 좌절. 그 순간 그는 보았다. 하마다가 약간 늘어진 표정으로 웃는것을.
그리고 블랙가인도 똑같은 미소를 띄운것을.
'.........네...네놈들이었구나....네놈들이!!!!!!!!!!!!!!!'
........하지만 어쩌랴. 철지난 라이벌에게는 별수없는 운명이란 것을. 모처럼의 기회도 그의 라이벌을 쟁취할 기회를 주지는 못했다.
다시한번 말한다. 라이바루 죠. 하얗게 좌절.
".............저건 의외군. 난 좀 정상적인 것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음....나도 그레이트 마이트가인과 그레이트 라이벌가인이 좀더 우정찬 모습을 연출해주길 바랬지만. 마이토군의 반응이 너무 격렬했군."
".............훗. 어쨌든 보도듣도 못한 녀석이 이상한 행동을 하면 잘 확인하지 않고 덤벼드는게 사람의 심리죠."
어젯밤 그레이트 라이벌가인이 벌인 전투를 차분하게 지켜보던 '폼', '기합', 그리고 '정의'삼인방. 여느때와 같은 어둠속에서 그들은 때아닌 활극을 감상하고 있었다.
"이로서 국련의 음모는 어느정도 저지한 셈인가...."
"........하지만 적당한때에 대역을 내세운 것도 잘한 일이었군. 하....아니, 자네의 계략은 무척 예리했어."
'정의'가 세운 계략이란, 이쪽에서 내세운 대역을 세워 국련의 로봇처럼 꾸미고 이쪽의 용자로봇으로 보기좋게 처리하는것. 한발 앞서 선수를 쳐서 공략하는 것으로, 국련의 다음 테스트 활동을 미연에 방지한 것이었다. 물론 이쪽에서 볼포그와 섀도우마루가 빼낸 데이터로 라이기어와 라이포스를 닮은 대역을 만들어내는 것은 간단했고. 블랙가인에게도 알리지 않은 계략이었다. 파일럿은 목소리만 변조해서 첫번째의 엘 마트리엘(사실 그 엘 마트리엘도 분명 가짜였지만. 그걸 일단 이용한것이긴 했지만.)을 따라한것에 불과한것이고. 대역으로는 세명 모두가 추천한 '멍해보여도 속으로는 얄궂은 생각을 잘한다'는 '용자신화' 카온이 뽑혀, 단기간내에 대본을 외우고 눈부신 연기실력을 보여준 것이었다.
"치사하지만, 어쨌던 효과적인 방어였군."
".........어쨌던이란 말은 빼주시는 것이. 훗훗훗. 라이바루 죠가 적으로 돌아서서 라이벌행세를 하는 것도 막은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우리편의 전력도 붙은것이니까요."
".......흠."
".........................게다가.......훗훗훗. 경쟁자가 줄었으니 이쪽은 샐리만 남은거군요. 어떻게든 둘의 결혼은 저지해야...."
.......정말 악인은 이쪽인지도 모른다. 단지 국련의 음모를 막는다는 일념으로 이 계획에 뛰어든 '폼'과 '기합'은 식은땀을 흘리며 '정의'를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