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조선 최고의 여성 거상이자 전 재산으로 제주도민을 구휼한 김만덕,
시공간을 넘나들며 활약하는 주체적인 덕녀들의 다채로운 세계관 속에서 재탄생하다
김만덕의 실제 후손이 기획하고 장르 작가 다섯 명이 상상한 한국형 장르 단편선
한국 창작 장르문학과 앤솔러지를 꾸준히 펴내온 구픽이 열한 번째 장르 앤솔러지 『덕녀들이 온다』를 출간했다. 특히 한국의 역사와 전통문화, 설화와 예술을 장르문학으로 확장한 기획으로는 『귀신이 오는 밤』, 『귀신이 오는 낮』, 『판소리 에스에프 다섯 마당』에 이은 네 번째 작품이다. 『덕녀들이 온다: 김만덕 장르 단편선』은 한국형 소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실제 역사 인물의 삶과 기록을 장르적 상상력으로 확장한다. 한국적인 소재를 장식적으로 사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익숙한 역사와 이야기를 오늘의 독자가 새롭게 읽을 수 있는 서사로 바꾸었다.
조선 후기 제주에서 활동한 여성 상인 김만덕은 어린 시절 부모를 잃고 관기가 되었으나 이후 양인 신분을 회복했고, 객주를 운영하며 제주와 육지를 잇는 유통과 상업을 통해 큰 부를 이루었다. 그러나 김만덕의 이름이 오늘날까지 알려진 이유는 단지 거상이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1790년대 제주에 연이은 흉년과 태풍으로 극심한 기근이 닥치자 평생 모은 재산을 내놓아 육지에서 곡식을 사들여 굶주리던 제주도민을 구휼했다. 이 사실이 조정에 알려지며 정조는 김만덕의 공을 치하하고 소원을 물었고 김만덕은 한양에 올라가 임금을 뵙고 금강산을 유람하고 싶다고 답했다. 당시 제주인들에게는 출륙금지령이 있어 섬 밖으로 나가는 일 자체가 쉽지 않았지만, 그는 마침내 제주를 떠나 한양과 금강산을 둘러보았다.
신분과 성별, 지역이라는 여러 제약을 넘어 거상이 되었고, 자신이 쌓은 부를 공동체를 위해 사용했으며, 출륙금지였던 제주도를 떠나 임금을 만나고 금강산까지 유람하게 된 김만덕은 이렇게 독립적인 생활인, 자신의 욕망과 선택을 분명히 알고 실천한 인물이기도 했던 것이다.
『덕녀들이 온다』는 이런 김만덕을 정통 역사소설적 방식이 아니라, 기록으로 남은 삶과 그 주변의 빈자리를 장르문학의 상상력으로 확장한다. 현찬양의 「천재일우」는 금강산 유람 당시의 김만덕 이야기를 사실과 설화를 능청스럽게 엮어 유쾌한 이야기로 풀어낸다. 전혜진의 「중동변-겹눈동자에 대한 변명」은 겹눈이었다고 알려진 김만덕의 소문에 정약용 이야기를 곁들여 기묘하면서도 정통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홍지운의 「천이겹안노리전」은 같은 겹눈 소재를 다루었지만 호러의 결로 변주해 전혀 다른 긴장과 재미를 선사한다. 박애진의 「채식하는 여우의 출륙기」는 한평생 우정을 나눈 여우와 김만덕의 이야기를 따뜻하고 뭉클하게 그려낸다. 마지막으로 김아직의 「가문장이 뒷문을 열어 두었네」는 제주도의 출륙금지령을 SF적 설정으로 비틀어, 통쾌한 위트가 살아 있는 작품으로 완성했다.
다섯 작품은 모두 김만덕을 출발점으로 삼지만 그를 묘사하는 방식도, 장르도, 분위기도 서로 다르다. 어떤 작품에서는 김만덕이 이야기의 중심에 서고, 어떤 작품에서는 그의 선택과 정신이 다른 인물에게 이어진다. 한 인물을 다섯 번 반복하는 대신, 김만덕에게서 시작할 수 있는 이야기의 가능성을 다섯 방향으로 펼쳐 보이는 것이다.
이 책은 김만덕의 실제 후손인 구픽 대표가 기획했다. 그의 집 안에는 추사 김정희가 김만덕의 선행을 기리며 써준 ‘은광연세(恩光衍世)’ 편액이 오랫동안 보관되어 있었다. ‘은혜로운 빛이 세상에 퍼진다’는 뜻을 담은 이 편액은 그의 아버지의 기증으로 현재 제주 김만덕기념관에 소장되어 있다.
그는 집에서 익숙하게 보아온 편액을 김만덕기념관에서 다시 마주한 뒤 그 가치를 실감하고 김만덕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다만 경건한 방식이 아닌, 장르문학 전문 출판사 구픽의 장점을 살려 가장 잘해온 방식, 즉 여러 장르 작가에게 김만덕이라는 인물을 열어놓고, 역사적 사실과 설화를 자유롭게 활용해 각자의 이야기를 써달라고 요청했다. 그 결과 김만덕은 과거의 위인에 머무르지 않고, 현재의 젊은 독자들과도 교감을 나눌 수 있는 살아 있는 존재로 재탄생했다.
『덕녀들이 온다』는 신선과 여우, 기이한 능력과 낯선 세계, 예측하기 어려운 사건 속에 김만덕이라는 인물과 부와 나눔, 공동체의 문제를 자연스럽게 녹여낸다. 역사 지식이 없어도 각각 독립된 장르소설로 즐길 수 있으며, 김만덕을 아는 독자라면 더욱 재미있게 역사적 사실과 작가들의 상상이 어디에서 만나고 갈라지는지 살펴볼 수 있다.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나이와 장르 독서 경험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읽을 만한 책이다. 조선 최고의 여성 거상, 제주도민을 살린 나눔의 상징, 그리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한 한 사람. 다섯 명의 작가는 역사 속 김만덕을 각자의 세계로 초대하고, 그곳에서 전혀 새로운 ‘덕녀들’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목차
현찬양 「천재일우」
전혜진 「중동변-겹눈동자에 대한 변명」
홍지운 「천이겹안노리전」
박애진 「채식하는 여우의 출륙기」
김아직 「가믄장이 뒷문을 열어 두었네」
저자 소개
글: 김아직
미스 마플과 브라운 신부를 좋아하고, 연례행사처럼 『장미의 이름』을 재독하는 미스터리 작가다. 「바닥 없는 샘물을 한 홉만 내어주시면」으로 제5회 황금드래곤문학상을 받았으며, 「길로 길로 가다가」가 2025년 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우수작으로 선정되었다. 『노비스 탐정 길은목』 『녹슬지 않는 세계』 『먼지가 되어』 등의 장편소설을 출간했고 『클리셰: 확장자들』 『그날, 서울에서는 무슨 일이』 『골고루 먹고 가시게』 등의 앤솔러지에 참여했다. 현재 조선 괴력난신, 중세 기담, 동물권 단편집을 준비중이다.
인스타그램 @kimyet_writer
트위터 @YetyetP
글: 현찬양
2013년 〈401호 윤정이네〉로 부산일보 신춘문예 희곡 부문에 당선되었고, 2021년 제4회 ‘엘릭시르 미스터리 대상’ 단편 부문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21년 〈식탐정 허균〉으로 MBC 드라마 극본 공모에 당선된 이후 허균과 재영, 작은년의 모험에서 아직 빠져나오지 못하여 현재에 이르렀다. 소설집으로 《잠 못 드는 밤의 궁궐 기담》, 《이름 없는 여자들의 궁궐 기담》, 《인현왕후의 회빙환을 위하여》가 있다.
글: 홍지운
영화배우 김꽃비의 팬, SF 작가. 본명 홍석인. 오랫동안 필명 dcdc로 활동해왔다. 『무안만용 가르바니온』으로 제2회 SF어워드 장편 부문 대상을 수상하였으며, 『구미베어 살인사건』과 『월간주폭초인전』 등의 단편집을 여러 권 냈다. ‘덴마 어나더 에피소드 시리즈’ 『물리적 오류 발생 보고서』, 『별을 수확하는 자들』, 『무간도 가이아의 성소』를 쓰기도 했다. 『근방에 히어로가 너무 많사오니』, 『우리가 먼저 가볼게요』, 『이웃집 슈퍼히어로』, 『냉면』 등 다수의 앤솔로지에 작품을 실었다. 현재 청강문화산업대학교에서 만화컨텐츠스쿨 교수로 재직 중이다.
글: 박애진
작업 중 커피는 필수, 디저트는 선택. 동남아시아 믹스 커피를 종류별로 구비해서 돌아가며 마신다. 주 7일, 1년 360일 근무에 만족하며, 죽기 전에 하드 속 착상 폴더에서 무한(∞)이 쓰인 번호표를 쥐고 대기 중인 글들을 다 쓸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SF, 판타지, 스릴러, 청소년 소설 등 다양한 장르의 글을 쓰며, 다수의 앤솔러지에 단편을 발표했다. 연작소설집 『우리가 모르는 이웃』, 작품집 『원초적 본능 feat. 미소년』, 『각인』을 출간했다. 장편소설로는 『지우전: 모두 나를 칼이라 했다』, 『부엉이 소녀 욜란드』, 『바람결에 흩날리고 강을 따라 떠도는』이 있다. 2022년에 장편소설 『명월비선가』로 SF어워드 장편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첫 번째 꿈은 만화가였고 지금도 그림 그리기를 즐긴다. 여행도 좋아해서 드로잉을 곁들인 여행기나 영원한 영감의 원천인 고양이 일러스트 집을 내고 싶다는 소망이 있다.
* 출처 : 예스24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942556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