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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4일 / 사순절 36일 고난주간 화요일 이 여자를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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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4일 / 사순절 36일 고난주간 화요일 이 여자를 기억하라
이 여자는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였다. 곧 내 몸에 향유를 부어서, 내 장례를 위하여 할 일을 미리 한 셈이다. 내가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온 세상 어디든지, 복음이 전파되는 곳마다, 이 여자가 한 일도 전해져서, 사람들이 이 여자를 기억하게 될 것이다(막 14장 8-9절).
복음이 전해지는 곳마다 온 세상 어디서든지 기억될 사람이 있다면, 그 얼마나 중요한 사람일까요? 더구나 예수님이 '아멘'으로 강조하시며 확증한 사람이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불행하게도 그 사람의 이름은 기억되지 않습니다. 그는 단지 무슨 오랜 드라마의 제목처럼 '이 여자'로 전해질 뿐입니다.
그토록 중요한 사람이 단지 '이 여자'로 전해지는 데는 까닭이 있습니다. 그녀가 살던 그 당시에는 여자가 특별한 이름을 갖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였지요. 특별히 부잣집이거나 고귀한 가문에 태어나지 않는 이상, 여인들은 그저 '그 여자'로 기억되는 것이 보통이었습니다. 예전에는 시골에서 여자들을 '아지'라 부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중 김아지, 이아지는 뭐 그런 대로 괜찮은데, 강아지, 박아지, 송아지는 참 민망했습니다. '아지'는 아기라는 말이지요. 예수님 시대에 로마의 식민지 변방의 시골에서 태어난 여인들은 이름 없는 사람들로 살았고 그렇게 잊혀 갔습니다.
예수님 주변에는 남자 제자들 외에도 수많은 '여인들'이 있었습니다. 그 여인들은 갈릴리에서부터 예수를 따르고 섬겼습니다(막 15:41). 여기서 '따랐다'는 것과 '섬겼다'는 것은 예수님의 제자직을 나타내는 전형적인 표현입니다. 말하자면 이 여인들은 제자들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여인들은 남자 제자들처럼 각각의 이름으로 기억되지 않았습니다. 그 여인들의 이름이라고 해보았자 대개 당시 가장 흔한 여자 이름인 '마리아'입니다. 구약의 '미리암'이 그 이름이지요. 이렇게 수많은 '마리아들', '그 여자들'이 예수님을 따르고 섬겼습니다.
그리고 여기 또한 수많은 그 여자 중의 한 여자가 있습니다. 그는 예수님이 십자가를 앞에 두고 비장한 결단의 기도를 드리기 전, 이름 없이 나타나 예수님의 머리에 기름을 부은 여자입니다. 한 여인이 예수님의 머리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이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예수님은 누구십니까? 그리스도가 아닙니까! 그리스도는 또 누구입니까? 말 그대로 기름부음 받은 자 아닙니까! 기름을 붓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화룡정점과 같은 일이지요. 예수님이 기름부음을 받은 분, 곧 그리스도는 사실을 확증하는 일입니다. 그런데 누가 이 중요한 일을 행했습니까? 그것은 고귀한 대제사장이나 박학한 율법학자나 예수를 따르는 어떤 남자가 아니었습니다. 대제사장과 율법학자 그리고 제자들은 음모와 배반을 보일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어떤 여자가 나타나서, 자신의 생명처럼 간직한 옥합을 깨뜨려 예수님의 머리에 기름을 부었던 것입니다. 이름 없이, 오히려 오해와 비난을 받으면서!
우리는 예수님을 따르고 섬겼던 이름 없는 여자들을 기억해야 합니다. 예수님에게 옥합을 깨뜨려 기름 부었던 '이 여자'를 이야기해야 합니다. 이름 없는 사람들의 헌신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런데 혹시 오늘도 이 여자를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나요?
찬송 341장 십자가를 내가 지고
기도
주님, 십자가의 길에서 말없이 주님을 섬긴 '이 여자'를 기업합니다. 이 땅에서 이름 없이 교회를 섬긴 '그 여자들'을 기억합니다. 우리도 순전함으로 주님을 섬기게 하옵소서. 아멘.
(마가복음과 함께 하는 사순절 묵상집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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