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세계견문록 아틀라스
- 아시아 음악기행 3부. 신의 춤 인간의 노래, 인도네시아
방송일시 : 2014. 8월 16일(토) 밤 9시
1만 8천여 개의 섬을 품은 세계 최대의 섬나라, 인도네시아! 사시사철 기온이 내려가지 않는 날씨를 닮아서일까?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천성적으로 여유롭고 순수하다.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밤이면 삼삼오오 모여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는 인도네시아 사람들에게 음악은 삶 그 자체이다. 평범한 그들이 들려주는 특별한 음악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신들의 섬, 발리로 떠나다!
흔히 발리를 ‘신(神)들의 섬’이라고 한다. 힌두교를 비롯해 섬의 토착 신들을 믿는 발리 주민들의 삶에는 신과 종교가 깊숙이 스며있다. 발리 주민들의 신을 향한 믿음은 특히 음악과 춤에서 잘 나타나있는데, 가믈란 음악과 여러 전통춤들이 그것이다. 제작진은 제35회 발리 아트 페스티벌(Bali Art Festival)이 열리는 발리 섬에서 그 춤과 음악과의 조우했다. 춤 대부분이 ‘신’을 주제로 하여 더욱 의미 깊다. 머리에 쌀을 뿌리고 추는 감부 댄스(Gambu Dance), 선한 신과 악한 신의 싸움을 그린 바롱 댄스(Barong Dance)가 대표적이다.
춤의 반주곡으로 쓰인 가믈란(Gamelan) 음악도 신과 관련이 깊다. 가믈란 음악은 약 서기 230년 자바의 모든 왕을 다스렸던 신 ‘상 향 구루’가 다른 신들에게 신호를 보내기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가믈란은 ‘두드리는’이라는 의미의 자바어 ‘가믈(Gamel)’에서 나온 말로, 다양한 징과 건반 타악기를 두드려서 연주하는 합주곡을 말한다. 가믈란 연주에는 신과 소통할 수 있는 신성하고 초자연적인 힘이 있다고 여겨진다.
또한, 발리 섬 울루와뜨 사원에서 상반신을 벗은 100여 명의 남자가 등잔불 주위를 둥그렇게 둘러싸고 “케착! 케착!”소리를 내는 케착 댄스(Kecak Dance)를 관람하고, 가믈란 악기를 만들며 살아가는 따힝안 마을을 찾아 가믈란 음악을 들어보았다.
BENGAWAN SOLO by WayangTokek
아름다운 솔로강
나는 너를 위해 노래하네
너의 영광스러운 이야기를
내 마음에 영원히 새기네
너의 원천은 솔로
겹겹의 산을 가로질러 흐르네
굼실대는 물결 멀리 흘러
바다와 하나 되네
아름다운 솔로
나는 너를 위해 노래하네
너의 영광스러운 이야기를
내 마음에 영원히 새기네
건기에 너는
조용히 흐르고
우기에는 넘실대며
먼 곳을 향해 흐르네
너의 원천은 솔로
겹겹의 산을 가로질러 흐르네
굼실대는 물결 멀리 흘러
바다와 하나 되네
너의 이야기는
한 척의 배와 같아
상인들이 멀리 항해하네
아름다운 강 위를
너의 원천은 솔로
겹겹의 산을 가로질러 흐르네
굼실대는 물결 멀리 흘러
바다와 하나 되네
아름다운 솔로
나는 너를 위해 노래하네
너의 영광스러운 이야기를
내 마음에 영원히 새기네
인도네시아 자바 출신 유명한 싱어송라이터인 Gesang(Gesang Martohartono: 1917~2010)이 1940년에 작곡, 2차 세계대전 당시 점령군이었던 일본 군인들이 고국으로 돌아가 전했으며 이후 아시아 및 세계로 퍼져 나갔다.
뱅가완은 인도네시아어로 '강'을, '솔로'는 자바 중부의 한 지명으로 '뱅가완 솔로'는 자바섬에서 가장 긴 강 '솔로강'을 뜻한다.
이 노래는 인도네시아 자바 중부와 동부를 가로질러 흐르는 자바에서 가장 긴 강인 솔로 강 을 시적으로 묘사하는데, 건기와 우기에 물이 어떻게 변하는지, 그리고 산으로 둘러싸인 수라카르타 (현지에서는 솔로로 알려짐) 시에서 흘러 결국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고 설명하며 그것은 항상 배를 가진 상인들에 의해 사용되었다고 얘기한다.
크롱크롱, 인도네시아 대중음악 크론총
왕가위 감독의 영화 ‘화양연화’에 삽입되어 사랑받은 곡인 ‘벵가완 솔로(Bengawan Solo)’는 사실 인도네시아 곡이며 크론총 스타일의 곡 중 가장 유명하다. 크론총은 항구에서 태어난 인도네시아 대중음악이다. 인도네시아를 식민지로 한 포르투갈은 1641년 네덜란드와의 전쟁에서 패배하는데, 철수하는 과정에서 네덜란드군에 의해 떠나지 못한 포르투갈 사람들은 인도네시아에 눌러앉았다. 그들은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조국에 대한 향수를 담아 노래를 불렀고, 크론총이 되어 인도네시아 전역으로 퍼졌다. 크론총이라는 이름은 음악 소리가 ‘크롱크롱’이라고 들리는 것에 착안해 붙여졌다.
벵가완 솔로가 탄생한 지역인 수라카르타(솔로)지방의 마을 곳곳에서는 크론총의 선율이 흐른다. 마을 주민들이 선사하는 한여름 밤의 크론총 콘서트를 만나 보았다.
영화 [싱글을 쫓아서 Mengejar Mas-Mas]
왕가위의 영화는 감각적인 영상만큼이나 인상적인 영화음악을 선보인다. 라틴 뮤직에서 홍콩 팝, 클래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기도 하다. 2000년작 [화양연화] 역시 예외는 아니다. 널리 알려진 "유메지의 테마" 를 비롯, 냇킹콜의 노래에 이르기까지 주옥 같은 곡들로 가득 차 있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곡이 하나 있다. "벵가완 솔로(Bengawan Solo)"가 바로 그것. 가수는 레베카 팬(潘迪華). 그녀는 60년대에 대만과 홍콩에서 활동했던 인기가수였고, 이 작품에는 수엔여사로 출연도 하고 있다.
그런데, "벵가완 솔로"는 원래 인도네시아 곡이다. 제목의 뜻은 "솔로강" 이다. 솔로강은 자바의 중앙과 동부를 가로 지르는 강으로 자바에서 가장 긴 강이기도 하다. 이 곡은 게상 마르토하르토노가 1940년에 발표한 곡으로, 포르투갈 파두의 영향을 받은 크론총 스타일의 노래이다. 태평양 전쟁 당시에는 인도네시아를 점령한 일본에 의해서 범 아시아권으로 이 노래가 퍼져나갔다. 그 때문에 레베카 팬도 번안곡을 부르게 되었던 것이다. 1991년에는 태평양전쟁 당시 이 노래를 배웠던 인도네시아 주둔 일본군 출신들이 모여 게상의 동상을 만들어 게상이 살고 있는 수라카르타에 세우기도 하였다. 아마도 이 곡은 전세계에 가장 널리 알려진 인도네시아 노래일 것이다.
인도네시아 음악은 가믈란 뮤직을 필두로 전세계에 널리 알려져 있는 편인데, 영화음악도 상당한 수준을 자랑한다. 유럽에서 널리 알려진 재즈뮤지션 인드라 레스마나(저명한 여성 영화제작자 미라 레스마나의 오빠)는 동생이 제작하는 여러 편의 영화음악을 맡은 바 있으며, 작곡가인 몬티 티와는 영화감독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아직 해외에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시나리오 작가로서의 재능도 탁월한 인물이 바로 몬티 티와이다. 그가 2007년에 시나리오를 쓰고 루디 소자르워가 연출한 [싱글을 쫓아서 Mengejar Mas-Mas]는 로맨틱 코미디로 인도네시아에서도 흥행에 성공을 거둔 작품이다. 내용은 집을 뛰쳐 나온 소녀가 남친이 여행을 떠난 족자카르타로 쫓아가고 거기서 새로운 사랑을 만나 키워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몬티 티와는 이 작품에서 시나리오 뿐 아니라, 음악도 맡고 있다. 특히 주제곡인 "꼬송 Kosong" 은 본인이 직접 노래까지 부르고 있다. 피아노 반주를 배경으로 약간 허스키한 목소리로 전개되는 "꼬송"은 마치 유럽의 노래를 듣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김지석>
부산국제영화제 수석 프로그래머
아시아 영화 전문가.
영화계간지 영화언어 전 편집장
부산영화평론가협회 회원
아시아영화진흥기구(NETPAC) 이사
이정표 - 장옥경 / 'Bengawan Solo' Cover
븡아완 솔로
흐르는 강물은
언제나 변함없이
따스하게 늘 지켜준
메마른 가뭄에
속타던 날들이
시원한 비 찾아와
멀리 넘처 흐르네
고향 떠난 솔로의 샘물
굽이굽이 흘러 넘치면
1,000개의 산을 감아돌아
바다에 이르네
저기 가는 배
세월 따라 흘러
길떠난 상인들의
다정한 벗 되주네
Indonesian iconic song 'Bengawa Solo'. The lyrics are translated into Korean and the music is played by a gayageum.
인도네시아 전통 음악 '븡아완 솔로' (Bengawan Solo)를 한국어로 개사하고 가야금으로 반주했다.
Composed by : Gesang Martohartono
Adapted into Korean by : Mrs. Chang Ok Kyung
Music Publisher: PT Penerbit Karya Musik Pertiw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